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목은 <추노>의 세상입니다.
저는 그 <추노>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을 찍고 있는ㅠ_ㅠ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봅니다.^^;;
일주일 중 그나마 제가 드라마를 제대로 볼 때이지요.
여타 것들도 조금조금씩 건드리긴 하지만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처럼 보지는 않습니다.
아 물론 <별을 따다줘>도 생각 나면 조금씩 보고 있긴 하지만 위너스리그와 <별을 따다줘>는 시간이 겹쳐져서...^^;;
<추노>가 남자들의 드라마라면, <아결녀>는 여자들의 드라마, 특히 30대 미혼여성들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시청자층이 한정되어 있어서 더 이상의 시청률 반등은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건 진짜 동시대의 비슷한 또래가 아니고서는 재미없게 보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냥 당당히 그 5~6%의 시청자 중에 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결녀는 명세빈 씨가 주연이었던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후속편 격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당시에 저는 이 드라마를 본 적도 없고, 기억도 없습니다.
직접 TV로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연예신문에서 나오는 줄거리만 봐도 대강 파악이 가능한데,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기억에 없네요.^^;;
여튼 명세빈 씨가 맡았던 32살의 기자 이신영은 이제 박진희 씨에게로 넘어가고 34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보이네요.
부양할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방송국 퇴출 1순위인데, 선배 기자는 그녀의 특종을 몰래 훔쳐가기도 하고, 그녀의 기획을 이용해 더 큰 특종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시집은 언제 가냐며 구박하기 일쑤고, 회사를 떠나라고 압박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당장 사표를 내면 내일부터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싶은 막막감에 조직과 타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이신영의 친구도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능력을 갖출 수밖에 없었던 동시통역사 정다정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실력자이지만 동생들 뒷바라지에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좀 자기만을 위해서 살 때도 되어 결혼을 꿈꾸지만 그리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그녀가 꿈꾸는 재벌집에서는 그녀에게 낙태의 경험이 없어야 한다며 산부인과 검진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이에 실망해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가지만 34살의 전문직 여자를 원하는 남자는 없다는 말에 좌절하고 돌아서고 맙니다.
다만 이신영의 또 다른 친구 김부기는 조금 다릅니다.
20대를 10년 사귄 남자와 그 가족에게 고스란히 바친 그녀는 20대 때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를 위해 헌신할 줄만 아는 바보 같은 여자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어마어마한 혼수를 요구하는 시어머니와 그 가족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결국 파혼을 선언하고 맙니다.
이후로 그녀는 다시 태어나게 되지요.
그 누구보다 당당해진 매력으로 그야말로 '자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자'가 됩니다.
심지어 유부남인데 노총각이라고 속인 연애 상대의 부인을 찾아가 "당신 남편이 거짓말 하고 나 만나고 있다"라고 말하며 그런 남자를 위해 애쓰지 말라고 충고까지 하는 오지랖을 보이죠.^^;;
어떻게 보면 다른 두 친구의 멘토격인데, 저는 요즘 이런 김부기를 닮고 싶다고 많이 생각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 속 그녀들이 던지는 말이 참으로 예사롭지 않습니다.
구구절절 공감이 되고, 저도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게 됩니다.
특히 "나이 많다고 아무에게나 주저앉지 않아!"라고 신영이 옛 남자친구에게 외칠 때에는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졌어요.^^;;
여자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 죄인이 되는 이 세상에서 아결녀는 그나마 그런 여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위로해줍니다.
뭔가 알 것 같은 34살이란 나이가 사실은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여전히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깨우쳐 주죠.
PD 역시 제목은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삶을 찾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했고, 기획의도 역시 '34살 여자가 인생에 대해 아는 척하다가 뒤통수 맞고 새로 깨우쳐가는 유쾌한 수업'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끝에는 그녀들의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건 드라마니까, 그녀들은 인생도 배우고 일에서도 성공하고 사랑도 얻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걸 보는 수많은 미혼여성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테고요.
하지만 거기서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고 위안을 얻는다면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현실에 사는 30대 미혼여성에게는 하민재 같은 멋진 10살 연하의 남자가 나타나지 않을 테고, 나를 차버리고 어린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떠났던 남자가 다시 돌아오는 일도 없을 테고, 능력도 있고 숙맥이지만 다정다감한 전문직 남자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내가 형편없는 건 아니니까요.
앞으로 어떤 스토리가 이어질지 눈에 뻔하지만 저는 김인영 작가의 힘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끝으로 어제 제가 마음에 들었던 대사를 소개하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자기보다 10살 어린, 인디밴드 보컬 하민재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신영이 혼자 읊조리던 말입니다.
"나한텐 시간이 멈추고, 이 남자한텐 시간이 후딱 흘러서, 내일 아침 우리가 동갑이 돼 있으면 어떨까요? 내가 이 사람 나이로 돌아가긴 싫어요. 그동안의 맵고 쓴 시간들을 어떻게 다시 겪어. 난 지금 내 나이가 좋아요. 이 나이를 품어줄 남자가 없을 뿐. 이 아이한테 끌리는 마음이 두려울 뿐. 내 나이가 죄는 아니잖아요. ... 이 나이에도 이런 떨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연애에 감을 잃어 심한 현기증을 느끼는 이신영입니다."
-Artemis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남자들에게는 추노가 대세일 듯 싶고...
저도 추노를 봅니다만 드디어 아내에게 채널권을 뺐기고 아결녀를 보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드라마내에 나오는 의상들에 훨씬 관심을 가지는지라...
뭐 평가하기에 바쁘긴 하지만 결론은 "박진희 옷 간지있게 입다" 입니다.
40대 결혼한 남자이지만 아결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맛깔나게 평범하지 않은 스토리를 잘 그리고 있습니다.
추노만 아니라면 아내와 함께 즐겁게 볼 수 있을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서로 돌아가며 재방 본방 나눠서 잘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