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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11 15:47:25
Name LucidDream
Subject [일반] 루시드드림의 술 이야기 - 안동 소주
글 쓰기에 앞서 제 글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본래 술 이야기가 딱딱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최대한 피하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재밌게 봐주셔서 난감하기도 합니다.




지난 번 글에 희석식 소주와 전통 증류식 소주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드린 바 있는데, 이 안동소주는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증류주,
혹은 소주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술입니다. 그런데 이 안동소주의 기원에 대해서는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소주문화가 생긴 것은 고려 시대, 몽고군의 침략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치우천왕기에 등장하는 아이락이 그
아락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몽고 군은 아락이라는 술을 마시고 있었고, 우리 나라 침략 했을 시에 군대가 주둔하던 주둔지에서도
이 술을 제조해 마셨다고 합니다. 그 술이 바로 소주인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소주, 즉 증류주로 유명한 곳은 북쪽의 개성, 남쪽의
제주도, 그리고 경북의 안동 등이 있는데요, 이곳에 모두 몽고군이 주둔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왜냐면? 이 곳은 지리적으로는 별 상관이 없을 만큼 떨어져 있지만 바로 '물'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죠. 술의 맛을 결정짓는
것은 8할이 물이라 할 정도로 물 맛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물 맑고 공기 좋은 안동에 소주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안동 소주 제조 명인이신 조옥화 선생님의 아드님이신 김연박 선생님의 주장은 다릅니다. 소주는 신라시대 때 부터 존재했다는 얘기인데요
실제로 신라 시대 기록에 소주를 제조했다는 기록도 남아있고, 그것을 가지고 계십니다. (정확한 진위는 제가 섣불리 언급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사실 생각해보면 발효주 하나만, 또는 증류주 하나만 발달하기에는 우리나라 술 문화는 너무 뛰어났습니다. 조상분들이 소주를 몰라서
못 담가 먹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싶기도 하죠.



안동소주 제조 명인이신 조옥화 선생님은 여든이 넘는 나이이신데도 불구하고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안동소주를  손수 제작하십니다.
기능 전수자이신 며느리 분께서 같이 작업을 하시긴 합니다만, 항상 직접 맛을 보시고 술을 빚습니다.

술을 빚는다는게 참 고된 일입니다. 특히나 소주의 경우는 누룩을 만들어 발로 디디고, 그것을 다시 발효시키고, 밑술과 함께 증류 시킬 때
불조절도 신경써야 하고...참 고된 작업인데, 그것을 매 번 하시니 대단할 따름입니다. 더군다나 매 주 안동의 여성 분들을 모아놓고
시화, 예절, 음식 을 무료로 강의하시기도 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죠.

누룩을 하나 만드는데도, 만들어진 누룩을 보름에서 20일 정도 그늘에서 말려야 됩니다. 안동소주 한 병을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오랜 기간이 필요한 거죠. 물론 한산 소곡주 처럼 숙성에만 100일이 걸리는 술도 있기는 합니다만.

*안동소주에 사실 수익성은 많지 않습니다. 쌀 40kg에 밀이 8kg, 거기에 물만 70L 이것을 모두 써서 술을 만든다고 쳐도 800ml 짜리로
스물 다섯 병 정도, 즉 20L 정도의 술밖에 얻을 수 없습니다. 대단히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거기서 얻어지는 안동소주는 얼마 안돼죠.
강의도 무료로 봉사하시는 거라 마찬가지구요. 여담이지만 조옥화 명인께선 음식 솜씨도 대단하십니다. 궁중요리는 물론이고, 안동지방의
토속음식도 맛깔나게 하십니다.



안동소주 하면 또 빠질 수 없는게 바로 안동의 헛제삿밥입니다. 원래 헛제삿밥은 안동에서 공부하는 유생들이 배가 고프거나 주변에
밥을 잘 못먹는 사람이 있을 때, 고기 반찬이나 좋은 밥을 먹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경우, 제사를 드리고 그 음식을 나눠 먹는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 안동소주는 식전에 살짝 데워서 먹는 반주. 즉 식욕을 돋우는 술로서의 기능도 했습니다. 소주를 데워먹는다.
언뜻 들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불로 만들어진 술이니 만큼 데워먹으면 향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죠. 일본의 사케 중에서도 간혹
데워 마시는 게 있죠?

*우리의 전통 증류식 소주는 대개 40도가 넘는 독주가 많은데, 본래 이것을 그냥 마시기도 하지만, 물에 타서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난 독해서 못 마셔! 이런게 아니었다는 거죠. 또한 증류식 소주이기 때문에 단순히 도수가 높은 게 아니라 부드럽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위스키도 음료수를 타 마시거나 온 더 락 등으로 해서 먹는 걸 떠올리면 되죠. 하지만 안동소주는 45도에서 가장 제 맛을 내고 향이
좋다고 하네요. 독하지만 부드러우니 가능한 일이라고 할까요?




덧 붙이자면 안동소주는 원래 세상에 못나올 뻔 한 술입니다. 안동시에서 원래 전통주 복원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은 안동소주가 아니라
동동주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조옥화 선생님께서 이왕 복원할 술이라면, 동동주보다는 안동 지역 전통의 소주인 안동소주를 복원하시겠다고
하여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 거라 합니다.

*조옥화 선생님께서 만드시는 안동소주 말고도 안동 지역에는 안동소주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도자기에 든 안동소주만이 조옥화 선생님이
만드신 안동소주였지만, 지금은 다른 업체도 도자기를 쓰는데가 많아졌다고 하더군요. 안동소주라고 해서 다~명인이 만드신 건 아니라는
사실, 잊지 마시고 혹시라도 안동소주 선물하시고 면박 받는 일 없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2~3편에 걸쳐 쓸 예정인 일본의 '사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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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0/06/11 15:54
수정 아이콘
호 그렇군요. 신라시대부터일지도 모른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군요. 그나저나 한 번도 못 마셔봤는데(비싸서 -_-;) 급 땡기는군요.
marchrabbit
10/06/11 15:59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마셔봐야지 하고 마음은 먹었지만 언제나 가격의 압박으로 못 먹던 술입지요. ㅠㅠ
그런데 안동소주는 숙취 안 심한가요? 철없던 대딩시절 여선배와 진도홍주 마시다 둘다 뻗어서 선배친구한테 갈굼당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10/06/11 16:00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라하는 술 이야기('술'이 아니고 '술 이야기' 입니다^^;)네요.
얼마전 허시명씨께서 쓰신 주당천리인가요? 그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2,3편도 기대하겠습니다.^^
arq.Gstar
10/06/11 16:04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는 술을 자주 즐기진 않지만..
가끔씩 여친님과 하는 술자리는 매우 사랑합니다.^^

어제 막걸리 글 올려주셨는데,
요즘에 막걸리가 종류가 다양해졌더라구요. 고구마막걸리도 있구 과일막걸리? 그 비슷한것두 있구요..
그런것들 한번 리뷰해주실수 있나요..^^
Zakk Wylde
10/06/11 17:06
수정 아이콘
제가 술은 못 마시는데 안동소주는 정말 좋아 합니다.
가끔 인사동 가면 한병 마시는데 어우~ 가격이 5~6만원 합니다만..
돈이 아깝지 않은 술입니다.

주류 매장에서 구입하면 2병에 5~6만원 정도 였던가..

40도가 넘어가는 술이지만.. 안동소주 마시다 보면 나중에 소주는 못 먹어요.

조옥화 여사님 술 말고 다른 안동소주는 도수는 좀 낮았던 거 같은데 너무 독한 느낌이라 못 마시겠더군요.
Noam Chomsky
10/06/11 17:23
수정 아이콘
안동에 방문할 일이 있어 안동소주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냥 좋은 소주'겠거니 했더니, 정말이지 굳! 입니다.
많은 양주를 마셔보지 못했지만 제가 접했던 양주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좋더군요.

기회되면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추천해요.
Fanatic[Jin]
10/06/11 17:38
수정 아이콘
40도에 육박하기때문에 도수가 비슷한 양주와 비교하자면...
넘어갈때 목의 타들어감은 비슷합니다.
좀 많이 먹고 난 다음날의 뒤끝은 일반 소주보다 적지만 양주보다는 조금 심합니다.
하지만 안동소주의 미묘한 향이란!!
캬!!
10/06/11 18:02
수정 아이콘
흠 독주는 못하는 편이라..차라리 섞어서 먹는게 나아요..
하지만 안동소주는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급 호기심..
혹시 루시드드림님은 작가를 지망하고 있는 주조회사 사원이 아니실까 합니다...
뒷산신령
10/06/11 18:08
수정 아이콘
안동소주 만원에 먹어서 비싼술이라 생각못했는데 인사동에서 5,6만원한다니
느낌이 확 다르네요..
맛이 좋긴 합니다 !!
맛강냉이
10/06/11 18:36
수정 아이콘
안동에 출장 갔었었죠
간고등어 집에 가서 안동소주를 먹었습니다
안동소주 병이 흰색이랑 갈색(?) 2가지 버젼이 있었는데
멋 모르고 갈색병 2병을 혼자 마셨다가
숙소까지 텔레포트해서 갔던 진귀한 경험을 했네요
소인배
10/06/11 18:56
수정 아이콘
전통주는 아니지만 증류식 소주인 '화요' 추천해 봅니다.
10/06/11 19:14
수정 아이콘
서양의 경우 증류주는 십자군 전쟁을 통해 이슬람에서 전래됐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대충 비슷한 경로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우캬우캬
10/06/12 01:23
수정 아이콘
아버지께서 술을 좋아 하셔서, 특별한 날에 안동소주를 구해 아버지께 선물로 드리곤 하였는데 그게 조옥화 선생님이 만드신 소주였네요
이렇게 유명한 줄은 잘 몰랐었는데 잘 선택 했구나 싶네요. 저도 맛은 못 봤는데 언제 다시 구해서 저도 맛좀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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