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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11 11:23:22
Name 미남주인
Subject [일반]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신(혹은 못하신) 분들을 나무라지 말아 주세요.
댓글을 길게 쓰고 있었는데 게시물이 사라져 버렸네요. 그래서 소중한 글들을 한 칸 밀어내고 write버튼을 누릅니다.

뒤에 숨어서 키보드로 부추긴다는 말씀은... 자극적이고, 저의 생각과는 좀 다르네요. (그러면 안되겠죠... 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나오지 않을 거면 글도 쓰지 마라는 말씀은 답답해서 한탄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래도 좀... 말씀이 심하십니다.)

지속적인 참여는 아니지만, 작년 촛불집회에 참석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을 듣고 분향소로 달려갔습니다. 이번 집회에는 반드시 오늘이 아니면 안되는 일이 있었던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활의 문제 때문에요. 물론 이런 댓글을 달고, 웹서핑을 하고, 공원에 나가 휴식을 취하느니 이번에도 갈 걸 그랬다는 후회는 있습니다만, 더 이상 무리해선 안되는 생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집회에 참석해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글로 부추기는 사람들?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애초에 정말 부추기기만 하고 다른 어느 것도 할 마음이 없는 분이라면 변하시길 바라긴 하지만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건이 되는 한 분이라도 더 직접 참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일이 왜 비겁한 일입니까?

참석해 보지 않으면 두려운 마음에 망설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운동권 학생도 아니던 제가 그저 학교 동아리방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경이 아무나 잡아가기도 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되기까지 공권력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나만 나서지 않으면, 게다가 관심 조차 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러저러한 이유로 총학 사람들과 알고 지내기 전까지는 모든 운동권 학생은 강성이며, 모두 사상과 이념에만 꽂혀 있는 사람들인 줄 알고 꺼려했습니다. 하지만, 경험하고 난 이후에는 이러할 수도 저러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물론 간접적인 경험으로도 충분히 아시는 분도 계실테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견식이 높아지기도 하지만요.

집회, 시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정말 저 사람들이 대부분 일반 시민일까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고치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 또, 직접 거리에 나서기에는 용기가 부족하신 분도 계실테고, 나쁜 경험이 있어서 나서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생업이 바빠서 혹은 거리와 일정상의 문제로 함께 하실 수 없는 분, 본인의 미래를 위한 투자만을 하는 데에도 헉헉대며 생활하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키보드만으로라도 참여를 하시고 계십니다. 심지어 평소 정치에 관심 조차 없던 분들이 적어도 넷상에서 의견만은 내고 계십니다.

000님(일부러 지우신 것 같아서 닉네임 안썼어요.)께서는 단지 귀찮아서 참석 않하시는 분들에 대한 의견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 조차도 글 하나, 댓글 하나로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주고 계시고 있고, 그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분들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자각하고 한마음이 되어서 나라를 걱정하고 계시니까요. 게다가 어이상실 캐릭터들(?)을 온라인에서 상대하느라 평정심을 찾으며 상대하기엔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도 하구요.

이런 식이라면 MB정부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말씀하시는 데 그게 어찌 승리입니까. 지지 않았다고, 너희들이 그래봤자 달라지는 거 하나 없으니 맘대로 하라는 식의 배째기일 뿐 입니다. 중요한 선거에서도 그들의 골수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변하기 쉽고 잊기 쉬운 분들을 감언이설로 불러들여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승리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끝까지 가도 완전히 무너지기 전 까지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버틸겁니다. 그게 어찌 승리입니까. 그저 쓰레기산을 높이 쌓고 그 위에 올라 너희들 따위 보다 내가 우월하다라고 강변하는 데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 한번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범국가적 소요 사태 수준이 아니고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촛불집회를 보면서 어떻게 느끼셨는 지 궁금하네요. 그렇게 많은 국민이 거리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은 정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500만(600만 이상이라는 말도 있었고, 그 보다 적은 지 많은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국민이 분향소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이번 집회의 규모가 두 배쯤, 혹은 그 이상 큰 규모로 진행되어 성황리에 마쳐졌다고 한들 당장 그들이 패배했다고 수그리고 들어오진 않을 겁니다.

별의 별 할 수 있는 일들을 동원해도 꿈쩍 않을 만큼 낮짝이 두꺼운 정부입니다. 많은 분들이 글로나마 성원하셔서 오래도록 깨어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투표까지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투표가 아니고는 들어먹을 그들이 아닙니다. 정책에 대한 부분적인 양보나 물러섬 조차도 기회만 보이면 뒤집어 버릴 테구요. 모든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생업을, 본인의 꿈을, 생활을 뒤로 미뤄두고 모두 뛰쳐나오기엔 너무 길고 긴 싸움입니다. 여건이 되시는, 조금 더 열성적이신 분들의 참여에 박수를 보내고 때때로 동참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다른 분들을 비난하시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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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11 11:29
수정 아이콘
주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죄다 쓰셔서 제가 더 붙일 건 없고 추천 하나 드리고 갑니다.
미남주인
09/06/11 11:35
수정 아이콘
추천을 다 받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애초에 댓글로 쓰던 글이라 내용이 부실해 죄송합니다. 꾸벅!!! (게다가 요즘 시국이 하도 어수선해서 피지알에 자주 들렀더니 해야 할 공부가 좀 밀려서 글 하나 남겨두고 휘릭 사라지게 되었네요. 이해 부탁드려요~)
09/06/11 11:43
수정 아이콘
Shura님// 헉 여기서 글쓴님에게 주인님이라고 칭하면 저도 미남이 되는 건가요? @@

집회가 정권을 바꾸진 않습니다. 정권을 바꾸는건 국민의 투표죠.
집회는 자신의 주장을 알려서 관심을 촉구하고 투표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입니다.
그런데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치에 관심 가지지도 말고 댓글도 달지 말라고 하고 싶다... 라고 한다면
좀 난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울컥했습니다.
나루호도
09/06/11 11:50
수정 아이콘
백번공감합니다.000님께서는 프랑스를예를들어 피의투쟁을 근원으로 하는것이 민주주의다.즉 이땅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위해 피의투쟁은불가결한 요소이다 라는 말을하셨죠.제 생각은 좀 달라요 민주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한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민주주의는 그네들과는 다르다는겁니다.시민들의 목소리는 집회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장소를 통해서도 외치고있습니다.집회라는것은 한정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그 목소리는 그곳이아니면 들리지않습니다.하지만 인터넷은 시간 장소를 구애받지않고
그 전파력이 매우높습니다.그렇게 우리나라는 프랑스에서의 그것과 차별화된 새로운 민주주의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위말해 "뒤에서 부추기기만 하는"사람들이 있을수 있습니다만 그것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단순히
부추기기만 하는 사람으로 치부할수없을겁니다.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은 저사람이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가? 왜 저렇게 외치는걸까? 에 대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지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려고 합니다.그에 비하면 단순하고
적극적이지 못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게시글또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유도할수있고 참여의 길을 열수있습니다.어떤면에서 본다면
더많은 사람들이 볼수있고 공감할수있다는것이죠.이처럼 대한민국만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열어가는 시기에 우리는 피의투쟁을 해야한다.피를통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발상은 위험할수 있다는거죠.과거의 것을 엮어 지금의것을 비판할때가 아니라
새로운것을 창조하는것에 관심을 갖고 구시대적인 민주주의(피를통한)가 아니라 신개념의 민주주의(집회+인터넷)를 이룩하는데
사람들의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참고로 저는 대학생입니다. 000님 대학생을 포기하지마세요.
09/06/11 11:51
수정 아이콘
랑맨님//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예예! 저번에 제가 술먹고 올린 카라찬양글에 리플을 달아주셔서 즐겁게 논 기억이 있거든요 흐흐.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집회참여를 했었는데 괜히 울컥하더라구요.
그놈의 기말고사, 제 알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졸업은 해야겠기에.. 또 울컥하네.
강대성
09/06/11 12:18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봤습니다.
민주주의가 [ 집회 + 인터넷 ]으로 이루어 진다면 그보다 좋은게 어디 있겠습니까..
제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분들이 그런점을 낙관하시고 계신것 같네요,
다름과 틀림은 구분할줄 아시는 분들이 있는 게시판이기에 글을 썼는데,
제 생각에도 감정적인 면에 치우친 글이었고, 불쾌감을 많이 느끼신것 같네요.
다 같이 힘냅시다..
루크레티아
09/06/11 13:26
수정 아이콘
집회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참석하는 것이죠.
집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그 의지에 100% 공감하지 않는다고 해서 질책을 받는다면 예전 87년에 거리로 나오지 않았던 사람들은
민주화 의지가 없었던 사람이란 논리네요.

요즘은 그래도 정부에서 참 잘(!)해주고 있는 덕분에 젊은 층에서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좋군요.
어찌보면 대통령 말대로 자신은 민주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 저변을 넓혀주고 있으니까요.(자기 무덤을 파고는 있지만...)
Best[AJo]
09/06/11 14:11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추천 한그릇 드립니다.(?)
미남주인
09/06/11 16:37
수정 아이콘
강대성님의 글을 보셨던 분들도 댓글 남겨 주셨네요.

랑맨님// 그냥 주인이 미남인 겁니다..하핫.

나루호도님// 과거와 다른 표현의 방식으로 인터넷은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댓글에 적어주신 말씀들 다음에 술자리에서 친구와도 한 번 얘기를 나눠 보고 싶네요.^^;; 공감하는 내용인데 이것저것 말을 하다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수단의 변화에 대해 말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강대성님// 의도와 달리 좀 표현이 격해보였는데 안타까움에 조금 감정적이셨나 보네요. 저도 집회에 참석 하는 것이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을 전혀 들어주진 않지만, 구닥다리 방식인 그들의 경우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반응을 하니까요.(그 반응이 전혀 예상 밖이어서 곤란하긴 하지만요.;;)

루크레티아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이 많죠. 집회 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회적 활동이건 스스로에게 비겁한 행동만 아니라면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의 성향이나 생각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고, 소극적인 참여자 혹은 방관자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린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워낙 MB정부나 한나라당에서 침묵하는 다수에 대해 평가절하(그들 입장에서는 절상일까요?) 하는 탓에 안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죠. 그들은 마치 침묵하는 다수의 대부분은 촛불집회에 참가하거나 노 전대통령님의 서거를 추모(분향소나 영결식에 참석하는)하는 행위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여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마니까요. 주변에도 얼마든지 직접 참여는 하지 않지만 그에 동조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도 말이죠.

그들의 주장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시국선언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한 교수가 일백 몇 십명 수준이니 소수 가운데에도 극소수의 교수만 반대한다고 말을 할 수도 있을테고, 뉴라이트 계열이 추진한 집회의 경우 비교 조차 무색할 정도의 소수이니 수구꼴통이나 참여할 만한 집회라 할 수 있겠죠. 누구 맘대로 침묵하는 다수가 자신들의 편 혹은 적어도 자신들을 반대하지는 않는 이들이라고 단정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저 그들은 조중동 처럼 이리저리 궤변을 늘어놓으며 유리한 대로 입맛에 맞게 가공하고 날조하는 XXX 같은 무리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Best[AJo]님//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배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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