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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2 22:03:55
Name 고형석
Subject [일반] [지팡구] 가 완결되었습니다.

좀 논란거리도 많이 될 거 같네요. 시작하겠습니다. 스포 싫어하시고 만화 보고 싶으신 분들은 거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다 포함돼 있으니 뒤로 돌려주시기 바랄게요.
아시는 분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군사분야 좋아하시는 분들, 이른바 밀덕-_-;은 '침묵의 함대'를 그린 카와구치 카이지의 명성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침묵의 함대'라는 만화는 한번쯤 들어보셨겠죠. 대체적인 평가는 좀 가혹합니다. 일본의 극우가 그린 꼴통 이야기. 그래도 군함들 그린 것은 볼 만 하다. 대체적인 평가는 이렇죠.

지팡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대체 역사물입니다. 다만 우리가 좀 싫어할 내용이죠. 21세기 초, 일본의 신형 이지스 구축함이 ( 현재 계속 취역 중입니다 ) 에콰도르였나? 하는 나라의 치안 유지를 위해 다른 3척과 함께 파병됩니다. 진주만으로 향하던 함대는 갑자기 커다란 적락운을 만나게 되고, 우리의 주인공 신형 이지스함 '미라이'는 거기에 빨려들어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장소는 무려 미드웨이! 그리고 그 유명한 야마토의 코 앞에서였죠.

자, 좀 기니까 스토리 요약 보기 싫으시면 밑에 ---- 부분까지 내려주세요.

거기서 정선을 명하는 제국해군의 명령에 불복하고 미라이는 전장을 탈출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예정대로 제국해군의 패배를 목격하죠. 미라이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소속 국가는 일제가 아닌 일본이며, 전수방위를 지침으로 하기에 공격받기 전에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거죠. ( 작가의 전수방위에 대한 집착은 곧 자위대와 일본에 대한 작가의 가치관으로 이어집니다 ) 그 와중에 피격된 제로기에서 제국해군 장교를 하나 구출하죠. 그 이름 쿠사카. 주인공인 미라이 부함장 카도마츠는 역사에 대한 개입 같은 거 신경쓰지 않고 생명을 존중해서 그를 구해주게 됩니다. 그렇게 얘기는 시작되죠.
카도마츠는 한 배를 탄 이상 다 알아야 된다며 그에게 미래의 역사를 가르쳐 줍니다. 쿠사카는 그걸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기점 하나. 쿠사카의 말이 이겁니다. ' 내 예상대로 서양의 패도와 동양의 왕도와의 대결은 서양의 승리로 끝났다. '

현대무기답게 기름을 많이 잡아 먹는 미라이. 쿠사카는 이를 돕겠다고 하며 싱가포르로 갑니다. 거짓 명령으로 미라이에 급유를 시켜주겠다는 거죠. 카도마츠가 같이 가서 그 계약을 이끌어 내고, 미라이는 급유를 받게 되........ 는데 여기서 쿠사카의 옛 부하가 쿠사카를 알아차리고 그 급유함을 탈취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는 부하와 열 받은 카도마츠에게 말하죠. 미래는 바뀔 거라고. 여기서 그가 내세우는 게 바로 만화의 제목 '지팡구'입니다. 그는 지금의 대일본 제국처럼 망상에 사로잡힌 나라도 아니고 전후의 일본처럼 미국에 의지하고 - 후에 쿠사카는 제국 해군 수뇌부에게 '미라이는 미국에 의해 길들여진 일본에서 왔다' 고 하죠 -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일본과는 다른 '지팡구'를 세우겠다고 하죠. 카도마츠는 이에 반발합니다. (조선에 대한 얘기가 카도마츠에게서 처음 나옵니다. 조선과 만주를 병합하고 약탈했다는 식으로 그리고 뒤에는 안 나옵니다. -_-;)

쿠사카에 의해 제국 해군과 연결된 미라이는 피해를 줄이는 작전에는 협조하기로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과달카날 -_-... 하지만 여기서부터 엇갈리죠. 실제 솔로몬 해전에서는 제국해군이 미군을 거의 섬멸시켜놓고 증원이 두려워 상륙부대를 놔두고 후퇴합니다. 하지만 만화에서 미라이 승무원들이 미군에게 겁을 주는 동안 - 토마호크를 핀포인트로 낙하시킵니다 - 제국해군은 미군 상륙부대에 포격을 가하죠. 미라이는 이걸 대공미사일로 격추시킵니다. =_=(에... 가능은 합니다.)

여기서 가속을 좀 시켜 보죠. 이후 쿠사카는 제국해군 및 천황파 대신들을 설득하면서 무언가를 준비합니다. 카도마츠는 이걸 막으려고 만주로 떠나구요. 둘의 목표는 같습니다. [ 조기 강화 ] 대일본제국이 틀렸다는 것도 둘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조기강화의 필요성 역시 둘 다 공감합니다. 목표 역시 폭주하는 군부와 목을 죄여오는 미국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로 같구요. 하지만 방법과 결과는 다릅니다. 쿠사카는 미국에 일단 한 번 본때를 보여주려고 하죠. 하지만 카도마츠는 생명을 가장 존중하죠. 그게 미국이라도.

쿠사카의 첫 발걸음은 만주였습니다. 거기서 황제 부기를 암살하려고 하죠. 그것을 통해 얻는 목적은 중일전쟁 전선의 축소였습니다. 이를 위해 만주사태의 주인공 이시와라 칸지를 설득해 만주로 가게 합니다. 여기서 그 히틀러빠였던 이시와라가 -_-; 정말 오족협화 ( 쑨 원의 명분이기도 했지만 만주국을 세운 이시와라의 목표이기도 했습니다. 그 세부 종족은 달랐지만요. 작가는 이시와라가 정말 만주국이 각 민족들간의 화합을 원했다고 서술하죠 ) 카도마츠는 이걸 막으려 하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그 이후 미드웨이 해전을 통해 일제가 점령했던 카스카 ( 베링해협 미국 쪽 영토에 있는 섬들입니다. 기존 역사보다 빨리 철수작전이 시작되죠 ) 철수작전에서 미라이가 활약하고, 이것과 미드웨이 해전에 있던 미 항모 와스프 격침 등을 통해 미국도 미라이의 존재를 알게 되죠. 이 작전을 보면 미라이는 최대한 인명을 살리려고 했다는 게 계속 나오죠.

쿠사카는 조기 강화를 위해 히틀러를 암살하려고 하며 ( 실패합니다 ) 그 과정에서 무려 핵물질을 입수합니다. -_-; 그리고 쿠라타라는 쫓겨난 박사를 이용해 만주에서 핵을 만들죠. 단 한 발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큰 영향을 가지고 있죠 ( 침묵의 함대에도 나오지만 작가의 핵에 대한 집착도 대단하죠. 뭐 핵을 맞아 본 나라니까 그렇겠지만 ) 카스카 철수 당시 부상을 입어 육지로 갔던 함장 우메즈는 핵폭탄 제조를 막으려고 하다가 사망합니다. 그 동안 미라이에서는 포뢰장 ( 한국 해군 명칭이 기억 안 나네요. 함포장인가 ) 키쿠치가 반란을 일으키고 제국 해군에 협조하죠. 카도마츠는 승무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몇 명과 함께 함에 내리구요. 그러면서 미라이는 대잠수함 작전과 함께 인도 폭격에 협조하죠. 실론과 캘리컷에 폭격이 성공하면서 처칠은 미군의 태평양 진공을 압박하고, 루즈벨트는 기존 역사보다 1년 먼저 마리아나 제도를 치게 됩니다. 이 즈음 카도마츠는 자신의 신념을 확실히 정한 후 미라이를 탈환하게 되고, 이 일련의 작전 중 반란을 일으켰던 키쿠치는 부상을 입고 육지로 가게 됩니다. 후에 카도마츠의 신념에 동참하게 되구요.

쿠사카의 물밑작업과 미라이의 활약으로 역사와는 달리 상당한 규모를 계속 유지하게 된 제국 해군, 그리고 아직 역사대로의 천조국의 위엄을 이루지 못 한 채 급히 마리아나로 진군하게 된 미군과의 거대한 해전이 벌어지죠. 그런데 여기에 커다란 쿠사카의 계략이 있었습니다. 무려 야마토에 있는 승무원들을 포섭해 야마토에 핵폭탄을 싣게 된 것이죠 - 위에 쓴 우메즈 함장의 방해로 핵은 함포나 비행기로 수송할 수 없게 돼서 배로 자살공격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미라이는 세계 최초의 핵폭발을 막기 위해 야마토를 막아서고, 야마토는 난전 중에 전열을 이탈해 미 상륙군을 향해 나아갑니다.

사실 위에 구분한 스토리들마다 제대로 서술하면 너무 길어져서 최대한 간략히 했습니다만... 하나하나에 작가의 생각이 많이 끼어들어 있죠. 결국 결말은 특공대까지 조직해 핵을 해체하려고 한 카도마츠가 실패하고 ( 생명 중시... 에효 ) 결국 야마토와 특공대의 승무원들이 다 대피한 끝에 카도마츠오 쿠사카가 좀 싸우다가 두 번째 작전, 야마토 격침을 통해 핵은 마리아나 해구에 잠들게 됩니다. 쿠사카는 카도마츠를 구하면서 죽고, 이 과정에서 미라이는 격침당하구요. 이후 미군은 철수하고 카도마츠는 미국으로 가서 종전 협상을 배후에서 지원하게 되죠. 일본은 그렇게 철저한 파괴를 당하지 않은 채 종전을 맞이하게 되고 카도마츠는 미국에서 키쿠치는 일본에서 일본의 미래를 배후 지원합니다. 그리고 키쿠치마저 죽은 먼 미래 ( 혹은 대체된 현재 ) 에서 카도마츠는 새로운 일본에서 새로운 미라이가 세계 평화를 위해 출항하는 것을 보게 되죠. 자기 빼고 새로 태어난 미라이 승무원들이 탑승한 미라이의 출항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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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하죠? 사실 직접 봐야 좀 윤곽이 잡힐 겁니다. 총 43권의 내용을 다 줄이기는 힘들죠.

여기서 결국 한국인들이 느끼는 건 이게 우익인가 아닌가일 겁니다. 초반에 있던 쿠사카의 ' 서양의 패도와 동양의 왕도 어쩌구 ' 일제 수뇌부들이 하는 '우리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런 말들. 제로기 등을 지나치게 잘나게 말 한 것 등. 엔하위키에 예리한 지적이 있더군요. 동남아 방어선에서 힘들게 요새를 쌓은 것은 정신대가 아닌 일본 병사들로 나온다는 거죠. 히틀러빠였던 이시와라를 마치 일본의 현재를 알고 모두와 공존을 원한 현실주의자로 묘사한 것까지. 배경지식으로 이것들 중 하나만 들었어도 극우 만화네 했을 내용입니다. 사실 731부대라든가 식민지 강제수탈 및 징용은 나오지도 않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인들의 가장 큰 변명, 다른 열강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가 줄기차게 나오고 은연 중 우리는 히틀러와는 다르다도 계속 나옵니다.
근데 실상은 좀 다릅니다. 쿠사카 편에 든 일본인이든 카도마츠 편의 일본인이든 그 때의 대일본제국을 싫어합니다. 다른 게 있다면 쿠사카는 일본이 그래도 힘이 있는 상황에서 강화를 해야 된다는 것이고 카도마츠는 차라리 핵을 맞고 정신을 차린 현대의 일본이 낫다는 겁니다. 그리고 결국 카도마츠의 승리로 끝납니다. 핵은 결국 미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 정치적으로야 큰 영향이었습니다만 ) 쿠사카가 죽을 때 유언으로 카도마츠는 전후 협상 등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만, 그 내용은 일본에 전적으로 불리한 거였죠. ( 태평양 전쟁의 원인이었던 헐 노트를 100% 수용하고, 역사대로 천황이 인간선언을 하게 됩니다 ) 인명중시와 전수방위가 지나치게 나오지만 이건 좀 뒤로 돌리구요. 결국 일본은 카도마츠의 뜻대로 모든 식민지를 포기하고 - 만화 연재 중에 조선이 해방되지 않을 거 같다는 걱정이 많았어요 - 새로운 일본이 됩니다. 결국 일본은 작가의 바램대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국가가 됩니다. 현재 역사대로의 엄청난 경제 발전도, 제대로 된 민주화도 ( 신분이 반쯤 고정되었다고 나옵니다 ) 되지 않았지만 수백만을 살렸고, 그게 미라이의 승무원들이 바랬던 유일한 거라고 나오죠. 그리고 일본은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나오구요.

질문을 해 보죠. 일본이 제대로 뉘우쳤다면, 우리는 독일처럼 일본의 재무장을 믿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사실 저로서도 부정적이긴 합니다 ^^; 하지만, 이 만화를 극우로 몬다는 거 자체가 우리도 너무 심하게 간 거 같네요. 물론 절대 넘어갈 수 없는 게 있죠. 침묵의 함대에서 한국과의 독도 분쟁은 물론 중국과의 조어도 열도에 대한 대립, 러시아와의 북방 4열도에 대한 대립도 나오지 않습니다. 지팡구에서도 조선 문제 같은 '작은' 문제는 나오지도 않죠. 위에서 언급했듯 정신대와 731부대 같은 일본의 확실한 전쟁범죄도 나오지 않구요. 자잘한 걸 신경 쓰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무시한 걸까요?
그런 걸 일단 넘겨두고 본다면, 작가의 생각이 제대로 드러납니다. 우선 자위대의 전수방위. 그는 자위대의 '공격받지 않는 한 절대 반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크게 여깁니다. 군대의 존재 자체가 공격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크게 여기구요. 침묵의 함대를 통해 그는 그렇기에 자위대가 세계 평화에 가장 어울리는 군대라고 내세웁니다. 둘재로 일본의 역할. 그는 두 작품을 통해 일본이 세계에서 받은 것만 있지 해 준 게 없다고 합니다. 일본도 강대국이라는 위치에 걸맞는 경찰의 역할을 맡아야 된다는 거죠. 이 수단이 '자위대'라는 것을 보면 극우라는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긴 하겠죠. 하지만 글쎄요. 오히려 저는 이걸 지나친 이상주의로 보고 싶네요. 어떻게 보면 좌파랑 더 관련 있겠죠. 이제는 일본만 생각할 게 아니라 세계를 생각해야 된다는 거요.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계속 이런 울부짖음이 들리는 거 같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대일본제국과 다르다! 세계도, 일본도 이걸 알아달라!' 전수방위를 지나치게 고집하는 것과, 정말 위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명존중에 대해 집착하는 것도 여기와 관련돼 있겠죠. 작가는 그 정도로 일본이 바뀌었다는 것,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거죠. 피해자의 눈으로 보면 역시 부족하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작가가 이제는 북한과의 관계나 한국과의 독도 관계 등을 한 번 그려줬으면 싶네요. 이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알아야 확실히 생각할 수 있을 듯 싶은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만화가 극우 만화라는 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국제관계 등을 통한 작가의 고찰은 놀랍지만, 그래도 일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볼 수 있죠. 한국의 경우 이런 거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합니다. 예를 들면 보고 또 보도 놀라울 정도로 친한파인 -_-; 맛의 달인 작가가 김인식 감독에게 ' 스포츠에 민족 감정을 넣지 말라 ' 고 뭐라 한 걸 보고 열폭했었죠? - 뭐 이건 맛의 달인 작가가 한국인들에게 한일전이 어떤 의미인지까지는 이해 못 한 게 있겠습니다만 - 침묵의 함대와 지팡구의 경우 일본 지식인의 세계관을 잘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자위대가 주가 되는 것을 보고 바로 극우로 모는 거죠.

생각할 게 많은 만화입니다. 시간 되신다면, 2차 대전과 냉전,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군사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는 걸 추천하고 싶네요. 43권이라는 엄청난 분량이지만요. 이를 통해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 정치적으로야 제대로 된 군대가 없으면서 세계 2위인 일본, 그러면서 국방은 미군이 맡아준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생각, 인정하긴 싫어도 강대국 중 하나인 일본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등... 생각하긴 싫어도 바로 옆 나라인 우리나라로서도 일본인의 생각이 어떤지 보며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p.s : 사실 동인계에서는 쿠사카가 그저 자기가 사랑하는 (-_-) 남자인 카도마츠에게 자기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는 설이 지배적이더라구요. 사실 만화 전반에서 그런 게 많이 묘사... 뭐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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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02 22:45
수정 아이콘
장문의 글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이 극우까지는 아니라는 의견엔 저도 동감합니다만(천황폐하 만세! 수준까진 아니니까요), 영 거시기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도저히 고운 시선을 보낼 수 없게 되는 원인이겠죠.

일단 가장 병맛나는 것은, 침묵의 함대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일본이 세계의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강대국으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수단이 자위대 - 즉 군사력입니다. 뭐,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면 사실 군사력 말고도 방법이야 널리고 널렸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작가는 군사적인 수단을 매우 중요시하죠. 여기서부터 이미 핀트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죠. 지금 일본'군'의 재건이 왜 허용되지 않는지에 대한 고찰은 이미 우주로... 한마디로 첫 단추부터 이미 잘못 끼웠습니다. [국제 정세에 군사력을 바탕으로 적극 개입하여 평화를 유지한다.] 이게 의미하는 건 뭐 전수방위네 뭐네 떠들어봐야 결국 일본군의 재건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과거 일본제국군의 많은 것을 비판하는 건 딱히 작가의 성향 문제가 아니고, 그만큼 상상을 초월하게 무능했던 군대니까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는 것이겠죠. 제국주의는 서로 통하는 것인지, 나치 독일의 OKH나 OKW를 능가하는 비효율과 무능함을 고루 갖춘 대본영, 그나마 야전에서는 훌륭했던 독일군과는 달리 정신력 운운하며 아군을 몰살시키는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들 등등... 이건 좋게 봐주는 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무리겠죠. 말 그대로 뼛속까지 극우가 아닌 이상에야 일본제국군을 어떻게 좋게 볼 수 있을지가 더 의문이니까요.

아무튼, 일본이 생각하는 '반성'이란 것이 어떤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요성이나 정통성 등을 따졌을 때 북방 4도 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는 동프러시아 지방까지 아예 포기해버린 독일과 지금도 영토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일본. 이 모습만 봐도 작가가 꿈꾸는 미래는 근본부터 불가능한 몽상일 뿐이란 생각입니다.
성야무인Ver 0.00
10/08/02 22:52
수정 아이콘
이 사람의 성향이 우익이 아니라고 합니다. 단 친일본왕파고 이상주의자고 자국내 군비증강에 반대하는 대신 일본이 아시아를 이끌만한 하나의 지표가 되길 원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러길 원하지 않는 국가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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