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미네이트입니다.
어제 올라온 부끄러운줄알아야지 님의 글을 보고, 댓글에 힘입어 이와 같은 기획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PGR에도 바둑을 즐기시는 분들은 많이 계시는 듯하고, 또한 지금은 두지 않으시더라도 어릴 적에 접해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도 많이 계신 듯합니다. 그렇다면 단수가 무엇인지 정도를 아시는 분들은 더욱 많겠지요. 그런 바둑의 비읍의 첫 획이라도 아시는 많은 분들께 재미와 함께 도움될 만한 정보를 드리고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랫글의 댓글에서도 밝혔듯이 제 기력은 급수준입니다. 공인 아마 2단인 친구에게 두 점과 석 점 사이에서 버티는 수준이죠. 그런 녀석이 바둑에 관한 연재를 하겠다니, 참으로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책으로 독학하면서 그리고 대학교에서 바둑 클럽을 운영하면서 이래저래 모아온 자료들을 가지고 썰을 풀어놓는 정도라면 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감히 마음을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수준의 초점은 일단 이른바 ‘만년 10급’ 분들에게 맞추었습니다. 유단자 분들께는 좀 많이 쉬운 내용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활 문제에는 꼭 유단자 수준의 문제를 하나씩 포함할 예정이고, 유단자 분들도 참여하실 수 있는 기획도 준비하고자 합니다.
본 연재는 총 네 코너로 나누어질 계획입니다.
1. 정석 in 포석 - 주로 기본 정석과 그 변화를 다루면서 그와 연관 지어 포석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는 코너입니다. 기본적으로 포석 이론이나 격언에 따르긴 하겠지만, 저 역시 연구를 하면서 쓰는 내용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답인 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이 필요한 코너입니다.
2. 스피드 수읽기 퀴즈 - 총 네 문제의 사활, 맥점 문제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문제당 제시 시간은 표기된 급수 수준의 분의 1분 안에 풀 수 있는(혹은 풀어야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잡아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문제에 ‘(1급)’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기력 1급이신 분이 1분 내에 풀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란 뜻입니다.
3. 주간 PGR 바둑 명장면 - PGR 바둑팬 여러분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코너입니다. 그 주에 두신 바둑 중에서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생각하시는 장면이 나왔을 때 보내주시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안 보내주시면 제 자랑만 하는 부끄러운 코너가 되어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PGR 바둑팬 중 한 분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코너가 되었으면 하고 있습니다.
4. 바둑 잡설 - 바둑을 직접 두지는 않으셔도 어느 정도 바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코너로서, 바둑의 실전적인 부분보다는 외적인 부분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시작한 연재인지라,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만, 어쨌든 매주 1회, 두 달 이상은 계속하는 걸 목표로 시작해보겠으니, PGR 바둑팬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1.정석 in 포석 - 양화점 vs 양화점으로 화점 정석 정크벅크 01편
첫 수를 어디에 놓으십니까? 보통은 화점 아니면 소목이죠. 조금 별나게 해보고 싶은 날엔 고목이나 삼삼, 왠지 좀 삐뚤어져보고 싶은 날엔 외목, 사회에 불만이 생기는 날엔 5의 5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화점과 소목을 제외한 다른 수들은 사실 두고 싶어도 정석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니까 무서워서 두기가 꺼려질 겁니다. 기력이 약하신 분들은 소목 정석도 한칸 걸침에 붙이고 젖히고 뻗고 잇고 뛰고 벌리는 정석, 혹은 날일자 걸쳐올 경우 마늘모로 받는 이른바 슈사쿠의 마늘모 이외에는 잘 모르실 겁니다.
그리고 왠지 바둑판의 점이 표시 되어 있는 게 ‘여기 놓으세요’라고 가리키는 듯합니다. 옛날 우리나라 바둑판에는 화점에 꽃이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두고 싶겠습니까? 화점 정석이라면 몇 개 알고 있으니 당연히 아는 길로 손이 가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급수준의 바둑에서는 양화점 대 양화점이 거의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프로의 바둑에서는 최근 양화점 대 양화점 포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금 당장 타이젬의 전체 바둑 기보 코너로 가봅시다. 첫 페이지에 총 20개의 기보가 있습니다. 일일이 다 눌러서 첫 세 수만 확인해보셔도(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이 중 양화점 대 양화점은 딱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게 바로 이것입니다.
<그림 1> 2009년 6월 21일 KBS 바둑왕전 백-이희성 8단/흑-옥득진 6단
프로 기사들의 최근 대국들을 몇 수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백은 양화점을 종종 하는데, 흑 쪽에서 양화점을 거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그것만으로도 논문이 한 편 써질 테니 일단은 자료 하나와 발췌글 하나만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료]GoGoD CD의 데이터에 의하면 1995년부터 2002년까지의 한, 중, 일 프로 기사 대국 중 양화점 대 양화점은 436국이 있었으며, 전체 승률은 흑 45.6%, 백 54.4%로 백이 앞섰다.
자세한 케이스는 다음과 같다.(B-A는 흑5로 A에 두었단 뜻)
<그림 2> 양화점vs양화점에서 흑5의 선택권
B-A: 302국, 흑46.4% - 백53.6%
B-C: 92국, 흑43.5% - 백56.5%
B-E: 32국, 흑50.0% - 백50.0%
B-D: 5국, 흑20.0% - 백80.0%
B-F: 3국, 흑0.0% - 백100.0%
B-B: 2국, 흑100.0% - 백0.0%
(출처 : Sensei's Library)
(코멘트 - 일반적으로 두는 수 중 3연성의 뚜렷하게 낮은 승률을 보니, 지난 2월 천원전 최종국 이세돌의 4연성 포석을 이기고 우승한 강동윤 9단이 ‘3연성은 잘못 쓰면 약한 사람한테도 질 수 있다.’라고 인터뷰했던 기억이 나네요.)
[발췌글] …어느 날 필자가 이창호 九段에게 물어보았다. “이 국수, 이 국수의 바둑을 보니까 화점이 압도적으로 많던데, 왜 그렇지? 무슨 이유라도 있나?”
잠시 생각하던 이창호 九段은 말하기를, “제가 싸움을 싫어해서 그런 듯합니다. 소목은 전투적이지 않습니까, 걸침이 있으니까요.”
소목에 비해 화점이 비교적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금까지 어떤 책에서도 읽은 적이 없는 답변이다.
(중략)
현대 바둑에서 변화는 6집반이나 되는 큰 덤을 부담해야 하는 흑이 주도하는 것. 그렇다면 백은 초반에 급격한 싸움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 九段의 이야기대로 화점이 소목에 비해 상대의 걸침이 긴박하지 않고, 비교적 덜 전투적이라면 더욱 화점을 선택할 이유가 분명하다.
(출처 : 문용직, 바둑의 발견 2)
그러나 이것은 승부가 곧 인생인 프로의 이야기고, 즐기는 우리는 알기 쉽게 두면 됩니다. 또한 타케미야의 3연성 우주류의 로망은 정말로 버리기 힘든 매력이 있죠(실제 다케미야 9단은 이번 TV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도 저우허양 9단을 상대로 특유의 3연성 포석을 펼쳤습니다. 결국 패배하긴 했습니다만).
서론이 길어졌군요. 어찌 됐건 화점 정석과 그 변화만으로 펼쳐지는 양화점 대 양화점 포석은 초보자 분들 입장에서는 꼭 알아두셔야 할 내용입니다. 이번 주부터 정석 하나씩를 해부해나가면서 차근차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2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림2> 양화점vs양화점에서 흑5의 선택권
흑백이 서로 화점을 나란히 차지한 상태에서 흑에게 선택권이 돌아옵니다. 포석 이론대로 넓은 쪽에서 걸칠 것인가(A), 대우주를 향한 로망을 품고 3연성을 펼칠 것인가(C), 백의 모양을 나누기 위해 갈라칠 것인가(E,F), 일반적으로는 크게 이 세 가지 선택권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우위를 차지하는 A의 날일자 걸침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3> 날일자 걸침, 백의 대응은?
여기서 백의 대응 또한 다양하죠. 초보 시절 제일 먼저 배우는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날일자 받기(A), 한 칸 받기(B)부터 시작해서, 기초 행마의 기본 격언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붙이기(D), 협공류(C, E)까지.
간혹 많은 초보자 분들이 F를 두시는 경우가 있는데, 현 상황에서는 그다지 좋은 대응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F로 붙이면 당연히 흑은 D로 뻗는데, 이건 흑을 굳혀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후 백A 혹은 B, 흑의 2립 3전으로 이것도 정석의 하나입니다만, 이후 33 침입 같은 기분 나쁜 뒷맛이 있어서 백이 좋을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림 4> 흑으로선 땡큐
F가 쓰일 수 있는 경우는 하변 E 부근에 백돌이 있어서 흑이 2립 3전으로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이때는 F로 붙여서 흑을 D로 굳혀 주는 게 흑돌을 무겁게, 즉 쉽게 버리기 어렵게 만들어서 계속 괴롭힐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6점 등의 접바둑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격 수단입니다.
<그림 5> 어디다 두지???
오늘은 날일자 걸침에 대한 날일자 받기 그리고 그 다양한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6> 기본 정석 중의 기본
정말 추억의 기본 정석입니다. 바둑에 발을 들여놓으신 적이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다들 보셨을 그 기본 정석. 저도 십년 가까이 바둑을 뒀습니다만, 아직도 애용하는 정석입니다. 그야말로 호각의 갈림이긴 합니다만, 백 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방면, 흑 쪽에서는 활용 수단이 그다지 없어서 백이 견실한 정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백의 활용수단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7> 후수지만 중앙을 굳힐 수 있음
백1로 들여다보는 건 ‘내가 끊으려드니까 넌 이어라’라는 의미입니다. 들여다보는 데에 안 있는 바보 없듯이 잇는 게 보통이죠. 하지만 우측 흑의 세력이 강하다면 백1에 대해 ‘어디 한 번 끊어봐라, 누가 죽나 해보자’란 식으로 A로 뛰어서 오히려 가르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주로 상변 방면에 백의 모양이 있어서 그 모양과 좋은 호응을 이루고자 할 때 이 수단을 이용합니다.
<그림 8> 흑을 분단시키고자 할 때
그림에서 보시듯 우측에 백돌이 하나 오게 될 경우에는 이렇게 붙여 끊는 수단이 성립합니다. 이후의 변화를 몇 가지 더 살펴보죠.
<그림 9> 흑 한 점 고립
<그림 10> 백의 실리 vs 흑의 세력
<그림 11> 패
이 변화를 의도하실 경우엔 그림 10을 염두에 두셔야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흑이 저런 식으로 세력을 차지하더라도 그 세력이 내가 차지하는 실리에 비해 가치가 적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결행을 할 수 있는 셈이죠.
흑은 분단당하는 게 정 싫다면 다음과 같은 선택권이 있습니다.
<그림 12> 당한 모양
분단 당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백히 그림 7처럼 중앙을 그것도 무려 선수(!)로 굳혔습니다. 백9과 흑10의 교환도 아프죠. 백9 흑10으로 받지 않으면 백이 오히려 10에 두어서 흑은 한 집 밖에 없는 곤마가 되어서 안 둘 수도 없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것이 백 세모의 존재 의미입니다. 백 세모가 없다면 흑은 2로 끼우는 게 정수입니다. 흑이 중앙을 굳히긴 했어도 백도 우하 쪽으로 길이 열리니까요. 백 세모가 흑의 앞길을 가로막고 또 백9, 흑10의 교환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이렇게 바둑은 주변 배석의 상황에 따라서 같은 모양도 결과가 천양지차가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백의 노림만 이야기했는데, 흑 또한 노림이 있습니다.
<그림 13> 흑의 노림
흑 세모가 왔는데 백이 손을 뺐을 경우, 흑1로 밀어서 백의 근거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흑 세모와 흑1 자리는 맞보기 자리이기 때문에 흑 세모가 오면 백1로 받거나, 흑1로 오면 백이 세모 방면으로 뛰어서 받아두는 편이 대체적으로 낫습니다.
일반적인 응수는 중앙으로 한 칸 뛰는 겁니다. 격언에도 중앙으로 한 칸 뜀에 악수 없다고 하죠.
<그림 14> 이후 백은 귀 쪽을 막아서 안정을 노린다.
그런데 이 수순을 생략하고 상대가 밀어오니까 막겠다는 식으로 손따라 둬버리면 일이 터지는 겁니다. 얘도 변화가 참 복잡한데요, 지면 관계상 흑이 축이 유리한 경우와 불리한 경우 두 가지 일반적인 경우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림 15> 흑이 축이 유리한 경우 - 백 전체가 미생마
<그림 16> 흑이 축이 불리한 경우 - 백은 수습, 흑은 세력 구축
자, 그림 16에서 생각해볼 점 두 가지.
1. 백11로 흑 두 점을 제압하는 대신 백이 A로 밀고 나갔을 때, 무심코 B로 받아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2. 백9에 대해 흑 10으로 잇지 않고 흑 A로 밀고 나갈 경우 축이 발생합니다. 이 축이 불리할 경우에는 흑 10으로 둬야만 하는 건데, 어떻게 발생하는지 생각해봅시다.
<그림 17> What comes next?
이로서 화점 정석의 가장 일반적인 모양에 대해 대강 다루어보았습니다. 이제 백의 차례입니다. 이번 포석은 온리 날일자 걸침만으로 완성을 지어보고 싶군요. 대략 날일자로 걸칠만한 자리가 A, B, C, D가 있습니다.
어디로 걸치고 싶으세요? 여러분의 대답이 다음 주 포석 진행을 결정합니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모인 답변으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물론 좀 에러인 걸침은 제외할 것입니다.^^)
다음 연재 읽기
2. 스피드 수읽기 퀴즈
<그림 18> 문제도
A(10급) - 흑선활, 실전에서 은근히 덜컥 실수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죠.
B(5급) - 백선. 오늘 나온 화점 정석 변형에서 흑이 기어이 끊겠다고 나설 경우입니다. 백의 가장 좋은 연결 수단은 무엇일까요?
C(1급) - 흑선. 우측 배석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D(유단자) - 흑선. 수순이 중요합니다.
<그림 19> 정답도 A - 흑5 ... 백2 / C - 패가 정답 / D - 백12 ... 흑5
3. 주간 PGR 명장면
첫 PGR 명장면은 어쩔 수 없이 어제 제가 둔 대국에서 발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20> 장면도 - KGS 서버 백 ngy(1급) 대 흑 diminate(2급) 정선
사실상 승부는 난 상태, 중반의 수많은 백의 실수에 힘입어서 거의 즐기다시피 후반까지 가게 되었는데요. 또 이럴 때일수록 만방으로 이겨버리고 싶은 게 자비심 없는 잔인한 하수 마음. 결국 좌상 중앙 쪽 백의 약점을 기어이 결행하고 맙니다.
<그림 21> 실전도 - 백4 ... 흑 세모
흑1은 당연히 눈에 보이는 약점. 이 이후에 백이 넉점을 포기 하지 않고 실전처럼 2로 따내었을 때, 흑이 한 집 나는 것까지는 읽고 있었기에 나중에(백이 못 보기를 바라면서) 적당히 백의 공배를 메우다가 결행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왠지 주변 상황이 두 집 내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겨서 일단 그 이상의 수읽기는 없이 결행해본 것입니다(어차피 이긴 바둑이니). 그런데 실전은 상대가 무슨 착각을 했는지(혹은 던지려는 수였는지), 1분 이상의 장고 끝(혹은 자책한 끝에?)에 결국 백 6을 두더군요.
백6 대신 예상된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 22> 흑 삶, 백 대망
백은 1로 이을 수밖에 없죠. 흑2, 백3을 선수로 해서 한집 내는 것까지가 제가 실전에서 읽은 부분. 그 이후 흑4로 좌변 백을 협박하고, 흑6, 백7, 흑8로 절묘하게 사는 코스입니다. 흑 세모의 위치가 너무 절묘하게 느껴지는데, 만약 이 흑 세모가 없었다면 백A로 흑 사망이었겠죠.
여기서 의문. 흑4에 백5로 받아야하는가? 이 점에 대해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그림 23> 흑의 꽃놀이패
패가 나긴 합니다만 백의 자체 패감도 있고 백이 먼저 따내는 패라서 부분적으로는 백이 유리합니다만, 백집 안에서 난 큰 패라서 흑으로서는 부담이 없고 좌상과 좌하에 각각 큰 패감이 하나씩, 상변 쪽을 뚫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상황이죠.
<그림 24> 역시 패, 그러나 백이 더 불리
1로 두는 것이 어떻게 한 번 버텨볼까 하는 수입니다. 그러나 원래 흑 세모는 백 네모가 A로 끊자고 나서는 의도를 막으려고 둔 수이기 때문에 1의 단수는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저 단수에 덜컥 이으면 흑은 사망 코스로 갑니다.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결론은 패인데 이건 아까보다 더 상황이 나쁩니다. 백은 자체 패감 제로에 무려 흑이 먼저 따내는 패. 이 상황에서의 이 패는 진 거나 마찬가지죠.
자, 여기까지 읽으시고 ‘니 멋대로 생각하고 놀고 앉아있네’라고 중얼 거리시는 분이 계시리라 봅니다. 네, 백이 실수 하지 않으면 흑은 그냥 찍소리도 못하고 사망 코스로 갑니다. 직접 판에 두어보면 너무나 간단한데 막상 두기 전에 눈으로 읽으려 들면 복잡하고 머리가 엉켜서 잘 안 보이죠. 때문에 지레 포기해버리고 실전처럼 되어버리거나, 이판사판으로 일단 두고 보자 해서 어찌어찌 눈앞에 보이는 수들을 찾아내는 게 우리 하수들의 바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백이 망하지 않는(이미 바둑은 졌지만) 코스는 딱 하나 있습니다. 그림 23에서 백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해당 대국의 기보 파일도 함께 업로드 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파일은 sgf 형식 파일로서
http://gobase.org/software/editors/ 에서 적절한 뷰어를 골라서 써서 여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주간 PGR 명장면은 PGR 바둑팬 여러분들이 두신 바둑에서 음미해볼만한 수읽기를 리뷰 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나름 멋지다고 생각하신 장면도 좋고, 특정 장면에 대한 질문도 좋습니다. 매주 수요일까지 제 메일(diminate@hanmail.net)으로 sgf 기보 파일이나, 타이젬 기보 파일(.gib)을 보내주시면 열심히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코너를 도와주실 유단자 분들 찾습니다. 이 코너를 좀 더 발전시켜서 대화 형식으로 대국의 주요 장면들을 복기 해보는 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댓글이나 쪽지 주시기 바랍니다.
4. 바둑 잡설 - 기력 향상의 길, How?
바둑 두는 사람이라면 프로고 아마고, 고수고 하수고 가릴 것 없이 언제나 생각하는 과제, 바로 기력 향상일 것입니다. 그냥 무작정 인터넷 바둑이고, 기원이고 다니면서 두다 보니, 늘 두던 수 두고 늘 하던 실수 또 하고, 이 장면은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돌파구는 딱히 한 보이고, 이런 식으로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기력 향상을 갈구하게 됩니다. 이번 첫 바둑 잡설에서는 어떻게 하면 기력 향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바둑을 잘 두게 되는가? 이 난제에 대한 대답은 사실 특별히 없습니다.
…바둑을 잘 두기 위한 공부는 특별한 것이 없다. 전문기사가 되려면 바둑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겨운 반복, 모양을 중시하여 빨리 두기, 기보의 기억 등이 전문기사가 되기 위한 공부 방법이다. 왜 이러한 공부 방법을 쓸까. 답은 이미 우리가 논하였던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기본적인 定型과 다양한 變形에 익숙하기 위해서이다. 익숙해야만 단순화할 수 있으며, 핵심을 돌파할 수 있다. 급소를 찾는 일, 그것은 모양과 그 변형을 하나의 가설로 이해하고 외우는 수밖에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다소 둔한 방법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분류하고 체계화시키면 얼마나 진보에 도움이 될 것인가. 누구나 쉽게 익숙해지기도 할 것이고.…
(출처 : 문용직, 바둑의 발견)
문용직 사범님의 말씀대로 그저 시간 투자해서 외우는 것이 지금 현재 존재하는 유일한 왕도입니다. 바둑의 이론이 좀 더 체계화된다면 그만큼 시간이 줄겠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외우면서 감각적으로 좋은 수를 찾아내게 되는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작년에 제가 잠깐 바둑 학원에 다녔을 때 지방 연구생 초등학생의 공부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되었습니다. 기보 외우기, 문제 풀기, 실전. 본격적인 서울 지역 연구생 혹은 유명 도장에서 프로 기사를 노리는 아이들은 이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받겠지만, 기본은 똑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들 훈련의 목적을 살펴보면 우리가 기력 향상을 도모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답이 나오겠죠.
기보 외우기는 기본적으로 감각을 늘리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들의 감각을 몸에 배게 만드는 일종의 기계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겠죠. 왜 그 수를 두었는가, 혹은 자잘한 변화에 대한 건 제쳐놓더라도 일단 그런 류의 상황에서는 그 수라는 식으로 바로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거죠. 기보 해설집에 담긴 변화도까지 외우게 시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 저도 한때 흑번의 양소목 미니 중국식 포석을 기본으로 한 프로 기사들의 기보를 딱 초반 50수까지만 매일 하나씩 외워봤습니다. 확실히 포석 감각에 대한 도움은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흑을 잡았을 때는 초반 국면에서 손해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중후반에 펼쳐지는 수많은 싸움과 맥점들은 우리들 수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이더라도, 어느 정도 정형화 된 모양들인 정석들의 조화로 이루어진 초반전은 나름은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라고 봅니다. 포석이 약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께 특히 추천해드리고 싶은 방법입니다.
문제 풀기는 말할 것도 없이 수읽기 훈련이죠. 순간적으로 이곳이 맥점이다 싶은 곳을 찾아도 그 이후 진행을 못 읽어서 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장면은 격언대로 두어야하는 곳인가 아닌가, 그걸 판단하는 것도 몇 수 뒤의 진행을 읽는 수읽기가 기본입니다. 사실 제한시간 10분의 속기가 주류인 인터넷 바둑에서 차분히 수읽기를 할 시간은 없죠. 그렇다고 제한시간 많이 준다고 해서 우리가 수읽기가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수의 생각 시간은 쉬는 시간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때문에 수읽기라는 능력은 실전을 통해서 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이른바 막바둑으로 바둑을 배워 오신 분들께서는 순간의 맥점을 찾는 감각은 뛰어나되, 수읽기가 부족해서 기력의 한계를 느끼시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에 대한 우리들의 해결책은 역시 문제 풀기. 그러나 바둑 도장의 연구생들이 접할 수 있는 만큼 수많은 문제들을 우리는 접하지 못합니다. 결국 책을 사야한다는 건데, 왠지 돈이 아깝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좋은 사이트를 하나 알려드립니다.
http://www.goproblems.com 이라는 외국 사이트인데 각 급수별로 유저들이 다양한 문제를 업로드 하는 사이트입니다. 여기서 짬날 때마다 매일 10문제씩만 푸셔도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수읽기를 하는 훈련에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스피드 수읽기 퀴즈 코너에서 제출하는 문제들의 대부분이 이 사이트에서 발췌될 예정이라서, 저 스스로 밑천을 깎아먹는 행위이긴 합니다만...^^;)
실전. 이건 바둑팬이시라면 매일 수없이 반복하는 행위이니 새삼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실전을 그냥 두는 것보다 복기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냥 한 판 두고 이기면 기분 좋게, 지면 기분 나쁘게 나가고 다음 사냥감을 찾기보다 한 번 더 자신이 둔 대국을 살펴보면서 이 장면에서는 어떻게 둘까, 저 장면에서는 어떻게 둘까, 대국 당시에는 시간에 쫓겨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을 해보는 거죠. 사실 남에게 배우는 게 가장 느는 게 빠르다는 이유가 바로 이 복기 때문입니다. 시간 투자에서 복기만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사실 남에게 배울 필요는 없는 셈이죠(물론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복기를 해주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긴 합니다.)
이런 식으로 프로가 되기 위한 훈련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해줘도 충분히 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꾸준히 시간 투자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겠죠. 사실 다 아는 방법인데, 결국 시간이 없어서(라고 페이크를 걸고 사실은 귀찮아서)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력 향상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의문이 있죠. 바로 ‘책을 사야하는가?’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바둑 서적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책도 잘 안 팔리는데, 바둑책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론보다 실전을 더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 성격상, 옆나라 일본만큼 바둑 이론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순수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바둑책 수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프로기사 이름 달고 나오는 서적 대부분은 이름만 빌려주고 누군가가 대필한 것이고요. 뭐 이것저것 많아도 실속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바둑을 누구한테서 배운 게 아니고 순수 책 보고 독학만으로 기본을 익히긴 했습니다만, 사실 정말 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은 그다지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읽기 훈련을 위해서 다양한 모양을 접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어떤 책이든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니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책을 읽으면 뭔가가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접근하기보다 스스로 직접 장면도에서 수읽기를 연습하는 게 필요하죠. 책은 그런 수읽기를 해야할만한 주요 포인트 장면들을 짚어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만년 10급의 레벨을 탈피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준 책이 세 권 있는데, 하서 바둑 시리즈에서 나온 ‘종합전술문답’, ‘국세 판단과 응수’, 그리고 ‘종반전과 끝내기’입니다. 일본책을 번역한 것인데, 각각 저자가 사카다 에이오, 하시모토 우타로, 이시다 요시오입니다. 아마 바둑팬들께서 한 번씩 이름을 들어보신 기사들이겠죠. 면도날이란 별명을 가지고 한때 일본 바둑을 제패했던 사카다 에이오(이 분의 기보는 지금도 좋아하는 팬이 많다고 합니다), 조훈현 9단의 스승 세고에 9단이 길러낸 한, 중, 일, 세 명의 천재 기사 중 한 명이자 일본 관서 기원을 세운 하시모토 우타로, 이창호, 박영훈 등 요즘의 신산에 비할 바는 못 되어도 당시에 상당한 끝내기 실력을 자랑했던 컴퓨터 이시다 요시오.
종합 전술 문답과 종반전과 끝내기는 친구의 추천으로 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