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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11 14:07:35
Name 앉은뱅이 늑대
Subject [일반] 어제 만난 새터민과의 대화
어제 우연한 기회에 새터민 분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임수경씨가 화제로 떠 오르더군요. 새터민의 입장에서 당연히 분통을 터뜨리셨습니다.

통일의 꽃이라 불리는 임수경씨.
실제로 임수경씨가 남북간의 화해에 공헌한 점은 크다고 하겠습니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외에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 하나를 들었습니다.

80년대. 남한에서 북의 소식이 철저히 통제되어 있었듯이 북에서도 남의 소식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임수경씨의 방북은 북의 사람들에겐 정말 신선한 소식이었답니다. 남에 대한 편견에 일정정도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게 임수경 방북으로부터라고 하네요.

어느 날 갑자기 남에서 불쑥 찾아온 젊은 대학생.
그 어깨에 짊어진 것이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항상 밝고 명랑한 모습, 성인이라지만 아직은 어린 대학생인데도 그 무거운 자리들에서 또박또박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모습에서 북한 사람들은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북에서는 자신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임수경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일면 그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면으로는 임수경을 통해 남한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외국의 청소년들이 자기 의사표현을 조리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느낌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의 깔끔한 외모와 단정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옷차림에서 남한의 분위기를 읽었고 그의 분명하고도 뚜렷한 자기 주장을 통해 남한사회가 무조건적으로 사상을 강요당하는 사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공개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또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는 것을 보고 자기들이 그렇게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비교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임수경은 남에서 통일의 꽃이라고 부르는 의미와는 약간은 다른 의미로 북한 주민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겐 영웅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임수경씨가 자기들을 향해 '변절자'라는 말을 날렸으니 그 상처는 더욱 깊은 듯 하더군요. 다른 사람도 아닌 임수경씨가 그럴 수 있냐고.

이번 백요셉 관련 사건엔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도 들여다 봐야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수경씨의 변절자라는 발언은 탈북자들의 심장에 비수가 되었을 겁니다. 북이라는 체제에서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탈출한 사람들에게 사실상 안식처는 어디에도 없죠. 남한사회에 들어와 있긴 하지만 남한 사회 역시 그들에겐 따뜻한 품이 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이등국민처럼 취급당하며 항상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임수경씨의 발언은 더없는 상실감을 안겨주었을 거라 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임수경을 통해 남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임수경을 선전에 동원한 북한 당국도, 임수경 자신도, 임수경을 감옥으로 보냈던 남한 당국도,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 것이죠. 아주 작은 것 하나지만 그 편린을 통해 남한의 모습을 추측해내고 그것으로 새로운 변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점을 보면 지금의 남북한 대치국면은 참 안타깝습니다. DJ와 노무현의 남북화해정책으로 인해 남북한의 이질감을 상당히 줄여나갔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통일정책은 실종되어 버리고 남북간의 긴장과 이질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죠. 저런 사소한 정보 하나가 북한사회를 변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가능성들을 스스로 닫아버리고 너희가 항복하면 우리가 도와주마 라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민족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의 정국을 보면 참 할말이 많습니다만 제가 이야기만 하면 불필요한 오해들만 늘어나는 것 같아 더 이상 부연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지금의 이 교착상태를 언제 해소할 수 있을지, 차기 정부에선 과연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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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형
12/06/11 14:23
수정 아이콘
임수경 의원이 변절자라고 했던 말은 당시 기사나 해명을 몇번이나 다시 읽어봐도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재성의원 말처럼 조작적 냄새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다는게 도대체 이해가 안갑니다.
12/06/11 14:32
수정 아이콘
며칠전 동아일보 기사에서 봤는데..

탈북자들에게 임수경씨의 의미는 정말 색다른 충격이었나 봅니다.
당시의 당당했던 모습...그리고 당당히 귀국하고,, 그렇게 남쪽 정부를 배신하고는 감옥3년으로 끝난거 자체.
게다가 가족은 여전히 잘살고 있고, 최근의 국회의원당선까지..

이게 그들에게는 완전 놀라운 일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임수경씨의 최근 발언은 그들에게 생각이상으로상처가 된거 같구요...
왜냐면 다른이도 아닌 임수경이었길래...
그리메
12/06/11 14:32
수정 아이콘
"통일의 꽃이라 불리는 임수경씨. 실제로 임수경씨가 남북간의 화해에 공헌한 점은 크다고 하겠습니다만"
죄송하지만 다른 내용은 차지하고 이 부분은 저와 생각이 맞지 않습니다. 국보법 위반자 그 이상은 아니거든요. 전 애초부터 임수경 이사람이 어떻게 국회를 와야하나 라는 의문을 가진 한사람입니다. 지금은 몰라도 당시엔 북한 찬양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북 방문이 목숨걸고 해야 하는거니 구국의 결단을 내린 화해의 용사 이런 취지는 아니시겠지요?
비난 목적은 아니고 다른 생각이니 리플 달 수 있다 보고 전 절대로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견 드립니다.
12/06/11 15:02
수정 아이콘
임수경이 남북관계에 공헌한 바가 크고 변절자 발언은 유감인데, 결론은 남북관계 이리된것은 MB정부이니 현정부 나쁜놈..?

MB정부의 무개념 대북정책은 비판하지만 글의 흐름 역시 불편하네요.
12/06/11 15:21
수정 아이콘
'변절자'라는 표현은 하태경한테 한 게 아닌가요?
전대협에서 함께 통일운동을 하던 동지가 변절해서 새누리당으로 입장한 걸 욕한거라고 본인이 해명했는데..
백모씨가 직접 쓴 전문에서도 하태경 변절자00 하고 나서 대드니까 막말이 나온 걸로 봤습니다. 이후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실언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거두절미하고 새터민을 변절자라 표현했다는건 사실관계가 조금 잘못된게 아닐까요.
저는 상황전개를 보니 사전 기획되었을 가능성도 무시못하겠네요.

이번 사건의 진위와 별개로 국회의원 임수경은 심히 걱정됩니다. 통진당 경기동부만큼이나 결정적일때 팀킬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인물인듯.
12/06/11 19:21
수정 아이콘
상당히 재미있네요. 역시 진실은 사실 넘어 어딘가에 있는것이군요.
온푸님
12/06/11 19:27
수정 아이콘
탈북자 변절자 발언이 팩트인지조차 불확실한데, 참 그러네요.
이미 대중들 인식으론 그렇게 박혀 버렸으니요.
있다던 녹취록은 왜 공개 안한건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하게 쐐기 박는걸 보고 싶었는데, 어정쩡하게 종북 얘기나하고 있고,
임수경은 아니다란 말 이후에는 아무말도 안하니 뭐가 뭔지요...
방구차야
12/06/11 19:54
수정 아이콘
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은 남북관계의 경색이 단지 이명박정권의 탓이고 햇볕정책을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은 편협한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노무현정권후반에 북한정권과의 불협화음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북한은 대남,대외관계에서 본인들의 입장만을 유리하게 끌고가고자 핵개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것입니다.

이미 햇볕정책이면 북한이 변화했고 경색국면은 무조건 잘못이라고 선을 긋는것 부터가 또다른 실패를 예고하는것이라고 봅니다. 김대중 정권에서야 한번도 없었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교류의 문제에 있어 그 첫문을 열었다는데 의의를 둘수가 있겠죠. 그리고 이어진 노무현 정권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체제개혁과 개방으로 갔어야 함이 모두가 원하고 응당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경제지구에서 선별된 인원을 통한 빗장은 끝까지 풀지 않았고 토지세나 임금을 올리는걸 넘어 각종 벌금에 북한정권이 한마디로 한국측을 파트너가 아닌 삼통으로 묶은 돈줄로 생각하는 자세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명박 싫어하는거야 말릴생각 없지만 햇볓정책에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현 대북정책이 의미없는 뻘짓이라고 생각하는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북한의 변화의 진정성 없이는 동서독같은 통일은 켜녕 어떤 경제협력도 북한세습정권을 이롭게 하는데만 쓰여질 뿐입니다. 이쪽에서의 접촉이 북쪽의 어떤 변화를 유도할수 있는 키가 될수도 있겠지만 북한정권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온건파 숙청이나 통제강화, 외부불간섭, 군사도발등으로 유동성있게 대응할것입니다. 상대가 변화하지 못할 체질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그 상태가 우리의 생명에 위협이 된다면 그저 햇볕정책이 모든걸 해결해 줄거라는건 순진하거나 위험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야당은 여기에 그럼 전쟁할거냐고 북한정권과 같은 소리를 하는데요. 남북관계는 한번도 한국측의 군사적 대응이 확실시 되거나 반격의지가 충만한 경우에는 도발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가깝게는 연평도 재사격훈련때 영토를 0.000001mm넘으면 큰일날것 처럼얘기하다 미항모뜨니 그냥 참는다고 꽁무니뺏죠, 도끼만행사건도 전쟁일촉즉발이 되자 김일성이 사죄했습니다. 북한의 도발행위는 치밀하게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위라 우리가 남남갈등이되고 반격보다 내부적인 정쟁이 심화되고 한미동맹이 이간질되면 거기에 부채질을 하기위해 실행되는겁니다.

만일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햇볕정책이 아닌 북한의 진정성을 요구하고 정권이 아닌 인민에게 직접전달될 방안이 무엇인지를 책임있는 정치인들은 고민했으면 합니다. 그저 전쟁을 막기위해 북한정권을 지원할수밖에 없다고 말하는건 우리나라와 국민이 비참해지는거라고 봅니다
(Re)적울린네마리
12/06/11 20:49
수정 아이콘
지금정부는 고사하고 박근혜가 정권을 잡는 다면 왜 이런 긴장과 대립관계를 해소하겠습니까?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을게 많은데요...

2001년 시작된 식량차관 상환에 대해 어떤 협의도 못하고 달랑 팩스한장 보내고...
그걸 또 정치적으로 이용해먹는 수준인데요.
쌀 재고관리비용과 쌀소득 보전직불비용등 양곡관리회계가 매년 수천억씩 늘어나도 쌀보내면 '퍼주기'타령이니..
앉은뱅이 늑대
12/06/11 21:01
수정 아이콘
정당이 변하지 않는데 그 수장 한 사람이 변했다고 정책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죠. 그래서 걱정입니다.
그나마 이명박은 북한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귀찮아 했다면 박근혜는 낡은 생각의 틀 속에서 뭔가 이상한 시도를 하려고 할 것 같아서 더욱 불안하게 느껴지네요.
눈시BBver.2
12/06/11 21:47
수정 아이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5/2012060500224.html
강연이 끝나고 수강생 등 10여명과 사무실에서 따로 만났다. 나는 '방북 당시 평양에서 (당신의) 손을 잡았던 사람인데 지금은 탈북했다. 그때 손잡았던 북한 대학생들만큼, 지금 우리 탈북자들의 손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돌연 임 의원의 눈이 커졌다. '아니 지금 여기서 나랑 이념논쟁을 하자는 것이냐'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 그래서 '무슨 이념논쟁이냐. 임수경씨가 북한 주민에 대해 가졌던 따뜻한 마음이 탈북자로 이어지는 것인지 인간적인 이야기를 한 것인데 이념논쟁이라는 게 다 뭐냐'고 반박했다. 임 의원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더 말할 게 없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사람들은 탈북자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탈북자라고 소개하면 흠칫 놀란다. 북한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라서 기피하는 게 아닌가."

이런 증언도 있군요.
탈북했을 경우 극우 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통일을 얘기하면서 그들과도 거리를 많이 두더군요. 이번 일도 실수가 아니라 그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뭐가 가능할 것 같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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