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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04 17:55:47
Name Neande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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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교수님, 558만원 콜?...콜!


올 상반기 경제 분야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책은 아마도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일 것 같습니다. 원래 이 책은 작년에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먼저 출판이 되었고 올 2월에 영어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 책은 번역되어 나오자 마자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책의 내용과 관련한 이런 저런 논쟁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뭐 많이 알려졌다시피 "19세기 이래로 자본 수익률이 생산소득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넘어서왔고 따라서 세상은 계속 불평등해져 왔다" 이런 내용이 핵심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경제분야는 문외한이라 여기까지만...--;;;)

그런데 이렇게 인기 있는 책을 국내 출판사가 아주 헐값에 선(先)인세를 주고 번역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대박이 난 셈인데 내용을 알고 봤더니 이 책이 프랑스어로만 출판된 상태일 때 해외 서적과 국내 출판사를 연결해 주는 에이전시에서 국내 여러 굴지의 출판사에게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 보면 어떻겠냐고 의사 타진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의 여러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내보이면서 계약할 마음이 없다고 했답니다. 일단 [책이 너무 두껍고!] 거기다가 저자가 프랑스 교수라는 점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보듯이 인문서적이 우리나라에서 히트를 치려면 저자가 하버드나 그게 아니면 적어도 아이비리그에서 교편을 잡는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프랑스 경제학 책은 우리나라에서 팔릴 리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한 출판사에서는 복지나 불평등 문제, 부의 분배 문제가 부쩍 화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번역해서 내놓으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겠다고 보고 이 책을 번역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선인세 식으로 우리 돈으로 약 558만원 정도를 주고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558만원이면 웬만한 대기업 중견 간부 한 달 월급 정도의 금액인데 그 정도 금액으로 이 책의 번역출판 계약을 따낸 것입니다. 물론 출판사 측에서는 계약 당시에는 이 책이 나중에 이 정도로 큰 화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번역도 급할 것 없이 천천히 해서 내년 말 쯤에나 책을 낼 생각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의 영어 번역본이 큰 히트를 치고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된 것이지요. 한마디로 출판사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의 계약을 추진했더라면 선인세로 1억은 줘야 할 거라고 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 반년 사이에 무려 9천 4백 5십만 원을 세이브한 셈이 된 것이지요. 이 책의 번역본은 9월 경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일이 되려니까 이런 뜻하지 않은 횡재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P.S. 1.
그건 그렇고 이 책의 내용을 놓고 국내의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가가 아주 극과 극이라 흥미롭습니다.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두 사람의 의견만 옮겨보면…

일단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언제 어느 때를 불문하고 공평한 분배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핵심 요건이었지만 경제학자들은 언제부턴가 공평한 분배라는 말을 잊어버린 채 살아왔다"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경제학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 피케티에게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보내고 싶다" 고 한 반면에

자유경제원 현진권 원장은 "피케티의 주장은 상대방에 대한 배 아픔의 인간정서를 부추기면서 소수에 대한 세금 강화로 배 아픔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피케티의 경제철학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면 한국의 성장은 우리 시대에서 멈추고 말 것"이라고 역설했다고 하네요.


P.S. 2.
피케티: 여보세요? 한국의 OOOO출판사죠? 제 책 선인세 때문인데 말입니다.
출판사: 뚜뚜뚜뚜뚜......
피케티: 여보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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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04 17:57
수정 아이콘
인생은 타이밍
아이지스
14/07/04 17:58
수정 아이콘
해리 포터 한국어판 계약 때가 생각 나네요. 저는 돈 주고는 안 볼 책이긴 합니다
언제나
14/07/04 18:00
수정 아이콘
판권이 아니라 선인세라면 저자 출판사 윈윈 입니다
Neandertal
14/07/04 18:02
수정 아이콘
물론 나중에 책이 많이 팔리면 저자에게도 돈이 더 가겠지요...그래도 지금 계약하려고 했으면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다 자기들이 하겠다고 뛰어들어서 난리가 났겠지요...판권은 청정부지로 치솟고...^^
오레키|호타로
14/07/04 18:04
수정 아이콘
계약금이 아니라 선인세네요.
Neandertal
14/07/04 18:07
수정 아이콘
혹시 그렇다면 나중에 계약금은 또 따로 지불이 되나요?...기사를 보니까 선인세 식으로 판권 계약을 한 거라고 하던데...
14/07/04 18:07
수정 아이콘
잘 팔릴지 여부는 결국 언론이나 서점에서 얼마나 푸시를 받느냐에 따라 결정될텐데
만약 대박이 난다면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후 가장 적은 사람들이 읽어본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겠네요.
자유경제원 원장은 책을 안 읽어봤다에 200원 걸겠습니다.
요정 칼괴기
14/07/04 18:08
수정 아이콘
현진권 원장님 말은 그런데 참 저렴 하네요. [상대방에 대한 배 아픔의 인간정서를 부추기면]
물론 이런 성향이 인간에 없다고 말 못하고 정치학의 고전 미국의 민주주의에도 언급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토크빌은 이걸 참 세련되게 묘사한 거 같은데 이건 약간 불쾌감을 주는 말인거 같으니 말이죠.
Arya Stark
14/07/04 18:10
수정 아이콘
기대가 되네요
샨티엔아메이
14/07/04 18:19
수정 아이콘
자유경제원 원장님께서는 배아프셨나봐요.
히히멘붕이삼
14/07/04 18:28
수정 아이콘
뜬금없지만 네안데르탈님 항상 재밌고 유익한 글 감사드립니다 흐흐흐
Neandertal
14/07/04 18:31
수정 아이콘
영양가 없는 잡글인데...ㅠㅠ
그래도 고맙습니다...
Judas Pain
14/07/04 18:29
수정 아이콘
자유경제원은 자유시장주의를 주장하면서도 기업의 정치권에 대한 로비도 합리적인 경제활동이라고 주장했던 곳이고 해서 별 사상적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그저 탐욕이란 인간정서를 전문용어로 포장하는 마케터일 뿐이겠지요.
소독용 에탄올
14/07/04 23:23
수정 아이콘
포장도 잘 못한다는것이 함정인지라 ㅠㅠ
Acecracker
14/07/04 18:39
수정 아이콘
가장정치적인책이네요.
14/07/04 18:40
수정 아이콘
근데 기대 수익이 1억이고 선인세가 (계약금이라고 가정) 5백만원이면 계약 파기시 물어줘야 할돈이 1500만원 (보통 세배를 생각하면요..)이네요..
저게 프랑스 출판사면 일단 계약파기해서 계약금 물어주고 다시 입찰에 붙이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도서쪽 계약 관계를 잘모르지만, 계약 파기시 물어줘야 할 금액이 더 크다면 그냥 가고요... ^^;;;

보통 예상치 못하고 대박이 나서 받은 계약금보다 기대 수익이 훨씬더 크면 협상을 다시하기 마련이죠...
윤보라
14/07/04 18:44
수정 아이콘
어제의 그 작가얘기와
오늘의 이 교수님 얘기에서 알수있듯이
인생은 타이밍 인가봅니다크크크
14/07/04 19:32
수정 아이콘
제가 알고 있기로 선인세는 책이 팔리든 안팔리든 먼저 지급하는 인세고, 책이 많이 팔려서 선인세를 넘어서면 추가 인세를 지급 하는 걸로 압니다. 많이 팔리기만 한다면야 선인세가 얼마든 팔고 추가 인세 받으면 그만...
一切唯心造
14/07/04 20:35
수정 아이콘
출판사도 그렇고 탕웨이도 그렇고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에요
그만하자
14/07/04 20:49
수정 아이콘
경제학 전공자 입장에서는,
이준구 교수와 자유경제원장의 책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흥미로운게 아닌 당연한것이며, 또 지겨운것이네요.
저도 뜬금없지만, 네안데르탈님의 유익한글 항상 감사드립니다..크
노올자
14/07/04 21:26
수정 아이콘
아직 번역된 책이 출간되진 않은거죠?
Neandertal
14/07/04 21:31
수정 아이콘
현재 출판사에서 한창 번역 중인 것 같습니다...일단 영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불어본과 대조하고 이 책에 실린 자료의 오류와 관련해서 제기되었던 문제들과 이에 대한 피케티 교수의 반론까지 역자주 형태로 넣는다고 하더군요...
노올자
14/07/04 22:14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포포탄
14/07/04 23:40
수정 아이콘
반론에 재반론까지 넣으면 그깟 번역 좀 늦어도 읽어볼 가치가 쑥쑥 높아지겠네요. 오랫만에 정치경제학에서 새로운 토론거리가 생기는 듯 해서 재밌을 듯 합니다.
beanjosee
14/07/05 01:21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도 한번 소개글이 올라왔던 걸로 기억하네요. 츨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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