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신고 때가 되면 나는 겁부터 난다. 신고기한이 시한폭탄처럼 째깍 째깍 소리를 내며 세무사인 나의 가슴을 조인다.
부가세 계산은 신속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적게 내게 하는 것이 고객의 최고의 소망인 것이다.
영세한 사업자들은 대부분 회계담당자가 따로 없다. 사업자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마감에 쫓겨 세무회계사무소에 찾아온다.
분, 초를 다투는 시간에 허겁지겁 찾아온 영세사업자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짜증난다. 처음엔 간곡하게 사정하는 것이 딱해서 마지못해 하는 김에 하나 더 맡아야지 하고 받아주면, 금방 안색을 싸악 바꿔 하늘이 두 쪽 나도 세금은 적게 내게 해달라며, 땅땅 벼른다. 부가세가 어디 적게 내고 싶다고 근거도 없이 그렇게 되는 세금인가? 때론 사업자들이 삿대질을 하며 흥분하기도 한다.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닌 줄 알지만 슬그머니 화가 난다.
부가세 신고 기간엔 힘 센 거인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다. 세상에 사업자 번호로 촘촘히 얽어맨 그물을 펼쳐놓고 나에게 그물을 당겨라! 당겨라! 어서 당겨라! 절대 25일을 넘기면 안 된다! 만약 25일을 넘긴다면 그 뒤에 오는 벌, 가산세를 네가 맞을 것이다!.
작게라는 말에 옭아 매여서 신용카드영수증에 집착을 하게 되었다. 카드번호가 수두룩하고 어찌 그리도 많은 사업자 번호가 있는지 장장이 입력하면서 나는 빈대벼룩 잡으려는 듯 신용카드 영수증들을 뒤진다. 기 백 원, 기 십 원, 사용하지도 않는 일원 단위의 작고 사소한 부가세들이 모기소리처럼 앵앵 거리며 내게 달려드는 것 같다. 나는 빈대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듯, 모기 잡으려 칼 빼드는 듯, 탁 탁 탁 타다닥 탁탁 컴퓨터 자판을 내리친다.
그 많은 장수를 다 입력했는데 줄어든 부가세는 기십만, 기만원에 불과하다. 누구를 위하여 이 고생을 했나 허탈한 생각이 든다.
나의 노동력의 가치도 이렇게 낮고 사소한 것인가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최종 부가세액이 정해지면 사업자보다 내가 먼저 깜짝 놀라 심장이 덜컥 한다.
잔뜩 주눅이 들어서 ‘마감 할까요?’ 전화를 걸면 되돌아오는 답은 ‘왜 그렇게 세금이 많아?’ 돌덩이 던지듯 ‘툭’ 말을 던진다.
괜히 무엇을 잘 못 한 것 같아서 소금에 졸리는 듯하다. 결국 ‘조금 기다려라’며 전화를 끊는다. 다른 사업자의 부가세도 빨리 계산해야 되는데 어쩌란 말인가? 불평하며 수화기를 꽝 놓는다.
한 가닥 더 있다. 바로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이것이 내겐 가장 중요한 일인데도 부가세 가 많이 나온 죄 아닌 죄 때문에 수수료 받아 낼 일이 아득하기만 하다. 얼마만 주세요 이렇게 말하기 일쑤이다. 사람의 심리가 큰돈을 잃고 작은 돈에 집착하듯 세금보다 몇 십배 몇 백배 적은 수수료를 선뜻 주려 하지 않고 반드시 따진다. 아예 떼먹는 사람도 있다.
국가에 낼 큰 부가세가 있는 사람에게 적은 수수료를 달라는 것이 왜 부끄럽고 미안한지, 나는 참 어이없는 사람이라고 나에게 화를 낸다.
부가세는 유통 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에 10%가 부과된다. 부가세는 소비자가 국가에 자진하여 내는 세금인데 간접세로서 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사업자가 부가세를 대신 맡아 내주는 일은 무거운 의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사업자에겐 10%의 할인 혜택이다. 사업자가 생산 판매를 위하여 소비 지출한 부가세는 매출세액에서 공제되기 때문이다. 좀 더 당당하고 명예롭게 수수료를 청구해야겠다고 나 자신을 붙들어 맨다.
처음 세무사업을 시작 할 때 부가세신고기한이 두려웠다. 종이세금계산서를 입력하느라고 어깨가 빠졌다. 부가세가 사람 잡았다. 신고 끝나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아파서 펑펑 울었다. 거금을 들여 종이 세금계산서를 스캔하여 읽어 들이는 기계를 샀다. 잔뜩 설레며 들여온 그 기계는 내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팠다. 사업자들마다 재질이 다른 종이세금계산서여서 기계가 종이를 몇 장씩 겹쳐 읽어서 오류를 냈고, 얇은 종이는 씹혀서 걸려들어 고장을 냈다. 결국 돈 들여 그 귀한 시간에 고생을 더 한 셈이었다. 다시 손으로 한 장 한 장 입력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거대한 숙명의 바위에 콱! 눌린 것 같다. 시지프스 대왕이 굴려 올리는 바위처럼 숨이 막혔다. 자포자기한 사람이 비굴하게 굴종하는 것처럼 나는 한 장 한 장 다시 손으로 입력한다. 이 바위가 굴러 떨어져도 시지프스 대왕은 바위를 다시 밀어 올렸다. 알베르 카뮈는 그것이 시지프스 대왕의,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했다. 악전고투하는 부가세 신고가 끝나면 나는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끼게 된다. 나 아니면 누가 이일을 해 낼 것인가? 나는 국가의 한 수레바퀴를 굴렸다! 지구는 무사히 25일의 자오선을 넘어갔다!
종이 세금계산서를 한 장 한 장 입력하는 것은 여전히 고되고 짜증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의 정열이 응축된 반짝이는 가치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입력하면 일이 소중해지고 마땅히 인종(忍從)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이렇게 나는 한걸음 내 일에 다가서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밸류 애디드한 것이다.
부가세의 가운데에 가치가 들어있다. 그래서 부가가치세인 것이다. 국가의 수레바퀴 한축을 굴려준 자긍심이 생긴 이후에 그 가치라는 글자는 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온 세상에 부가가치세가 금싸라기처럼 반짝이는 것 같았다. 세상의 온갖 상품에는, 서비스에는, 사람들의 정열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업자 번호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고되고 힘겨웠으나 보람 있었다. 지금 이 시간을 지나서 밝은 미래로 가고 있다. 먹고 사는 일은 바로 밸류 애디드를 거치는 일이다!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고 마침내 전자세금계산서제도가 생겼다. 종이세금계산서는 줄어서 부가세 신고는 훨씬 쉬워졌다. 계정과목을 분개할 때는 신이 난다. 상품, 원재료비, 차량유지비, 복리후생비, 소모품비.... 이모든 비용이 들어간 다음, 제품, 상품매출, 공사수익, 임대수익들이 과일처럼 탐스럽다. 컴퓨터가 광합성을 하는 것 같다. 밸류 애디드가 융합된 인간 광합성이다!
VAT
Value Added Tax 부가가치세
제품이나 용역이 생산·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기업이 새로 만들어 내는 가치인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
대한민국 1977.7.1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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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작성한 글은 아니고 현직 세무사이신 저희 어머니께서 세무사카페에 작성하시고 큰 호응을 받아
자식인 제가 무단으로 펌해온 글입니다..
사업자분들의 오해와 편견 해소에 조그만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실적 달성에 우리모두 힘을 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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