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각 대표팀들은 월드컵을 위해 기량 점검 및 조직력 향상을 위해 평가전이 한창인데요. 그 중 우리 B조의 그리스, 나이지리아는 지난 26일 새벽 각각 북한, 사우디 아라비아 상대로 평가전을 가졌습니다. 경기는 아시다시피 2:2, 0:0으로 두 팀다 상당히 안 좋았고 우리로서는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였습니다. 그 중 그리스 대 북한 전을 그리스 중심으로 리뷰해 보겠습니다.
그리스 대 북한전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5000석 규모의 작은 경기장에서 치루어 졌습니다. 경기 시작 전 국가가 연주되는 화면 위로 그리스의 '피파랭킹 13위'라는 문구가 인상깊습니다. 누가 봐도 그리스의 13위의 랭킹은 의아한데요. 피파랭킹이라는 것이 상당히 모순점이 많은 순위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피파 랭킹은 달별로 점수를 환산하여 평가하는데 한국과 일본의 경우 지난 3월달 각각 코르티 부아르, 바레인을 상대로 한경기씩을 치루었습니다. 둘다 경기는 승리하였지만 피파랭킹으로 봐도 세계적 평가로 봐도 코르티 부아르와 바레인은 상당한 격차가 있고 당연히 우리나라에게 더 많은 점수가 배정하게 됨이 올바르게 보입니다만 결과는 대충 2배의 차이로 일본 점수가 높습니다. 이런 결과가 생기게 된 원인은 대회별 가중치에 의합니다. 월드컵, 대륙컵, 평가전 순에 따라 가중치를 갖게 되고 우리가 치룬 A매치의 경우는 1.0의 기본 가중치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아시안컵 예선이 가진 2.5의 높은 가중치로 약한 상대로도 우리보다 높은 점수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언론들로서는 축구가 가진 플레이의 연속성 때문에 기록상으로 남는 결과물이 적고 그나마 팀간 우위를 나타낼 수 있는 피파랭킹을 선호할 수 밖에 없기는 하겠지만 절대 피파랭킹은 팀간의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피파 랭킹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냥 지난 4년간 대회에서 활약 여부정도로만 평가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평가전으로 돌아가서 전술적 움직임을 보기에 앞서 그리스와 북한의 포메이션을 보고 가겠습니다.
먼저 '스'로 끝나는 성을 가진 특이함과 이도경의 이상형이 다수 포함된 그리스 대표팀입니다.
그리스 대표팀은 지난 세네갈과의 평가전과 동일한 포메이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골키퍼를 제외한 전반에 뛰는 선수들이 현재 오토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들이 되겠고 교체 맴버들 중 파파도풀로스는 중앙 수비수 3옵션, 파차초글루는 카라구니스의 체력을 고려한 교체 맴버로 보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포지션 경쟁 구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은 죽음의 조에 들어 활약 여부에 따라 상대팀을 나락에 빠트릴 수 있는 북한 대표팀입니다.
북한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스위퍼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서 대단한 수비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북한의 스위퍼는 홍명보와 같은 리베로의 성격은 갖고 있지 않으며 이번 그리스 전에서는 양 윙백들의 공격 가담이 활발했지만 점유율면에서 밀릴 것으로 보이는 같은 조의 국가들에게는 윙백들의 자신들의 역활보다는 수비적인 역활에 더 치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수비수 실책에 의한 게카스의 슛팅이 이어지고 2분경 프리킥 상황에서 서로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 카추라니스의 슛으로 그리스가 손쉽게 득점하게 됩니다. 실점 상황을 보면 한준희 해설의 지적대로 장신인 키르기아코스와 홍영조를 매치시킨 것도 문제지만 프리킥을 차기도 전에 먼저 움직여 구축한 옵사이드 라인을 미리 깼는지도 의문입니다.
전반 초반에는 살핀기디스의 뒷 공간 침투 모습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이 선수는 수비수와 동일 라인을 서는 것을 좋아하며 그리스팀의 옵사이드 반칙 지분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컨디션이 좋을 경우는 그리스 팀에게 좋은 공격 옵션이 되겠지만 지난 세네갈전 같이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공격 기회만 소멸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양날의 검과 같은 선수지요.
전반 중반부터는 침착함을 되찾은 북한의 역공이 시작됩니다. 초반에 상당량 뺏겼던 점유율도 되찾아 왔고 발느린 수비수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공간 침투로 그리스의 약점을 파고듭니다. 그러다 22분경 프리킥 상황에서 결국 정대세의 드리블에 이은 중거리 슛팅으로 1:1 승부를 원점으로 돌립니다. 이후 북한의 공세 속에 그리스가 간간히 반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반전을 마무리 짓습니다.
전반전에서 그리스의 움직임 중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사마리스의 존재입니다. 대다수의 그리스 공격수들이 최전방 지향적이고 공간 침투나 피지컬 축구를 하는데 비해 사마리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니니스와 함께 그리스에게 유니크한 존재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한국과의 경기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사마리스의 대표팀에서의 움직임은 대단히 중앙 지향적입니다. 자신의 포지션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 볼 배급을 받으며 사이드에 있기 보다는 중앙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드리블도 전방보다는 중앙으로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표 1>과 같은 포메이션의 변화를 보이게 되고 빈 좌측은 스피로풀로스의 오버래핑으로 균형을 맞춥니다. 스피로풀로스의 경우 사마리스가 중앙으로 치우치게 활동하거나 드리블시 반드시 오버래핑 하며 협력 공격을 펼치며 오른쪽 풀백에 비해 오버래핑이 활발한 편은 아닙니다. 다시 사마리스로 넘어가서 사마리스의 또다른 역활은 공격지역에서 짧은 패스시 징검다리 역활을 맡습니다. 그리스의 공격 중 열에 일곱은 띄워주는 패스에 이은 게카스와 살핀기디스의 공간침투가 주를 이루지만 때때로 사마리스의 드리블과 창조성에 의한 공격시도도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49분, 52분 각각 하리스테아스와 정대세의 득점으로 경기가 활기를 갖게 됩니다. 오늘 정대세의 활약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북한의 공격의 대부분이 정대세의 패스나 슛팅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홍영조와의 연계 플레이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기서 정대세에 대해 잠시 얘기를 하자면 정대세는 많은 분들이 조선 국적을 갖고 일본에서 태어난 선수로 오해를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대세는 자신과 부모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북한 대표팀으로 뛰게 된 계기가 어렸을 때 조총련계 학교를 다님으로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적었고 대표팀으로 들어 갈 때쯤은 한국에서 대표팀을 뛸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피파측에서 한국의 사정을 고려해 특별히 허락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지요. 지금에서 보면 우리에게 아쉬운 결과기는 하지만 앞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했으면 합니다.
그 후 지리한 공방전이 계속되다 62분 카라구니스가 빠지고 파차초글루가 들어 옵니다. 이 교체는 그리스의 포메이션 설명 때도 말했듯이 나이가 33살이 된 노장 카라구니스의 체력 안배를 위한 교체로 보입니다.
여기서 잠시 카라구니스를 비롯한 그리스의 중앙 미드필더에 대해 집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그리스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투박한 스타일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스의 중앙 미들필더들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짧은 패스를 구사하며 경기를 풀어 나가기 보단 제 1차적 목표를 전방의 선수를 찾는데 주력합니다. 64분의 화면에서도 드러났듯이 후방에서 미들진이 공을 잡으면 세 공격수들은 수비진들과 나란히 서 옵사이드 트랩을 뚫을 준비를 하고 중미들은 적당한 곳에 찔러주는 식입니다. 이러한 패턴이 대부분이지만 전방에 마땅한 선수가 없거나 윙어가이 밑으로 내려왔을 경우 연계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풀어 나가기도 하는데 그 중심이 카라구니스입니다. 수미를 맡고 있는 치올리스는 스코어가 밀리는 때를 제외하고는 오버래핑을 거의 하지 않으며 이는 공격 스타일상 끊임없이 수비를 해야하는 그리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수비 얘기를 마저하면 그리스의 수비는 기본적으로 4-1-4-1의 포메이션을 유지합니다. 압박 방식은 공 소유자에게 한명이 압박을 나가고 다른 선수들은 주변 선수를 마크하여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8분과 5분경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스가 사용하는 방식은 공을 뺏는다는 의도 보다는 상대의 패스 실수를 의도하는 바가 크고 우리나라가 쓰는 방식과 비교한다면 체력 소모가 적지만 압박의 강도는 덜 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경기는 종료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스가 이기리라는 예상을 깨고 경기는 2:2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주전급 선수들을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오토 감독으로서는 상당한 언론의 질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으로서는 비록 졌지만 좋은 모습을 보였던 파라과이 전과 이번 그리스 전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오토감독과 한준희 해설이 지적했던 복병 니니스에 대해 얘기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스는 B조에서 가장 전술이 완성된 팀입니다. 살핀기디스를 주축으로 한 공격진의 공간 침투는 상대로 하여금 수비 뒷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공격진에 사마리스를 넣을 경우 카라구니스와 카추라니스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지나치게 단조로운 공격 루트의 변화도 갖추었으며 막강한 피지컬을 이용한 셋트 플레이도 장점입니다. 또한 선수들 개개인은 클럽팀에서 맡은 역활을 완전히 지웠으며 대표팀에서 요구하는 전술을 완벽히 수행합니다. 이 전술로 비록 약한 조였다고는 하지만 그리스는 유럽 예선을 통과했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전술은 없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WM 전술도 헝가리의 전술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오토 감독의 지나친 기존 선수 사랑은 전술의 고착화를 불러 왔고 이는 상대에게 약점을 노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 두번의 평가전으로 그리스의 전술은 많은 약점을 보여줬고 앞으로도 힘든 경기가 예상됩니다.
이제 그리스가 변화를 해야하는 이 시점 그리스에게는 니니스라는 빠르고 창조적며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오토 감독이 니니스를 쉽게 기용하지는 못할 것으로 봅니다. 니니스는 오른쪽 윙과 공미를 보는 선수인데 이 자리는 현재 그리스 전술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카라구니스와 살핀기디스가 맡고 있습니다. 오토 감독은 상당히 고집이 센 감독입니다. 여태까지 언론의 성화가 있음에도 니니스를 기용하지 않은 것은 니니스가 그 자리에 들어 갈 경우 선수들과의 호흡은 둘째치고 전술을 다시 짜야 합니다. 한국과의 경기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러한 선택을 할지 의문입니다. 니니스를 오른쪽 윙으로 기용하고 살핀기디스를 왼편으로 돌리는 방안도 있으나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할 수 있어 오토 감독이 선발보다는 조커로서 후반기용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덧글) 평소에 실력은 미천하지만 축구 경기를 볼 때 전술적인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보고 감독의 의중을 찾아 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으로서 다른 분들은 이 경기를 어떻게 보셨을까 서로 얘기를 나눠보자는 취지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조 발표 전까지 그리스 대표팀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도 않았고 실력도 미천해 단순한 움직임을 오해해 지멋대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문가 분들이 보시기에 어이없는 경우도 있으시겠지만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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