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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03 00:44:09
Name nickyo
Subject [일반] 전국이 한번쯤 녹색으로 덮이면 무언가 바뀔까?
최근에 써놓은 글을 옮겨봅니다.
개표상황과도 얼추 비슷하고..
다만 처음 쓸때 반말로 쓴거라서..무례해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니 부디 헤아려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드릴게요.
그럼 좋은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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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한번쯤 녹색으로 덮이면 무언가 바뀔까?
답부터 말하자면, 답은 No라고 할 수 있겠다.
왜일까?

분명 정권도 바뀌고, 정책기조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는데.

왜냐하면, 고작 4년, 5년의 시간으로는 우리의 과정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재미있는 이야기를했다. 한명숙씨가 당선된다면, 서울시 공무원들은 업무스타일 바꾸느라 또 며칠 고생하겠구나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야기 한 것이, 다시 로비해야할 사람들 많겠네 따위의 이야기들이었다. 아마도 사회에서 일을 하고계시거나, 해보신 분들은 아실것이다. 융통성이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많은 로비와 비리들. 죄라고 하기에는 미묘하지만, 분명 공정하지는 않은, 그러나 일을 부드럽게 처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그래서 흔히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이야기하고는 하는것이다. 처음에는 아프고 괴롭지만, 누군가가 '잘했다'고 해주고, 적절한 '보상'도 내려주며, 사회적 '지위'도 준다면, 어느새 아픈마음은 영광이 되고 성공이 된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의 민노당, 민주당을 그렇게 대단히 좋은 정권이었다고는 기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통이 하려던 몇가지는 기억한다. 바로 개혁이란 이름아래 수많은 커넥션을 끊으려했던것. 그가 바꾸려했던 '과정'은 꽤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물론 전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폭풍처럼 그를 까기 시작했다. 그 모든게 실패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의 그 노력 하나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최고의 방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있었고, 그저 그들은 손쉽게 더 편해지길 바랬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함께, 기존의 시스템으로 충분한 이득을 본 사람들은 열심히 방해했다. 그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그렇다면 가정해보자. 과연 그걸 방해할 모든 사람이 없는, 녹색이 가득한 한국이 과연 완전한 개혁을 이뤄낼 것인가?
그럴수가 없다. 왜냐면 결국 녹색이 이 땅을 덮기 위한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득을 얻는 사람이 다를 뿐, 과정의 현상은 비슷하다. 누군가는 로비를 하고, 누군가는 함께 식사를 하며 웃는다. 누군가는 선물을 주고, 누군가는 선물을 받는다. 공정한 경쟁에는 경제적 선택이 있어야 하건만, 그 경쟁에 정치적 선택이 개입한다. 여기서 정치적 개입이란, 합리적 선택을 뒤로하고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이득을 위함을 뜻한다. 결국 우리는 완전히 효율적이고, 깨끗해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부당이익을 얻고, 그게 사회면에 나오고, 우린 또 불신을 느낄테고, 누군가를 욕할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도, 그 안의 소수는 조금이나마 달라진다. 과정의 현상이 '비슷'할지는 모르나 '동일'하지는 않다. 다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현재의 기득권이 이러한 업무의 모양새와, 일의 추진과정과, 정책의 결정등의 숨겨진 방식들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같은 시간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러한 것들의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꽤 오래 답답함을 숨기고 믿어주어야 한다. 50년이 넘게 쌓인 나쁜 습관들이, 5년만에 사라질 수 없는것은 당연하다. 나쁜 습관은 달콤하고, 매력적이며, 손쉽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습관을 우리에게서 떨어뜨리려면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신뢰에 쏟아야 한다.

물론 그 신뢰가 수없이 당신을 배신할 것이다. 때로는 후회할 것이고, 때로는 아파할것이며, 때로는 화가나서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동안 용인한 것들이 주는 시험과도 같은 것이다. 오직 언제나 존재했던 순수하고 옳바른 외곬수들을 위해, 우리는 신뢰를 놓지 말아야 한다. 다만, 그 신뢰를 배신한 사람들만을 철저히 추궁할 뿐이다. 암세포가 생겼다고 내장을 통째 꺼내 버릴 것인가? 그저 시간을 들여서 하나하나 뽑아내고, 생길때마다 뽑아내며, 약물치료를 통해 재발을 막는게 최선인 것이다. 약물치료가 지속적인 깨끗하고 성실하고, 우리를 귀찮게 하는 바보같은 일꾼들과 함께 일하며 느끼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수술은 우리의 신뢰를 배신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옳지 않은 것들을 도려내는 아픔과 번거로움을 견디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이뤄내지 않는다면, 생명은 언젠간 꺼져버리고 만다.


당신이 정말로 이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면,

기다려라. 옳은것만을 알고, 깨끗한 것만을 알고, 이상을 위해서 바보같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융통성 없는 일처리는 답답할 것이고, 지지부진한 정책의 방향도 답답할 것이다. 안좋은 소식만 가져다 주는 신문과 테레비는 스트레스만 받게 할 것이며, 때로는 힘들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배신자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심지어 당신이 일하는 회사속에서도 기존과는 다르게 해야하는 수많은 번거로움이 당신을 엄습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이전보다 훨씬 갑갑하고 짜증날지도 모른다.

우리를 편하게 했던, 일 잘하는 사람들이 전부 사라지고,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바보같이 착한사람들이 다 채워지려면

전국이 한번 녹색으로 바뀐다고 될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과정과, 그 과정을 이루는 사람들이 전부 완전히 올바르고 합리적으로 바뀔때까지
그저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방향을 바꿔서 '내'가 역사를 바꿔야 하는것이다.

자동차 운전을 해보면, 커브길에서 시속 200을 그대로 유지한 채 휠을 돌리면 마른 하늘을 향해 달리게 된다. 코너를 돌아서 다시 방향을 전환할때는, 충분한 감속을 해야만 한다.

기득권으로부터 세상을 되찾고 싶은가.

비합리적이고 억지스러운 현실을 바꾸고 싶은가.

어쩔 수 없어서 아픔을 견디며 해야했던 수많은 양심적이지 못한 행동들이 잠자리를 괴롭히는가.

그렇다면, 충분히 감속할때까지 믿고 기다려라. 계속 속고 맞고 불신을 줄 지언정, 계속해서 더 깨끗하고, 더 융통성 없고, 더 합리적이며, 더 성실한 사람을 위해 힘을 모아 주어라. 당신의 그러한 인내가 오랜 시간동안 모이고, 그 인내를 통해 신뢰받은 사람이 한명, 한명 쌓여간다면 언젠가 세상은 바뀐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지금 편하기 위해 용인해 온, '융통성있게 일 잘하는'사람에게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다가 회의와 허무감에 빠져버려 이내 포기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당신과 당신의 가정과 당신의 회사를 아프게 할 지라도, 그러한 고통과 인내없이 이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라지는 말라. 만약 그걸 견딜 수 없다면- 그냥 개인의 최선의 선택을 가끔 양심을 버려가며 선택하면 된다. 어차피 인간의 옳음, 선이란 주관이지 객관이 아닌 시대이다. 타협할 이유도 많고, 당신을 용서해 줄 이유도 많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단지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면, 당신이 인내한 고통만큼만, 딱 그만큼만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이며
그렇게 완전히 변한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하고 편리하고 합리적이며 납득가능한 세상이라는 것임은 장담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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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때마다
10/06/03 00:46
수정 아이콘
가정이 아니라, 실제 녹색으로 뒤덮힌 적이 있었죠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인한...

뭐 다들 아시다 싶이 변한건 없었습니다.
Bluedawn
10/06/03 00:48
수정 아이콘
많이 공감가는 글이네요
10/06/03 00:48
수정 아이콘
딱히 변한 건 없었던 건 4/19 때도 마찬가지였다고봅니다. 그렇지만 그 정신을 계승한 사람들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마음이 진정되네요.
10/06/03 00: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기다려야 한다는 말, 공감합니다.
10/06/03 00:51
수정 아이콘
조중동 사설은 바뀌겠죠.
UntouchableOb
10/06/03 00:52
수정 아이콘
최소한 광장 개방은 바뀌겠죠.
The Drizzle
10/06/03 00:52
수정 아이콘
전후관계가 바뀌었습니다.
전국이 녹색으로 덮혀야 무언가 바뀌는게 아니라
무언가 바뀌어야 전국이 녹색으로 덮힐 수 있습니다.
Cazellnu
10/06/03 00:52
수정 아이콘
샤워실의 바보가 생각나게 합니다.
일희일비라는것
이적집단초전
10/06/03 00:53
수정 아이콘
어차피 파란색이나 녹색만큼 저는 빨간색도 마찬가지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진보정당을 운영하는 이도 인간이거든요. 그래서 민주주의와 정당제도와 선거가 필요한 것이지요. 해먹을때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면 이런 해악들이 줄어듭니다.

그 가장 확실한 실례가 2004년 총선이었지요. 2002년 노통장이 쓴 대선자금이 2007년 가카가 쓴 대선자금보다 많습니다. 선거 한번에 그 고질적이던 정치부패가 1/10 이하로 줄더군요. 진짜 지금 한나라당이 20세기 민주당보다 청렴하다니까요.

나쁜놈에게 표로 손해를 안겨주면 됩니다. 참 쉽죠?

이런 견제가 되지 않으면 진보정당이 자리를 잡아도 부패합니다. 당장 공산당 1당독재가 어떻게 부패하는지 보면 알죠.
무한의 질럿
10/06/03 00:53
수정 아이콘
최소한 대한민국이 파랗게 질리지는 않겠죠.
뜨거운눈물
10/06/03 00:53
수정 아이콘
글쎄요 초록색으로 덮히던 노란색으로 덮히던

보통국민들의 경제관 역사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절대 오지않을꺼라고 생각합니다..

돈,외모,학력만 추구하는 지금 이 대한민국에서 뭘 바랄수 있을까요..
10/06/03 00:54
수정 아이콘
추천눌렀습니다. 그렇죠 50년간 쌓여온걸 5년만에 바꿀수 없죠. 다만 천천히 나마 바뀌고 있는게 있다는것 자체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여자예비역
10/06/03 00:54
수정 아이콘
이제부터가 시작인거죠.. 한번으로 뭘 바꾸겠습니까... 그래서 사실 지난 10년이 더 아쉬운겁니다.. 변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했을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으니까요...
네이눔
10/06/03 00:55
수정 아이콘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정치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눈치라도 한 번 더 보게 된다면 만족입니다.
완소탱
10/06/03 00:56
수정 아이콘
당신이 정말로 이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면,

기다려라..공감되네요..잘 읽고 갑니다..
응큼한늑대
10/06/03 00:57
수정 아이콘
고작 이런 변화지만, 그래도 머물러 있는것 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저들에게 또렷히 각인시킬 수 있는것은 이것밖에 없다고 보니까요.
그러나 기대하고 실망하고. 반복인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一切唯心造
10/06/03 00:57
수정 아이콘
기다림의 시간만큼 온전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좋겠습니다.
순간순간에도 그 보상이 느껴지면 더욱 좋겠네요. 이건 정말 힘들테지만.

그리고 잘 읽었습니다.
C.P.company
10/06/03 00:57
수정 아이콘
그러면 다시 파란색으로 바뀌겠죠. 또 삽질하면 녹색으로 바뀔테구요

개인적으로 유시민씨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엄청 공감되는 말을 하더라구요 저번 대선때..

"전정권(노무현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표가 몰릴수가 있다. 당선되서 잘하면 그쪽이 또하는거고 못하면 우리쪽으로 다시 투표할거다." 이게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발좀요
10/06/03 00:58
수정 아이콘
온통 파란색으로 변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다들 아시고.. 그래서 다들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온통 파란색이 아닌 색으로 바뀐다면 확실히 다르겠죠..
대장님..
10/06/03 01:00
수정 아이콘
PGR에서만 보기는 아까운 글인것 같습니다. 다른 사이트에도 올려보시는건 어떨까요??
무지개곰
10/06/03 01:00
수정 아이콘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배빠른
10/06/03 01:03
수정 아이콘
사실 녹색으로 덮이면 많은게 바뀌리라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왜냐하면, '스탠스' 부터가 다르거든요. 여러면에서 바뀔래야 안 바뀔수가 없죠.
게다가, 실은 녹색으로 덮이는 것 자체가 '이미 바꼈다' 는 걸 의미하기도 하구요.)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라는 글의 취지에는 백번 공감합니다.
갑자기 <교실이데아> 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추게버튼 누릅니다.
매너플토
10/06/03 01:13
수정 아이콘
기득권 세력의 결집력이 무서운거죠..
있는 x 이 더한다는게 정말 사실이죠..

한나라당은 우리나라 최고 기득권 세력이고..
민주당은 상류층 정도라고 전 생각 합니다.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대패한 이후에도, 기득권 세력들이 결집하여
언론플레이 하는 걸 보면, 앞으로 몇십년간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게 공식이죠..
한나라당 승리 -> 기득권 이권 독점 -> 국민 견제 -> 반한나라당 승리 -> 한나라당 & 기득권 여론 조장 -> 한나라당 승리
무한 루프죠..

이런 상황에서 조금씩 변해가겠죠..

결론은 우리나라는 삼성공화국 & 서민들이 자신들을 억누르는 정당을 뽑을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죠..
찬우물
10/06/03 01:28
수정 아이콘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맙시다. 우린 변할 수 있어요. 우린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럴 권리가 있어요.
그게 어떤 색이든 말입니다. 녹색? 곧 붉은 색이 이나라를 덮습니다. 대~한민국 !!!
비소:D
10/06/03 05:45
수정 아이콘
어느색으로 변하는가가 중요한게아니라
왜 변하는가, 변해서 정말로 세상도 변하는가가 중요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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