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타크래프트에서 제일 좋아하는 유닛 중 하나인 하이템플러를, 언필칭 현 정권과 비교하게 되어 가슴아플 따름입니다만,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 이명박 각하를 위시한 집권 한나라당과 하이템플러 사이에는 여러 공통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1. "It shall be done" "그리 될지어다"
하이템플러의 대사 중 제일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사극에 나올 법한 고어체로, 신비롭고도 낮게 울리는 하이템플러의 선언은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어도 뭔가 이루어질 거라는 강인한 의지와 순리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다만 집권당이 외치는 '그리 될지어다'는, 뭔가 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일들만 골라서 이루어지는 선언이며, 반대의견에 대한 존중이나 격식있는 토론 따위는 아이어와 함께 멸망했는지, 테서더와 오바마인드랑 함께 폭발했는지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가만 보니 4대강 사업이라는 게 이름만 살짝 바꾼 대운하 사업 아닌가요?
"그딴건 모르겠고, 그리 될지어다"
"용산 참사 강경진압 반대한다!"
"어쨌든 그리 될지어다"
"미디어법은 날치기다. 이딴 식으로 법을 통과시키는게 말이 되나?"
"난 몰라. 그리 될지어다"
말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정을 좀 설명해보려고 하면 '칼라이의 빛이 없는 자들'(비강남)을 위한 정책은 없다며 고개를 외틀어버립니다. 강부자, 고소영, 프로토스의 그 위대하시다는 주디케이터 - 템플러 계급에 결코 못지않은 우리 사회의 신종 카스트가 틀림없습니다. 근본부터 다르다는 이유로 추방당하는 다크 템플러들(이주노동자)과,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비정규직으로 희생할 것을 강요받는 질럿(잠재적 실업청년층)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죠.
2. 마법기술 할루시네이션
할루시네이션은 성과 부풀리기나 여론 부풀리기에 사용됩니다. 자원을 어마어마하게 투입한 재보선 결과는 초라한 2석. 하지만 여기서 할루시네이션이 쨘하고 들어갑니다. 투표율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선전했다(?), 집권당은 대대로 재보선 지지율이 낮았다! 이정도면 선방했다! 승리다! 국민적 지지를 획득했다! 국민은 우리의 편! 2석짜리 패배가 순식간에 20석이라도 얻은 것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국민소득이 4년전으로 후퇴했다고? 1만 7천불? 국제적 금융위기 속에서 이정도면 선방했다! 노무현 정부때는 국제적 호황(?)이어서 국민소득이 계속 올랐던 것이다! 우린 문제없어! 각하 만세!
4대강 사업 수익성이요? 하루에 인천-부산 물류량의 100%가 이용한다 치면, (강폭이 좁고 깊이가 얉아 일정급 이상의 선박은 띄우지도 못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홍수예방효과에, (강의 흐름을 일직선으로 만들어 유속이 빨라지고 홍수때마다 오히려 홍수가 더 심해져 낮은 지역에 사는 서민층만 피해를 볼 것 같기도 하지만, 기분탓이야!) 고속도로 물류분담 효과까지 (애초에 자동차로 실어나르던 물건은 계속 자동차로 실어나를 것도 같지만 그렇지 않아! 영세물류업체라도 영광스런 대운하에 배 한척 띄우기 위해 조그만 배라도 사는 것이 도리야!) 할루시네이션이 착착착 들어가면, 어느새 수익성은 장밋빛! 와! 초라하던 플래이그와 EMP 맞은 캐리어 한마리가 어느새 위풍당당한 캐리어 한부대가 됐네요!
3. 마법기술 사이오닉 스톰
사이오닉 스톰의 특징은 아주 강력한 마법이라는 것과, 아군에게도 데미지를 준다는 점입니다. 이 사이오닉 스톰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용산 참사를 들 수 있습니다. 전술적 안배나 협상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상대가 아군이건 말건, 그냥 지져버리면 어쨌든 다 죽으니까요. 농성한다고 죽던 말던 진압을 밀어붙이는 경우는, 입구에서 드라군이 말을 안 듣는다고 컨트롤하기 귀찮아 스톰으로 지져버리는 격입니다. 인화물질이 터지건 말건, 농성하던 사람들이 어떤 사정이 있건, 그 사람들이 같은 나라 국민이건 말건 그딴 건 스톰 앞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걸요. 귀찮으니 그냥 죽어버려라 식입니다. 클릭하고. t누르고, 다시 클릭.
디스럽션 웹 같은 평화적 협상 방침은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힐이나 리스토네이션 같은 서민복지 정책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옵티컬 플레어 걸린 하이템플러 마냥 보이는 모든 곳에 할루시네이션을 걸고 천지스톰을 뿌리고 있는 현 정권. 아군이건 적군이건 암담하기만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는 마나가 바닥날 날이 올 것입니다.
ps. 갑작스레 생각난 대사가 있어 사족을 답니다.
비열한 공격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선생님을 잃어버린 우리가,
용산참사, 미디어법, 4대강사업, 서민학살정책으로 날마다 한숨을 쉬어야 하는 우리가,
다음 선거 때 유념해볼 만한 대사인 것 같습니다.
드라군이 외칩니다.
For Ven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