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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11 23:29:36
Name YoungDuck
Subject [일반] 조용한 혁명
토요일 아침 약간 늦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씻고 나서 어제 못 본 마녀사냥을 다운로드 본다.
섹시한 곽정은 누님이 일본여성들의 예전 선호는 3高로 고학력, 고수입, 고신장이었다면,
요즘 선호는 3C로 Communicative(말이 잘 통하고), Cooperative(집안일을 잘 도와주고), Comfortable(편안한 매력이 있는 남자)라고 한다.

마녀사냥을 보고 나서 정장을 입고 짐을 주섬주섬 싸고 밖으로 나간다.
오늘은 지금으로 딱 1년 전 살사 동호회에서 동기로 친해진 누나가 결혼을 하는 날이다.
패밀리로서 초중급 발표회 때 같이 한 안무로 축하공연을 해주기로 했다.

결혼식장에 도착해 공연준비를 하고 결혼식을 구경한다.
이 누나는 여성운동을 한 누나로 식장도 서울여성플라자이다.
다른 결혼식과 다르게 신부가 먼저 혼자서 씩씩하게 입장하고, 그 다음 신랑이 입장한다. 주례도 없다.
대신 성혼서약서를 같이 읽는데 신부의 이름을 먼저 낭독한다. 신부아버지께서 결혼선언문을 낭독하신다. 여기서는 신랑을 먼저 불러준다.
축가를 친구와 신부가 같이 부르고 그 다음 부모님이 인사를 하고 이제는 우리 차례다.

일년 사이 공연만 10번은 넘게 했는데 긴장이 된다. 그러나 큰 실수는 없다.
긴장한 상태에서도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나 보다. 뭐 내 파트너가 많이 틀렸지만 사람들은 모를 거다.
우회전을 죄다 좌회전으로 돌았지만 그 누가 알랴? 우리만 알지.
경건한 군대식 박수소리를 들으며 단상 위에서 공연하는 기분은 묘하다. 끝에는 신랑 신부를 대려 와 막춤도 시켰다.
축하공연 본연에 충실했다고 스스로 평가해본다. 좀 틀리면 어떤가?

뷔페를 먹고 동호회의 한 누나가 영화를 보여준다고 한다. 의견이 크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와 ‘변호인’으로 갈라진다.
나눠서 보기로 하고 나는 못 본 변호인을 보기로 한다.
지금의 여자친구를 두 번째 만났던 날. 영화관이 있는 복합쇼핑몰에서 봤는데,
차와 밥을 먹고 나서 변호인을 보고 간다는 그녀에게 같이 보자고 몇 번을 제안했다.
그러나 혼자 보겠다고 단호히 말하는 그녀. 조용히 살사를 추러 간 기억이 난다.
그래 놓고서는 무거운 내용 때문에 혼자 보기 힘들었다며, 같이 볼걸 후회한다는 카톡을 나중에 받았다.

영화를 본다. 보고 나오니 기분이 묘하다. 여자친구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해가 된다고 할까나.
사람들은 살사바에 간다는데 나는 얼른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싶다. 엄마 밥을 먹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여자친구와 카톡으로 나눈다.
집에 와 어머니에게 밥! 이라고 외쳤으나, 밥이 없단다. 대신 떡라면을 끓여주신다. 감사함을 표현하며 얼른 먹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역시나 오늘도 연애글이다.
사회적으로 수상하고, 내 직업적인 현실도 수상한데 나는 한심하게도 오늘도 연애글이다.
변호인의 송변은 시대정신을 깨닫는데 나는 오늘도 연애다.

나는 연애를 참 못한다. 30년 가까이 연애를 못하다 보니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지금의 여자친구와도 연애를 한다고 하지만 난 지금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새삼스럽게 휴대폰을 열어봐 ‘시작12일’을 확인한다. 난 정말 웃긴 놈이다.

난 소심하고 겁이 많은 놈이다. 그래서 연애도 글로 배운다.
집에도 연애 책만 10권 정도 있고, 그 밖에 남녀의 심리, 결혼에 대한 책만해도 또 몇 권이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도 많다.
인터넷으로 글들을 보니 연애나 결혼을 하려면 참 돈이 많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돈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성에게 자신감이 없다.
꼭 돈 때문은 아닌데 느낌 알지 않나? 상대가 나에게 딱히 호감이 있지 않다는 것을. 그럼 자신감이 없어진다.

욕심이 적은 나에게 예쁜 여자는 내게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그래서 짱구를 굴린 게 결혼이다.
남자에게 연애시장은 레드오션이고, 결혼시장은 블루오션이다.
단순하게 봐도 소개팅을 하면 남자가 밥을 사야 되지만, 결혼정보업체에 가면 여자들이 돈을 내고 남자를 만나러 온다. 거기는 차만 사면 된다.

그런데 나는 돈이 없다. 그래서 결혼도 못할 것 같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남자의 종말’이라는 책을 봤다. 그냥 손이 가더라.
미국인이 쓴 책인데, 여자가 사회에 진출하며 세상은 혁명을 맞이했고,
시대의 변화 때문에 점점 남자들에게 유리한 일자리는 줄어들며, 여자들이 유리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사회에 진출했지만 남자들은 여전히 집안일을 못한다.
점점 남자가 지배하던 일자리에 여성이 치고 들어오며, 남자만의 영역이던 생산공장들은 해외로 나가버리고,
공장에 다니던 남자들은 실업자가 되며, 집안일도 못하니 잉여인간이 된다. 그래서 남자의 종말이다.

도서관에서 ‘남자의 종말’ 옆에 있는 ‘밥 잘하는 남자 돈 잘 버는 여자’도 읽어봤다.
20년 전에 미국에서 나온 책이다. 결혼한 10쌍의 사례가 나온 책인데, 맞벌이를 하는 집안들의 이야기다.
20년 전이나 지났는데 남자의 종말과 별 다른 내용이 없다. 똑같은 내용이다.

두 여성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남자들이여 집안일 좀 하고 아이 양육에 힘써달라는 당부다.
남자들이 집안으로 진출하는 조용한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길을 봤다. 자고로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가져오면 성공하는 나라이다.

집안일을 잘하면 예쁜 여자와 결혼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집안일 유의어로 살림이 있다.
살림이란 살린다는 의미이다. 아 비슷한 게 기억나는데? 학창시절 가정이란 휴식 등등의 내용을 배운 기억이 난다.
네이버에 지식 백과에 가정을 쳐본다.

가정은 가족의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뜻할 뿐 아니라 가족성원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안식처의 개념을 포함한다.
즉 가정은 물질적인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의 긴장을 풀고 휴식과 안정을 얻을 수 있으며 사랑이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뜻한다

아까 마녀사냥에서 일본이야기를 하던데 3C는 곧 가정생활 잘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사
실 난 3고 중에서 2고는 갖췄다. 고수입이 아닐 뿐이다.
그래서 나는 사기를 치기로 했다. 어쩌면 미래에 고수입을 올릴 지도 모른다고 사기를 치고 다녔다.
사기는 아니다. 어쩌면 올릴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할 뿐이다.
원피스의 루피가 보물외상을 외치는 것과 같다. 어차피 해적왕이 되면 다 갚을 것 아닌가?

문제는 3C다. 집안일은 집안일을 내일로 생각하며 할 것이라고 허세를 부릴 수는 있지만, 대화가 통하고 편안한 매력을 주는 것이 어렵다.

도대체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사실 난 예쁜 여자가 좋은 것뿐인데, 그 이야기는 여자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좋아한다고 하는데 유독 여자들은 나와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더라.
대화가 끊기면 서로 불편해진다. 그래서 내가 연애를 못했다.

그래서 요즘은 결혼이야기를 한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라는 말은 생략하지만, 미래에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사실 예전에는 딱히 노력 안 했는데 요즘은 대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만든다.
그리고 마녀사냥의 곽정은 누님이 이야기한 존 가트만 박사가 쓴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에 나온 내용을 따라 한다.
1g의 예방약이 1kg의 치료제보다 좋다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는가!

만날 연애이야기만 하니깐 부끄럽다. 이제는 그래서 결혼이야기다.
난 행복한 결혼 생활이 현재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시대정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을 준비 중이다. 아니 조용한 혁명을 준비 중이다.
좀 특이하지만, 연애를 하려고 할 때보다는 이성에게 좀 먹히는 것 같다.
그러니 연애에 실패하고 있는 PGR솔로분들도 혁명 준비에 동참해봄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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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12 00:30
수정 아이콘
저도 25년동안 모쏠이다가 다행히 메테오 쏘기 전에 처음 연애를 시작해서 2년 사귀고 결혼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이 연애보다 더 쉽더라구요. 결혼생활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만 잘해서 행동으로 옮기면 크게 다툴일은 없는데 연애는 뭐랄까 좀 감정을 소비하는 부분이 커서 그게 좀 힘들었습니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합의만 잘 된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합의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요.
YoungDuck
14/01/12 08:05
수정 아이콘
그렇죠. 결혼은 소통이 잘되는 여자와 서로 합의하면서 진행하면 되는거 같습니다.
긴 인생을 같이 사는 것이기에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다툴일이 없죠. 큰 문제는 제대로 싸우겠습니다만.....
예를 들면 데이트비용도 니돈이 내돈이고 내돈이 니돈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남자가 다 내도 됩니다.
그리고 여자 쪽에서도 결혼할 남자이면 꼭 이겨서 갑의 위치에 슬려고만 하지 않죠. 남자가 잘되야 자신에게도 좋죠.
연애를 하려고 하면 근시안적 사고를 가질 수 밖에 없고 결혼을 하려고 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행동하게 되더군요.
아이n님은 제 롤모델이시군요.^^ 감사합니다.
휴잭맨
14/01/12 01:53
수정 아이콘
혁명이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요즘 주위에서 혁명제의(?)가 들어오네요. 아이고 어느덧 30대
YoungDuck
14/01/12 08: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부럽네요. 제의가 들어오시다니 크크. 제의가 들어오시는 분들은 혁명을 안 좋아하더라구요.^^
원래 혁명은 밑에서 위를 싹다 갈아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연스러운
14/01/12 03:15
수정 아이콘
전 돈안 벌면 (돈만 벌면으로 수정합니다) 되는데 연애보단 이게 힘들죠?!
YoungDuck
14/01/12 07:59
수정 아이콘
돈만 이겠죠? 이미 임자가 있으신거 같은데, 여자가 돈을 잘 벌면 돈 안벌어도 됩니다?
제 생각은 돈은 천천히 벌어도 된다는 거죠. 인생은 길어요.
자연스러운
14/01/12 15:30
수정 아이콘
허허 둘다 쌩거지란게 문제죠
Love&Hate
14/01/12 15:14
수정 아이콘
지금 만나는 분과 잘 만나시고 다음에 혹시 문제가 생기시면 결혼시장에서 연애한번 해보세요~~
결혼시장이 블루오션인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번 잘되면 다음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를일이구요
YoungDuck
14/01/12 22:1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예전에 결혼정보업체 가입해서 2번 선을 봤는데
결혼시장에 나오시는 여성분들은 다들 나이가 차서 오는지라....편하게 연애를 못하겠더군요. 저는 이리저리 시행착오를 겪고 싶었는데...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잘되고 싶지만, 안되도 이제는 선시장 나가면 잘 할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부분과 제가 장점을 가진 부분을 정확히 알겠더라구요. 대화할 것들이 많아져서 금방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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