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6/10 17:46:39
Name 암네의일기
Subject [일반] 그녀가 말했다
외국에 인턴근무를 위해 홀로 온 내가 그곳에 친구가 있을리가 없었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 처음으로 교회를 갔는데 그때 그녀를 만났다.

교회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약간은 앳된 외모에 조곤조곤한 말투가 특징이었다. 동갑이었던 우리 둘은 금새 친해졌다.

일주일에 5번 정도를 만나며 같이 장도 보고 밤도 새면서 그녀의 대한 호감은 커져 갔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남다른 상처들 때문에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차마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흘러 그녀는 그녀를 두고 바람을 피웠던 전남자친구와 다시 만남을 시작할 것이라고 나에게 상담 같은 통보를 했고 그 때 마음이 찢어진다는 표현을 태어나서 처음 실감하게 됐다.

그 이후에도 참 잘 만났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던 내게 그 아이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시간은 내면 생기는 거라는 멋진 말을 해주었고 결국 그 모습에 이성으로의 마음을 정리하고 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그녀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아무런 연락도 소식도 듣지 못한 채 답답한 시간만 흘렀다.

그렇게 한달 반의 시간이 흐린 뒤,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잘지내” 물어오는 그녀와 오랜만에 문자를 주고 받았다. 다시 사귄다는 남자친구가 그녀의 마음을 찢어놨더라. 차마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린 그녀의 남자친구가 미칠 만큼 싫었고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화요일에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참 좋아했더라고 늦어버렸지만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참 많이 아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 지더라. 그 도시를 떠나서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하며 여행을 하고 그렇게 2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잠시 동안 그녀가 있는 그 도시로 돌아오게 되었다.

첫날 새벽에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공허한 마음에 그녀의 집앞을 찾아가 보았다. 변한게 없는데 우리는 무엇이 잘못 됐을까?
둘째날 약속을 마치고 역시 그녀와 자주 가던 장소들을 훑어보았다. 변한건 없었지만 그녀가 없었다.
셋째날 역시 약속이 끝나고 혼자 그녀와 가던 장소를 곱씹어보던 내 눈앞에 그녀가 보였다.

항상 입던 스타일의 옷과 그녀의 노트북. 그녀다. 커피숍에서 혼자 업무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가 화장실을 간 틈을 다 몰래 커피숍에 잠복한다.

말을 걸까 말까, 수십 번을 고민하고 어색하게 건낸 인사말에 그녀는 적잖이 당황한다.

이런저런 영양가 없는 얘기를 하다 그녀가 말했다.

연락은 받지 않은 이유들.

남자친구가 싫어할거 같아서, 너는 곧 한국가니까 연락을 무시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남아 있던 미련조차 끝이 났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상한우유
15/06/10 17:52
수정 아이콘
뭐죠....독자들의 상상에 맞깁니다?
상한우유
15/06/10 17:52
수정 아이콘
혹시....닉네임에서 유추하면 될까요?
15/06/10 17:56
수정 아이콘
한줄요약 - 우리 아군임! 사격 불필요!
상한우유
15/06/10 18:03
수정 아이콘
아하!!!

전 이런 경험이 없어서 눈치를 못챘습니다!?!?


그러나 이미 중년...흑
암네의일기
15/06/10 17:55
수정 아이콘
약간 수정했습니다 흐흐
15/06/10 17:55
수정 아이콘
그렇게 행복한 결말을 맺으신건 아닌거 같네요....
세인트
15/06/10 18:00
수정 아이콘
중반 이후부터 좀 이입해서 봤습니다. 아냐, 미련 가지면 안되...! 하면서요.

제가 저런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안 될 사람은 안 되더라구요. 이런 경우에 말이죠.
결국 언제나 차선책일 수 밖에 없는 거죠.
그걸 끝까지 버티고 영원한 등대처럼 남으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혹독한지, 못 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미련 어서 버리고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
15/06/10 18:01
수정 아이콘
아아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말이죠ㅠ
15/06/10 18:12
수정 아이콘
아아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말이죠ㅠ(2)
질럿퍼레이드
15/06/10 18:33
수정 아이콘
여자분 너무하네요 -_-...
안암증기광
15/06/10 18:5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저게 착하고 좋은 겁니다. 저럴 때 괜히 연락 받아주고 만나도 주고 하면 그걸 맥락과 관계없이 호의로 알아먹는 경우가 꽤 있어요. 전 착각한 쪽도 착각을 유발한 쪽도 되어봤는데 그게 훨씬 더 잔인한 일이더라구요
15/06/11 02:48
수정 아이콘
잘하셨어요. 하고 후회하는게 낫습니다.
15/06/11 10:55
수정 아이콘
오메.. 짜증나는 상황..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967 [일반] [해축] 어제의 bbc 이적가십 [34] pioren5028 15/06/11 5028 2
58966 [일반] 팀의 페르메이르 [10] 삭제됨3833 15/06/11 3833 3
58965 [일반] 실명·핸드폰·집주소…서울시 '메르스 격리자' 정보유출 [39] 토다기7682 15/06/11 7682 0
58963 [일반] [앱 추천] 여러분, 구글 포토 써보세요! [80] 신예terran13132 15/06/11 13132 4
58962 [일반] [K리그] 서울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10] ChoA3123 15/06/10 3123 0
58961 [일반] 사후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유명인 Top10 [22] 김치찌개5853 15/06/10 5853 0
58960 [일반]  '거근' 이야기 [18] 유진호6281 15/06/10 6281 3
58959 [일반] [영화공간] 한국영화 속 '찌질남'을 말하다 [45] Eternity9637 15/06/10 9637 22
58958 [일반]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 번역, 그리고 비속어번역 [24] swift8338 15/06/10 8338 16
58957 [일반] 그릭 요거트. 그리고 리코타 치즈. [24] 유리한13528 15/06/10 13528 8
58956 [일반] [펌] 메르스와 박원순 [378] 절름발이이리17105 15/06/10 17105 24
58955 [일반] 어느 영국인이 평가한 한국의 정치.txt [79] aurelius10480 15/06/10 10480 26
58954 [일반] 한화이글스 응원글 [159] 티미9219 15/06/10 9219 20
58953 [일반] 2차대전 당시 1주일에 1척씩 뽑힌 항모 [30] swordfish-72만세8895 15/06/10 8895 11
58952 [일반] 미국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비공개기업 Top10 [9] 김치찌개4463 15/06/10 4463 1
58951 [일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는 기업 Top10 [12] 김치찌개3975 15/06/10 3975 0
58950 [일반] 그녀가 말했다 [13] 암네의일기4236 15/06/10 4236 4
58949 [일반]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국가 Top10 [23] 김치찌개4545 15/06/10 4545 0
58948 [일반] [역사] 1987년, 민주주의는 결코 거저 얻어진게 아니다 [16] aurelius5529 15/06/10 5529 26
58947 [일반] 핸드폰 구입기 [30] 쿠라5757 15/06/10 5757 3
58946 [일반] 10년전 첫 짝사랑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33] 삭제됨6861 15/06/10 6861 14
58945 [일반] 거근의 추억 [75] 축생 밀수업자9891 15/06/10 9891 51
58944 [일반] [역사]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날줄 아는 리더 [33] aurelius6513 15/06/10 6513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