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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9/14 23:45:04 |
Name |
수선화 |
Subject |
[일반] 똥돼지들 |
AM 6:00...
단잠을 깨우는 휴대폰 알람소리가 꿈의 세계에서 이내 현실로 인도한다.
그래.....현실.
오늘도 출근을 위해 이렇게 아침 일찍 기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그래도 슬프지는 않다.
그나마 얼마전 새로 구한 직장이 전에 다니던 곳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기 때문이다.
전에 다니던 직장은 근무시간은 많고 보람도 별로 없고 인센티브는커녕 쥐꼬리만한 월급마저도 몇달치나 못 받아서 경제적 압박이 심하던
차에 결국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며 나는 말 그대로 실업자가 되었다.
그 후 근 1년 넘게 직장을 구하다가 드디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꽤나 이름이 알려진 기업에 취업을 했고 그렇게 6개월 가까이 흘렀다.
이렇게 새로 구한 직장은 일단 전에 다니던 곳에 비하면 연봉과 각종 부수적인 소득도 비교가 안 될 뿐더러 근무환경및 업무정체성 등등 모
든것이 월등히 좋았다.
한 마디로 일할 맛이 났던 것이다.드디어 내 인생에 리즈시절이 오는 가 싶었다.
다만 그놈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우리 부서에 부장님이 있는데 솔직히 부장이란 직책을 맡기에는 꽤나 어려 보였다. 이제 갓 마흔을 넘긴 나이였기 때문이다.
오십을 훌쩍넘긴 과장님도 그 놈 앞에서는 연신 굽신굽신이었다.
물론 회사라는 곳이 엄연히 계급조직이고 그 계급에는 나이가 필요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였지만 평소에는 그렇게도 자신감 있고 합리적
으로 행동하시는 과장님이(솔직히 약간 존경도 했었다)유독 그 부장앞에서 만은 어쩔 줄 몰라하시는 것 같아 많이 의아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부장이라는 놈이 회장님 친지분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건 공개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아니였지만 회사직원들 거의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솔직히 근무의욕이 떨어지고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는 듯 했던 나에게 반전을 마련하는 일종의 모멘텀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민정.
얼마전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중 한 명인데 동기들중에서 단연 군계일학 이었다.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나와서 그런지 일 하나를 가르쳐도 이해를 잘 할 뿐 아니라 근무태도도 아주 성실했으며 또한 겸손하고 얼굴에는
항상 밝은 웃음을 지니고 있었다.게다가 외모도 꽤 이쁜편이라 그야말로 남자라면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내가 아무래도 선배이다 보니 이것저것 일을 가르쳐주면서 일종의 작업을 시도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애인이 없는 상태였다.그래서
내가 본격적으로 대시를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일 끝나고 사람들 몰래 만나 밥도 먹고 또 때로는 술을
마시며 차차 속에 있는 말들까지 스스럼 없이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날도 식사후에 가볍게 술을 한 잔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그녀에게 꽤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선배,사실은 우리집이 못사는 편은 아니였는데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 크게 사기를 당하셔서 지금은 감당이 안 되는 빚 속에 허우적 거리
고 있거든요.저....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 외에 주말에는 키스방이란 곳에 나가면서 돈을 더 벌고 있어요....저도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거
알지만 우리가족이 나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난 뭐든지 할 거에요......"
안타깝고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나에게 그런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다는 거 자체가 참 기분이 좋았다.
그날따라 그녀가 더 이뻐보였다.
근 시일내에 그녀에게 이런 내마음을 고백하고 본격적으로 연인처럼 지내고 싶다고 말할 거라 속으로 다짐했다.
분명히 그녀도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믿었기에 나는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며칠 후. 그날도 여지없이 출근해서 그녀에게 이런저런 일을 지시하고 난 후에 그녀가 가고나자 과장님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하셨다.
"이봐,정대리가 그러는데 어제 부장님이랑 민정씨랑 같이 팔짱끼고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고.아무튼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알아서 행동잘해."
그 말을 듣고난 후 난 옥상으로 올라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듯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우울한 잿빛이었다.
난 고개를 떨군 후 10년 넘게 내 '사색의 막대기'역할을 하고 있는 양담배 한 개피를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는 내 코와 입을 통해 빠져나와 아무리 잡으려 다가가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그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에 이제는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스마트폰(며칠전에 새로 출시된 아이폰4다.말 그대로 스마트한 디자인
에 다양한 앱지원,거기다 치명적 단점으로 꼽히던 AS문제를 이제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등등 아무튼 이제 스마트폰 없는 내 삶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으로 음악을 들었다.
마침 이어폰을 타고 럭스(참고로 예전 공중파 음악방송에 출연해서 성기를 드러내는 퍼포먼스로 논란을 빚었던 인디계에서는 꽤 알려진
밴드다)의 '처음부터 끝까지'란 노래가 흘러 나왔다.
오늘 따라 노래가사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며 나는 혼자 조용히 속삭였다.
"그대들 오늘을 기억하라.난 너흴 밟고 일어서리라."
길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이렇게 맘이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에는 울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스타나 몇 판 하는 게 최고다.
집에 도착한 후에 엄마에게 샤워하고 나올 테니까 밥 좀 차려 달라고 했다.
샤워하고 나오니 식탁위에 밥이 차려져 있었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청국장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없고 처음보는 음식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맛 없어 보이고 냄새도 별로였다.
그래도 일단 울엄마가 만든 음식이니 믿고 아무 생각없이 먹었다. 근데 왠걸 보기와는 다르게 너무 맛이 있었다.
입에 넣자마자 혀에서 살살 녹는 게 먹으면 먹을 수록 땡겼다. 이런 음식을 왜 이제껏 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처음먹어 보는데 짱 맛있다.앞으로 이거 자주 좀 해줘요"
그러자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렇게 맛있니?그거 똥돼지로 만든 음식인데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길래 나도 한번 만들어봤는데 너도 역시 좋아하는구나.다행이다.
냄비안에 더 있으니까 더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먹어라"
"!!!!!!!!!!!!!.......뭐라고요???"
다시 엄마가 웃으시며 말하셨다.
"똥돼지로 만든 음식이라고.요즘 똥돼지가 마트에서 없어서 못판데.나도 몇군데 돌아다녀서 겨우 산 거야"
"..................................(이게 똥돼지라구???정말인가???)"
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는 그 순간에도 똥돼지 음식을 씹어 목을 타고 넘기고 있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정말 맛있었다.
=덧글하나=
깊이 병든 사회에
잘 적응한 육체가
얼마나 건강하겠는가!
-J.크리슈나무르더-
=덧글둘=
지식인은 잘 훈련된 똥개다.
이름깨나 있는 유명학자란 것들이 신문이나 TV에 나와 떠드는 짓들을 보면 정말 개같다.
그 똥개들은 워낙 후각이 발달해서 그런지 똥을 기막히게 찾아낸다.
그 권력의 똥을 지 늙는 줄도 모르고 핥고 또 핥는다.
사실은 그가 똥을 먹고 있는 게 아니라 똥이 그를 먹고 있는 것이다.
현대판 지식인은 현대판 권력의 노예이고 현대판 미디어의 노예이다.
-조지 오웰-
=덧글셋=
학문한 사람은 공부에 의해서 시간을 보내는
게으름뱅이에 불과하다.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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