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국어2(현대문,고문) 중 현대문에서 대충 줄거리만 알고 있는 작품이죠. 내용은 네이버 등에서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아버지는 일제의 강제징용에 의해 팔을 잃고, 아들은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다리를 잃죠. 아들이 아버지에 업혀서 개울이던가요? 암튼 서로 도와가면서 길을 걷는 장면에서 끝맺는 소설입니다.
제 아버지의 고향은 평양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 아버지, 고모, 그리고 삼촌...이렇게 4식구가 월남하셔서 서울에 정착하셨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바로 월남하신 것이 아니고 1.4 후퇴때 내려오셨습니다. 제가 집에서 막내다보니 아버지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젤 윗형은 원래 말이 없는 성격이라 누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은 절대 먼저 말하지 않습니다. 혈액형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이지...AB형의 전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아버지도 AB형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암튼, 4식구가 연고도 없는 서울로 내려왔으니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속칭 '안봐도 VOD'입니다. 할머니는 생전 어떻게 서울에서 생활하셨는지 일언반구도 말씀안하셨죠. 어렸을때니 그런것이 궁금하지도 않았구요. 점점 성장하면서, 내가 왜 매년 추석때, 설날때 우리집이 아닌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쪽을 향해 절을 하고 생면부지의 실향민들과 함께 차례를 지냈는지 그때는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놀러간다는 의미가 강했으니까요.
그렇게 어렵게 자식들을 키우시고 그 어려운 시절에 제 아버지는 대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 제가 나온 학교와 같은학교, 같은과...59학번으로 입학하셨으니 뭐 저에게는 대선배시죠. 제형도 90학번 선배입니다. 그러고보니 3부자가 전부 같은학교, 같은과를 졸업했군요...쿨럭(솔직히 그러면 장학금이라도 주던가...쩝...) 그렇게 어렵게 학교마치시고 취직한 회사마다 왜그렇게 족족 망했는지, 암튼 제 아버지는 지지리도 직장운이 없으셨습니다.
마지막에 다니시던 회사(이름을 대면 알만한 회사였습니다...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에서 70년대 말 중동건설붐이 일때 사우디, 쿠웨이트로 파견을 나가셨습니다. 5년정도 되는 것 같군요. 그래서 제 어렸을때 기억에는 아버지의 존재는 없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때 현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급히 귀국하셨을때...그때 처음 아버지의 얼굴을 자세히 본 것 같습니다. 물론 사진으로야 뵈었지만요.
어려운 시절, 배고픔을 아시는 분이시기에 가족들에게 그런 경험 절대 안시키시겠다고 자원해서 파견 나가셨죠. 그 덕에 저희 3남매 걱정안하고 공부하고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구요. 그렇게 고생하신 아버지, 어머니를 저는 제 인생에서 제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오늘 회사에서 캄보디아 파견 명령을 받았습니다. 기간이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아직 확정은 안되었지만, 파견된다는 것은 변함이 없네요. 명령을 접하는 순간, 위의 소설제목이 딱 머리속에서 떠오르더군요. 그렇다고 저나 아버지가 고생만 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상황이 그렇게 되풀이된다는 사실이 좀 아이러니한거죠.
살아가면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면 누가 뭐라고 하던 나는 떳떳하고 자랑스럽다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살아왔습니다. 멀리 타국에 가더라도,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텐데 이번에는 쉽지 않을거 같네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