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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14 15:40:45
Name LucidDream
File #1 사케_잔.jpg (0 Byte), Download : 64
Subject [일반] 루시드드림의 술 이야기 - 사케(1)


백제 사람인 수수보리가 일본에 술을 전해준 것이 일본의 술 기원이 되었다...식의 얘기는 제쳐두고서라도,
일본의 사케에 대해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일본에서 사케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사케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 즉 술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에서 말하는 사케라는 용어가 바로 청주를 가리키는 것이죠. 어차피 일본에 갈 일이 없으니 크게
혼동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와인에 소믈리에가 있죠. 신의 물방울에서 보는 온갖 외계어를 남발하는 그 직업 말입니다. (뭐 실제로도 그렇지만...절대 폄훼의 의도는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사케 소믈리에, 기키자케시라는 직업을 국가적으로 육성,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 해 숭실대에서 기키자케시
교육과정이 신설되기도 했죠. (다른 학교도 아닌 숭실대에서 일본 사케 소믈리에 교육과정을 열었다는 것은 나름 큰 의미를 가집니다만...)
다만 이 교육과정을 수료한다고 해서 기키자케시 자격증이 생기는 건 아니고, 일본 술 연구 협회의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기키자케시란? 말 그대로 사케 소믈리에...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소믈리에와는 다른 점도 있지요. 소믈리에가 맛 감별사 쪽의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면, 기키자케시는 손님들에게 사케에 대한 이해를 돕고, 마리아주(술과 음식의 궁합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가
좋은 술과 안주를 추천하는 어드바이저 성향이 강합니다. 엄청나게 예민한 미각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라는게 가장 큰 차이죠.
기키자케시보다 상위 등급이 있다는 것도 특이한데, 이들을 '사케쇼'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십 여명 밖에 없을 정도이죠.

와인 소믈리에이자 기키자케시이기도한 김소영 씨 (사케-류의 저자이시기도 합니다)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케는 일본의
'쌀 와인'으로 여겨질 만큼 대단히 종류도 많고 그 맛과 향도 천차 만별입니다.

사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도정율, 즉 쌀을 얼마나 깎았느냐입니다. 많이 깎았다고 반드시 좋은 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고급 사케로 여겨지는 술은 도정율이 모두 높습니다. 쌀을 깎는 이유는, 쌀알이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술인데
이 쌀알이 크면 불필요한 영양이 공급되는 셈이므로 술의 맛이 떨어집니다. 좋은 사케를 얻을 수 없겠죠. 그래서 쌀의 겉을 깎아내고
속심만 남겨서 쓰는 것입니다.

당연히 대단히 어렵고 까다로운 공정이기 때문에 도정율이 높으면 높을 수록 맛도 깔끔하고, 가격도 눈부시게 올라갑니다.
(감히 가격표를 마주할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요...)

*아무리 세공 기술이 뛰어난 일본의 장인들이지만 손톱만한 쌀알을 일일이 깎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등장한 게 '양조용 벼'
입니다.야마다니시키나 고햐쿠만고쿠같은 벼들이 그것들인데요, 어차피 평생 이 이름 외우고 살 일은 없으니 무시하셔도 됩니다.
이 벼들은 품질도 좋고, 쌀알 하나하나의 크기가 커서 사케를 만들 때 최적의 쌀이라고 하죠. 다만 쌀알이 무거운 관계로 재배도 어렵고
풍해등에 취약하기 이를데 없어서 말 그대로 귀하신 몸입니다.

고급 사케 일수록 투명도가 높습니다. 거의 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맑은 게 대부분인데, 이 점이 바로 우리나라의 '청주'와 확실하게
차별화 되는 부분입니다. 일본의 사케는 쌀을 깎는 수고를 들여가며 맑은 술 쪽으로 발달한 반면, 우리나라의 청주는 대개 노란빛을
띱니다. 다양한 향과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청주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죠. 반면, 깔끔함과 순도 측면에서는 사케가
압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사케를 마실 때 쓰는 흰색 잔에 파란색 원이 두 줄로 있는 것은 그냥 있는게 아니라, 사케의 투명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잘 보이면 보일 수록 좋은 사케라는 얘기가 되겠죠.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사케는 숙취가 꽤 있는 편입니다. 쌀의 속심만 사용할 정도로 맑은 맛을 추구하는 술 답지 않은 이미지인데,
일본에서는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마신 사케 만큼 물을 마셔주는게 음주의 정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사케를 마신 다음 물을
마셔서 몸에서 희석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맛과 향을 즐기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물이 계속 들어가면 술 맛을 온전히
즐기기는 어렵지 않을까...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생각해보니 취하면 그건 또 그것대로 맛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겠네요.
결국 누가 더 이기는 x신인가? 게임인것 같기도 하고...농담입니다.)

참고로 막걸리에도 생 막걸리가 있듯이, 사케에도 생 사케가 있습니다. 당연히 특성은 거의 같구요, 생 사케를 국내에서 맛 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기술이 발달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만, 가격은 불가능하죠. 아...



다음은 사케 2편, 사케란 따뜻하게 먹는 것인가? 차게 먹는 것인가?
그리고 사케에 양조용 알코올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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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핀
10/06/14 15:50
수정 아이콘
오호 좋군요!! 멋진 글입니다. 계속 부탁드릴게요~
튼튼한 나무
10/06/14 15:52
수정 아이콘
겨울철 따뜻한 사케에 메로구이 한점 좋아합니다.

지난번에 올리신 막걸리에 관한 글보고 어제밤에 금정산막걸리를 한 병 마셨는데, 예전에 농활가서 시골양조장에서 말통으로 사와서 마시던 막걸리처럼 진하더군요.
10/06/14 15:54
수정 아이콘
흰색 잔에 파란색 원이 두 줄로 있는 것이 사케의 투명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니

좋은 지식 얻고 갑니다. 어디가서 완전 거들먹거리며 자랑해야겠네요.

'이 흰색 잔에 파란 원 두개에는 심오한 뜻이 있는데 말야...'
10/06/14 15:55
수정 아이콘
명가의 술..!
학교빡세
10/06/14 16:08
수정 아이콘
심오한 이야기군요!
happyend
10/06/14 16:41
수정 아이콘
저도 술도 좋아하고 술이야기도 좋아하는터라 재밌게 보겠습니다.(시간이 나는대로 이전편도 보겠습니다)
지니-_-V
10/06/15 00:35
수정 아이콘
사케 한때 정말 많이 먹었었죠

전 개인적으로는 따끈한 사케보단 차갑게 얼음 속에 병을 넣어두고 마시는게 맛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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