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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9/10 16:47:20 |
Name |
언뜻 유재석 |
Subject |
[일반] [잡담]오지랖 질... |
"그래, 이X아 가정 있는 X이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이 시간까지 술쳐먹고 돌아댕기냐" (110데시벨)
"말 잘했다 이 XX야, 너는 술 안쳐먹냐? 너 다른X들 끼고 술쳐먹는게 얼마나 재밌어서 집구석에 안끄대오는지
궁금해서 나도 다른 XX들이랑 히히덕 거리면서 술쳐먹었다 왜!!" (116데시벨)
"이 XX 말하는거 보게. 그래서 니가 지금 잘했다고 이 야밤에 소리 꽥꽥 지르냐? 동네 챙피하지도 않냐?" (114데시벨)
"아빠... 하지마 흐엉흐엉" (10살 내외의 머리를 단정하게 이발한 남자아이)
"어따대고 큰 소리야!! 집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요새 일 좀 한다고 유세부리냐!! 몇 달을 쳐 놀더니 너 술쳐먹고 다닌건 기억도
안나냐 이 썩을X아" (124데시벨)
"이X이 보자보자 하니까 어따대고 바락바락 큰소리야! 들어가 들어가서 죽여벌라니까"(119데시벨)
"그래 죽여라 죽여. 너란 XX랑 안살라믄 내가 뒈져야 겄다. 죽여~~~~~~!!!죽여~~~~~~~~~~~!!!" (128데시벨)
...아차..125데시벨이 넘고야 말았습니다.(애도)
이제 상황은 돌이킬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지랖 만렙 이시며 장비와 악세서리를 풀로 갖추고 계시고 무기도 10강 하신 심여사님을
소환하셨기 때문이죠. 이제 이 동네는 ....
역시나 편안히 누워서 조용히 가요무대를 시청하고 계시던 69세의 심여사님께서 살짝 찡그린 얼굴을 하시고 활동에 편한 슬리퍼를
신으십니다. (슬리퍼는 이속을 좀 올려주죠)
역시나 필드엔 많은 구경꾼들이 있습니다. 110데시벨이 넘은 시점부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것이겠죠. 어렸을적 부터 하드코어한
동네에 많이 살았던 저는 물리적 충돌이 없을것이란 예상을 당연히 할 수 있지만 그리고 어느정도 결말이 예측되기에 나가보지 않지만
부부싸움 구경이 낯선 분들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혹시나 폭력이 오가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시면서 구경만 하고 계셨습니다.
이른바 NPC들이죠. 그 NPC들 틈을 비집고 이 동네 최초로 오지랖질 만렙을 찍으신 심여사께서 출동하십니다. 이 장면은 1년에
몇 번 보기 힘든 장면이므로 저는 창문을 열고 캡쳐 준비를 합니다.
"아 시끄러워서 테레비를 볼 수가 없네. 지지고 볶든 집구석에서 할 것이지 오밤중에 동네방네 무슨 자랑이라고..애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아? 뭔 자랑이라고 떠들고 지X들이야 지X이.." (명불허전 심웃사이더)
NPC일동 : 오오오~
캡쳐 준비하던 심여사의 아들 : 오오 역시 만렙. 판을 키우는데 본능적인 능력이 있으시군. 게다가 목소리는 버프 안받고 130데시벨
이때 여자케릭이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할려던 찰나
"애기 엄마. 힘들어도 지금 시간이 몇신데 지금까지 안들어오고 그럼 안되지. 아까 애가 학원인지 학굔지 갔다왔는데 집문은 잠겨있고
엄마는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여서 한동안 서있더만. 내가 밥도 안먹었다길래 밥 멕이고 애아버지 올때까지 우리집에 있다갔어.
싸우면 본인들 끼리 죽이네 살리네 할 것이지 저 콩만한게 뭔 죄가 있다고 애까지 서럽게해"
힘을 받은 남자케릭이 쏘아붙일 찰나
"아저씨도 술먹고 여기 골목에 자빠져있던거 마누라가 깨워서 들어가는걸 여기 나만 본줄알아? 여편네가 안먹던 술 쳐먹고 하면
이해해줘야지. 자기 한짓은 생각못하고 쯧쯧.. 아저씨 일 나가기 전엔 동네 사람들이 다 애기엄마 불쌍하다고 그랬다고
술도 작작좀 쳐 먹어야지. 애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러더니 갑자기 상황을 정리하고 둘의 등을 토닥거리며 집에가서 싸우라고 맨발로 서있는 두명을 집안으로 밀어넣습니다.
멍하게 울고있는 단정한 소년을 부르더니 열려있는 창문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 형하고 놀아" 라고 합니다... 으잉?
상황이 종결 되었군요. 부부싸움에는 참견하지 말라던 옛말이 있는데 만렙이 다르긴 다릅니다.
아 상황이 종결된건 아니군요. 두 갈등케릭을 인던으로 몰아넣고는 몇몇 그녀의 추종자들과 함께 오늘 있었던 일의 후기 및
앞으로 나갈 방향에 대해 동네 평상에 앉아 의견을 나누고 있군요. 이때 3층에 사시는 오모 할머니가 수박을 공수해 오셨군요.
오오 갈등케릭의 집의 건물주인이 옥수수를 쪄왔습니다. 적어도 두시간이군요. 결론은 남자XX들이 개베이비 입니다.
심여사와 영화를 보러갑니다. 심여사와 사람들 많은 필드에 나간다는건 참으로 위험한 일이지요. 애드를 잘 내시거든요.
스케일이 큰 영화는 좋은상영관에서 봐야한다는 제 지론에 입각해 큰 규모의 멀티플렉스로 향합니다. 마을버스를 탑니다.
길어야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죠. 허나 탑승부터 애드내십니다. 69세의 심여사는 외형적으론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습니다.
후덕한 뱃살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흰머리 제거때문이지요. 탑승한 마을버스엔 2세를 가진건지 아니면 단순
소화시스템의 이상으로 복부에 비만이 축적된건지 참 애매한 분이 서있으셨습니다. 애초에 그녀는 자리에 앉을 생각이 없어보였으나
심여사께서 그 앞에 앉은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이어폰을 빼며 급 자리를 양보하려는 중학생에게
손사레를 치며 "저기, 아줌마 이리와서 앉아요" 라고 합니다. 시선이 주목됩니다. 난처하군요 저 아줌마. "괜찮아요" 라고 모기소리로
거절합니다. "아주머니 앉으세요"도 덧붙이네요. 정확히 그 목소리에 12배정도 큰 목소리로 말합니다. "몸도 무거운데 앉아욧!!"
여전히 버스는 이동중입니다. 서있는 사람이 꽤 많군요. 저는 심여사와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뭐랄까 나는 저분과 일행이
아니야라는걸 거리와 시선처리로 주장하고 있었던 거죠. 그 때 2인승 자리가 동시에 납니다. 그 자리를 빙 둘러싸고 있던 입석승객들의
눈이 초롱초롱 해집니다. 당연 한자리는 그 근처에서 먹잇감을 노리던 심여사 차지였고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진행되고 있는찰나!! "누구누구야 이리와서 앉아~~" 라고 대략 중앙선 건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들을정도로 말씀
하십니다. 옆자리는 봉인되었습니다. 이제 그 자리에 주인은 저 말고는 없는 것이겠죠. 저는 앉기 싫었습니다. "싫어요~" 라고
할려면 꽤 큰목소리를 내야하고 가만히 있는다면 또 한번 재촉하는 통신이 올게 뻔하므로 조용히 자리에 가서 앉습니다.
극장에 들어가 앉습니다. 오랜만에 극장구경을 나오신 심여사 기분이 매우 들떠있으시군요. 불이 꺼질때쯤 우리의 앞자리로 한 커플이
앉습니다. 불안합니다. 왜냐면 여성분의 어깨가 많이 들어난 의상이었거든요.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묻지도 않은채 가방에서 스카프를 꺼내 여성분 어깨에 덮어줍니다. 낯선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란 여성분이 화들짝 뒤를 봅니다.
엄마미소 날려주시며 "추워보여서.. 덮고있어요" 라고 하시네요. 역시 만렙.
외국어를 배울때 참 애매한 표현이 정(情)입니다. 우리네 문화에만 존재하는 참 애매모호하고 멜랑꼴리한 감정이지요.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공적인 관계보다 사적인 관계를 중히 생각하는.. 외국인이 봤을때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정이라는 것이지요. 안볼것처럼 지지고 볶고 심지어 주먹질이 오가게 싸우고 나서도 인연을 끊지 못하는게 바로 이 정때문입니다.
DNA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반도의 성향이죠.
오지랖이 넓다, 참견을 잘한다. 저는 우리가 정이 많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TV도 못 볼지경으로 밖에서 부부싸움이 일어났다면...
이웃에 대한정이 없다면 경찰에 신고하면 그만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도 내가 약자가 아니면 모른척 하면 그만이지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건강을 걱정해주는것? 그것은 우리가 정으로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다같이 좋게좋게 살아가고 싶어 남의 불행을 내 일같이 걱정하고 안타까워 하며 조금이나마 함께 힘들어합니다. 따로 배우진 않지만
온라인게임의 패시브 스킬처럼 우리안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조금 더 웃고 조금 덜 슬플수 있는겁니다.
신께서 우리에게만 주신 패시브 스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스킬이 우리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믿고있습니다.
저번에 똥참은 이야기 할때도 말한듯 한데..누구누구씨 처럼 온라인에서만 오지랖이 넓으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다함께
조금 덜 슬프고 조금 더 웃어라라고 내려주신 오지랖이란 스킬을 전혀 다른방향으로 이해하고 시전하고 계신분들이요.
우리가 살아가는건 온라인이 아닌 2009년의 대한민국 입니다. 온라인은 그 속에 한 부분이지요. 온라인에선 참으로 오지랖 넓으신
분들이 현실에선 참 이기적이시죠.(최근 22살 여성과 어떻게 잘해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언뜻 유재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좋은 스킬을 주신 운영자 "신" 께서 우리의 온라인 생활을 알까하는 문제입니다. 온라인을 모른다면
잘 안쓴다고 생각할테니 말이죠. 아 생각해보니 알아도 문제이군요.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지도 않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저는 걱정입니다.
잘 안쓴다고, 혹은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그 스킬을 없애버릴까봐요.
추가로 "정(情)"이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궁극의 패시브 스킬도 가져갈까봐요.
그리고 우리아이들이 원래 그런게 있었다는 것 조차 모르게 될까봐요.
p.s. 글속의 심여사는 제 어머님이 아닙니다. 성과 나이 심지어 외형까지 같지만 제 어머님은 아니예요. 아니라구요.
가상의 인물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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