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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04 15:09:47
Name AraTa_Lovely
Subject [일반] 이모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 작은이모의 시어머니되시는 분인데,
딱히 부를 호칭이 가져지지 않아, 그냥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던 할머니였습니다.


저희 엄마에겐 두 자매가 있습니다.
저희 엄마가 둘째이고, 큰 이모와 작은 이모가 계시지요,
세 자매는 어릴 때부터 정말 친하게 지내오셨고,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러나 저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제가 이릴 적 일찍이 돌아가셨습니다.
이 세 자매 모두 공통적으로 시부모님을 친부모님처럼 모시고 지내오셨죠.
그러니, 시부모님들이 마치 세 자매의 친부모님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제 저녁에 작은 이모의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네요.
수년전부터 작은 이모부께서 모시고 같이 살았었고, 저 역시 이모댁에 놀러가면 반가이 맞아주셨지요.


....

지난 주 평소완 달리 많이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병이 있으신 것도 아니었고, 노환으로 인해 장기들이 제 역할을 할 날이 얼마남지 않으신 상태였고,
저희 형제와 엄마는 작은 이모댁에 계신 할머니를 뵈러 다녀왔습니다.

의사인 형이 할머니를 처음 보자마자, 제게 속삭이더군요.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나 뚜렷하게 보인답니다.. 전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
그 얘기를 듣고 할머니를 바라보니, 제게도 어렴풋 보이더군요..

그러나 할머니께서는 누워 계신것도 아니셨고,
소파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고 계셨으며,

저녁시간대에 맞춰서 방문한터라 출입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위해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려 했으나,
할머니께선 한사코 자기가 혼자 집에서 먹을테니 나가서 좋은 대접 해드리라고 저희를 밀어내시더군요..
그리곤 바지주머니에서 얼마인지도 모를 만원짜리를 꺼내시고 제 손에 쥐어주십니다..
우선 이모가 받으래서 받았고, 이 돈은 이모아들(사촌동생)에게로 다시 건네어졌지요..

그렇게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희가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모에게 전화가 와서는,
그런 할머니께서 걸음을 옮기다 넘어지셔서 크게 괴로워하고 계시다네요..
아주 아주 심하게 힘들어 하신다고 하셔서 엄마는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어제 저녁 별다른 일 없이 잠자리에 드신 할머니께서,
이모가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방에 들어가니,
잠자리에 누워계신 그 상태로 제 세상으로 떠나셨답니다..


사람이 죽는데 '호상'이 웬말이냐 싶지만, 누구나 맞는 죽음에서 그래도 편안히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께선 더이상 미련이 없으셨나 봅니다..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


이따가 찾아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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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04 15:12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은 이모의 시어머님이라면 알기도 힘든 관계라고 생각해서 의아했는데 그만큼 슬퍼하시는데에 그런 연유가 있으셨군요.

부디 좋은곳에 가시길 바라고 글쓴분께서도 너무 상심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루크레티아
14/11/04 15:3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차분하게 마지막을 준비하신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말하는대로
14/11/04 15:38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연사하시는분들은 자신이 죽을 때를 안다고 하더라고요. 증명될 수는 없겠지만 저희 큰아버지 돌아가실때도 주변 정리 다 하셧던거 생각해보면 맞는말인듯 합니다..
WhiteBerry
14/11/04 15:47
수정 아이콘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본인의 죽음을 알아차렸다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제 외할머니의 경우도 비슷한데요.... 저희 어머니는 7남매에요. 딸 여섯에 아들 하나인데 그 아드님(제 외삼촌)께서 광주에서 모시고 살았죠.

근데 어느날 딸들이 보고 싶다고 혼자 버스 타고 올라오셨어요. 저희집과 이모들 대부분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를 포함한 이모들 다 모이고 어렸을때부터 저를 유독 이뻐하셔서 저도 함께 할머니 뵙고 식사했습니다. 그리고 저 빼고 나머지는 노래방까지 가셔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구요.

그리고 그날 새벽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가서 다음날 돌아가셨습니다. 의사말로는 몸이 이 상태까지 왔을 정도면 많이 힘드셨을텐데 내색 한 번 없으셨다고 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자식들 원없이 보고 가시면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당시 저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14/11/04 16:26
수정 아이콘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몇달전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가시는 그날까지 단 한번의 대소변 실수도 없이 깨끗하게 당신모습 그대로 가셨죠.
가족들과 사람이 죽을수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저런 모습이다..라고 말할정도였으니까요.

돌아가시기 일주일전 답답하시다며 집에 잠시 다녀오자고 외출하셔서는 집에 숨겨두셨던 비상금등을 다 꺼내셔서 외할머니께 증정식이라며 전해드리는걸보고는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햇었습니다.
때를 아신게 아닐까...했었죠.
눈시BBand
14/11/04 16:32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히히멘붕이넷
14/11/04 16:3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희 외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며칠 전, 가벼운 감기증세로 병원을 가시려 집을 나서시다가 문득 -이 집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셔서 식구들 모두 무슨 소리시냐고 감기 정도로 엄살을 부리신다고 웃고 넘겼는데 정말 돌아오시지 못하셨죠. 아마 정말로 당신의 마지막을 아셨나봅니다. 돌아가시고 난 뒤에 얼마나 가슴을 치며 후회했는지 몰라요...
쎌라비
14/11/04 17:20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4/11/04 17:30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막4장
14/11/04 18:0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중2때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약간 눈시울이...
에부리바디
14/11/04 18:19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저도 24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ㅜㅜ
가브리엘대천사
14/11/04 20:41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머니께서 이제는 더 좋은 곳에서 더이상 편찮으시지 않고 평안히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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