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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15 22:45:13
Name 쌈등마잉
Subject [일반] 로맨틱펀치의 오해와 응답하라 1994의 이해 (서태지와 아이들 - 너에게)
얼마 전 밴드 로맨틱펀치(Romantic Punch)가 이 노래를 커버하면서 잘못된 발언을 한 것이 큰 물의를 이르켰습니다. 기타를 연주하는 콘치가 이 곡을 '미성년자를 범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안타까움을 담은 노래'로 해석을 한 것이었죠. 물론 반쯤은 농담으로 한 것이었겠지만, 무심코 던진 돌이 가끔은 어떤 개구리에게 치명상을 주기도 하죠.

 

1993년도에 처음으로 선 보였던 <너에게>가 지금 다시 주목받은 이유는, 곡 자체가 명곡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영향 때문입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에서 <너에게>는 주요 테마곡 중 하나였죠. 20년의 세월을 관통해 전시했던 이 드라마는 그 시간적 격차를 메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 대화 속의 뉘양스, 문화적 코드를 읽게 하는 소품들 등. 그 애씀 덕에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시대로 돌아갔고 함께 향유했습니다. 

 

<너에게>를 커버했던 로맨틱펀치의 부적절한 발언은 사실 불성실함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응답하라 1994> 팀이 그 시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데 반해, 로맨틱펀치는 안일했죠. 서태지와 아이들 팬의 분노는 그 몰이해를 향해 있습니다.


서태지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상당히 의아해했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죠. 그는 자신을 향한 애정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스러웠고, 또 두려운 감정을 들게 했습니다. 게다가 젊은이들의 욕망을 폭발시켜준 매개가 된 그는 어른세대와의 갈등을 조장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2집>>은 바로 그러한 상황 속에서 서태지가 고민한 결과물을 담고 있죠. <너에게>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니가 아무리 지금 날 좋아한다 그래도, 그건 지금뿐일지 몰라.

지금 나에겐 두려움이 앞서

어른들은 항상 내게 말하지

넌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일이 더 많다고"


로맨틱펀치의 곡 해석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사회적(어른들의 세계관)으로 용인되지 않는 사랑(혹은 우정)의 관계를 고민하는 노래니까요. 다만 서태지가 문화적 아이콘이 된 후 위태로운 길을 걸을 때, 팬들과 교감하게 했던 그 맥락을 너무 손쉽게 조롱으로 코드화한 것은 아쉽습니다. <너에게>는 서태지가 팬들을 향해 솔직한 양가적 마음을 내비쳤고, 그에 대한 응답들을 이끌어낸 곡으로 팬덤 안에서 특수한 위치를 인정받는 곡이니까요.

 

이 해프닝은 로맨틱펀치 측에서 공식 사과를 했고, 또 서태지 측에서도 '루머에 따른 오해에서 비롯된 실수이므로, 이번 일로 인해 진솔하고 자유롭게 음악하는 인디씬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하여 정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후유증이 가신 것은 아니지만요.

 

로맨틱펀치는 재미삼아 공연에서 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상하게 한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고, 격렬히 반응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팬들은 자신의 소중한 추억이 조롱받는 것에 분개했죠. 결과적으로 서태지는 대인배가 되었고, 로맨틱펀치는 몰상식한 이미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태지 팬이지만, 로맨틱펀치에게도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2집이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런 일까지 겹치니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도덕적인 방향으로 이 사건이 전개되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한 때 서태지는 사회의 전위였는데, 이제는 그의 브랜드가 안정적인 잣대의 위치에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효과로서).

 

어쨌든,

한 번 들어보죠.

 

<너에게>




니가 아무리 지금 날 좋아한다고 그래도

그건 지금뿐일지도 몰라

왜냐하면 어 그건 말야

 

너의 말들을 웃어 넘기는

나의 마음을 너는 모르겠지

너의 모든 걸 좋아하지만

지금 나에겐 두려움이 앞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너를 

가로막고는 있지만

날 보고 웃어 주는 네가

그냥 고마울 뿐이야.

 

너는 아직 순수한 마음이 너무 예쁘게 남았어

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 모두가 어려운걸

 

세상은 결국 변하겠지

우리의 생각들도 결국 달라지겠지

생각해봐 

어려운 일뿐이지.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을

때로는 외면하고 얼굴을 돌리는걸 

넌 느끼니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야.

 

너를 만난 후 언젠가부터

나의 맘속엔

근심이 생겼지

네가 좋아진 그 다음부턴

널 생각하면 깊은 한숨뿐만

 

사랑스러운 너의 눈을 보면

내 맘은 편안해지고

네 손을 잡고 있을 때면

난 이런 꿈을 꾸기도 하고

나의 뺨에 네가 키스할 땐

온 세상이 내 것 같아

 

이대로 너를 안고 싶어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일이

네앞에 버티고 있잖아.

생각해봐 어려운 일 뿐이지.

 

네가 접하게 될 새로운 생활들과

모두가 너에게 시선을 돌리게 될 것을

알 수 있니

 

너는 이런 내 마음 아는 

난 너의 맘 다치게 하긴 싫어

이러는 것 뿐이지

 

어른들은 항상 내게 말하지

넌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일이 더 많다고

 

네 순수한 마음 난 변치 않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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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킬칼켈콜
14/01/15 22:49
수정 아이콘
바로 그 팬덤이 전위에 열광하는 세대에서 잣대의 결정권을 지니는 세대가 되었으니....요즘 얘기하곤 하는 무한도전의 블록버스터화 처럼 이런 일련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나쁜 일 만은 아니니 뭐..
쌈등마잉
14/01/16 13:30
수정 아이콘
네. 사실 서태지 팬덤의 자기방어적 태도는 서태지가 일종의 모두까기의 대상이 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한창 때는 주류의 논리와 대결하며 악성 루머에 시달렸고, 새 컴백 이후에는 인디씬에서든 대중적으로든 여러 드립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그러다보니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지적재산권의 강자에 서태지가 이미 올라 있음에도, 팬들은 다소 수세적인 포지션을 상정하는 것 같아요.

저로서는 서태지 정신의 이면,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잘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의 어두운 측면을 볼 수 있는 지점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서태지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따지고 보면 서태지는 너무나 운이 좋았던 한 경우에 불과한 것이었고, 꿈을 향해 달려가다가 부서진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무대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도 현실이니까요.

서태지는 이러한 지점을 어느정도는 의식을 하기 때문에 인디 밴드들을 지원하기도 하고, 또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호적인 입장을 표출하기는 하지만, 팬들의 감정은 상당히 다르죠. 어쨌든 결과적으로 서태지는 대인배가 되었고, 로펀은 치졸한 놈들이 되었으니까요.
vlncentz
14/01/15 22:50
수정 아이콘
로펀은 그거 한방이 너무 컸어요...
바다님
14/01/15 22:56
수정 아이콘
로펀은 보컬이 대놓고 야한 컨셉 으로 밀어왔는데 그건 사실 귀여웠어요. 이 친구가 영리해서 선을 지킬 줄 알면서 농담 했거든요.

그런데 뜬금없이 웬 콘치의 저 드립... 너무 나갔네요.
현실의 현실
14/01/15 22:58
수정 아이콘
모바일로 누르면 왜자꾸 유투브로 납치되죠
GO탑버풀
14/01/15 23:10
수정 아이콘
그냥 해서는 안되는 발언이었죠
그것도 관객들 앞에있는곳에서 했으니.....
소독용 에탄올
14/01/15 23:46
수정 아이콘
예술에 대한 해석에 정답이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긴 한지라서......
부연설명을 조금만 해줘도 자신은 저렇게 느꼈다고 말하는게 딱히 잘못된 것 같진 않습니다만,
사실 서태지 활동기에 청소년기를 보내긴 했어도 팬은 아니었던지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jjohny=쿠마
14/01/16 00:10
수정 아이콘
'이 곡은 그런 뜻이다' 이렇게 말해버리는 건 '나는 그렇게 느꼈다'와는 다른 레벨의 이야기였고
해당 발언은 확실히 도를 넘은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쌈등마잉
14/01/16 13:20
수정 아이콘
저는 로펀의 해석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보긴 하는데, 발언의 뉘양스랄까, 그런게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서태지를 일종의 변태성욕자로 묘사를 해버렸으니까요. 공연 후기들을 보면, 조롱과 드립을 지속적으로 한 것 같더라고요. 사과를 요구하는 팬들(자신들의 공연에 참석한)에 대해서도 치졸하게 굴었죠. 일이 커진 뒤에야 사과를 한 것이라, 진정성의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고요. 로펀은 자기들의 공연에 서태지 팬이 올거라는 생각을 전혀 안하고 농담조로 한 것 같던데, 아무튼 안일하게 드립을 친 것도 아쉽고, 그보다 더 안일했던 대응도 아쉽습니다.
14/01/16 00:59
수정 아이콘
이 노래가 파이어됐던이유 중 하나가 말씀하신 대로 '너에게'가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였기 때문이기도 하죠.
소중히 떠받들던 노래가 갑자기 미성년 성범죄자와 같은 취급을 받았을때의 충격이란....
14/01/16 04:25
수정 아이콘
너에게 그 락버젼? 이라고해야하나 서태지앨범에 있는. 리메이크곡 생각하면 저도 로맨티펀치 처럼 생각할수 있을거 같아요
그버젼 진짜좋은데
14/01/16 09:52
수정 아이콘
소송걸어서 제대로 털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서태지까면서 허세부리는 놈들이 여태껏 한둘이 아니라...
쌈등마잉
14/01/16 13:34
수정 아이콘
서태지 까면서 허세부리는 뮤지션들이 상당히 많죠. 예전에는 안티 서태지 공연을 해 서태지 화형식도 하기도 했었고요. 좀 극단적인 경우지만.

젊은 뮤지션들의 이런 패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행위인가가 의문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일 뿐.
일례로 논객 진중권이 듣보잡에서 가시적으로 뜬 이유가 당시 최고의 작가이자 식자였던 이문열과의 논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많은 경우 서태지를 까는 것이 이러한 넘어섬의 방식이 아닌 그저 허세에 머물기 때문에 아쉬운 것 같아요.
데오늬
14/01/16 11:08
수정 아이콘
공식 사과라기엔 사과문이 상당히 웃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많은 분들이 미성년자를 범한다는 표현이 어떻게 장난이 될 수가 있겠냐고 말씀하시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법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에 있어
관객 분들께서 제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보여주실 부정적인 반응이 당연스레 나올 것이라는 것을 이용한 조크였으며...'
이거 말고 다른 사과문이 또 있었나요?
쌈등마잉
14/01/16 13:37
수정 아이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문은 http://cafe.naver.com/gguljaem/1304 에서 확인할 수 있고요.
다만, 서태지 측에 보낸 사과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과 동일한 것인지 다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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