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스승의 날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저희 학교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어떤 공동체에 속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교수님을 위한 선물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동시에 그 날은 공동체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주최하시는 공연에 저희가 중간에 껴서 한 프로그램을 맡았습니다.
공연 전 리허설이 끝나고 저는 공연을 같이하는 2명과 함께 교수님께 드릴 선물을 포장하러 공연장을 잠시 이탈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포장을 고르고,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근데 공연이 시작되지 않고 공연장입구에 교수님과 인원들 몇 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뛰어가보니 교수님께서
"너희때문에 지금 공연이 시작을 못하고 있잖아!!"라고 화를 내셨습니다.
놀란 마음으로 뛰어들어가니 저희 3명을 공연자들과 백 명이 넘는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저라는 한 사람때문에 늦어진 것입니다.
들어가서 교수님의 사회하에 공연이 시작되었고, 저는 계속 식은 땀이 났습니다.
공동체의 공연이 다가올 수록 더 큰 피해를 줄까봐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되지 않았습니다.
그 행동은 그동안 교수님이 강조해오셨던 시간약속, 책임감 등등을 어겨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연 시간은 여지없이 다가왔고 긴장된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무서운 눈빛을 보내실줄 알았던 교수님은 연습 때와 똑같이 저에게 웃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피해를 주었다는 죄송한 마음을 우선 버리고 공연에 임했습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선물을 드릴 때도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셨습니다.
때문에 회식자리에서도 저는 편안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잘못을 해놓고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교수님 얼굴을 앞으로 보기도 어려워질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교수님께서 가르치셨던 말과 행동을 더욱 더 어기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사죄의 메일을 교수님께 보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상황설명 , 나머지 2명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
말씀하시고 강조하신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사죄, 말씀하시고 처분하신대로 제가 책임지겠다고 하는 장문의 메일을 적었습니다.
보내고 나서 '공동체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구성원들에게 사죄를 하라고 하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남들의 시선은 어떻게 견디지' 등등의 걱정으로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메일을 읽어본 순간 저는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답장은 이랬습니다.
OO야
아무 염려 하지 말고
앞으로 더 열심히 기분좋게
능동적으로 임하도록 하거라
난 이미 다 용서했다
금요일에 맘 편히 나오거라.
망치를 두들겨 맞았습니다. 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는데, 교수님은 이미 저를 용서했었습니다.
그토록 강조하셨던 것을 지키지 않은 제자에게 교수님은 '용서'라는 단어로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장문의 메일을 보내며 마음을 졸였을 제자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교수님께 보낸 저의 답장은
'용서라는 말이 이렇게 와닿는 말인지 몰랐습니다.
잊지 않고 저도 용서라는 말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였습니다.
저의 다짐을 확고히 하고자 이곳에 글을 적습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있다가 교수님을 뵈러가는 마음이 즐겁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좋으네요. 용서란 참 따뜻한 느낌입니다.
반면 글쓴 분께서 '용서'를 구할만큼 교수님께 그리 잘못했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물론 늦어서 폐를 끼쳤으니 용서를 구해야겠지만 '용서'를 해주신 것에 대해 망치로 두들겨 맞을 정도인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용서'보다는 애초에 존경하던 교수님인 것 같고, 그만큼 크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받은 배려와 은혜에 감사하게 된 에피소드인 듯한 느낌은 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