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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31 14:53:41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여러분, 이게 다 비타민 C 때문인 거 아시죠?...
16세기서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영국에서 한창 해외로 원정대를 보내던 시기에 장기간에 걸친 항해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낯선 지역에 살던 원주민도 아니었고 서로 팽창 경쟁을 하던 상대국가의 전선들도 아니었으며 향수병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선원들을 가장 위협하던 것은 다름 아닌 괴혈병이었습니다.

이 괴혈병에 걸린 선원들은 무기력해지면서 우울증을 경험했고 잇몸과 다른 조직에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이 병이 더 진행되면 치아들이 빠지기 시작하고 욕창이 발생하면서 열이 오르고 황달기가 보이며 팔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16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동안 괴혈병이 앗아간 선원들의 수만 해도 거의 2백만 명에 이를 정도였으니 그 무엇보다도 선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것이 바로 괴혈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당시는 이 괴혈병의 원인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는데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의학이라는 게 사실 보잘 것 없기도 했지만 일단 원인이라도 알아야 대처 비슷한 거라도 할 텐데 원인을 알지 못하니 속수무책으로 선원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고 장기간의 항해는 목숨을 건 도박 비슷한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1747년 영국의 의사 린드(Lind)가 전면에 나서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그는 괴혈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던 선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서 각각의 집단에 다른 처방을 내려서 그 결과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린드는 한 집단의 선원들에게는 감귤류의 과일을 먹도록 하였고 다른 집단은 평소에 항해 중에 먹는 음식을 그대로 먹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감귤류 과일을 먹도록 한 선원 집단들은 즉시 괴혈병이 낫기 시작하는 것이었지요.

린드 자신도 왜 감귤류 과일을 먹은 선원들은 즉시 괴혈병에서 회복하는 지 원인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단지 괴혈병을 예방하려면 무조건 감귤류의 과일이나 채소를 먹도록 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할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이제는 괴혈병의 원인이 비타민 C가 부족한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선원들이 장기간 항해에 나서면서 먹던 것은 말린 소고기포가 주였고 과일이나 채소는 거의 먹지를 않았었습니다.

대영제국 해군은 린드의 실험에도 불구하고 감귤류의 과일을 먹는 것이 괴혈병의 예방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납득하지 못했지만 제임스 쿡 선장은 린드의 실험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의 첫 원정에서 많은 양의 사우어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 절임)를 실었으며 선원들이 중간에 다른 항구에 내릴 때마다 의무적으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먹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결국 사상 최초로 장기간의 해외 원정에서 단 한명의 선원도 괴혈병으로 죽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지요.

이야기가 이렇게만 끝났으면 해피엔딩인데 불행하게도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장기간 해외원정의 큰 걸림돌이 하나 사라지자 이제 영국은 맘 편하게 원정대들을 파견할 수 있었고 특히 제임스 쿡의 원정대는 지금의 호주와 타즈메니아, 뉴질랜드를 “발견(!)”하고 향후 이곳에 영국 이주민들이 진출하게 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는 곧 이곳에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는 재앙이 닥침을 의미했습니다. 원주민들의 인구는 영국의 이주민들이 정착하기 전과 비교해서 약 90% 정도가 줄어들게 되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도 극심한 인종차별의 칼바람을 맞아야만 했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살던 원주민들에게는 쿡 원정대의 도착이 곧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러한 영국 원정대의 도착으로 가장 끔찍한 결과는 보게 된 사람들은 타즈메니아 섬에 살던 원주민들이었습니다. 그 섬에서 만년 이상 잘 살아오던 이들은 영국에서 이주민들이 들어오면서 거의 절멸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겨우 생존한 최후의 생존자들 몇몇은 복음주의 수용소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지만 그들은 영국의 이주민들이 제공하는 삶의 방식을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비극은 죽음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지요. 그들이 죽고 난 후 그들의 시신은 인류학자들과 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그들은 죽은 시신들의 신체 치수를 재고 몸무게를 측정했으며 그들의 골격은 박물관의 전시물이나 인류학의 수집품이 되어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1976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타즈메니아 원주민 여성의 유골이 박물관으로부터 양도되어 땅에 묻히기까지 타즈메니아 원주민들은 죽어서도 영면의 길에 들지 못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린드가 괴혈병의 해결책을 찾고자 했을 때 이 모든 것을 다 염두에 두고 실험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발견이 장기간 원정 항해의 큰 걸림돌을 제거한 것은 사실이고 호주, 뉴질랜드, 타즈메니아 등지에 살던 원주민들에게 닥칠 재앙의 길을 더 재촉한 측면은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비타민 C가 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도 어려울 것 같네요. 물론 그 재앙이라고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조금 빨라졌느냐 늦어졌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린드나 비타민 C가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닥칠 일이긴 했습니다만...



비타민 C...다른 말로는 아스코르빈산이라고도 하지요...무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Yuval Noah Harai의 저서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를 참고로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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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4/12/31 14:57
수정 아이콘
1등의 영광?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wordfish-72만세
14/12/31 15:02
수정 아이콘
사실 이건 영국 중심의 세계사의 폐해적인 내용이라고 봅니다. 엄밀히 말하면 쿡과 상관 없이 네덜란드 상단에 오스트렐리아는 발견되었으며
심지어 쿡은 영국인 최초도 아니었습니다. 뎀피어가 최초였죠
영국과 관계 없이 네덜란드 상단에서 라임 쥬스 보급 때문에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된 상태였거든요.

단지 영국 해군의 보수성 때문에 채택만 안되고 오스트렐리아는 개척의 동인이 없었을 뿐이죠.
동네형
14/12/31 15:04
수정 아이콘
괴혈병 얘기죠? 비타민이 중요한거긴 한데 비타민 c때문에 생긴거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마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은데..
레지엔
14/12/31 15:52
수정 아이콘
괴혈병은 비타민 C 특이적 질환일걸요? 다른 원인이 있었나요?
동네형
14/12/31 16:02
수정 아이콘
몰라서 물어본건데요 ;;;
레지엔
14/12/31 16:05
수정 아이콘
아;; 괴혈병은 비타민C 결핍으로 인해서만 발생하는 질환입니다(괴혈병적 증상은 다른 원인으로도 가능한데, 이 경우는 보통 선천성 질환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다른 비타민이 모자라면 다른 형태의 질환(각기병같은게 유명하죠)으로 나타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황했음(..)
동네형
14/12/31 16:28
수정 아이콘
크 자게를 질게로 이용하는 고급기술입니다.
14/12/31 15:05
수정 아이콘
흠.. 라임쥬스가 생각나네요.
이부키
14/12/31 15:07
수정 아이콘
비타민c가 생각 외로 온갖 음해를 받고 있었군요.
14/12/31 15:16
수정 아이콘
괴혈병에는 라임쥬스

태풍에는 성스런향유

그리고 이도저도 귀찮으면 천사상!
영양아래
14/12/31 15:23
수정 아이콘
기..기..기부!
여성가족부
14/12/31 15:36
수정 아이콘
오늘은 특별한 물건이 있소
유리한
14/12/31 15:42
수정 아이콘
당신, 우리들과 다이스를 하겠소?
VinnyDaddy
14/12/31 15:46
수정 아이콘
배의 가치도 모르는 놈은 썩 꺼져!
지나가다...
14/12/31 16:38
수정 아이콘
고양이도 한 마리 있어야 합니다?
14/12/31 16:59
수정 아이콘
제독, 술은 적당히 합시다.
구밀복검
14/12/31 18:22
수정 아이콘
천사상보다는 여신상이...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4/12/31 19:18
수정 아이콘
나는 항구를 떠도는 철새요.
꺄르르뭥미
14/12/31 22:28
수정 아이콘
앗살라무 알라이쿰!
王天君
14/12/31 15:31
수정 아이콘
오늘도 원시인의 음해는 계속된다...!!
Aye Caramba
14/12/31 15:37
수정 아이콘
선장 큰일입니다! 괴혈병이 발생했어요!
아이지스
14/12/31 15:57
수정 아이콘
naval attrition이 감소했습니다
검은책
14/12/31 16:09
수정 아이콘
영장류가 비타민 씨를 몸안에서 합성하는 유전자를 잃어버린 것이 뇌발달과 연관이 깊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말하자면 비타민씨의 원료인 포도당은 뇌의 에너지원이고 비교적 비타민씨 공급이 어렵지 않았기에 합성능력을 잃는 대신 뇌에 에너지를 더 많이 공급했다... 뭐 이런 요지 였는데 진화에 실패한 원시인한테 비타민씨 이야기를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드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러게 이게 다 비타민씨 때문이네요.
겨울삼각형
14/12/31 16:09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 게임 때문인지..

포르투갈, 스페인이 개척을 시작한 전세계의 바다 주권이 영국으로 바로 넘어갔다고 많이들 생각하시지만,
스페인의 쇠퇴와 영국의 대영제국화(?)에는 약 1세기 이상의 간격이 존재합니다.

16세기말 엘리자베스 여왕시절 스페인함대를 칼레해전에서 무너트렸다지만, 따지고 보면 스페인 육군의 영국본토 상륙을 막은 정도.. 밖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때 엘리자베스 여왕이 스페인과 전쟁을 치룬건 당시 스페인 국왕의 영지였던 저지대 지역인 현재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벌어졌던 종교전쟁 + 독립전쟁 차원에서였지, 해외 영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에도16~17세기 영국은 해외로 눈을 돌릴 여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1600년대 중반에는 호국경 올리버 크롬웰을 기점으로 왕국이 전복되고 다시 복권되는 시기였고, 1700년대 들어서 왕가가 단절되어 하노버 왕가로 넘어가면서 또 왕국 안정화 시키기에 바빴죠.

스페인도 그렇게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 열심히 전쟁질 (+ 오스만 투르크의 서진을 저지한건 그래도 합스부르크 가문.. 때문이긴 하죠..) 이후 왕가의 낭비로 쇠퇴하는 시기 전세계 바다를 접수한건, 독립한 네덜란드였지요.
미즈키나나
14/12/31 16:51
수정 아이콘
사스가 패왕 릴 알고트?
구밀복검
14/12/31 18:34
수정 아이콘
심지어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총독(쿤)도 쫓아내고 지가 독점해버리죠 -0-;
14/12/31 17:07
수정 아이콘
영국이 해외로 눈 돌릴 여유가 없는 대신에 암암리에 자국 해적들 지원해줘서 포르투갈,스페인 상선 많이 털어먹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겨울삼각형
14/12/31 16:30
수정 아이콘
추가,

제임스 쿡은 괴혈병 뿐만 아니라, 선원들을 [매일 목욕을 시켜서] 다른 전염병이 생기는것도 억제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발견해서 보고한것중에는, 문명5에 등장하는 자연경관인 대보초가 있지요.

하지만 최후에는.. 원주민과의 출동로 마감하게 되지요..
구밀복검
14/12/31 18:44
수정 아이콘
언제 한 번 영국의 잉부심에 비롯된 흑역사들을 종합해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네요. 보어전쟁이라든가 스콧 포장이라든가 요리라든가 SA80이라든가..
14/12/31 20:28
수정 아이콘
항상 네안데르탈님의 글을 즐겨 읽고 이번 글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추천도 눌렀슴다 헤헷).
그나저나 과학은 아니지만 공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글을 보았을 때는 의사 혹은 과학자의 새로운 발견이 훗날 어떤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을 결과적으로 앞당겼을 때 그 책임이 그 사람에 있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네요. 원자폭탄과 오펜하이머, 다이너마이트과 노벨 같은 관계랄지...
14/12/31 22:41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있어서 여쭤보려 합니다.
글 쓰신대로, 비타민 C가 다른 말로 아스코르빈산이라고 하잖아요.
아스코르빈산 100%인 비타민 C 알약이 시듯, 대부분의 비타민 C 함유 식품들은 대개 '시다'고 인지하기 마련이고요.

근데 감잎차라든지, 기타 채소들의 경우에는 신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도 비타민 C가 들어있다고 하잖습니까.
이 지점이 궁금한건데요.
아스코르빈산이 다른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인건가요 아니면 미량 존재하기에 혀가 감지하지 못하는건가요?
Neandertal
14/12/31 22:48
수정 아이콘
피지알 화학 전공이신 분들 답변 부탁드립니다...--;;;

저는 문외한입니다만 말씀하신 두 가지 다 원인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다른 성분의 맛들과 상쇄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14/12/31 22:48
수정 아이콘
신맛이 있는건 맞는데 다른 성분들 때문에 맛을 못느끼는거죠. 수용액의 pH는 3정도 됩니다.

참고로 acid가 붙었다고 다 신건 아닙니다. 핵산(Nucleic Acid)는 시진 않아요.
14/12/31 23:07
수정 아이콘
그런 것이었군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신경써주신 네안데르탈님께도 더불어 감사드립니다.
14/12/31 23:30
수정 아이콘
좀 더 복잡한 개념이긴 한데, 순수한 비타민 C추출물, 즉 아스코빅 에시드의 역할이 우리가 통칭 말하는 "비타민 C"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비타민이라는 놈들은 다른 것들(이온, 혹은 다른 비타민들)과 복합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비타민 추출물 (purified vitamin)과 비타민 복합체 (vitamin complex)가 똑같은 일 (function)을 한다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월을릇
15/01/01 04:37
수정 아이콘
괴혈병치료에는 역시 감귤이죠 하하하

아직 땅멀미 중이란 말이다, 이 땅개야!
15/01/01 05:06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다른 주제지만
비타민C가 감기예방이나 면역력 증가에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네오유키
15/01/01 09:45
수정 아이콘
그래서 갱플이 귤을 먹는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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