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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0 15:21
돼지의왕에선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 사이비는 평이 좋더군요 극장에서 보고싶었는데 아쉽습니다 흑. 해외에서 에반게리온Q를 제치고 상을탔죠...
14/02/10 15:29
오 되게 잘 쓰셨네요. 저도 이 작품은 '믿음'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 봤습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 믿음이 독실한 사람, 믿음이 없다가 생긴 사람 그 모두가 불행한 결말을 피할 수 없었죠. 유일하게 믿음 속에서 구원을 받은 슈퍼 아주머니도 결국은 병으로 죽고 맙니다. 결국 믿음의 진실성이 의미가 있는지를 묻고 있는데, 그게 또 참 대답하기가 어렵죠.
14/02/10 16:26
네. 거짓을 믿고, 행복해질 것인가, 진실을 쫓아 불행을 감당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되는 것도 같고요.
근데 영화를 보면 진실을 쫓는 것에 메몰되어 자신의 우를 보지 못하기도 하죠. 맹목적 신앙을 갖게 만드는 불행의 토양을 망각하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신념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존재자체가 폭력임을 인식하면서도 그 폭력을 지양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 진실된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14/02/10 15:51
저도 이거 봤는데, 영화도 잘 만들었고, 님의 글도 되게 좋네요.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건, 종교 그 자체라고 봅니다. 순진무구한 기독교인들에게는, 밀양이 기독교에 대해 빈정거린거라면, 이건 기독교에 칼을 후벼파고 한바퀴 돌린것과 같은 충격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이 어디까지인지를 꼭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저는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걸 다 사이비에 가져다 바치고 아무것도 회의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마음의 평안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가짜라고 할찌라도. 그리고 진짜를 일평생 찾아서 만나도, 돌아서는 순간 우리는 바로 또 다른 가짜에 속아나가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진실과 평안 어느것 하나도 완전한 정답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저도 기독교 열심자라 님 말 중 하나가 되게 와닿네요. 종교는 불행을 먹고 자란다는 표현이요. 그동안 많이 공감해왔지만 뼈저리게 와닿습니다. 종교가 아닌 종교를 넘어선 믿음을 추구해야지만, 종교의 원 뜻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걸 다시 깨닫고 갑니다. P.S - 영화관에선 막을 내렸을텐데 어떻게 보셨나요?
14/02/10 16:33
저는 <밀양>을 보면서 기독교인의 무지와 비기독교인들의 오해를 봤습니다. 실제 성경을 보면 회개는 그렇게 자족적이지 않죠. 당사자에게 가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만일 네가 하나님께 제물을 드리려고 할 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제물을 그대로 두고, 그를 찾아가서 먼저 화해한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도록 하여라(마태복음 15장 23~24절)." 원한을 갖게 된 형제와 화해하지 않은자의 예배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밀양>의 살인자는 신의 용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밀양>을 신성 모독 영화라고 보지 않기를 권하시던데, 저는 기독교인이라면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신앙의 현실을 돌아보아야 하지요.
ps. <사이비>는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굿다운로드 할 수 있답니다.
14/02/10 17:23
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받고, 충분한 애도를 거치지 않고, 말씀에서 하라는대로 기계적으로 한 용서가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오는지를 느꼈습니다
'밀양'은 꼭 봐야죠. 그놈의 욕 한마디 먹기 두려우면서 초대교회 순교자들 본받는다는 소리는 인간적으로 하면 안되니까요
14/02/10 16:37
그렇죠. 종교는 공포를 먹고 자라기도 하죠. 기독교는 사랑을 말하지만, 애석하게도 공포를 조장하여 유도시킨다는 점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가능한 사랑의 실천을 위해 창시된 종교가 공포를 자신의 주식으로 삼아버린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글이 좀 난삽하지요. 아무래도 스스로 신앙인이다보니 거리두기가 쉽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좋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14/02/11 00:51
동의합니다. 굳이 한 가지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면 공포가 불행보다는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믿음은 (헛된) 희망의 씨앗이 뿌려진 토양에 공포의 양분을 먹으며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불행한 사람들이 미래의 행복을 희망할 확률이 높고 이런 분들에게 종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습니다. 그리고 일단 종교를 믿게되면 적절히 조성된 공포감은 그들에게 더 큰 믿음을 강요하거나 믿음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종교를 좋게 보지 않는 이유증의 하나가 바로 현재 불행한 (또는 충분히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등골까지 빼먹는 잔인성 때문입니다.
14/02/10 21:10
이것 보고 나서 매트릭스의 약 선택 장면이 생각나더군요.
빨간 약을 먹을 것인가, 파란 약을 먹을 것인가? 차이점이라면 매트릭스에서는 한 개인의 선택, 그 후의 상황을 보면 그만이었지만, 사이비에서는 마을이라는 조직에서 각각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했고, 서로 그 선택에 대해 잣대를 들이대죠. 결국 서로 다른 선택들이 얽히고 얽히게 되어 말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메세지를 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교회 목사와 관련된 부분이 복선일거라 예상은 했지만, 편지 부분에서 소름 돋았네요. 항암치료인 줄 알았는데, 발암물질 섭취임을 깨달은 느낌이었어요.
14/02/10 22:22
그렇죠. 아이러니 하게도 신앙적 진심을 가지고 있던 목사는 극단적 파국으로 가고, 슈퍼 아저씨는 진짜 신앙인처럼 평안하게 부인에게 속죄하고 보내게 되죠. 진심의 여부에 상관없이,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믿음이라는, 종교성이라는 아이러니 자체를 밀도있게 다룬 영화 같았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무시했던 목사는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를 위해 끊임없이 만행을 저지르게 되죠. 무서웠답니다.
14/02/11 00:20
맹목적 믿음과 자위적인 믿음은 결국 '인민의 아편' 일 뿐이지요.
기독교인으로써 많이 깨닫습니다. 근본없는. 진실성 없는 믿음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가는 지에 대해서요. 저는 오히려 돼지의 왕이 좀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작품성이나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오히려 돼지의 왕이 좀더 깊지않을까 생각했구요 사이비는 조금 뻔할 수도 있는 내용과 이야기를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행보라 느껴져서 앞으로도 크게 기대됩니다.
14/02/11 12:04
<돼지의 왕>을 힘들게 극장에서 맞춰 봤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기억 남는게 없더라고요. 당시 평점도 7점을 줬던 것으로 생각되고요. 여하튼 그 작품도 만만치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상호 감독이 불편하지만, 만연해있는, 폭력의 징후들을 가시적으로 무대화하는 행보가 당찹니다. 저도 크게 기대됩니다.
14/02/11 15:55
작년 말 한참 개봉할 때 못보고 지난 달 좀 늦게 인디스페이스 가서 봤었습니다. 정말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작품이에요. 흥행 못했다는 감독님 말씀이 어찌나 짠하던지.. ㅠㅠ
14/02/11 16:08
이슈는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흥행은 못했었나보네요. 한번쯤은 흥행적으로 도약을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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