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공간] 내가 사랑한 그들의 명연기, 배우 인생 최고의 1분
설 연휴를 맞아 오늘은 내가 사랑한 한국배우들 최고의 명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른바 내가 꼽은, '배우 인생 최고의 1분'. 참고로 1번부터 15번까지의 순서는 연기력 순위가 아닌 '무작위순'임을 미리 밝힌다. (더불어 연기에 대한 간략한 평과 함께 관련 영상들을 함께 링크하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꼭 감상해보셨으면 한다.)
1. 하정우 - 비스티 보이즈(2008) : 사랑한다구! 이 씨발년아!
충무로의 대세 하정우의 수많은 명연기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것이 바로
[비스티 보이즈] 호스트바 마담 재현의 '공사녀(?) 구타씬'이다. (이른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비스티 보이즈] 하정우 최고의 연기.) 돈을 목적으로 한창 공사치던 여자로부터 연락이 끊기자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가 애걸복걸하다 결국은 욕설과 구타로까지 이어지는 이 씬은, 말 그대로 하정우의 인생 연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껏 많은 영화들 속에서 수많은 양아치 찌질남들을 봐왔지만 이처럼 소름끼치도록 극사실적인 양아치 찌질남 연기는 처음이었다. 이 씬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은 아래 유투브 링크에 등록된 어떤 이의 댓글로 대신한다. "양아치 연기를 하랬지, 누가 양아치가 되라 그랬냐."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_KQYnluCAqg)
2. 신하균 – 박수칠 때 떠나라(2005) : 그래요.. 내가 정유정을 죽였어요..
신하균의 연기 인생에서 그의 배우로서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단 하나의 씬을 꼽으라면 나는
[박수칠 때 떠나라]의 '거짓말 탐지기 취조씬'을 꼽겠다. 이 영화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린 김영훈을 연기한 신하균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눈빛과 느낌을 지닌 캐릭터를 특유의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완성해냈다. 작품 안에서 신하균과 대립하는 상대역인 수사관 최연기 역을 맡은 차승원의 터프한 연기도 인상 깊었지만 누가 뭐래도
[박수칠 때 떠나라]는 신하균을 위한, 신하균에 의한, 신하균의 영화이다. 특히나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거짓말 탐지기 취조씬은 신하균의 연기 하나로 그 공간의 모든 배우들과 화면 전체가 압도될 정도로 대단했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OOWY0xkllvA)
3. 송강호 – 살인의 추억(2003) : 밥은 먹고 다니냐?
말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 배우 송강호 최고의 연기, 이른바 그의 배우 인생 최고의 1분을 꼽으라면 (의견이야 분분하겠지만)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이
[살인의 추억]의 터널씬을 꼽지 않을까?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의 명연기라는 것이 꼭 고함을 지르거나 오열을 하며 폭발시켜야만이 명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짧은 대사 한줄과 눈빛 연기 하나만으로도 최고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음을 송강호는 관객들에게 증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가 (봉준호 감독의 주문에 의해) 송강호가 이틀간 고심하여 만들어낸 대사였다는 사실. 영화 속 박두만이라는 캐릭터의 회한과 울분, 안타까움과 슬픔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긴 페이소스를 씁쓸하게 표현해낸 희대의 명연기라고 하겠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r9qUW2KTAG8)
4. 최민식 – 파이란(2001) : 강재의 오열
배우 최민식의 인생 연기를 두고
[올드보이]와
[파이란]을 두고 고심하다가
[파이란]을 골랐다. 최민식의 인생작이
[올드보이]라면, 그의 배우 인생 최고의 1분은
[파이란] 강재의 '편지 오열씬'이 아닐까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화
[파이란]의 3류 깡패 강재(최민식)가 죽은 파이란(장백지)이 생전에 쓴 편지를 읽고 난 후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흐느끼며 통곡하는 이 장면은 말 그대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가슴 찡한 명장면이다. 한 인간의 연기가 이렇게까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이 장면에서 최민식의 절절한 눈물 연기는 정말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고 서글프게 만든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xwbXCdYyJVY)
5. 한석규 – 초록물고기(1997) : 큰성, 전화 끊지마, 전화 끊지마.. 큰성, 생각나?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에서의 전화박스씬 하나만으로도 배우 한석규는 한국영화사의 위대한 배우로 칭해질만하다.
[살인의 추억]의 터널씬과
[파이란]의 편지 오열씬에 비견될만한
[초록물고기] 한석규의 인생 연기. 보스 태곤(문성근)의 지시에 의해 태곤의 옛보스 김양길(명계남)을 화장실에서 칼로 담가 살해한 후, 패닉 상태가 된 채 두려움에 떨던 막동(한석규)이 전화박스에서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어 울음섞인 목소리로 통화하던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초록 물고기]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 장면이 너무나 대단하기에 묻힌 감이 있지만, 화장실에서 김양길을 살해한 후 부들부들 떨며 피를 닦던 한석규의 연기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대단했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2YSo8TT5EG8)
6. 김윤석 – 추격자(2008) : 야 4885, 너지.
배우 김윤석의 인생 연기를 두고
[타짜]의 막판 도박씬과
[추격자]의 4885 추격씬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으나 최종적으로
[추격자]를 선택했다. 이유는, 배우 김윤석의 실질적인 첫주연작이자 대종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 그 해 3대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하게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통해 김윤석은 송강호의 아성을 위협할만한 명배우로 인정받으며 대한민국 최고 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영화
[추격자]의 백미는 "야 4885, 너지."로 대표되는 두 배우의 첫조우씬과 추격씬일 것이다. 화면 속 공기는 물론이거니와 극장 안 공기까지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싸늘히 얼어붙게 만드는 명연기를 김윤석과 하정우 콤비는 선보였다. 특히나 지영민을 붙잡은 후, 전봇대에 기대 가쁜 숨을 고르며 말하다 헛구역질을 하는 엄중호의 모습은 김윤석의 연기 내공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dumWb4DxQIw)
7. 설경구 – 박하사탕(2000) : 일어나야지.. 어..? 집에 가야지..?
지금이야 연기마다 비슷하고 판에 박혔다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설경구이지만 그에게도 대한민국 최고 배우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으며 송강호, 최민식과 함께 한국 영화계를 삼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배우 설경구의 영화 데뷔작
[박하사탕]. 이창동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 데뷔작 한편으로 설경구는 충무로가 주목해야할 연기파 배우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 영화에는 많은 명장면과 명연기들이 즐비하지만, 그 중에서도 군에 입대한 영호(설경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작전에 투입되면서 우연히 만난 여고생을 실수로 쏴 죽인 후 패닉 상태가 되어 오열하는 씬을 잊을 수가 없다. 여담이지만, 이 씬을 찍으며 배우 설경구가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워했었고 일부러 이창동 감독이 설경구의 상태를 그렇게 패닉으로 몰아갔다는 후문이 있는데, 이러한 배우의 아픔과 고통이 캐릭터를 통해 그대로 전해지는 명연기가 아닐 수가 없다.
(영상 링크 :
http://blog.naver.com/street9779/80155776348)
8. 이병헌 – 달콤한 인생(2005) : 말 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의외로 이병헌의 명연기를 꼽기가 어려웠다.
[달콤한 인생],
[광해, 왕이 된 남자],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 등 그의 연기 인생을 대표할만한 대표작들을 꼽는 일은 어렵지 않았으나 이 가운데서 막상 그의 '연기 인생 최고의 1분'을 꼽으려고 보니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모두 기복 없는 클래스로 최선의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병헌 배우 커리어의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달콤한 인생]의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씬'을 선정해봤다. 단평을 위해 오랜만에 관련 영상을 감상하며 느낀 것이지만 (비운의 정서 등의) 캐릭터 고유의 질감과 정서를 표현하는 연기의 섬세함에 있어서만큼은 충무로에서 그가 단연 압도적이라는 생각이며, 이것이 내 개인적으로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6mh9uVZ59TQ)
9. 류승범 – 부당거래(2010) : 나 이렇게 쌍스러운 사람 만들 거야?
류승범 연기 인생 최고의 1분을 꼽는 일은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어시장의 활어처럼 생생하게 살아있고 찰지기 때문이다. 내가 본 류승범 연기 인생 최고의 캐릭터는
[부당거래]의 검사 주양이다. 그래서
[부당거래] 최고의 명대사인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 씬을 넣을까 하다가 생각을 바꿔 다른 장면(=요정에서의 기자 접대 씬)을 넣어봤다. 이유는 다른 거 없이 그냥 이 장면에서의 그의 연기가 정말 좋아서. 이렇게 능청스러우면서도 감칠맛 나게 연기를 할 수 있다니, 몇 번을 돌려봐도 웃음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류승범의 연기는 발군이며 기자 역의 오정세와의 합도 훌륭하다. 말 그대로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선보이는 연기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 아닐까. "나는 원래 원칙주의자야~", "나 이렇게 쌍스러운 사람 만들 거야?", "우리 사이에 진짜 그러지마. 나 섭섭해.", "열과 성의를 다해서 두 번 해드려." 등등 내 뱉는 대사 하나 하나마다 어찌나 이렇게 찰지고 능청스러운지 감탄의 연속일 뿐이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d7MkIzvdtck)
10. 권상우 - 말죽거리 잔혹사(2004) : 대한민국 학교 좆까라 그래!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인 오늘 글에서 언급하기에는 배우 권상우의 존재감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 그대로 연기력의 측면만 놓고 봤을 때 배우 권상우가 이 글의 다른 배우들과 동등하게 다뤄질 급은 아니라는 얘기. 하지만 권상우에게도 자신만의 인생작과 최고의 인생 연기는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의 연기 인생 대표작이라고 불릴만한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대한민국 남자들의 숨겨진 로망을 자극하는 대사, "이 씨발놈아,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옥상으로 올라와." 이후로 펼쳐지는 옥상 난투극을 마친 후, 주인공 현수(권상우)가 교실 복도로 내려와 자신을 둘러싼 학생들과 교사들을 면전에 두고 복도 유리창을 깨부신 후 내지르는 울분에 찬 일갈, "대한민국 학교 좆까라 그래!". 이러한 그의 외침은 결국 학교를 넘어서, 유신이라는 이름 속에 갇힌 그 시대와 사회를 향한 분노의 일갈인 것이며 결국 이 장면을 통해 우리가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60DqZJguhPA)
11. 조승우 – 타짜(2006) :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 새끼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라는 대사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
[타짜]의 하이라이트인 도박 대결씬. 더 이상 설명해서 무엇하랴. 지금까지도 넷상에서 수없이 많이 회자되고 패러디 되는 이 씬은 조승우와 김윤석과 김혜수라는 최고의 배우들의 조합을 통해 탄생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니 역의 조승우. 결국 배우 조승우의 연기 인생에서 영화
[타짜]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이 작은 체구의 배우가, 카리스마 넘치는 아귀 역의 김윤석의 포스에 맞서 한치도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것은 말 그대로 놀라웠다. 적어도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이처럼 왜소하고 작은 체구로 자신만의 아우라를 고고하게 뿜어내는 배우는, 내가 아는 한 조승우가 유일하며 이러한 그의 매력과 집중력이 한껏 발휘된 명장면이 바로
[타짜]의 마지막 도박 대결씬이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_K68ae_ATyo)
12. 장동건 – 태극기 휘날리며(2004) : 진석아.. 너 정말 살아있었구나..?
배우 장동건에게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면모를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
[친구]였다면 이러한 그의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게 만든 작품이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닐까. 장동건의 열연도 열연이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은 내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가장 펑펑 울었던 영화로 기억된다. 전쟁터에서 헤어져 북한군 깃발부대의 선봉장이 된 형 진태(장동건)를 어렵게 찾아낸 진석(원빈). 동생이 죽은 줄로만 알고 이성을 잃어버린 진태에게 같이 가야 한다며, 어서 일어나라고 애원하며 부르짖는 동생 진석.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진석을 뒤늦게 알아본 진태는 진석에게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동생을 먼저 남쪽으로 보낸다. 하지만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위태로운 전쟁터에서 조금이라도 동생을 멀리 보내기 위해 홀로 북한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게 되고, 결국 북한군의 총탄에 난사당하며 쓰러지게 된다. 지금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생각하면, 눈이 하얗게 뒤집힌 채로 열연하던 장동건의 얼굴과 기관총을 난사하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1LapRRBYQz0)
13. 황정민 – 달콤한 인생(2005) :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배우 황정민의 최고의 1분을 두고,
[신세계]의 정청과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사이에서 고민했다. "드루와, 드루와." 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엘리베이터씬의 정청이 황정민 연기 인생의 최고의 캐릭터일 순 있으나 그의 연기 인생의 최고의 1분을 꼽으라면 나는
[달콤한 인생]의 아이스링크씬을 꼽고 싶다. '정청이냐, 백사장이냐', 이 선택의 문제는 어찌보면 객관적 평가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취향의 영역에 가깝다고 본다. 어쨌든 난 인간적인 정청보다 비열하고 악랄한 백사장 캐릭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달콤한 인생]에서 황정민이 백사장 역을 통해 보여준 악랄하고 잔인한 악역 카리스마는 한국영화사의 그 어떤 악역 캐릭터들에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영화의 후반부 아이스링크장에서의 대결씬은 백사장이란 캐릭터의 비열함과 잔혹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커를 닮은듯한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캐릭터를 통해, 그는 2005년 대종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조연상을 휩쓸며 한국영화계의 메인스트림으로 편입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영상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gM94XQrzNDQ)
14. 정재영 - 거룩한 계보(2006) : 순탄아!! 깡패도 아닌디.. 깡패가 아니라도 칼 맞냐!!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준 배우 정재영의 연기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의 절규씬이다. 전라도 조직 세계를 주름잡던 칼잡이 치성(정재영)은 조직의 일로 감옥에 가게 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구 순탄(류승룡)을 감옥에서 우연히 만나 회포를 푼다. 하지만 그의 부재를 틈타 경쟁 조직의 보스가 치성의 부모에게 칼부림을 벌이게 되고 면회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치성이 처연한 모습으로 교도소 공장으로 돌아와, 친구 순탄의 이름을 부르며 "깡패도 아닌디.. 깡패가 아니라도 칼 맞냐!"라며 목 놓아 부르짖는 이 장면은 말 그대로 압권이다.
[거룩한 계보]가 코믹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둘 다 완벽하게 잡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아픔과 충격을 친구에게 절절하게 토해내고 홀로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수돗물을 틀어 놓고 흐느끼며 울던 정재영의 명연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상 링크 :
http://pann.nate.com/video/16338253)
15. 전도연 – 밀양(2007) :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대한민국 영화배우들의 명연기를 이야기하면서 배우 전도연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접속],
[약속],
[해피 엔드],
[너는 내 운명],
[멋진 하루],
[하녀],
[집으로 가는 길] 등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그녀이지만 배우 전도연 최고의 인생작은 누가 뭐래도
[밀양]이 아닐까. 그녀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밀양]. 이 작품에서 그녀는 우연한 일로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진 채 종교적 구원과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고 신음하는 한 여인의 모습을, 뼈를 깎는 듯한 열연으로 스크린 앞에 펼쳐낸다. 특히나 영화의 후반부 집에서 홀로 과일을 깎아먹던 그녀가, 천장을 올려다본 채로 "봐? 보여?"라며 신을 조소하듯 스스로를 자해하며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 그러다가 새삼 생명의 위협과 죽음의 공포 앞에 집 밖으로 뛰쳐나와 "살려달라"며 행인들에게 애원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꼽는, 전도연 최고의 명연기이자 배우 전도연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씬이기도 하다.
(영상 링크 - 59분부터 :
http://www.youtube.com/watch?v=oozw82O_A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