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달리고 일요일 죽었다가.. 어제는 원고땜에 바빠서 이제서야 후기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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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주제 토론.
저의 도착시간은 5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고,
지니어스 게임이 끝나고 소주제 토론이 한창이었습니다.
저의 자리는 숲방(양질의 글을 장려해야 한다 vs(?) 글을 올릴 자유) 이었습니다.
늦게 가서.. 뭔 할 말이 있겠습니까.. 만은, 그래도 간담회에 참석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열심히 '운영진 화이팅!' 을 외쳤습니다.
사실.. 이 주제 설정은 그리 토론이 오고 갈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에,
제가 착석을 할 때 쯤엔 이미 'PGR운영은 어떻게?' 쪽으로 화두가 많이 넘어가있었고,
저는 딱 제 입장만큼의 말을 한 듯 합니다.
PGR은 비교적 불의가 많이 배제된 사이트라고 생각하기에,
역설적으로, 저는 PGR에 정의구현을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린 듯 합니다.
각자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짐을 느끼고 있고, 유저들이 조금은 PGR에 맘편히, 느슨하게 오길 바라고 있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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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주제 토론.
LOL, 야구, 스타2, 축구와 같은 PGR외적인 소주제 토론에 대한 브리핑이 간단히 끝나고
본격적인 배틀의 서막이 오른 곳은 들방(벌점 관련한 소주제)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제가 다 소화해내지 못했기에 제가 따로 말씀드리긴 어렵고..
제가 받은 느낌은 이랬습니다.
'그래.. 저런 사람들이 간담회에 나와야지.. 나처럼 빵이랑 음료수만 축내는 사람 말고..'
(세부적인 논리라던가, 방안의 현실성은 둘째치고 태도,자세에 대한 느낌을 말씀드리는거지요.)
그나마도 마지막 10분은 집에서 전화가 와서 나가서 받고 오느라 보질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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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맛있고 소화 잘 되는 디디치킨.
뭐랄까.. 저는 개인적으로 순간 부끄러움이 들었습니다.
'기껏 간담회에 와서는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말이죠.
그래서 뒤풀이 장소인 디디치킨에서는 한 사람의 PGRER로서 각잡고 행동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취한 행동은, '각잡고 NLB를 보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다.. 2경기 패기돋는 바론오더로 인해 경기가 폭파되었고, 저는 시청을 위해 꺼내놓은
'3무 3개월 의무사용 42요금 37.9 아이패드4레티나' 를 멋쩍게 다시 챙겨넣고는 도란도란 잡담을 했지요.
그러다 전체토론에서 열성적이셨던(그리고 과거에 많이 활동적이셨던) 모 유저분과 제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운영진분과의 진지한 대화가 시작되길래, 저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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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용준좌님.. 어헣..
마침, 전용준 캐스터님이 앉아계신 테이블에 한 자리가 비었음을 확인하고는 그리로 슬금슬금 갔습니다.
뭔가 일반회원스러운 사람이 하나도 없는, 약간은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러운 테이블이었지만, 그래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앉아버렸지요.
소개팅 멘트같은 첫마디,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로 말문을 열었고,
이내 용준좌님의 포근한 매력에 맞장구를 쳐대며 열심히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오른쪽에는 운영진 캐노피님, 왼쪽에는 전용준 캐스터님을 낀.. 엄재경 해설 부럽지 않은 위치선정이었지요.
전캐스터님께서 요즘 안구건조증으로 매일같이 눈물로 배갯잇을 적시고 계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안과의사라거나, 혹은 안과쪽 영양제에 아주 정통하여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는 노릇이기에.. 저는 그냥 작은 도움만 되어드리겠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멀리서 응원할께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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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어서 2차 뒤풀이.
1차 뒤풀이가 끝나고, 2차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데.. 어디로 갈지 미정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순간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그 것은 바로 2009년 정모... 그 당시 1,2차 장소 주변에서 헤매셨던 분들은 아실테지요..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요? 운영진과 네임드들은 다들 어디로 가셨나요?' 했던 슬픈 기억..;;
그리하여, 약간은 주제넘게 2차 뒤풀이 장소를 섭외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같이 나서주신 분들이 계셔서 굉장히 기쁘고 든든했지요.
결과적으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긴 했습니다.
그 동네에 JudasPain님이 아는 곳이 있어서.. 한 큐에 바로 섭외가 되었죠.
여기서 "JudasPain님 만세" 한 번 외치고 넘어갑시다.
덕분에, 자리에 앉아서 모두들 도란도란 즐겁게 뒤풀이를 이어갈 수 있었고,
..저는... 숙면을 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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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다행히 다시 회복하여 운영진 두 분을 포함한 몇몇 분과 마지막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고,
그 분들의 배려 덕에, 저는 첫 차를 타고 무사히 처가로 귀향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적으로 느낀 점이라면..
1. 아무래도 나는 간담회에 갔다기 보다는 술마시러 간거같다..
2. 전용준 캐스터는 호감가는 어른이다.
3. 클템은 실물로 보니 나랑 비슷한 수준의 외모의 소유자였다.
정도이고.. 개별 회원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JudasPain님만 예외로.. 그건 모임 전체에 득을 안겨다주셔서..)
모든 분들께.
만나뵈어 반가웠고,
오프라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제된 언어로 생각을 잘 말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마도 행했을 무례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리며, 용서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젠 지겨울법도 한데 후기를 또 한번 더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