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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12 14:06:24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잡담] 긴 글 둘. 짧은 글 다섯. 정치, 경제, 그리고 푸념 조금.

모든 게 '그들' 때문이라고는 안 하겠습니다만,

학교 다닐 때 화염병 한 번, 돌 한 번 던지지 않았던 제가 요즘 유독 정치 이야기를 자주 쓰는 것은
요 근래에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나름의 영향과 자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아직도 운하 안 파니 다행이라고 하시겠습니까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자료 수집을 하다가 4대강과 관련된 수많은 불법, 탈법, 편법, 기만의 흔적들을 보았더랬습니다.


국토의 절반 가까이를 파헤치는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몇백일도 아니고 몇십일 만에 마무리지어졌다는 이야기가 떠돕니다.

처음 플랜이 나올 땐 13조 원이랬는데 1년도 안 돼 다시 공표된 예산은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나 24조가 넘어갔습니다. 공기업들에게 '삥 뜯은'것까지 합치면 두배 이상 이미 가뿐히 넘었다는 계산이 나오고, 이미 30조에 달하며 어디까지 늘어날지 알 수 없다는 설까지 나옵니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예산이 이렇게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는 것은 마스터플랜의 '와쿠'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추측할 만한 꺼리가 된다고 봅니다.

보의 효과에 의문을 던지고 수질오염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부분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항변이란답시고 하는 소리가 '보를 설치해서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입니다. 객관적 자료나 전문가의 조사결과 등을 가지고 나와서 답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잘 하는 짓입니다.

환경부 장관이라는 작자는 국감에 나와 강의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환경부에서 내놓은 보고서에는 강의 상태가 70% 이상 양호하다는 통계가 뚜렷이 적혀 있습니다.

아직 국회 의결도 안 된 상태에서 국토해양부는 12개의 공구별로 각 1억원의 예산을 배정(총 12억원)한 다음 12개 공구, 총액 3조 상당의 4대강 공사를 긴급 입찰하도록 요청하고, 조달청에서는 시공자를 결정하고 발주까지 마쳤습니다. 이건 뭐 투기지구의 '알박기'에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나랏돈 쓰는 공사까지 '알박기'를 합니다. 웃기는 노릇입니다.


자. 이래도 운하 안 파고 4대강만 하니 다행일까요?


아마도, 제가 서울 시민으로서 내는 세금에는 청계어항의 물값 및 전기값이 포함되어 있겠죠. 이제 앞으로 제가 낼 세금이 대한민국의 강을 망치는 데에 쓰일 게 거의 100%가 되어 가는 이 상황은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 벌써 일년하고도 4개월입니다

어떤 정치인의 안하무인성 발언에 떨떠름해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그 정치인의 병역사실을 보게 되고, 분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제 블로그에 그 정치인의 병역사실을 보고 어이가 없었던 감상을 풍자조로 썼습니다.

두달 뒤엔가 갑자기 저를 소환하겠다는 경찰의 연락이 왔습니다. 좀 먼 곳이었습니다. 마침 그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 KTX를 타고 갔더니 저를 명예훼손, 모욕 및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두고 조사를 하더군요. 더 황당했던 것은 그 정치인에 의해 신고가 들어와 조사를 하게 된 게 아니라, 경찰이 '자의적으로' 조사했다는 것입니다.

안봐도 비디오인 상황이 저에게 벌어졌습니다. 어느 당 당원이나 선거운동을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느냐까지. 심지어는 부정과 비리가 있는 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 선택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까지.

그 조사 이후 약 두달 뒤. 집 근처로 이첩되어 다시 한번 조사를 받고, 아직까지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없는 상황입니다. 어느 정치인인지에 대해서는 그 때에 한정 게시한 게시물을 통해 아시는 분들이 있기에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간혹 글을 쓰면 몇몇 분들께서 몸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무슨 뜻으로 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면 저는 지금의 시대에서 몸을 조심하라는 말이 의미없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헌법과 인권에 명시한 권리로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문제를 개인 블로그에 - 그것도 단 한 번 - 쓴 것만으로 경찰에서 알아서 국민을 잡아들이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조심할 수 있다고 조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상황이라면, 내 할 말을 하면서 사는 것이 그나마 마음 편할 듯 합니다.


두 번의 조사를 받을 때 담당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본 질문들 중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게시물이 블로그에 있습니까?"

그 때에 제 대답은 두 번 다 이랬습니다.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마치 매뉴얼마냥 따라왔습니다.

"그 게시물을 지우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두 번 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엄연히 조사 진행 중인데, 그런 중에 내가 게시물을 지우면 증거 인멸이 될 것이잖습니까? 나는 그런 행위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못할 소리나 못할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게시물은 제 블로그에 남아있으며, 그 글에 대해 경찰을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블라인드 처리나 삭제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 짧은 글 몇 개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만, 어떤 일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누군가가 가로막는다면, '그들이 말하는' 정치적인 의도는 그 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들이 가로막는 행동 그 자체에서 나오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로 정치적인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런 가로막기나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권력 환경이 바뀌고 정치 세력이 바뀌는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일'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예측 가능한 일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있을법한 상황이라고 순응하고 수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요 근래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세상이 예측한 대로 돌아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누굴 찬성하면 진보고 누굴 반대하면 보수, 누굴 비판하면 진보고 누굴 옹호하면 보수. 이런 식의 이분법을 아무때나 적용하는 것은 '비상식적'일 뿐더러 '비사실적'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죄악입니다. 그런데 그 죄악을 마음껏 행해도 망하기는 커녕 자기 권력 누리고 싶은 대로 다 누리는 집단이 크게 두 곳이 있으니 하나는 언론이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입니다.

블로그의 덧글이나 쪽지 등으로, 제가 PGR이나 제 블로그에 글을 쓰며 무슨 큰 돈이나, 뭘 크게 얻고 있는 것 같이 말하는 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나 다른 무언가를 크게 얻을 생각이 있다면 가장 까다롭고 가장 다양한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는 이 곳에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것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직업을 하나 더 가지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한데 말이죠.


- The xian -


* 중간 글은 따로 올리려다가 게시물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나중에 집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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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데
09/10/12 14:57
수정 아이콘
두번째 글은 정말 사람 답답하게 만드네요..................
이 나라 정말 요즘 왜이러죠.-_-;
그리고 4대강 사업 투입 예산이 30조를 넘을거라는 글을 최근에 봤는데,
제발 부탁이건대, 찌라시기를 바랍니다.
09/10/12 15:04
수정 아이콘
이제 뭘 어떻게 반응해야할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지금 허탈한 표정을 거울로 보면 볼빨간 모감독님의 그표정일듯..-_-
09/10/12 15:06
수정 아이콘
운하 초기 예산이 13억 이라 하셨는데... 단위를 잘못 적으신 거 아닌가요?

시안님 글 항상 '즐겁게' 보지는 못하지만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관심 가지고 읽습니다.
좋은 글들 감사하며... 전 이민 준비나... -_-
The xian
09/10/12 15:10
수정 아이콘
몽유님// 수정했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모로 알려주신 T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카이레스
09/10/12 15:15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그리고 시안님 블로그 처음 가봤는데 좋은 글이 많네요. 가끔 찾아뵙겠습니다.
본문에서 거론하신 블로그 글도 무슨일인지 몰라서 찾아 보려했는데 글이 너무 많아 나중에 찾아봐야겠습니다^^; 남은 하루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팔랑스
09/10/12 16:04
수정 아이콘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가슴 속에 자꾸 응어리가 생기고 무언가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입니다.
짜장소년
09/10/12 16:42
수정 아이콘
항상 좋은 글, 바른 글 소신껏 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랑 생각하는 바도 비슷하시고, 블로그 가보니 저랑 취향도 비슷하시네요..
외람된 일이나, 연배가 어찌되나 해서 개인정보도 보니 저랑 동갑이시고.
알게 모르게 저랑 공통분모가 많긴 하나,
제가 와우에 관심이 없는 거랑, 필력 차이가 저와 님의 가장 큰 괴리인 듯 합니다. 쿨럭;;
오타 한 자 찾아보기 힘들면서도, 이해가 쉽도록 논리적으로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제 경우엔 머리 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맴돌지만, 종이나 자판 위에 말끔하게 정리해서 올리질 못합니다.
단지 흩뿌려놓을 뿐...크크
암튼, the xian님...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등대지기
09/10/12 17:28
수정 아이콘
늘 눈으로만 읽고 갔었는데, 오늘은 늘 좋은 글 잘 읽고 간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토스희망봉사
09/10/12 18:59
수정 아이콘
정말 무서운 세상 입니다

그 전에는 경찰이 무슨 말을 하면 변호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그들을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경찰이 무슨 총에 맞고 정치인들에게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절대 그들에 권리를 변호해줄 시민들은 없어질것으로 생각 됩니다
경찰 역시 공무원이라는 하나의 직업을 가진 시민 입니다
과연 이제 누가 경찰들의 권익과 권리를 위해 옹호를 해줄까요 댓글 알바 ?
적울린 네마리
09/10/12 19:14
수정 아이콘
얼마전 쓰신 '[쓴소리]유구무언'의 병역사항 처음 올리셨을 때 아차 싶었습니다.
(재빨리 댓글도 달았지만..)
님글이 원 출처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최초 리스트가 유포되면서 뉴스에서 고소운운할때 걱정되더군요.

작년 어느의원이 재정적자 100조언급하니... 게거품물고 덤벼들던 청와대였는데..
이제 그 의원이 걱정하던 시기보다 1년이나 앞당겨 달성될 듯 보입니다.
아무튼 상상 ... 그 이상을 보여주네요.
The xian
09/10/12 21:02
수정 아이콘
적울린 네마리님// 제가 원 출처는 아니었고, 제가 퍼오기 훨씬 전부터 넷상에 돌던 리스트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하기로, 제가 그 글을 쓸 당시에는 그 리스트가 1-2일 전부터 갑자기 떠돌기 시작하던 시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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