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자친구 입니다.
여기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늘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대단한 내용을 적기에는 글재주도 없을 뿐더러 그것을 메울 학식 또한 더욱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본 뉴스 한 꼭지가 너무 인상 깊어 제가 느낌 감정을 한분이라도 더 느낄수 있기를 바라며 되도록 사설(私說)을 줄인채 글을 남깁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 많은 상황과 순간에 마주칩니다. 그것은 화합의 순간일수도있고, 갈등의 순간일수도있으며, 비탄과 애도의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럴때 마다 때로는 주먹과 총, 혹은 눈물과 말(言)로써 그 상황을 헤쳐나갔습니다. 이번에 말씀 드릴 것은 평등을 위한 투쟁 중 인종갈등, 그 중에서도 지난 6월17일 있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 지역의 아프리칸 임마누엘 감리교회에서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과 그 이후, 그리고 추도식에 관해서입니다.
수요일 저녁 9시경 교회에서 총성이 울리고 9명이 쓰러졌습니다. 범인은 '너희들은 우리 여성들을 성폭행 했고, 우리 나라를 야금야금 차지했다. 너희들은 이 나라를 떠나야한다. 난 흑인에게 총을 쏘러 왔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말하며 총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그는 다음 날 검거 되었고 21살의 백인 청년의 딜런 루프(Dylan Roof)였습니다.
그의 정보가 알려지면서, 과거 행적이 파헤쳐졌고 남부연합기(The Confederate Battle Flag)[1]를 위시로 한 흑인증오범죄의 흔적이 곳곳에 발견됨에 따라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혀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보석(保釋)을 심사하는 약식 재판이 열렸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의 관례에 따라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에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딜런 루프에게 증오와 저주가 아닌 '용서'를 하며,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위대한 메세지를 전합니다.
20초부터 재생,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로 시작하는 Nadine collier씨의 말은 너무 절절하네요...
유족들은 고명한 신학적 지식이나 권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보여준 자세는 그 어떤 설교나 신앙체험도 범접할 수 없는 성서적인 삶의 실천이며 아가페(Agape)를 보여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후 지난 26일 오후3시 반경, 찰스턴의 실내농구경기장에서 이번 교회 총기난사 희생자 클레멘타 핑크니(Clementa Pinckney) 목사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거기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하였고 추모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중략)국가는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겠습니다. 이번 사건이 교회에서 벌어졌다는 게 고통스럽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교회는 흑인들이 적대적인 현실 세계를 피해 인간으로서 살아 있음을, 중요한 존재임을 외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신은 이번에도 신묘한 방식으로 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범인은 희생자 가족들이 오히려 자신을 용서할 것을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이 역시 신의 은총입니다.”
"(중략)하지만 신의 은총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집니다. 누구도 인권 문제, 흑백 갈등을 하룻밤 사이에 개선할 수는 없습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만일 우리가 오늘 영결식 후 또다시 편안한 침묵에 빠져들고 안주한다면 이는 희생자들이 보여줬던 용서에 대한 배신입니다. 오래된 타성에 젖는다면 우리는 희생자들이 범인을 용서한 용기를 더럽히는 것이 됩니다.
오바마는 위와 같이 인종차별에 대한 성찰과 정치적 의미의 추도사를 35분간 이어나가다 절정에 도달했을 무렵 멈추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잠시의 침묵 후, 이 명연설의 백미를 찍을 시대를 뛰어넘는 울림을 가진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놀라운 은총, 이 얼마나 감미로운 울림인가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
20초부터 재생.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영국 성공회 사제 영국인 존 뉴턴이 작사한 곡으로 과거 흑인무역상 시절 흑인들을 학대했던 것을 참회하며 작사한 곡으로 남북전쟁 당시 양 진영 모두에서 사망자를 추도 할때 불렀던 곡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오바마의 행동에 박수가 터져나왔고, 단상에 있던 교단인사들과 참석한 추모객 6000명도 함께 합창했습니다. 그리고 “핀크니 목사가 그 은총을 발견했다”고 말한 뒤 다른 희생자들 8명의 이름도 차례로 부르며 같은 말로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이 장면은 생방송으로 미국전역으로 중계되며 유족과 전국민에게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를 두고 CNN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것은 한편의 서사시였다." 고 평했으며, 워싱턴 포스트는 '슬픔과 승리, 은총이 뒤섞인 오바마의 특별한 날'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많은 명문과 연설문을 읽었고, 거기에 때로는 감동받기도 하였지만 눈 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도한 이들에게 수 많은 말보다 노래라는 가장 원시적이지만 그렇기에 날 것의 감정이 그대로 녹아드는 이 따듯한 노래가 유족에게는 최고의 추도사가 아니었을까 감탄하고 감동했습니다.
평등을 위한 투쟁의 역사는 이제 겨우 200년을 넘긴 상태로, 유구한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참으로 짧은 시간 입니다. 그러나 그 평등을 위한 시간 속에 인류는 참으로 가치로운 것들과 많이 마주했고, 또 쌓아왔습니다.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라는 게티즈버그 연설이 그러했고, 마틴루터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로 시작하는 워싱턴 연설이 그러할 겁니다.
그리고 지난 주 있었던 오바마의 이번 연설이 그러한 업적들과 비견 될 만한 걸음이 아니었나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마음을 울리는 연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 차별로 나타나는 유색인종혐오문제와 일베로 표출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 그리고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까지 겪으며 경쟁과 갈등으로 점철 되어가는 한국 사회를 보며 이번 오바마가 보여준 국민의 대표로써 그 국민들과 공감(empathy)하는 능력은 참으로 부러운 부분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저런 대표자를 가져볼까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비록 종교인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인상적인 성경구절이 있어 남기며 글을 닫습니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 4:32)
[1]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남부 연합국이 사용하던 상징이다. 붉은 바탕에 청색 띠, 그리고 13개의 별은 남부 연합 13개 주를 의미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남부연합은 노예를 인정하고 있었는데, 전쟁에 패하면서 미국에서 더 이상 노예를 소유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남부의 많은 백인 부농들이 반발하게 되고 백인우월주의의 여러 모습 중 하나로 이 깃발이 사용되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역사에서도 연설로는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겠네요
연설이라해야하나 스피치라 해야하나 모르겠지만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스피치로 사람마음을끌어내고 동조하게 만드는 스킬이라해야할지
그만의 능력이라고 해야할진 모르겠지만 참 부럽습니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있으니 미국이 강대국이라는 이름을 짊어질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