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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25 12:46:57
Name 자이체프
File #1 진해_아침식사.jpg (0 Byte), Download : 58
File #2 진해_요트스쿨.jpg (0 Byte), Download : 2
Subject [일반] 역사의 현장을 가다 - 칠천량 답사기 1탄


지난 23일, 다음날 있을 칠천량 답사를 위해 절친한 후배와 함께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24일 아침에 진해에서 출발할 예정이기 때문에 하루 일찍 출발해야 했습니다. 가는 김에 오랜만에 부산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무궁화호 열차는 KTX에 비해 느리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여러모로 편리했습니다. 중간에 카페테리아도 있고, 좌석간 간격도 무척 넓은 편이라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두 배가 넘는 시간은 어찌할 수 가 없더군요. 동행한 후배와 함께 칠천량 해전에 관한 얘기서부터 온갖 잡담을 다 했지만 시간이 남더군요. 오후 일찍 부산역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분들과 만나서 부산진 시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갈림길에 위치한 탓에 전면부가 극히 협소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독특한 외관이라는 장점을 얻게 되었죠. 3층짜리 건물인데 1,2층은 카페, 3층은 가죽 공방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신 다음, 근처에 있는 양고기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양고기라고 해서 누린내를 걱정했는데 어떻게 했는지 냄새가 거의 안나더군요. 맛있게 먹은 다음 내일을 위해 숙소로 잡아둔 진해로 향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진해행 버스를 놓쳐서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숙소인 진해해군회관에 가야만 했죠. 다음날 답사 때문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만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짐을 챙긴 다음 아침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원래 회관에 딸린 식당에서 먹으려고 했습니다만 리모델링 중이라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아만 했죠. 하지만 찾아 들어간 식당이 대박이었습니다. 1인당 5천원도 안 되는 가격의 백반을 주문했더니 푸짐하게 나오더군요. 든든하게 배를 채운 다음에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진해 요트스쿨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래 사진 제일 왼쪽에 다리 너머에 하얀색 마스트가 보이십니까? 이번 답사에 타고 갔던 크루즈급 요트입니다. 이번 답사는 기존의 육지 답사가 아닌 배, 그것도 무동력선을 타고 직접 현장을 가보기로 한 겁니다. 목적지는 칠천량, 대한민국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와 칠천도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인 칠천량입니다. 420년 전 조선수군 역사상 가장 큰 참패를 당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요트를 타고 나서야 알았는데 음력과 양력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 달 정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우연찮게도 칠천량 해전이 벌어졌던 7월 16일과 날짜도 비슷하더군요. 오전 9시 50분, 십여명의 답사팀을 태운 요트가 출발했습니다. 섬들로 둘러싸인 진해만을 빠져나와 원균이 이끌던 조선수군의 행적을 따라 가덕도부터 거제도까지의 하루 동안의 뱃길을 따라가는 여정의 첫 시작인 것이죠. 진해만은 약 백년전 러일전쟁 당시 일본 연합함대가 대한해협을 통과하려던 러시아 발틱함대를 요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곳 입니다. 섬으로 둘러싸여서 외부의 관측이 불가능하고, 폭풍이나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에 천혜의 요새지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진해의 전략적 가치는 현재도 대한민국 해군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습니다. 약 한시간의 항해 끝에 진해만을 빠져나갔습니다. 원래는 돛을 이용해서 항해하려고 했는데 바람이 너무 없어서 가덕도까지는 모터를 이용해서 가야만 했습니다. 처음 탄 요트에 대한 호기심은 바로 발 밑의 물이라는 두려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동승자중에 요트에 익숙한 분이 계셔서 이런 저런 설명을 들으면서 뱃머리에 서서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420년전 뜨거웠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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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BBver.2
12/07/25 12:49
수정 아이콘
오 7000냥 +_+)=
춘원포의 위치에 대한 고찰 기대하겠습니다!
자이체프
12/07/25 13:05
수정 아이콘
눈시BBver.2 님// 거, 거기까지는 못 가봤습니다. 가덕도 찍고, 칠천량 한바퀴 도는게 전체 일정의 끝이었습니다. 물론 답사를 하면서 왜 칠천량에 머물러야만 했고, 그날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가설을 세울 수 는 있었습니다.
눈시BBver.2
12/07/25 13:09
수정 아이콘
큭 그거 아쉽네요 ㅠ 그 과정이 진짜라 보는데
혹 안 보셨으면 해소실기라도 보내드릴까요? ++ [서기]
자이체프
12/07/25 15:04
수정 아이콘
눈시BBver.2 님// 오우, 그렇다면 저야 감사드리죠. 제 이메일은 runsema@naver.com 입니다. 이번 답사에는 부산 모 대학 사학과 교수님과 학부생들과 함께 갔습니다. 거기다 동행한 후배는 영관급 장교여서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았죠. 그 얘긴 차근차근 해드리겠습니다. ^^
사티레브
12/07/25 15:07
수정 아이콘
제 노년의 꿈이네요!
자이체프
12/07/25 16:29
수정 아이콘
사티레브 님//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탑승자들이 요트는 처음이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잘만 홍보하면 대박이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비싼 가격과 돈자랑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인데 이런식의 역사체험 관광코스를 개발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반응을 조금씩 줄여주는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임대비용이 비싸질 않아서 다음번에는 명량이나 노량도 이런식으로 둘러볼까 생각중입니다.
Je ne sais quoi
12/07/26 10:56
수정 아이콘
우와 대여를 해서 이렇게 돌아보는 것도 있네요 *.* 잘 읽었습니다~
자이체프
12/07/26 12:20
수정 아이콘
Je ne sais quoi 님// 의외로 가격이 싸더군요. 원래 2시간만 대여해주는데 운이 좋게도 하루를 통채로 빌릴 수 있었습니다. 요트를 운행하신 강사님도 칠천량은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다며 궁금해하셔서 여러모로 재미있는 하루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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