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7/31 02:56:11
Name 녹용젤리
Subject [일반] 라디오가 가져다준 어머니의 혁명적인 변화
안녕하세요.
제가  pgr가입하고 처음쓰는 글입니다.

어머니에 대해서 말해드리자면 경상도분이신데다가 박정희전대통령애 대한 믿음이 거의 맹목에 가깝습니다.
박대통령 관련서적만 거의 20권이 넘어가고 그냥 이유없는 한나라당지지자 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어머니가 라디오라는 매체때문에 지금은 완전히 한나라당에 등을돌리셨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써볼까 합니다.

전 어머니를 모시고 식당하나 자그마하게 하고있습니다.
대체로 어머니는 주방일을 보시고 전 주방과 홀을 왔다갔다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감독하며 일을하죠.
3년전쯤일겁니다. 어머니께서 아침에 주방에서 심심하시다고 TV들 달아주던가  제방에있는 라디오를 갖다두라고 말씀을하셧습니다.
라디오가 좀 비싼거(teac의 R1입니다.흑흑)라서 좀 망설였습니다만 새로하나 사기도 뭐해서 그냥 주방에 달아드렸지요.
처음엔 여기저기 방송들 주파수를 바꾸시며 들으시다가 2년전즘 M본부의 표준FM을 듣기시작하셧습니다.
아침에 듣기엔 여성시대가 가장 듣기좋으시다나요.
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라디오는 한채널만 고정된채 현재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아침에 '손석희교수의 시선집중'부터 시작해서 오후에 '김미화의 세계는 우리는'이라던가 주말에 하는 '뉴스터치' 그리고 밤8시에 하는 '최양락의 재미있는라디오'까지 매체비평이나 세상을보는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그런 방송들을 2년여 듣다보니 현정권의 포장에 숨겨진 치부를 너무나 낱낱히 알게 되셧던겁니다.
말마따나 사람이 바뀌어버린 정도가 된거죠.

몇가지 일화를 꼽자면 우리의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서거날이었습니다.
저도참 뜨거운 눈물을 흘렸지만 어머니게서도 하염없이 우시기만하셧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조선일보가 배달[아버지때문에 조선일보가 20년이상 끊어진적이 없습니다]되어온것을보고 펼쳐보신후 그냥 찢어버리시며 단 한마디 하셧습니다
"아들아~ 이 만평봐바라. 이XX들이 사람맞나? 긴말필요없고 바로 조선일보 전화해서 끊어라."
전 일단 아버지 때문에라도 대답했죠.
"아부지 보시는데 끊으면 됩니까"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젠 더이상 꼴보기도 싫다."
이렇게 20년이상 저희집에 들어오던 조선일보는 없어졌습니다. 그자리를 경향신문이 차지를했죠.
그래도 아직은 가끔씩 경향신문의 너무나 빈약한 볼륨을 보고선 '조선이 그래도 사회문화는 참 좋았는데.....' 하십니다.

일화를 하나 더 들자면 지난주의 미디어법관련해서 박근혜씨가 반대표를 던지겠다할때 어머니는 근혜씨를 너무나도 칭찬하셨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를 닮아서 옮고 그른건 판단할줄아신다면서요.
뭐 며칠만에 그 칭찬은 바로 욕설로 바뀌어 버렸지요.
욕설이 참 과격했지만 요점은 하나였습니다. '죽은 지애비 얼굴에 똥칠하고 자빠졌다!'입니다.

어머니게서는 올해로 환갑을 맞으셨습니다.
아직도 저와는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때 세대간의 벽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감정만 상하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그런 대화가 아닌 서로가 뭔가를 이야기하는지 끝까지 들어주니까 참 좋습니다.




뱀다리)부작용으로 아버지께서 왕따가 되셨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7/31 03:01
수정 아이콘
부작용이 참... 웃을수도 없고요..

하지만 역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과 변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살기 좋아지는거겠죠.
WizardMo진종
09/07/31 03:02
수정 아이콘
아.. 아버님!!
하늘하늘
09/07/31 03:09
수정 아이콘
부모님께 라디오 한대 놔드러야겠네요.
09/07/31 03:16
수정 아이콘
..........전 왜 이글보고 씁쓸하죠
하늘계획
09/07/31 04:33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재밌게 봐야할진 모르겠지만요. ^^;;
09/07/31 04:59
수정 아이콘
아;;아버님!!;;;
09/07/31 07:13
수정 아이콘
제 아버지께선 택시운전 하시면서 항상 MBC표준FM 들으시는데도... 이 글 쓴 분의 어머님처럼 변화하진 않으시더군요. 사람마다도 차이가 있나봅니다.
나두미키
09/07/31 07:35
수정 아이콘
아버님;;;;;;;;;;;;
Zeegolraid
09/07/31 08:22
수정 아이콘
사족 보고 뒤로 넘어졌습니다...
09/07/31 08:34
수정 아이콘
짝짝짝짝짝
달덩이
09/07/31 09:06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구나 하고 보다가.. 댓글보고 팡 터졌네요. 하하하.
09/07/31 09:10
수정 아이콘
뱀다리 보고 배꼽잡았습니다 크크
아버님께서도 변화하셔서 화목한 가정이 되길 바랍니다. 흐흐-
테페리안
09/07/31 09:16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는 한나라당 지지자는 아닌데... 정치하는 놈들 다 똑같다며 그래도 경제우선시 하는 당을 뽑는 분인데... 도통 설득이 안 되네요;;

그나저나 teac R1 생긴게 참 야무지네요... 어디서 식당하시나요? 그럴싸하게 생긴 오디오 들고가서 바꾸자고 하고 싶네요... ....... .... ... ..
09/07/31 09:49
수정 아이콘
뱀다리에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네요 ^^;
여자예비역
09/07/31 10:24
수정 아이콘
아버님방에도 라디오 한대 놔드려야겠네요... 조금씩 바뀌실 거라고 믿습니다.. 너무 조급해 마세요...
marchrabbit
09/07/31 10:32
수정 아이콘
집에서 정치얘기를 목소리 안 높이고 할 수 있다는게 부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티악 튜너가 왠지 더 부럽네요. ㅠㅠ)
권보아
09/07/31 11:06
수정 아이콘
미괄식;;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856 [일반] 영화 "국가대표" 보고왔습니다. [10] 중년의 럴커5073 09/07/31 5073 0
14855 [일반] 국회 CCTV 녹화기능이 없다는 말은... [21] WooGiGy4324 09/07/31 4324 0
14854 [일반] 카라 한승연 애니덕후 인증!? [11] i_terran10591 09/07/31 10591 0
14853 [일반] 투표를 종용합니다... 어이없군요. [34] mix.up4434 09/07/31 4434 0
14852 [일반] 우린 어차피 그런거 없잖아. [12] Claire3665 09/07/31 3665 0
14851 [일반] [MLB] 매니 라미레즈 / 오티즈, 약물 양성반응 검출 [28] 솔로처4425 09/07/31 4425 0
14850 [일반] 라디오가 가져다준 어머니의 혁명적인 변화 [17] 녹용젤리3370 09/07/31 3370 0
14849 [일반] [연애실화] 『그남자, 그여자..』- 그 두번째 이야기.. [배신] [5] 권보아2958 09/07/31 2958 0
14848 [일반] 네이키드 뉴스...정말 사기극인가요?? [115] 축구사랑7346 09/07/31 7346 0
14847 [일반] [F1 드라이버] 미하엘 슈마허 전격 복귀!! + 2010시즌 BMW 전격 철수!! [12] Arata3578 09/07/30 3578 0
14846 [일반] 야인시대 2부 [14] Zhard4985 09/07/30 4985 0
14845 [일반] 까꿍 2부 재연재 소식입니다 [30] Cand7380 09/07/30 7380 0
14844 [일반] 원피스 보셨습니까!!!? (스포주의) [38] 러프윈드4849 09/07/30 4849 0
14842 [일반]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7/30(목) 리뷰 & 07/31(금) 프리뷰 [40] 돌아와요오스3199 09/07/30 3199 0
14841 [일반] 결국, 죽어도 내려줄 생각은 없는거군요 -_- [82] Claire5540 09/07/30 5540 0
14840 [일반] [인증해피] 괜찮은 송어횟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30] 해피6328 09/07/30 6328 0
14839 [일반] 그랜드민트페스티벌 1차 라인업 공개. [24] AnDes2660 09/07/30 2660 0
14838 [일반] [야구댓글방] 기아 vs 롯데, 삼성 vs LG, SK vs 히어로즈, 두산 vs 한화 [160] 권보아3373 09/07/30 3373 0
14837 [일반] 스타크래프트 직장인 동호회 "sscc" 에는 뭔가 다른게 있다 [9] 서정민3595 09/07/30 3595 0
14836 [일반] 유진박 10개월감금, 5억원 갈취.. [29] 제논6067 09/07/30 6067 0
14835 [일반] 미디어에 관해 생각해 봅니다 [7] 날아가고 싶어.2711 09/07/30 2711 1
14834 [일반] 홍명보감독님~! 기성용 선수의 발목을 놔주세요!! [31] 빨간당근4771 09/07/30 4771 0
14833 [일반] 여러분은 12.23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29] PINGPING3359 09/07/30 335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