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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04 04:13:51
Name 소오강호
Subject [일반] 스포츠의 가치에 대한 단상
저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과 인연이 깊습니다.
그런데 이 직업 앞에서는 항상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도대체 이 일은 무슨 가치가 있는가?'
프로게이머를 비롯한 프로스포츠의 세계는 돈을 벌기 위해 하나의 처절한 전쟁터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전쟁에 과연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늘 심각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스포츠의 가치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몰입, 성취, 흥분을 느낀다는 것인데, 이런 가치는 각기 스포츠 룰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선수들은 좁아터진 경기 방법-규칙을 충실히 재현하는 비생산적 경쟁을 강요받는 것입니다.(승자란 얼마나 완벽하게 경기의 룰을 따를 수 있는가에 달린 것)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스포츠에 어떤 창조적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그리고 변칙 플레이를 성공시키는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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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schach
14/12/04 04:22
수정 아이콘
스포츠의 가치는 모르겠고 [프로]스포츠의 가치는 그 컨텐츠를 소비하는 관중들이 느끼는 재미에 있다고 봅니다.
비생산적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고 쓰셨지만 그 과정에서 시청하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낀다면 비생산적인게 아니죠.
소오강호
14/12/04 04:27
수정 아이콘
그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아닌, 어떤 창조적 변칙 플레이를 성공시키는 것에 재미가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죠.
14/12/04 04:29
수정 아이콘
박정석과 강민의 차이점이죠

보편적인걸 완벽하게 해내도 멋지더라구요
Rorschach
14/12/04 04:37
수정 아이콘
사실 한 가지 측면으로만 말하긴 힘든게 정석의 극대화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말씀하신 변칙 플레이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죠.
배구 같은 스포츠를 예로 들면 레프트/라이트를 활용하는 정석 공격이나 백어택같은 형태에서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시간차 공격이나 속공으로 허를 찌르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죠. 어떤 규칙 안에서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 아닐까요?

물론 육상 단거리나 수영 같이 매우 단순하고 명확한 룰을 가진 스포츠에서 오는 재미도 있지만요.
14/12/04 04:45
수정 아이콘
제가 스타를 스포츠로 인식하고 보게된이유가

홍진호 당시 선수의 뮤탈로 스커지잡기를 보고 첨에 입이 쩍 벌어졌어요

당시 스타를 보지도 않았는데 우와 이러면서 저건진짜 스포츠라 불릴만한 장인들의 모임이구나 하고 느꼈죠

마찬가지로 모든 스포츠가 일반인과는 다른 각 종목의 장인들을 보는 재미에서 오는것 아닐까요? 메시의 돌파 호날두의 슈팅 홍진호의 뮤짤.. 아 아니고요

아무튼 인생을 한 종목에만 투자한 장인들의 모습을 볼수 있으니 그 재미인것 같습니다 잉베이나 주다스 프리스트의 기타연주 처럼요
라라 안티포바
14/12/04 04:57
수정 아이콘
전 비슷한 생각을 코카콜라배에서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흐흐;;
14/12/04 04:55
수정 아이콘
결과에 대한 불확정성 아닐까요. 결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카루스테란
14/12/04 05:27
수정 아이콘
모든 스포츠의 창조성은 규칙 내에서의 창조성입니다. 축구에서 갑자기 공격수가 럭비처럼 공을 안고 골문을 뛰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창조적인 플레이라고 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기 스포츠로서의 요건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될 수는 있겠죠. 공정성(외부 요인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지 않음), 노력에 대한 보상(연습을 통해 향상되는 실력), 게임 자체의 즐거움, 그리고 의외성.

위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게임도 보는 사람들에게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TheLasid
14/12/04 05:35
수정 아이콘
가치란 것을 어떻게 정의내리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프로스포츠의 세계는 돈을 벌기 위해 하나의 처절한 전쟁터로 뛰어드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전에 그러한 판을 형성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고 그렇게 생산된 컨텐츠를 소비해줄 수요가 필요합니다.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이 판이 유지되고 팬들의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것과 공급을 위한 투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프로게이머들을 비롯한 이스포츠판이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준다고 봅니다.

다른 관점에서 가치를 평가한다면 이스포츠판이 어떤 가치를 가지게 될지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더 나아가 세상 모든게 어떤 가치를 가지게 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14/12/04 08:33
수정 아이콘
프로스포츠는 일종의 종교입니다.

응원(신에 대한 찬송 혹은 기도) -> 선수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며 골을 넣음(기적을 일으킴) -> 응원(기적에 대한 믿음)
레모네이드
14/12/04 10:5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덧붙여 종교간의 전쟁은 팬덤간의 전쟁과도 흡사하네요
카서스
14/12/04 14:55
수정 아이콘
드멘
F.Nietzsche
14/12/04 10:14
수정 아이콘
스포츠의 가치는 한 가지로 정의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경이로운 플레이에 대한 감탄, 약자가 강자를 꺾을 때의 감동, 오랜 기간 우승을 못한 선수 또는 팀이 우승할 때 느끼는 감동 등등
소오강호
14/12/04 10:18
수정 아이콘
타커뮤니티에서 어느 분이 남긴 글인데 꽤 공감이 가네요. "인간의 우수한 신체적 역량의 발현을 봄으로써 쾌를 얻는게 기존의 스포츠라면, 프로게임판은 정신적 역량의 발현으로 쾌를 얻는 것 같아요. 예컨대 상황의 지각, 판별 및 분석하는 인간의 직관, 상황 창출을 위한 현재의 행동을 미래에 맞춰 조직화하는 힘 같은걸 보면서요."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AOS는 RTS에 비해 저런 역량이 좀 덜 드러나고 감각적, 리듬적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니언
14/12/04 12:34
수정 아이콘
'스포츠'라는 컨텐츠를 소모하는 팬들이 있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글쓴분께서 고민하시는 부분도 심히 공감이 가네요. 단순히 그 틀에만 갇힌다면 지속성이 줄어들건 뻔하니까요. 사람마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소모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내가 즐기는 컨텐츠가 더 발전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더 증가하리라는건 대부분 공감하는 부분일테니 계속 방책을 강구하는건 당연한거라 생각해요.
14/12/04 14:22
수정 아이콘
어디서 본 글인데, 과거 남을 지배하기 위해 싸우던 정복전쟁이 사라진 후 그 유전자가 스포츠에서 발현된다던 글을 봤습니다. 합법적 전쟁인거죠. 스포츠라는게 급성장한것도 제국주의 이후고, 올림픽이 급성장한것도 재밌게도 냉전시대였습니다. 나를 A팀에 투영시키고 그 팀이 승리하길 염원하고 응원하는게 스포츠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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