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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27 22:11:07
Name 지니팅커벨여행
Subject [일반] 전해 주지 못한 사진... 졸업 10주년을 맞이하며

아래에 올라온 글을 보고 저도 용기를 내어 글을 써 봅니다.
50111번 글에 10년 전 올린 글과 그로 인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와 닿는 하루였습니다.

사실 저도 10년 전 한 장면이 떠올라, 그에 대한 글을 바로 어제 다음 아고라에 적었는데요.
혹시나 인연이 닿을까 해서 누구나 볼 수 있을만한 게시판 글을 쓴 것인데 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다시 적어 봅니다.


201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문득 대학교를 졸업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2004년에 졸업을 했으니, 어느새 졸업한지 10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앨범을 뒤져 졸업때 찍은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전해주지 못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어요.
바로 꼬마애들 두명이랑 찍은 사진입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행사(?)가 있어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저는 다음날 가족들과 학교로 향했습니다.
토요일인데다가 졸업식도 끝난 터라 학교는 한산했지만, 간혹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눈에 띄곤 했지요.

마침 저는 졸업사진을 찍으러 온 동기 한명을 만났고 301동에서부터 정문을 향해 같이 걸어 내려오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공대의 상징인 붉은 광장에서도 한 컷 찍고, 중앙 도서관에서도 찍었는데 이때 또다른 동기를 만나 결국 때를 놓친 졸업 사진을 이 두명과 같이 찍게 되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학교였지만, 그리고 졸업식날 오지 못해 서글픈 마음도 있었지만
입대 전 이렇게나마 졸업을 기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동기들 두명을 만나 외롭지 않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사진에 담으며 정문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정문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지요.
셋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작별을 고하며 헤어지려는 찰나, 한 아주머니가 아이들 둘을 데리고 학교에 들어 가시려다가 멈칫하십니다.

어렵사리 용기내에 저희들한테 말을 거시길래 길을 묻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혹시 우리 아이들이랑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시면 안되나요?"



그런데 당시에 주소를 받아 적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같이 온 누나가 받아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틀 뒤에 저는 군대에 갔고,
사진을 찍은 줄도 모르고 있다가 몇개월 뒤에 휴가를 나와서 졸업 사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사진은 전해지지 않았겠지요.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사진 속의 키로 미루어 보건데 나이는 오빠가 7,8세 정도, 동생이 5,6세 정도였을 겁니다.
지금쯤 고등학생이 되었겠네요.

아니, 오빠는 이미 대학 신입생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들이, 10년 전에 어머니가 느끼셨을 감동을 기억하고 지금도 열심히 공부를, 또는 원하는 것을 하고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이 사진 또한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 혹시나 이 글을 통해서 이 아이들과 연락이 닿게 된다면 사진을 보내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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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규Roy문
14/02/27 22:33
수정 아이콘
인터넷의 순기능으로 당사자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14/02/28 01:34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학번은 아마 다를 것 같지만, 저랑 같은 날 졸업하셨네요.
세월 참 빨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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