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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9/09 19:39:32
Name Zeegolraid
Subject [일반] <爐邊情談> 인간, 그리고 옷(衣)
캄보디아에 온지 이제 3일째입니다.

다니는 회사가 봉제업을 영위하고 있는 관계로 해외 각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60~70년대 소위 '공순이'들의 희생을 등에 업고 제조업의 기틀을 다졌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저임금과 강도높은 노동력 착취라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그렇게 발전한 제조업 중 하나가 봉제산업입니다.

지금은 국내에서는 사양산업이라고 치부되는, 아니 이미 사양산업인,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죠. 옷을 만드는 과정은 무척 간단해 보입니다만 이게 그 내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요척을 내는 일부터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원단위에 요척을 바탕으로 패턴이라는 것을 그린 후 원단을 재단합니다. 여기까지는 기계의 힘을 빌리죠. 그 이후 공정은 대부분 수작업입니다. 자수를 놓는다던지, 프린트를 입힌다던지, 염색을 한다던지...

그리고 나서 포장 후 출고합니다. Pgrer 여러분들이 입고 계시는, 하다 못해 가장 간단한 면 티셔츠 하나도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땀이 모여서 만들어 진 것이죠. 저는 관리직에 있어서 생산관련 업무는 잘 모릅니다만 여기 공장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옷하나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군요.

워낙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공장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주안점을 두는 것이 인건비입니다. 그래서 한때 중국이 개방되면서 우후죽순처럼 국내 봉제업체들이 진출을 했더랍니다. 월 20~30$만 쥐어주면 정말이지 '개'처럼 부려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이익을 많이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절대 중국에서 봉제업을 운영하지 못합니다. 중국 현지의 노동법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개정되고 나서 인건비가 올라도 너무 올랐거든요. 또 중국 정부에서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5년이상 근속한 근로자는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도록 법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야반도주' 하다시피 중국에서 철수하는 업체들도 상당수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중국정부와 외교적으로도 갈등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중국에서는 문제제기를 계속 하고 있는 상태죠.

그래서 찾은 대안이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 국가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봉제업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옛날 몽골의 유목민들이 풀을 찾아 방랑하듯, 우리는 보다 저렴한 인력을 찾기 위해 이나라에서 저나라로 유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3,700여명의 근로자들이 정문을 통과하는 장면은 정말 '물밀듯이'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그 많은 근로자들이 옷한벌 만들기 위해 모여듭니다. 너는 재단반, 나는 봉제반...너는 포장반, 나는 운반반...삼삼오오 각자의 작업반으로 흩어져서 일하겠죠.

그렇게 출근하는 근로자들중 변변한 옷 걸친 사람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 돈을 주고 사갖고 갈 새옷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좀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저 근로자들은 자기가 만든 옷을 돈주고 사 입으라면 과연 살것인가?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하는 환경...10시간에서 점심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9시간을 일하는군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한 표준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이던가요? 그게 맞다면 1시간 정도 더 일하는군요. 그렇게 고된 노동을 제공하고 한달에 받는 급여는 정말이지...제가 여기에 쓰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제가 경영진도 아닌데...하하...

퇴근하려다 머리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몇자 끄적였습니다. 쓰고나니 두서가 없군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캄보디아 출장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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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09/09/09 19:49
수정 아이콘
저렴한 인건비를 구하기위해..유랑....이표현 재미있네요. 기억해두겟습니다.
남자의로망은
09/09/09 20:20
수정 아이콘
저도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지만...

옷이나 신발 같은 패션쪽의 산업은 부유하지 못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전담하고 있다는게 참 가슴아픕니다...

그 수익은 전부 유명한 패션관련 회사들을 배불려주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우리나라도 과거에 지나간 길이었으니까요
09/09/09 23:26
수정 아이콘
알고보면 세상엔 불편한 진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09/09/09 23:53
수정 아이콘
종교인은 아닙니다만..산 자는 곧 죄인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참 와닿는군요..현재까지도 여전한 진리일 줄이야..
아니지..저자들은 지은 죄도 없는데 뭣때문에 저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건가요..;
09/09/10 00:54
수정 아이콘
가슴아프다, 불편한 진실, 저런 삶... 마치 저들이 착취받거나 학대받는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외국계회사 다니는거 선호하는 거, 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균적인 현지인들 이상의 조건입니다.

진정 불편한 진실은, 지금부터 20년전 한국의 봉제사들의 삶은 저들보다 훨씬 더 열악하였다는 것이고
그때 노동력을 착취하던 경영자들은 한국이 어려워지자 중국으로, 중국이 어려워지자 동남아로 가서 돈을 벌었다는 것이고
유일한 경쟁력은 인건비따먹기 가격경쟁인데 이제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고
오너들의 주머니는 20년동안 계속 불러져 왔겠지만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점점 떠밀려나와서 이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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