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에서 강귀태 선수의 만루포를 보고 작년에 같이 브룸바 만루홈런을 봤던 언니한테 보낸 문자입니다.
일명 반어법이라고...ㅠ_ㅠ
네, 개막 2연전 보러 사직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막 2연전을 직관하고 왔지요.
개막전에 가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개막 2연전은 낮경기라서 내려가면 두 경기 다 보고 올 수 있거든요.
개막 이틀과 어린이날 빼면 주말에도 5시 경기이기 때문에 두 경기 다 보고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월요일 휴가를 내면 가능하나, 아시다시피 월요일 휴가를 환영하는 회사는 없지요. 사실 오늘 휴가 냈다가 처리할 일도 많고, 사장님께서도 정 피곤하면 못 나오겠지만 오후에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느즈막히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ㅠ_ㅠ)
여튼 이번 개막전은 참 험난했습니다.
예정했던 기차를 놓쳐서 표를 반환하고 다음 차를 구했지만, 이번에는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기차 안에서 전 열차를 취소하고 추가요금을 내야 했지요.
(원래 목적지는 구포였지만, 잘못 탄 기차는 구포역 정차를 하지 않아서 부산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게다가 집에서 서울역까지 택시 타고 이동, 부산역에서 사직구장까지 택시 타고 이동.
아주 길거리에 돈을 마구 뿌리면서 갔던 길이었습니다.
(저 말고 다른 친구는 예약했던 버스를 놓쳤는데, 버스표를 취소하지 못해 버스표값은 고스란히 물고 서울역으로 와서 KTX를 타고 왔다더군요. 이래저래 길거리에 돈 뿌리며 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ㅠ_ㅠ)
가는 도중에 3 대 0으로 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저의 사직구장 입성과 동시에 이대호 선수와 가르시아 선수의 홈런포가 쏟아져서, 아 내가 행운의 아이콘이 되는구나 싶었지만, 결과는 그냥 설레다가 말았지요.
2사 1, 2루 찬스에서 이대호 선수가 걸러지지 않았다면, 사직 펜스가 2센티만 낮았더라면, 홍성흔 선수의 공이 2센티만 더 갔더라면 등등 아쉬운 상황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막판의 김주찬 선수의 2루타는 그냥 경기가 진행되었으면 김주찬 선수의 그라운드 홈런이 되지 않을까 싶어 아쉬웠습니다.
(히어로즈 선수들이 먼저 어필하면서 경기를 끊지 않았더라면 말이죠. 김주찬 선수가 공이 다시 그라운드로 떨어지는 순간 광속으로 달리며 홈에 입성한 것으로 보아 애초에 홈런을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근데 뭐 진 건 진 거고, 그냥 아쉬워서 하는 소리일 뿐이지요.^^;;
사도스키 선수는 나중에 듣자하니 감기몸살로 몸이 좋지 않았다더군요.
그 전날 병원 가서 링겔 맞을 정도로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고 들었는데, 홈런 맞은 공은 진짜 제대로 실투였단 이야기를 들어서 컨디션 난조로 인해 그냥 맞았다고 생각해버렸습니다.
그것만 빼면 전체적으로 공이 나쁘진 않았으니까요.
이틀째 경기는 뭐 아시다시피 그냥 털린 경기였습니다.
타자들도 안 좋았고, 투수들도 안 좋았고, 그야말로 난리부르스인 경기였죠.
(손아섭 선수는 제외. 그날 얻었던 3점이 모두 손아섭 선수의 득점이었습니다. 손아섭 선수가 출루하면 꼭 홈을 밟았단 이야기지요. 근데 아섭아, 네가 잘하는 날, 우리는 왜 꼭 질까?ㅠ_ㅠ)
반대로 히어로즈는 투수들도 잘 던졌고, 타자들도 타격감이 좋았던 경기였고요.
강귀태 선수의 만루홈런을 보면서 작년에 브룸바의 만루홈런이 기억나더군요.
그때는 일어나서 기립박수라도 쳤는데, 올해는 그냥 저게 넘어가는구나 하면서 멍하니 바라만 봤습니다.^^;;
점수 차가 벌어지니 사람들이 물밀듯 빠지더군요.
하지만 저야 뭐 사직은 1년에 정말 한두 번 올까말까한 상황이라 일행들이라 끝까지 잡담하면서 그냥 봤습니다.
사실 전 직관 경기가 승부에 초연해지더라고요.
게다가 사직이니만큼 놀러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TV로 보는 게 더 분통 터져요.
상황이 야구장보다 인식이 더 잘 되니까.^^;;
게다가 조지훈 단장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신곡 발표(?) 때문에 정줄이 거의 빠져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억 나는 건 임팩트 강했던 정보명 선수의 응원가 뿐이군요.
"롯데! 꽃미낭 정보명. 롯데! 꽃미남 정보명. 롯데, 꽃미남 보명, 오오오오오오오"-_-;;;
금요일에도 새벽까지 술 마시고, 토요일에도 사직에서 당감동으로, 당감동으로 해운대로 이동하면서 새벽까지 술 마시고, 일요일에도 어쨌거나 경기결과에 착잡해서 술 마시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와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했더니 아직까지 비몽사몽 피곤하네요.
게다가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는 바람에 감기 기운이 살짝 있는 것도 같고...ㅠ_ㅠ
그래도 뭐 갔던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랑 장원준 선수랑은 궁합이 안 맞는 거 같아서 앞으로 장원준 선수 선발인 날은 직관 안 하려고요.
(장원준 선수가 선발인 날 직관 승률이 0%입니다. 대신 송승준 선수는 90%)
하지만 내년에도 개막 2연전에 장원준 선수가 있으면 가긴 가겠죠.
1년에 한 번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역시 담달 카드값 고지서가 날아오면 그걸 보고 울고 있을 제 모습이 상상되긴 합니다.
(대체 길거리에 얼마를 뿌리면서 갔는데!ㅠ_ㅠ)
여튼 승리의 아이콘이 될 뻔했는데, 패배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현실을 인정하며, 내일은 조용히 TV를 붙들고 있겠습니다.
이제 시작이지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요.^^
-Artemis
ps.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웬 초등학생 꼬마 둘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김시진 감독님 왔드나? 안 보이던데.
오지 않았겠노.
하긴 감독인데 안 왔을 리가 없제.
네, 사직에 있는 꼬마들은 이렇습니다. 으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