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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9 21:07
안 읽은 게 대부분이지만... 읽은 것 중에서는 이방인이 정말 첫 문장이 명문인 것 같습니다.
국내소설 중에서 첫 문장이 떠오르는 건 별로 없는데... 흠... 엄마를 부탁해 첫 문장은 기억에 남긴 하네요.
14/12/09 21:13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乞士)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이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이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羑里)로도 모인다. -- 박상륭, <죽음의 한 硏究>
400자에 이르르는 이 긴 문장은 주의하지 않고 그냥 슬슬 내려 읽어 가는 독자에게는 무슨 암호투성이의 글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올바른 문장이다.(김현) 박상륭 단편 중 더 긴 서두(첫 문장인지는 자신없지만)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일단 길어서 인상적입니다;;
14/12/09 21:14
저는 저 중에서는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 제일 좋네요. 이 톡톡 튀는 소설에 담긴 허영이랑 시니컬함이 살짝 배어나온다고 해야 하나요 흐흐
14/12/09 21:18
'울적함과 달콤함이 한데 뒤엉킨 이 낯선 감정을 슬픔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지, 나는 망설인다.'
- 슬픔이여 안녕 (프랑스와즈 사강) 저는 소설의 첫 문장 하면 항상 이소설을 꼽습니다. 피터팬의 첫 문장도 정말 멋지네요.
14/12/09 21:42
맞아요. 흐흐 저 소설 첫 페이지를 읽는데 내 감정을 너무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아 감동했었지요. 비록 군대에서 읽었지만 말입니다. 크크크
14/12/09 21:44
이제 디즈니에 인수됬으니...
~and they all lived happily ever after.....로 끝 는 여기가 아닌 듯
14/12/09 21:31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2002) 모든 것은 우연이다. 하지만 그 우연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던 세계의 의지이기도 했다. 나는 미쳐 있지 않다. 지극히 정상이다. 여기서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며, 결코 중이병 망상 따위가 아니다. 5pb, 슈타인즈;게이트(2009)
14/12/09 21:35
호밀밭의 파수꾼은 언제 읽어도 저 첫문장 때문에 쓕!! 하고 빨려들어갑니다. 처음 읽었을 때 뭐가 그렇게 걸작이란거지 하고 긴장감을 품은 채 첫문장을 흝었는데 푸핫 하고 웃으면서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읽을 때마다 번역이 참 약하게 되어있다는 생각에 아까우면서도 그 절묘함에는 감탄합니다. 원래는 온통 쌍욕이 들어가있어야 할 터인데. 이 참에 묻는 건데 호밀밭의 파수꾼에는 왜 퍽이란 단어가 거의 안나오는걸까요? 그 당시 뉴욕 사람들의 언어 습관인가요? 헬, 모론, 스튜핃, 포크랐쎄잌 같은 단어들은 줄기차게 나오던데...
14/12/09 21:45
이방인을 읽었을때의 충격이 아직 기억에 선명합니다. 그후 무라카미 하루키,에쿠니 카오리등의 허무주의 작가 소설을 읽었을때 이방인이 가장 먼저 생각나더군요.
14/12/09 21:51
제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첫 문장은 이거네요.
부자와 당나귀 - 어느날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시골길을 따라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14/12/09 22:14
영어권 소설만 가져다놓고 '세계 문학 사상'이라고 칭하는 건 어이가 없지만,
위의 문장들이 명문이라는 점은 동의할 수 밖에 없네요. 개인적으로 후보에는 없지만 마음에 드는 첫 문단?을 공유해봅니다. 제일 중요한 일들은 말하기도 제일 어렵다. 그런 일들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말로 표현하면 줄어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는 무한히 커보였는데 막상 끄집어내면 한낱 실물 크기로 축소되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제일 중요한 일들은 우리의 은밀한 속마음이 묻힌 곳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 그 일들은 우리의 적들에게 그들이 훔치고 싶어 하는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와 같다. 그리고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가며 고백을 했건만 남들은 우리를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우리가 말을 하다가 자칫하면 울음을 터뜨릴 만큼 그 일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그게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 Stephen King, The body(1982) ; 중편집 '사계'의 봄 파트 이야기로, stand by me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작품입니다.
14/12/09 22:16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14/12/09 22:41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메밀꽃 필 무렵은 언제 읽어도 문장 하나하나에서 빛이 납니다.
14/12/09 22:50
그 후, 산업 문명은 재건되지 않았고, 인류는 영원한 황혼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엄밀히 따지면 첫 문장은 아니고, 서문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14/12/09 23:07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해보이지만 불행한 가정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이거 번역이 꽤 좋네요.
14/12/09 23:21
설국 첫 문장이 유명한가요? 클릭하기전 생각도 못했고 여기서 다시봐도 그렇게 좋은지 저는 모르겠네요^^;
일본문학중 제일 유명하고 인상깊은건 아무래도 이거죠. 크크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나쓰메 소세키 작품들도 도입부가 인상 깊었구요.
14/12/10 00:24
로리타가 여기 있다는 건 약간 의외이기는 하네요.
처음에 딱 제목만 보고 '닥쳐 말포이!'를 생각했지만 뭐, 그런 건 장난이고. 누가 나에게 물어보면 '신은 죽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14/12/10 00:41
역시 첫문장은 롤리타지 생각하면서 들어왔는데 역시나 있네요.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로-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를 톡톡치며 세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문학적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4/12/10 01:14
원문을 다시 보니, 입천장에서 이를 톡톡치는 과정을 문장의 단어 거의 전부에 넣었네요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14/12/10 09:58
My suffering left me sad and gloomy.
<파이 이야기>의 첫 문장이지요. 어떤 인생을 살던지간에 우리의 경험은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가고 눈멀었던 것도 아닌데 정신을 차려보면 어딘가에 와있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던 문장입니다.
14/12/10 11:56
글쎄요. 세계문학 사상 가장 빛나는 첫문장을 뽑은 게 아니라, 영미문학 내 유명한 소설들의 첫문장을 뽑아놨네요. 정작 중요한 건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네요.
14/12/10 14:20
저는 이상을 보니 오히려 한 작품의 끝문장이 떠올라버렸습니다.
피지알에서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이라는 노래에도 쓰인 구절인데 제일 마지막에 육자배기 한 가락이 흘러나오죠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 진 심정에 불질러 버려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노래 덕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전 이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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