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약간은 앳된 외모에 조곤조곤한 말투가 특징이었다. 동갑이었던 우리 둘은 금새 친해졌다.
일주일에 5번 정도를 만나며 같이 장도 보고 밤도 새면서 그녀의 대한 호감은 커져 갔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남다른 상처들 때문에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차마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흘러 그녀는 그녀를 두고 바람을 피웠던 전남자친구와 다시 만남을 시작할 것이라고 나에게 상담 같은 통보를 했고 그 때 마음이 찢어진다는 표현을 태어나서 처음 실감하게 됐다.
그 이후에도 참 잘 만났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던 내게 그 아이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시간은 내면 생기는 거라는 멋진 말을 해주었고 결국 그 모습에 이성으로의 마음을 정리하고 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그녀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아무런 연락도 소식도 듣지 못한 채 답답한 시간만 흘렀다.
그렇게 한달 반의 시간이 흐린 뒤,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잘지내” 물어오는 그녀와 오랜만에 문자를 주고 받았다. 다시 사귄다는 남자친구가 그녀의 마음을 찢어놨더라. 차마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린 그녀의 남자친구가 미칠 만큼 싫었고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화요일에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참 좋아했더라고 늦어버렸지만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참 많이 아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 지더라. 그 도시를 떠나서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하며 여행을 하고 그렇게 2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잠시 동안 그녀가 있는 그 도시로 돌아오게 되었다.
첫날 새벽에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공허한 마음에 그녀의 집앞을 찾아가 보았다. 변한게 없는데 우리는 무엇이 잘못 됐을까?
둘째날 약속을 마치고 역시 그녀와 자주 가던 장소들을 훑어보았다. 변한건 없었지만 그녀가 없었다.
셋째날 역시 약속이 끝나고 혼자 그녀와 가던 장소를 곱씹어보던 내 눈앞에 그녀가 보였다.
항상 입던 스타일의 옷과 그녀의 노트북. 그녀다. 커피숍에서 혼자 업무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가 화장실을 간 틈을 다 몰래 커피숍에 잠복한다.
말을 걸까 말까, 수십 번을 고민하고 어색하게 건낸 인사말에 그녀는 적잖이 당황한다.
이런저런 영양가 없는 얘기를 하다 그녀가 말했다.
연락은 받지 않은 이유들.
남자친구가 싫어할거 같아서, 너는 곧 한국가니까 연락을 무시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남아 있던 미련조차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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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저런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안 될 사람은 안 되더라구요. 이런 경우에 말이죠.
결국 언제나 차선책일 수 밖에 없는 거죠.
그걸 끝까지 버티고 영원한 등대처럼 남으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혹독한지, 못 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미련 어서 버리고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