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부터 설명해야겠네요. 계정통합을 한 채 배틀넷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위와 같이 예전에 등록한 다른 게임들과 나란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계정들이 나옵니다. 왜 계정이 세 개인고 하니, 정액제는 한 계정만 유지중이고 나머지 계정들은 창고로 쓰느라 시간결제를 하고 있지요. 전부 제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한 계정이었고, 계정통합은 3개까지 가능합니다. (계정명은 알려드리지 말아야 하니 가렸습니다.)

네시쯤에 공지가 뜬 이후 계정통합을 시도했는데. 한개 통합하고 나서 네시 반 경에 접속지연 사태가 좀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계정통합을 모두 완료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계정 통합이 알려지기 전부터 미리 배틀넷 계정을 만들어두고 게임도 등록하고 있었고, 블리자드 스토어에서 TCG도 연구용으로 좀 사고 휴대폰인증 같은 것도 미리 했기 때문에 더 간편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짐작컨대 아마 오늘 부랴부랴 배틀넷 계정 만들고 하는 사람들은 인증절차다 가입절차다 이것저것 해서 말도 못하게 복잡했을 것 같고 미리 배틀넷 계정 만든 사람들도 회선폭주다 뭐다 하는 여러가지 이유로 많이 곤란을 겪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 들어가 보니 잘 아는 분들의 접속률이 꽤 떨어진 걸 보면 말이죠.


공식 홈페이지 보니 접속지연 사태의 책임을 물어 고소장을 제출하겠다는 분도 있는데, 잘못된 서비스에 항의하고 배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움직임이야 당연히 있어야 되는 부분이지만 배상액을 개인당 20만원으로 잡고 소송하는 것부터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건은 사안상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건다 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개인정보 같은 것이 확실히 유출되었다면 모를까 '금전적 보상을 받을 만큼' 블리자드가 잘못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 하고, 잘못을 했다 해도 약관에 의해 게이머들에게 보상절차를 진행하면 그 이상의 책임을 과연 물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거기에, 소장이란답시고 쓴 글을 보니 원고에 '와우저'라고 적혀 있는 것도 문제였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판에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냈다는 것도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번지수를 잘못 잡았더군요. 뜻은 좋을지 모르나 절차상 에러가 한둘이 아닌지라 저대로라면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물론 저는 블리자드가 계속 계정 통합으로 지지부진한 행동을 하고 오늘도 준비없는 모습을 보인 것에 있어서는 변호해주기 싫습니다. 아무리 블리자드 코리아가 우리나라 운영 한다지만 서비스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무슨 아마추어 게임들이 베타테스트 때에 서버 한두개 준비하듯이 배틀넷 계정 통합을 준비한 것은 돌 맞을 짓이죠.


통합한 뒤에 WOW에 접속하면 원래 계정과 비밀번호 넣는 자리에 WOW 계정 대신 배틀넷 계정과 비밀번호 입력하고 보안절차 거치고 난 다음, 저처럼 두개 이상의 계정이 물려있으면 게임계정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접속할 수 있습니다. 계정명으로 구별하니 잊지 말아야겠죠. 그럼, 물려있는 다른 계정을 접속하려면? 배틀넷 계정으로 새로운 게임 하나 띄워서 접속한 다음 이미 접속한 계정 외의 다른 계정을 선택해서 접속하면 됩니다. 즉, 배틀넷 계정은 중복 접속이 가능합니다. 단 게임 계정은 중복 접속이 안 되죠.


제 생각에, 아마도 계정통합 도중에 별별 일들이 생길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생기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계정을 두 사람 이상이 공유한다면, 계정공유하고 있는 소위 본주-부주들 중 누군가가 자기 배틀넷계정에 계정통합을 시켜서 계정을 혼자 가로챌 수 있으니 그로 인한 분쟁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차명계정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도 명의 주인과 실제 이용자 간에 분쟁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리고 일종의 피슁에 해당하는 사기사례도 있는데, 먼저 배틀넷 계정통합을 시행한 북미지역에서는 25자리 가짜 상품코드를 마치 TCG 등에서 주는 진짜 코드인 양 웹에 공개해 놓고 거기에 속은 이들이 피슁사이트로 접속하게 한 다음, 다른 사람의 WOW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만들어 다른 사람의 WOW 계정을 자기 배틀넷 계정으로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홀랑 가져가버리는 일도 있었더군요. 참 나쁜 짓을 하기 위한 꾀들은 다양합니다.

뭐 외국은 개인정보를 계정에 입력하지 않는 대신 패키지 등록을 하게 되어 있으니 등록된 제품번호 인증 및 대조 등의 방법으로 인증 및 계정상의 분쟁을 해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를 계정에 입력하기 때문에 경험상 이런 분쟁이 발생하면 계정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가진 사람이 거의 무조건. 99.9% 이긴다고 봐야 합니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키운 노력이나 실제 소유 등을 감안해 줘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소리들은 이용약관 및 주민등록법상 '해 봤자 별 수 없는' 소리가 되고 말죠.


이번 일을 보고 느끼는 건, 중요한 건 사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자기 계정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계정과 비밀번호는 누구와도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블리자드가 다 해주실거야'라고 믿어선 안돼요. 절대.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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