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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11/19 06:04:39 |
Name |
Lupin |
Subject |
[일반] 별똥별 |
별똥별은 어제 떨어졌다.
요새는 항상 그렇다. 타이밍을 놓친다.
김연아 경기도 나중에 들어서 알았고
파퀴아오 복싱 경기도 나중에 후기를 보고 알았고
산다라박 출연 패밀리가 떴다도 끝난 다음에 아 끝났구나 했다.
동영상을 찾아 볼 수도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보고 싶지는 않아서 안봤다.
아무튼 별똥별은 어제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오늘 별똥별을 회상한다.
옛날에.. 내가 좋아했던 여자가 아팠던 적이 있다.
그래서 달리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그냥 베란다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별똥별을 보면 소원을 하나 빌려고
안 아프게 해달라고 소원을 하나 빌려고
멍하니 넋놓고 하늘을 쳐다봤다.
그땐 정말 추웠는데..
기적적으로 별똥별이 하나 떨어졌다.
내 기억속의 그 별똥별은 정말 엄청났다.
찰라의 시간동안 스러져버렸지만...
지금은 얼굴도 전화번호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녀...
오늘은 베란다에 나가서 오랜만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별이 몇개 떠있다.
시간이 지나니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몇개의 별을 더 찾아낸다.
그리고 나는 별똥별을 기다린다.
그때처럼 한시간 정도 쳐다보면 볼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왜?
글쎄.. 뭔가 빌만한 소원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단순히 여자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라고 빌기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확실하지가 않다.
아무튼 뭐든 되게 해주세요 라고 빌 생각이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여러 자세로 하늘을 바라보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를 생각하며
왜 안떨어지지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금 하늘에 매달려 있는 별이 눈에 들어왔다.
별..
참 아름다운 단어구나..
星성 이라든지 star로는 이 느낌을 살릴 수가 없는..
그런 아련하고 잔잔한 무언가를 느끼며
별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그 여자는
순간적인, 별똥별 같은 존재였는지도 몰라.
어쩌면 나는 별똥별이라는 환상을 보았는지도 몰라...
하지만 하늘엔 저렇게 별이 떠있는걸..
내가 별똥별을 기다리는 동안 묵묵히 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걸...
아직은 손닿을 수 없이 멀지만
내가 그 별의 행성이 되어 돌게 된다면
나를 태양처럼 비춰줄지도 모르는
그런 별이 저기 떠있다고 생각하면서
추워서 방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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