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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10 20:06:28
Name LucidDream
Subject [일반] 루시드드림의 술 이야기 - 희석식 소주
삼겹살 집이든 소금구이 집이든...우리가 가는 음식점에선 항상 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빠지지 않고 나오는 술이 있습니다.
바로 '소주'죠. 단지 그게 참xx이냐, 처음xx cool이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할까요?
물론 지방에는 각 지방마다의 소주가 있습니다. C1은 너무나도 유명하죠. 그 밖에 잎새주 등도 유명하구요.

하지만 이들 술은 안타깝게도 모두 희석식 소주입니다.

일본 여행을 갔다 오신 분이라거나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갑류소주, 을류소주 이런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혹은 본격소주 라는 용어... (음식 만화인 한그릇 더! 에도 가고시마 본격소주가 등장하죠)

한마디로 소주는 전통 방식인 증류 법을 이용한 증류식 소주, 일본의 갑류 소주이자 본격소주
그리고 물에 식용 알코올인 에탄올, 즉 주정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 일본의 을류소주이자
우리 흔히 '소주'라 부르는 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술은 2가지 범주 안에 속합니다. 곡물이나 과일 등을 발효시켜 만드는 발효주, 그리고 그것을 증류해서 만드는 증류주.
모든 술은 이 분류 안에 속하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발효주는 5~20도 사이의 저도주가 많고, 증류주는 40~75도의 독주가 많죠.
물론 발효주 가운데서도 23~25도 이상의 센 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주정은 말 그대로 식용 알코올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 주정을 생산하는 업체는 국내에 롯데주류BG, 창해에탄올,풍국주정 등
8~10여개가 있는데 이들 업체가 생산한 주정을 대한주정판매협회라는 곳에 모았다가, 각 소주 생산업체에 배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참xx이든 처음xx이든 주 원료 자체는 '동일'하다는 거죠. 하지만 맛이 다르다구요? 미식가로서 손색이 없는
혀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될까 말까한 첨가제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니요.



이 희석식 소주는 사실 탄생 배경만 놓고 보면 참 암울했던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광복이 왔지만
6.25가 터지면서 국가가 파탄이 났죠. 그 와중에 밥 먹을 쌀도 없는데 그 쌀로 술을 빚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요즘 말하는 '돈 지x'밖에
안되었습니다. (다만, 그 이후 경제가 어느정도 회복되었어도 우리 전통주의 제조를 원천봉쇄 해 4~500종에 달하던 우리나라의
전통주가 지금은 120여 종 밖에 안남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나 사람 생활하는데 있어 술은 의외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술의 역사는 인류 역사 자체와 같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
허황되지 않게 들리는 것은 그만큼 술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술과 인류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술은
구하기 힘들고 그래서 등장한게 바로 이 희석식 소주입니다.

제조도 간편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값이 싼데다가, 생산 초기에는 도수도 높았으므로 술의 기본적인 역할
즉 '마시고 취한다'에는 어느정도의 순기능을 한 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소주로 인해
국내의 기타 전통 소주, 발효주가 고사하다시피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희석식 소주는 초기에는 20도가 훌쩍 넘는, 나름대로 독주였습니다. 옛날 선배들이 마시던 소주 3병과 요즘 사람들이 마시는 소주 3병은
질적으로 약간 다르다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8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까지 업무에
지장을 주는 숙취나, 고주망태가 되어 심한 경우 목숨까지 빼앗는 행태가 지적되면서 소주는 서서히 도수를 낮춰갑니다. 맨 처음
20도의 벽을 깬 소주가 나왔을 때의 충격은, 주류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겐 꽤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숙취는 그렇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알칼리수로 인해 암을 치료했다는 모 소주회사의 높은 분의 간증(?),
그 알칼리수를 소주에 도입했다는 식의 이야기, 청정암반수니 산소 주입이니 하는 식의, 나름대로 맛 개선을 위해 개발된 부분들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희석식 소주이기에 피해갈 수 없는 숙명, 첨가물에 대한 개선은 그다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주를 조금이라도 드실 줄 아는 분들이라면, 소주를 딱 한 입 머금었을 때, 의외로 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스파탐과 같은 단 맛을 내는 첨가제 때문입니다. 현행법 상, 희석식 소주에는 일정 %이하라면 첨가제를 넣는 것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소주의 '달달한'맛을 내는 비결이자, 여명808을 찾게 되는 숙취의 원인이 되는 겁니다.



사실 숙취가 없는 술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떤 술이든지 기본적인 성분은 알코올이니까요. 하지만 양주먹고 숙취가 있다는 얘기는
별로 없죠? 그것은 숙취가 없는게 아니라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희석식 소주는 다르죠. 소주업계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에게는
안타깝고 죄송한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최근에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저는 이런 점을 많이 설파하곤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소주, 희석식 소주는 우리가 가장 손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알콜 음료 중 하나이자, 값싼 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여러가지 안 좋은 점도 많고,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점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힘들 때 자주 하는 말

'야 소주 한 잔 하러 가자'

이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다음은 안동소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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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10 20:34
수정 아이콘
그렇죠 뭐 천원짜리 술에 너무 많은걸 바라면 안되겠죠..
양주도 좋고 사케도 좋고 요즘나오는 고급 막걸리같은 술도 좋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정말 술이 고플때" 생각나는 술은 소주더군요
Hell[fOu]
10/06/10 20:38
수정 아이콘
술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ThinkD4renT
10/06/10 20:41
수정 아이콘
저는 소주 첫잔 마실때...

아~ 쓰다 ---> 이날은 술이 잘 안 들어가더군요.
맹물인데... ---> 이날은 평소 주량대로 먹습니다.(한 3-4병?)
왜 소주가 달지? ---> 이날은 끝장 보는 날입니다.

술은 즐겁고 유쾌하게 먹는게 가장 현명 하지만 첫잔의 맛에 따라 술먹은 다음날이 좌지우지 되는것 같습니다. @,.@;;
V3_Giants
10/06/10 20:56
수정 아이콘
좀 저렴한 가격에 희석식 아닌 소주 종류 술 마시고 싶은데 어떤 걸 사서 마셔야 할까요?
바람이시작되
10/06/10 22:42
수정 아이콘
소주를 가장 좋아하는 입장이라 소주가 정말 다른술들에 비해서 숙취가 심한건지 다른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숙취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진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첨가물 등의 불순물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알콜을 분해할때 나오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소가 분해되지 않아서 나타난다는 것도 유력한 가설로 알고 있거든요.
제 경우는 막걸리나 포도주 같은 발효주만 아니라면(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발효주는 잘 안받네요.) 먹은 알콜량이 비슷하면 숙취도 비슷하더라.. 라는 오로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있는터라 ^^;; 20%짜리 소주를 2병(720ml) 먹은거나 40%짜리 위스키를 350ml정도 먹은거나 숙취는 뭐 거기서 거기.. 뭐 이런식이죠.

암튼, 그래서 전 숙취얘기, 특히 소주는 숙취가 심하다거나 양주는 숙취가 없다거나 하는게 그 이미지에서 비롯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먹게 되는 양주인 위스키만해도 싸게 파는집에서 세트로 먹게 되도, 왠만하면 과일안주(!!)에 우유나 다른 음료도 꽤 마시게 되고, 언더락으로 마시기도 하고 등등 막 먹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가격도 싼것이 아니라 자주, 숙취가 올만큼 많이 마시기도 쉽지 않구요. 이러저러한 연유로 숙취가 없거나 혹은 약하다는 이미지가 생긴게 아닌가 하는거죠.
반대로 소주는 일단 싸기 때문에 막 먹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구요. 대학교 초반의 개강총회 류의 단체 이벤트시엔 자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만만한게 1차 소주, 2차 생맥주.. 싸서 찾게 되는 만큼 안주도 변변치 않은 경우가 많죠. 찌게라 쓰고 라면이라고 읽어도 될법한 싸구려 찌게나, MT같은데 가선 전설의 새우깡에 깡소주도 더이상 전설이 아니기도 하구요. 이런 좋지 않은 경험도 상대적으로 자주 하게 되고 실제로 숙취로 고생도 그만큼 자주하게 되니 소주는 숙취가 심한술, 더 나아가 소주는 극도로 꺼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종종 했었네요.

음.. 근거따윈 없이 혼자 생각해온 이야긴데, 희석식 소주 얘기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그냥 적어봤네요. 본문에 태클걸려고 쓴것은 아니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술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
10/06/10 22:42
수정 아이콘
달달해서 간혹 폭탄을 만들면 양주폭탄보다 소폭이 훨씬 맛이 좋아요..
그치만 머리는.....
암튼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사상의 지평선
10/06/10 23:25
수정 아이콘
6.25때였나요? 소주가 처음 만들어진것이? 제가 듣기로는 일제강점기시절에 쌀반출시기에 증류소주를 금지하고
지금의 대한주정을 설립해서 주정을 만들어 소주를만들었다고 얼핏들었는데. 제가 잘못 안것 같네요
소주는 뭐 안주만 좋으면 됩니다.
확실히 좋은 안주랑 먹으면 많이 먹히더군요 3병정도
아 그리고 여명 808의 위력을 실감하신분이라면 비싼 여명말고 싸게 비락 칡즙으로 갑시다
비슷한 효과를 얻을수 있습니다.
당신누요
10/06/11 09:34
수정 아이콘
아..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처음처럼, 참이슬, 고향 소주인 화이트까지 두루 두루 마시고 있지만 솔직히 전 똑같이 쓰기만 하고 맛의 차이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뭐 화이트가 확실히 순하다느니 참이슬 먹으면 토할것 같아서 처음처럼만 먹는다느니 그런거 다 허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주 맛의 차이는 실질적으론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는거겠죠? 물론 광고나 마케팅에 의한 이미지에서 또 다르게 받아들여지겠지만요.
강가딘
10/06/11 22:52
수정 아이콘
방금 감자탕에 이슬이 한잔 했는데 이 글은 읽으니 반갑군요.
제 주위에 한 분은 참이슬 오리지널만 드시고 다른 한분은 처음처럼(그 전엔 산)만 드시더라구요.
그래서 두 분과 술자리를 하게 되면 본이 아니게 두가지를 함께 마시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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