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13년쯤 전에 천사를 만났다
난 천사를 만난 인간이 당연히 그러하듯 첫눈에 반했다
주변에 수많은 악마들이 있었지만 -_-;;;
온갖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우린 사랑에 빠졌지만 우린 금방 헤어졌다 -_-;;;;;
세상의 모든 장미는 가시가 있고
내가 보았던 천사는 사실 수많은 단점을 가진 인간이었던 것이다
불같이 뜨거웠던 마음은 금방 식었고
냉정한 현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녀는 떠나갔다
그러나 사람인연은 생각보다 질겼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동갑내기 친구들 모임에 끼어있었고
서로의 친한 친구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려면 서로를 용인해야 한다는 난처한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약간의 냉각기와 많은 토론끝에 그냥 친구처럼 지내기로 하였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와 A는 결국 10여년째 싸우며 아웅다웅 지내왔다 -_-;;;;
사실 마음 한켠엔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많은 성격상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_-;;;;
내 이상형에 상당부분 부합하는 매력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인간관계가 겹치는 바람에 계속 얼굴을 보아야만 하였다
내 선량한 친구들은 우리의 관계에 지속적인 의문을 가졌고
좀 더 악마같은 친구들은 우리의 관계를 끊임없이 놀렸다 -_-;;;;
그리고 선량한 시민인 나 역시 우리의 관계에 지속적인 의문을 가졌다 -_-;;
대체 우리는 어떠한 관계인 것일까?
서로에게 참 잘 해주는 것같은데 도대체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일까?
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10년
악몽같은 고시생활도, 지루하던 군생활도 끝났다
하지만 그녀랑은 여전히 10년전 그대로였다
시계바늘은 멈춘 채 나아갈 줄 몰랐다
무정하게 시간만 가던 어느 날 다시 시계바늘이 돌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끝났고 우린 기념차 밥을 먹기로 하였다
서해를 가서 밥을 먹기로 한 날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고 약속시간 3시간전에 확인차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받지 않았다
계속 전화를 걸었으나 역시 그녀는 받지 않았다
어느새 약속시간이 지났고
한참 지나서 전화가 왔다
자다가 지금 일어났고 미안하다는 말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당시 난 디아블로3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_-;;;;;;
우린 우아하게 다음 날에 보기로 하였다
다음 날 다시 약속시간 3시간 전에 확인차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받지 않았다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그녀는 받지 않았다
어느새 약속시간이 지났고
한참 지나서 전화가 왔다
자다가 지금 일어났고 미안하다는 말
녹음기를 튼 듯 반복되는 그녀의 말에 이번에는 화가 났다
정확히는 마음의 실 어딘가가 끊어졌다
10년만에 다시 소개팅을 한 것도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난 얼마안가 이쁘고 착하고 똑똑한 동생이랑 사귀게 되었고
첫사랑을 보통 여자사람친구처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전화가 오면 아예 받지를 않고 씹었으며 -_-;;;;
절반정도는 특별히 할 말이 있으면 톡으로 하라고 했다
내가 사귄다는 소식에 내 친구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첫사랑을 걱정했고
첫사랑은 새로운 본인의 지위에 (?) 매우 낯설어하며 어색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자친구랑은 6개월정도 사귀다가 헤어졌다
난 유난히 힘들어했고 친구들한테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첫사랑 그녀는 내가 헤어진 다음 날 가장 먼저 찾아와서 슬픔을 달래주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난 첫사랑에게 더이상 유난히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우린 여전히 아웅다웅하며 시간을 보냈고
헤어진지 1년이 지날 무렵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이주전 그녀에게 톡이 왔다
자기는 사람보는 눈이 없다며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다
난 매우 귀찮았지만 -_-;;;; 진지하게 대우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너 사람보는 눈이 없는 거 맞어 나같은 훌륭한 사람을 차다니 크크크"
".............그 말을 들으니 사람보는 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 그럼 너 사람보는 눈이 있는 거 맞지?"
"그건 맞는 것 같은데 왜 졌다는 생각이 들까?"
"그건 모르지 물론 난 이겼다는 생각이 들어
여하튼 너의 자괴감은 해결되고 난 이겼다는 생각이 드니
모든 사람이 행복한 결과가 아닐까?^_^"
"..............그런 걸로 치자"
난 순식간에 그녀의 하소연을 해결해주었지만 그녀의 기분은 딱히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전 첫사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에는 당연히 안받았지만 퇴근길에 심심했기에 -_-;;;받았다
그녀는 받자마자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
난 친구들한테 상담을 받는 느낌으로 여러가지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친 듯이 화를 냈다 -_-
"난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게 아니야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거라고!"
그럴 거면 그쪽 전문인 친구 B한테 전화할 것이지 나한테 전화할게 모람 -_-
이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10년 세월은 헛되지 않았다 -_-;;;;
"아 그래? 미안해 네가 그런 생각인 줄 몰랐어"
지난 10년의 세월은 여자들이랑 싸워봤자 좋을게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고 -_-;;;
난 능숙하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마음이 풀린 그녀가 불현듯 물었다
"해피아이야 저번에 고민있다고 하지 않았어?"
"엉 여자친구문제야 신경꺼 -_-"
"모야 말해봐~"
"흠 사실은 여자친구가 결혼하재 -_- 얼마 사귀지도 않았구만 -_-;;;"
"그래? 결혼할꺼야?"
"모르지 아직은 지켜보는 중이야"
딱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을 꺼냈고
그녀는 의외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이렇게 멋있는지 왜 몰랐지? 너 결혼하면 많이 서운할 것같아"
"그걸 이제 알았냐 -_-;;;; 네가 사람보는 눈이 없던 걸로 치자-_-;;"
"다른 얘들 할 때랑 다르게 정말 서운할 것같아"
"그건 당연한거지만 -_-;;;;; 할 수 없는 일이지 -_-;;;;
아무튼 넌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좋은 사람 곧 생길꺼야 그때쯤이면 왜 허전했나 싶을껄?"
우린 15분정도 더 수다를 떨었고 길고 길었던 첫사랑은 드디어 끊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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