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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28 14:07:48
Name 땅과자유
Subject [일반] 산책이 필요할까?
                                  석 달 조금 못되게.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그는 곤충들이 부럽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컨대 지네는 다리 열 개를 잃고도 다리가 없어졌
                               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냥 도망간다. 배짱이는 다른 포식자에게 자기
                               몸이 씹히는 와중에도 열힘히 먹이를 먹는다. 교미가 끝난 수컷 사마
                               귀는 암컷에게 머리가 먹힌 뒤에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한채, 사랑
                               에 열중한다.

                                                            김연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중



어쩌면 나는 고통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회피하기도 맞서지도 못한채로
그냥 주어진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면서
내 자신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기만을 기다렸었다.

의식속에 갇혀있던
수많은 Fairy Tale들의 허구성이 들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건축사가 탄 택시가 멀어지자마자, 한쪽 골목에서 코끼리가 나타나
                               더니 그의 심장 위에 슬며시 한쪽 발을 올려놓았다. 코끼리는 고민하
                               는 것 같았다. 힘을 줄까, 말까. 그는 그 코끼리를 초등학교 시절 가을
                               운동회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굴리던 종이 지구 정도로 만들기 위
                               해 안간힘을 썼다.
                              
                                                               김연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중



그렇다. 김연수가 표현했던 그 코끼리는 어김없이 나의 방에도 들어와있었다.
이따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이 놈은
어느 장소건 어느 위치건 그 커다란 발을 슬며시 내 가슴위에 올려놓는다.
마치 내가 숨이 막혀 발버둥치고, 맥이 탁 훌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즐기고 싶다는 양
저 커다란 다리위에서 나를 횡하니 쳐다본다.

"어때 한번 움직여 볼래?"

그의 조롱섞인 미소가 동공 깊숙히 박혀들어온다.

내게도 산책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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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셔틀
09/08/28 17:55
수정 아이콘
음...
제 식견엔 글이 좀 너무 어렵네요.
당장에 산책보다는 리플이 필요한 것 같아 뻘플 하나 달고 갑니다. (__)
09/08/28 23:45
수정 아이콘
더 재겨 디딜 수 없는 세상 끝,
거기서 다시 한달을 더 가면 만날 무언가가 있다면
코끼리, 지네, 아니면 우두커니 서 있는 날 닮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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