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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07 13:30:49
Name 트린
Subject [일반] 불금엔 소설! [TRPG 리플레이/서방견문록] 제2화 명특의 비밀

* 시작하기 전에. 본 소설은 TRPG 시나리오를 뛴 다음 쓴 리플레이 소설입니다.
TRPG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ko.wikipedia.org/wiki/TRPG

티알피지를 실제로 하시고 싶다고 하시면 저한테 문의해 주시던가 아님 이곳에 가보세요.
http://cafe.naver.com/trpgdnd/










비교적 고지에 위치한 묘향촌의 외곽. 소음을 방지하려고 만든 높은 담과 작은
숲을 지나자 대장간이 나왔다.
성직자면서 전사처럼 근육질에 강단 있게 생긴 인간 청년, 명특이 점차 높아지
는 소음에 표정을 찡그리며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다. 밖의 소리는 소리도 아니
었다. 벽에 막혀 있던 나머지 소리가 엄청난 기세로 달려들었다. 명특은 얼른
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먼저 있던 키 작은 하플링 도적 브로콜리도 앞에서 똑
같은 자세였다. 그녀는 명특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장간 안에는 따로 조명이 없고, 가장 안쪽에 코크스를 품은 로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열기와 빛 속에 있으면서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드워프 액셀이었다.
풀무질은 끝났는지 액셀은 모루 위에서 갑옷 어깨받이로 보이는 부품을 놓고 망
치로 열심히 내려치고 있었다. 망치를 칠 때마다 웃통을 벗어 드러난 어깨 근육
과 등 근육이 함께 꿈틀거렸다.붉게 달아오른 부품에 가끔 몸 가득한 땀방울이
떨어졌다.
명특은 브로콜리를 앞설 때 간단히 아는 체를 한 후 소리쳤다. 몇번을 불러서야
액셀이 망치질을 멈췄다.


“형님, 도끼질 말고 이런 재주도 있으셨어요?”
“어, 동생. 왔어?”


있을 땐 모르는 게 공기 말고 또 있었다. 명특은 조용함에 깊이 감사하며 대답했다.


“슬슬 갈 준비하셔야죠. 다들 준비 마쳤슴다.”
“그렇군.”
“브로콜리 씨는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요?”


브로콜리는 팔짱 낀 채 대답했다.


“뭐 이것저것. 드워프가 망치질하는 거 구경도 하고, 가끔 심부름도 하고 그랬지.”
“그렇군요. 전형적인 모습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일테면 하플링이 밥을 먹는
모습이라든가.”
“죽는다.”


브로콜리는 놀리는 건 좋아해도 놀림당하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또 그만큼
식탐도 많았다. 그녀는 약간 주저하다 덧붙였다.


“거하게 사주면 보여주지.”
“봐서요.”
“술도 괜찮아.”
“봐서요.”
“주머니 털리고 싶지는 않아?”
“그건 됐어요.”


그동안 액셀은 앞치마를 벗고 그것을 구겨서 땀을 쓱쓱 닦았다. 거의다 만들기 직전
이라 방해가 좀 아쉬웠다.
그가 하는 일은 단조였다. 단조란 로에 넣어 가공이 쉽게 달구고, 정련한 금속 괴를 망
치 등으로 두들겨 일정한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을 뜻한다.
괴를 만들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금속 내부에서 구멍을 만든 현상을 기공,
성분 원소가 골고루 분포되지 않은 현상이 편석, 목표하지 않은 일정부위가 비대한
것을 조대 조직이라고 하는데 단조를 거쳐 성형을 해야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
다. 그가 목표로 하는 갑옷 제작 기술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한 뒤에도 디자인, 재질 고
려, 외장 덧붙임, 조정 등의 공정을 거쳐야 했다. 한마디로 산 너머 산이었다.
어렸을 때는 고되면서도 정교해야 하는 작업이 싫어서 배우지 않았다. 두사람 말처럼
드워프 하면 대장간 일이라는 분위기가 일반 세상뿐만 아니라 드워프 자신들에게도
있다. 만약 드워프들이 전투도 함께 우선시하지 않았다면 액셀의 유년기는 꽤나 갑갑
했을 것이다.
액셀은 구석에 놓인 짚을 한 가득 들어 몸 이곳저곳을 북북 문질렀다. 그런 다음 옆에
있던 물통에서 물을 한 가득 떴다. 세수 다음에 눈치 빠른 명특이 다가와 물을 뿌려 주겠
다고 말했다. 액셀은 물통을 맡기고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했다.


“재밌으신가 봐요.”
“아 좀.”


하나하나 다져 목표를 이루는 재미는 나이를 먹어서 알게 된 낙이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도 쏠쏠했다. 전투와 파괴와는 다른 자극, 다른 경지였다.
미지근한 물이 일차로 훑고 지나갔다. 명특은 잠시 기다리게 하더니 삼차까지 물을 부었
다. 받은 수건으로 일어나서 몸을 닦는 액셀에게 명특이 말했다.


“좀 부러워요.”
“왜?”
“저도 갑옷 제작에 관심이 많거든요.”


브로콜리가 끼어들었다.


“인간 성직자가 말이지?”
“인간에게도 도둑이 있고 대장장이도 있죠. 인간도 밥을 먹죠. 인간도 간식을 밝히죠. 인
간도.”
“죽는다.”


액셀이 물었다.


“진심인가?”
“취미 수준이지만 도전해 보고 싶어요. 성직사로서.”
"그건 결국 마법 갑옷 만들기인데."
"네. 그거 맞아요."
“진지하게?”
“네, 진지하게. 가르쳐주시려고요?”


액셀은 수염에 잔뜩 묻은 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직접 두들기는 것보다 더 좋은 수를 선
택한 것이기는 했다. 액셀이 만든 물건에 마법을 부여하면 탁월한 마법 갑옷을 만들 길이
열리는 셈이었다.
허나 마법 갑옷 만들기는 백 번 중 한두 번 정도의 일정 확률로 마법 부여자에게 일종의
기억상실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법칙은 가장 가까이 겪었던 전투와
파괴, 살육의 경험이 가장 먼저 상실되는 특징이 있었다. 해서 무분별하고 어처구니없는
능력을 지닌 마법 도구 만들기가 제한되는 근본적인 원인이자, 미친 마법사를 만드는 가
장 빠른 길이면서 전장공포증후군이 있는 성직자나 아픈 기억을 지우려는 마법사들이
아주 가끔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실제로 어떤 신이 이런 선택을 예비한 것인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으나, 만약 그런
신이 있다면 그 또는 그녀는 대체로 자비로우면서 상당히 특이하고 호사가 같은 특징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명특이 거기까지 의도했을까? 만약 그렇다면 명특은 일단 상당한 독서가임이 틀림없었
다. 많은 사람들이 실용성이 없는 바보짓이라고 여겼고, 결벽증이 있는 학자나 기록자
는 이를 일종의 사악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드워프 장인의 인도 아래 마법 관
련 서적이 잘 갖춰진 서가에서 두어 시간만 공부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마법 부여 의식
은 존재 자체를 알기 힘들었다.


‘호기심일까?’


그게 아니면 아픈 상처를 잊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일 수도 있었다.
액셀이 물었다.


“하고 싶으면 가르쳐줄 수 있지. 하나 묻겠다.”
“네.”
“만들고 싶은 거야, 잊고 싶은 거야."


드워프의 물음에 그를 내려다보던 명특의 눈이 순간 커졌다. 항상 하하 웃는 것 같은 모
습으로 다니던 얼굴에 잠시 짙은 그늘이 졌다. 액셀은 개호주가 쏜 화살이 정타를 때리
듯 짐작이 제대로 들어맞았음을 깨달았다.
브로콜리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무슨 새로운 수수께끼야? 왜 나만 몰라?”
“별 것 아니에요.”
“유행에 뒤지기 싫은데. 뭐야. 안 말해 주면 죽인다.”
“진짜 별 것 아니에요.”
“밤에 찌른다.”
“됐네요.”


재빨리 평소 모습을 되찾은 명특이 눈짓을 하며 그 자리를 먼저 빠져나갔다. 나중에 언제
한번 자리를 마련해 그와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아, 뭐야 남자끼리 비밀이라니 짜증난다, 진짜. 너희들 게이냐?”


하플링 도적이 집요하게 묻기 전에 미리 봉쇄 겸 얼른 모험을 떠나자며 액셀도 명특 뒤를
따랐다. 길드에서 요새 마을 주변 해안 절벽에 강도, 도둑질, 살인, 방화, 약탈을 서슴지 않
는 오크 무리가 있다 하여 녀석들을 정찰하고 가능하면 처리하는 임무를 맡은 뒤였다. 브
로콜리와 개호주가 사전 정찰을 가고 싶다고 하여 그 부분에 대한 회의도 해야 하고, 보급
품 점검, 공동 자금으로 무기 교체 건 등 전투를 위한 준비거리가 산적해 있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액셀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아까와는 다른 활기가 도는 느낌을 받았다.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만이 삶의 본질은 아니었다. 새가 양 날개로 날 듯, 그의 삶은 파괴와
창조를 위해 있었다.
액셀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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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14/02/07 13:37
수정 아이콘
두개를 합쳐도 될 것 같네요.
14/02/07 13:38
수정 아이콘
완전히 다른 장소, 다른 에피소드여서 그건 좀 그렇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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