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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3 13:23:44
Name Hypocrite.12414.
Subject [일반] [예능이야기] 열네번째. 정든 그대여 떠나라. 내가 보내주리라.
#0. 글을 시작하며

MBC 파업이 종료되면서, 드디어 MBC 예능프로그램이 정상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무한도전이 9주만에 본방을 했고요. 사실 저는 스타리그 결승을 보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열세번째 예능이야기 - 라디오스타 관련 글을 쓸 때 마지막 부분에 김C의 1박2일 하차에 대한 단상을 썼었습니다. 좀 확대시켜서 이번에는 예능프로그램의 고정멤버가 떠났을때, 더 나아가서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멤버교체에 대해.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자세는 어떨까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그냥 제 생각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시고, 가볍게~ 읽어주세요. 그러면 모자란글 시작합니다.




1. 예능에서 고정이란?

대표적인 연예리뷰사이트인 텐아시아는 고정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매주 자리를 확보하는 출연자. 레귤러.
매주 방송분량에 나오는 사람들을 쉽게 고정이라 일컫습니다. 비단 요즘 대세인 리얼버라이어티뿐만 아니라 단순 쇼프로그램이건, 아침에 방송되는 아침마당에 매주 출연하는 연예인도 고정입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슈퍼맨과 비슷한 복장을 한 넘버원씨도 고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과 KBS 2TV 승승장구의 멤버들


2. 리얼버라이어티란?

요즘 대세는 리얼버라이어티 입니다. 리얼버라이어티라 함은 리얼리티와 버라이어티를 합친 말로서,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C의 무한도전이 있습니다.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와서 녹화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녹화가 종료될때까지의 모습이 평소 어떤 그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져서 오는 단점을 보완하는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지요. 덕분에 요즘 버라이어티는 출연진들이 잠도 편하게 못잘겁니다. 언제 카메라가 그들을 덮칠지 모르니까요.

출연진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매번 출연진이 바뀌면 캐릭터간의 연계성을 구축하는게 거의 불가능 합니다. 보통 5~8명 사이로 캐릭터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리얼버라이어티 몇개 읊어보면, 무한도전-7명, 1박2일-7명(조만간 6명입니다.), 남자의 자격-7명, 패밀리가 떴다 2-7명(조만간 8명입니다.), 청춘불패 7명(+3명) 정도입니다. 그들은 매주 방송분량에 등장합니다. 어쩌다 한번씩 나오는 색다른 컨텐츠를 제외하면 방송분량의 거의 80~90%를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자의자격, 1박2일, 청춘불패 멤버들의 모습





3. 리얼버라이어티의 고정멤버와 팬덤

위에서 말한 이유때문에, 같은 고정이라고 해도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고정출연진에 대한 비중이 더 클수밖에 없습니다. 원더걸스 좋아하십니까? 원더걸스 멤버가 얼마전에 또 바뀌었지요.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면 바뀐 멤버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과거 멤버에 비해 이건 이러하고 저건 저러하다. 기존 멤버들과 잘 안어울리는 것 같다. 너무 비난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등등등...

리얼버라이어티는 그런 아이돌 그룹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만의 그룹을 통해 몇년동안 끌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팬덤이라는게 생기는 것이라고 풀어낼수도 있습니다. 지금 슈퍼주니어의 음반판매량이 10만장을 넘었다고 하지요. 뮤직뱅크에서 1위를 수상할때 뜨거운감자의 음원판매량이 슈퍼주니어를 압도했지만, 슈퍼주니어의 음반판매량은 그들을 더더욱 뛰어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팬덤의 두터움을 상징합니다. 무한도전만 봐도 그렇습니다. 시청률만 따지면 주말 저녁의 최강예능 세바퀴보다 딸립니다. 하지만 영향력은 대한민국 No.1 입니다. 방송이 끝나면 대한민국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그들의 영상이나 기사들로 가득하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온갖 글들이 올라옵니다. 바로 그들을 지지하는 팬덤의 두터움에서 오는 결과입니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인해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멤버변화는 큰 영향을 줍니다.






4. 고정멤버의 변화가 주는 세가지 영향


첫째. 전체 포맷의 변화

대표적인 예로는 무한걸스와 패밀리가떴다를 들 수 있습니다. 무한걸스는 시즌1때 6MC(송은이,신봉선,김신영,백보람,오승은,황보,정시아,정가은-(오승은과 정시아가 결혼이후 황보와 정가은으로 고정멤버가 바뀌었다.))가 전원 하차하고 다른 멤버로 바뀌면서 시즌2를 맞게 됩니다. 현재 무한걸스 시즌2는 현영을 비롯한 6MC체제로 가고 있지요. 무한걸스 시즌1이 그냥 자기들끼리 놀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노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시즌2는 어떤 미션에 도전하는 식으로 컨셉이 변화했습니다.

패밀리가떴다같은 경우는 많이 아시겠지만, 메인MC 유재석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전원 멤버교체를 하고 현재 김원희를 비롯한 시즌2 멤버로 구축되면서 컨셉도 바뀌었습니다. 과거 시즌1에서 찾아볼 수 없던 가장제도가 시즌2에 생겼다는게 대표적 예입니다.

이 경우는 멤버 한명한명이 아니라 멤버 통채가 바뀌었다는 공통점이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무한걸스는 참 아쉽습니다. 시즌1 퀄리티면 공중파 와도 시청률 7~10%는 찍었을텐데요.




지금은 볼수없는 조합. 무한걸스 시즌1, 패밀리가 떴다의 멤버들 사진


둘째. 팬덤의 이동으로 인한 정체성 전환.

MBC 우리결혼했어요가 대표적인 예 입니다. 우결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연예인 2명이 가상으로 부부생활을 하면서 리얼이 아니지만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인데요. 과거 우결커플은 크라운제이-서인영, 알렉스-신애와 같이 아이돌이 아닌 어느정도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가수들이 나오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은 아이돌들이 나옵니다. 조권-가인, 정용화-서현 과 같이 말이죠. 사이사이에 그렇지 않은 커플들도 있지만, 초창기 시즌1때와 현재 시즌2에서의 제작진의 타겟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즌1때는 집 안에서 뭘 해먹는다던가 커플끼리 여행을 간다는 식의 설정이 많았던 반면에, 지금은 같은 그룹 멤버들을 띄우기 위한 컨텐츠인, '형부와 친해지기, 처제와 친해지기' 라던가, 해외에 가서 한국대표로 어떠한 행사를 한다던가 라는 Fantasy 적인 요소들이 많이 섞여있습니다. 아이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컨텐츠 말이죠.


이러한 변화는 시청자의 연령층 변화에 따라 확연히 갈려집니다. 무한도전도 초창기 황소와 줄다리기 하던 시절과 지금의 시청자들은 많이 다릅니다. 뭐 저같이 꾸준히 본 분도 계시겠지만, 시즌1,2,3에 접어들면서 호불호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는것을 보면 그리고 컨셉도 완전 다른것을 보면 팬덤의 전환에 따른 컨텐츠변화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무한도전 시즌3 같은 경우는 과거 시즌1,2에 비해 좀 마이너틱하고 그들만의 문화가 강하죠. 여태까지 쭉 봐왔어야 이해할 수 있는 개그코드도 많고요. 1박2일이 무한도전보다 높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 그러한 점입니다. 여행이라는 공통주제를 가져오면서 그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하거든요. 청춘불패는 멤버들이 아이돌이기 때문에 10대-20대가 거의 주 타겟이지만, 그로 인한 단점극복을 위해 농촌과 토착화라는 컨텐츠를 가지고 와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결의 전성기를 이끈 두 커플. 개미커플 - 아담부부


셋째, 캐릭터간의 흐름 전환

이 부분이 가장 큽니다. 모든 예능프로그램에서 1명이 바뀌면 그동안 쌓아왔던 캐릭터 연계성이 확 떨어집니다. 아마 장수하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겪는 고통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예능이라 불리는 무한도전만 해도 근 6년간 이어오면서 멤버교체만 열번이 넘습니다. 어느정도 안정화 되던 시즌2 거꾸로말해요 시절부터라 쳐도 멤버 교체가 이윤석 OUT, 하하 OUT, 전진 OUT에, 하하 IN, 전진 IN, 길 IN 총 6번이네요. 캐릭터로 먹고사는 리얼버라이어티 같은 경우는 이게 큽니다. 지금 1박2일이나 청춘불패의 멤버이동이 확실히 정해진 이 시점에 많은분들이 우려를 하는 이유도 이 변화 때문입니다.



5. 아무리 리얼이라고 해도 방송이다. TV브라운관 속을 실제로 착각하지 말자.

리얼버라이어티가 찬사를 받고 대세가 된 것은, 시청자가 캐릭터들의 연계성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가지 장치 때문입니다. 소규모 고정멤버로 1시간을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잠을 자고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을 보면, 어떨때는 제가 바로 슈퍼나가듯이 밖에만 나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도 듭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연예인이고 하나의 인간입니다. 돈을 벌기위해 나오는 것이 예능프로그램 일 것이고, 그 사이사이에 TV만 봐서는 나오지 않는 예를들면 계약과 같은 제3의 요소도 숨어있을 겁니다.




유재석과 신동엽의 2009 SBS 연예대상 장면, 디초콜릿의 경영권 싸움에서 진 신동엽과 그의 소속연예인이었던 유재석간의 재치있는 입담이 화제가 되었다. 재미있는건, 패밀리가떴다 시즌1의 외주제작이 디초콜릿이었고, 유재석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디초콜릿과의 계약종료후 유재석의 행보에 소문이 무성하다. 디초콜릿과 유재석의 전속계약종료는 2011년 2월로 알려져있다.



6. 김C의 하차



김C를 비롯한 7명의 1박2일 멤버들

이번에 하차가 결정된 김C와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가수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1박 2일을 나가는 것으로 밝혔습니다. 이것을 두고 정치공작에 의한 외압이다라는 음모론이 많았지만, 김C 스스로가 트위터를 통해 그런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김C는 가수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것은 김대원이라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길 중에 하나였습니다. 시청률이 많이 나온다고 그 길이 옳은것은 아닙니다. 김C라는 캐릭터의 주체는 김대원이라는 사람이고, 법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사람의 선택이 바로 김C라는 캐릭터의 옳음을 선택합니다. 저번글에도 썼지만 김C는 단순히 가수와 예능인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연극배우로도 활동중이며 다큐멘터리를 보면 나레이터로서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김C

얼마전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김C는 내가 왜 예능프로그램을 해야하는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흔히 일컫는 예능의 신들이 드글드글 대는 곳에서 자신은 수동적인 액션을 취할 수 밖에 없었던게 싫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수동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이 싫었냐 라는 백지연의 질문에 김C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순간 그것을 보던 제 머리는 뭐지??? 라는 생각으로 가득찼죠. 곧 김C는 답했습니다. 그거라도 해서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어서 난 좋았어요. 하지만 그 행동을 내 스스로 능동적으로 떠올려서 할 수 없다는게 아쉬웠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청률이 40%가 나오는 대박 프로그램에서의 고정활동이 보장되어있는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문을 갖고 과감히 빠져나온다는 선택을 한 김C가 대단해보입니다. 과연 저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잘나가는 대기업의 부회장 자리에서 호텔 지배인의 위치로 바꾸었던 한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이었는데, TV속 연예인으로 부터 그런 생각을 갖게 할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죠.



7. 아쉽다. 하지만 결국 그대의 선택이니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내가 자주 보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좋던 싫던 몇년간 봐 오던 사람이, 시간에 맞춰서 TV만 틀면 얼굴을 볼 수 있던 사람이 잠시 내곁에서 떠났다는 느낌이 듭니다. 학교에서 봐 오던 친구를 졸업과 함께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내가 좋아하지만 떠나고자 하는 그를 잡을 수 없어서 먼 발치에서 보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이미 떠난다는 결정은 났고,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은 다른사람이 아닌 본인 자신입니다. 최대한 박수를 치면서 그를 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하시는 일 잘 되세요.







마지막으로 시 하나 붙이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형기 님의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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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러쉬
10/05/23 14:39
수정 아이콘
김씨 너무 아쉽네요.
10/05/23 15:00
수정 아이콘
항상 토요일은 무도를 보고 일요일은 아버지와 함께 1박2일을 시청하는데, 김C가 그만둔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이제 오버하는 애들 밖에 안남았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김C가 있어서 1박2일은 예능이면서도 다큐의 냄새가
묻어났었죠. 그리고 다른 멤버들의 오버가 거북하지않도록 완충제 역할도 잘 해줬었고요. 여러모로 참 아쉽습니다.

김종민씨는 여전히 실실 웃기만 하면서 멍하니 서 있기만 하니.. 빠졌으면 하는 사람이 안 빠지는것에 대해서 답답하기도 합니다.
10/05/23 16:03
수정 아이콘
무한걸스는 엠비씨 지상파로 되었다면 시즌1같은경우는 10프로정도는 가능한 프로인데 아쉽네요 시즌2는 시즌1만큼 안되고 있고 송은이가 현영보다 멤버를 잘 이끄는거로 보이는데요
엘케인
10/05/23 21:05
수정 아이콘
무도의 여성버전인 무걸이지만, 방영기간 동안은 무도보다 훨씬 본방사수를 열심히 했습니다...
엉엉 T-T
무걸을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있어서 반갑고도 울컥하여 한마디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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