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겨울. 아마 올림픽 체조경기장이었을껍니다.
마눌느님(진)이었던 그당시...나름 서프라이즈 선물이라고 준비했던 콘서트..
콘서트 시작하자마자 5분만에 나온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한마디
" 여기있는 사람들 다 AB형이지? 다.... 오빠같아......"
그리고 모두들 점핑을 외치며 음악에 맞춰 무릎 관절운동을 하고 있을때....
우리 커플은 자리에 풀썩앉아 열림음악회 감상을 했던것으로 와이프니늠의 콘서트 첫경험..
그래요....마눌느님은 그당시 이승환의 "환"자도 모르던 사람이었습니다.......
알아봐야 발라드가수로만 알고...그나마 천일동안이라는 곡을 한번정도 들어봤던 사람이었어요.......
결혼후
마눌느님(진)에서 어느새 마눌느님으로 전직하시고...저의 모든 경제권을 가져가고 난 후....
콘서트는 개뿔....영화 한편을 보는것만으로 감지덕지...굽신굽신모드가 자동 발동되었습니다...
그런데...어느날부터 차에....이승환 노래가 한곡씩 나오는겁니다.
콘서트때는....팔짱끼고 앉아서 문화컬쳐에 쇼크를 먹고...그 쇼크를 감상하셨던 그 분이...
차에서 이승환 노래가 한곡씩 나오더니...어느새 핸드폰에 1집부터 10집까지 전곡을 랜덤플레이를 하고계신겁니다...
그렇습니다.
마눌느님께서...어느새 "환"빠가 되신겁니다.
결혼 3년차정도 즈음...깜짝놀랄만한 대사를 꺼냅니다...
"올해도 이승환 콘서트 하나?"
!!!!!!!!!!!!!!!!!!!!!!!!!!!!!!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 다 AB형이지?"라는 대사가 귓가에 멤도는데......이런 대사를 하실줄이야!!!!!
하지만 그때엔....세상에서 가장 이쁜 딸이 세상에 나와 육아에 힘쓰고 있을때...우리부부는 그저 1년한두번 즈음...스케치북같은곳에서 들려오는 이승환옹의 노래소리를 감상할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2013년...
임신 7개월차에 들어가던 마눌느님께서 이승환옹의 특별회고전을 자기손으로 직접 예매를 하셨던것입니다!!!!!!!!!!!!!!!!!!!
그리고 12월 19일 아침....우리부부는 충격적인 광경을 두눈으로 목격하고 맙니다....
하늘에서 수없이 떨어지고 있는 악마의 똥가루.........
그것도 10cm정도나 쌓여있는 악마의 똥가루.......
몇년만에 예매를 했는데......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니.....
그것도 홀몸도 아닌 임신 7개월차에....눈길을 운전 또는 도보이동을 해야하는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우리는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대중교통"
수원 영통에서 한남대교 블루스퀘어에 이르는 대중교통 대장정.....그것도 임신 7개월!!!!!!
그런데....젠장...도착후....내려보니....
서울에는 눈은 커녕.....물방울 하나도 없다니......
알고보니 그날.....수원 화성 용인지역에만 약 10cm의 폭설이 왔다네요.....
공연장을 들어서는 순간...이번 콘서트의 컨셉을 한눈에 알아채고 맙니다.
몇년전 와이프느님이 문화컬쳐에 빠졌던 공연은 체조경기장의 대형콘서트..
그리고 오늘은 약 4-500석 규모의 소극장 컨셉이었습니다.
무대도 아담하고 무대 가운데에 이소라씨가 애용하는 "Bar Chair"가 보이는것을 보아....정말 아담한 공연이 될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저는 "환"빠로 약 10여차례의 이승환 콘서트경험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무적부터 쎈콘서트, 끝장, 차카게살자, 공, 환타스틱까지...주로 대형콘서트를 경험했던 저로서는 소극장 콘서트는 사실 처음이었습니다.
어쩌면 무대만 봤을때 마눌느님보다 제가 더 쇼크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부터 저는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올해 49.....내년엔 50...
역시 과거처럼 달리는 콘서트는 무리인가?
"특별회고전"이라는 제목답게 콘서트는 1집부터 10집까지 음반에서 2-3곡을 부르면서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는 형태로 시작되었습니다.
무대 가운데의 스크린을 통해 데뷔때 앳띤(그런데...지금하고 별 차이가 없어...!!!!!)얼굴의 모습부터..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 호되게 당했던 영상
그리고 이오공감의 파트너 오태호씨의 인터뷰
그동안 함께했었던 가족들(김정화, 박신혜등등)의 인터뷰....(이소은양의 인터뷰가 빠진건 좀 아쉬웠습니다.)
말그대로 회고전 답게 추억팔이의 정점을 보여줬습니다.
당연히 환빠인 저로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대부분의 노래들도 락편곡이 아닌 가벼운 미디엄템포편곡으로 태교용으로도 참 좋았습니다...만......내가 기대한건 이게 아닌데..쩝...
이승환옹의 말빨이야 너무나도 유명한데....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특히 기억에 남는 몇가지는...
1. 하도 콘서트때 이야기를 많이해서 지금은 너무나도 뻔한....맹장떼는 이야기....
2. 영화 "26년"의 1호 투자자로 유명한데....이때 일베에서...이승환을 엄청 공격했던 이야기...
- 일베에서 신상을 깠는데....고향이 전라도인줄 알았더니 부산으로 나와...멘붕해서...이승환 별명이 부라디언으로 지어주더라....
3. 멘트중간중간에 나라가 이모양인데...무슨 공연이냐.....설마 이런말 했다가 잡혀가는건 아니겠지???라는 뼈가 있는 이야기..
4. 영화 변호인을 너무너무 보고싶은데.....울면 목이 잡긴다...그래서 콘서트때는 목관리를 위해 안본다. 대신 다음주에 공연이 끝나는데..공연끝나는날 일산에 영화관 하나를 팬들을 위해 통채로 단관했다....그때 같이 보실분들 다 와라. 물론 공짜다.
5. 이번 싱글앨범"비누"가 멜론차트에서 3일만에 없어졌다....ㅠ.ㅠ
6. 대한민국에서 사운드에 투자하는데에는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싶었는데....지금은 너무나도 힘들어져서....조만간 드림팩토리 본사건물을 팔예정이다....(이건 정말 많이 충격받았씁니다.)
7. 매 콘서트마다 무대에 투자를 너무 많이해서 적자가 너무많이 났다...그래서 앞으로는 대형콘서트는 못할껏 같다....아마 계속 소극장 콘서트만 하지 않을까....라고 하더군요.....(여기서 또다시 충격...!!!)
이정도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특히 시국이 이렇다보니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했고 특히 일베에게 공격을 참 많이 받았던것 같더군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말이죠....
대충 이정도의 콘서트를 마치고 역시 앵콜곡들은 역시.....달리는 곡들이었습니다.
그때 시계를 보니 4시간이 지났더군요. 게스트 한명없이.아! 한명 있었네요. "히든싱어"무대를 패러디한 "은둔싱어"라는 무대가 있었는데...
이승환의 목소리를 모창하는 모창가수한명이 있었네요. 노래는 잘하지만....쩝.....차이가 많이 나던데요....크크크크
무려 4시간을 게스트없이 공연을 한것을 다시금 깨닫고 아직 이승환 죽지 않았구나.....라는것을 다시한번 느끼겠더군요.
단지 1집부터 3집정도까지의 노래를 부를때에는 목소리가 좀 잠겨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절반쯤 지나가니.....목소리가 완전 풀려서 4시간쯔음때에는 오히려 더 날아다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