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요일에 SBS에서 토론회를 한다고 하는데, 토론 주제는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이더군요. 아주 식상한 주제이긴 합니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것은 토론 참가자 입니다. 참가자를 보니 나경원 , 원희룡, 송영길, 유시민, 노회찬 입니다.(존칭 생략)

눈치 빠르신 분은 바로 참여자를 봐도 뭔가 감을 잡으셨을 것입니다. 바로 올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정치인들입니다. 이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공식 선언을 한 상태입니다.

올해 지방선거는 많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와 차기 대권 및 정국 운영에 대한 힘이 어느 쪽으로 실릴 지에 대한 시발점이 될 것이니까요. 한나라당 승리로 끝날 경우 친박, 친이 간 갈등이 커지면서 친박 세력의 주도권 쟁탈전이 가속화 될 것이고(한나라당이 참패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민주당은 제1야당에 대한 입지가 점차 좁아질 것입니다. 국민참여당의 반대 급부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한나라당의 참패가 일어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 뻔합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인물때문에라도 더 심해지겠습니다. 결국 한나라당은 그 어느 선거 때 보다 이번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 것입니다. (많은 정치 전략이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그럼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어디일까요? 뭐 지방자치단체장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일 것입니다. 이 두 곳은 상징적 의미가 큰 곳이니까요.

서울시장은 ‘제2대통령’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자리입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현 대통령도 서울시장 출신이고,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입지를 다질 수 있고, 기반을 닦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아마도 현 오세훈 시장도 차차기 대선에 생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올 지방선거 중 서울시장은 누가 될까요?

여당에서는 현 오세훈 시장의 재출마 공식선언과 원희룡 의원의 경선 출마가 공식환 된 상태입니다. 아마도 이 두 사람 이외에 최소 2명 내지 최대 5명 정도가 경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막판에 타협을 통한 후보 단일화 효과를 내기 위해 들러리용도 있겠습니다만, 최소 3파전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이번 SBS 토론회에 참석한 인물은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나경원 의원입니다. 작년부터 서울시장 한나라당 경선 후보로 지목됐던 인물이었지만 아직 공식 선언을 안 한 상태이고, 출마 생각이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습니다만, 이번 토론회 참석을 보면 간접 공식 선언을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해 봅니다.

정리해보면 한나라당은 오세훈, 나경원, 원희룡 3명에 정두언, 권영세 정도로 예측 할 수 있습니다. 각 인물들은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현직 시장이라는 가장 큰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서울시의 재정적자나 토목공사 남발 등 약점 또한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당내 동지들이 결국 서로 헐뜯는 경우가 연출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 시장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은 당내 세력일 것입니다.

오 시장은 당내에 명확한 세력 구분이 어렵습니다. 현직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만 당에 큰 기여를 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명확히 풀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반면 원희룡 의원은 반한나라당 세력의 표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그런 캐릭터를 명확하게 부각시키지 못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절한 모습과 미디어법과 관련해 가장 먼저 찬성표를 던져 그 캐릭터를 완전히 없애버리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다 제주도 출신이라는 점은 지역세력을 얻기에 역부족인 부분도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참 말이 많은 의원이긴 합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여성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기에는 다소 리스크가 있다는 점은 잘 알 것입니다.

한편 민주당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한명숙 전 총리가 있고 송영길 최고의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검찰 수사와 함께 국민참여당이 창당되면서 좀 어중간한 위치가 되 버렸습니다. 아마도 민주당 내에서도 고민이 한참일 것입니다. 그 중 가능성 있는 인물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사람이 바로 송영길 의원입니다. 역시나 이번 토론회에 민주당 대표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 사람은 386 세대의 기수이면서 인천 계양구에서 이미 입지를 다진 인물입니다. 그리고 운동권 정치 세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강한 이미지가 특징이긴 합니다만, 역시나 민주당 내 세력을 하나로 결집시킬 지는 미지수입니다. 친노와 구민주, DJ계열의 모든 교집합이 그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중 서울시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키를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유시민 전복지부장관과 노회찬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피지알 분들이 기대 하는 두 사람이 이번 토론회에 역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한나라당이 아니면 누구든 좋다’ 라는 식의 논리가 존재한다면 오히려 노 대표의 출마 선언은 독이 될 수 있고, 결국 ‘범야권 단일후보’ 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위 논리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참여당을 대표해 나온 유 전 장관은 역시나 서울시장보다는 경북도지사나 대구시장에 출마해 그 쪽 세력을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유 전 장관 입장에서 언제까지 자신의 정치적 꿈을 양보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노 전 대표와는 달리 민주당과 단일 후보에 대한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논리에 따라 단일후보가 결렬되면 유력한 야권 후보는 최소 2명 내지 최대 3명이 될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 승리를 예견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토론회에 오세훈 시장도 나온다면 더 좋겠지만 불가능한 사항이고 위 4명의 정치인들의 토론이 매우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SBS에서 하는 게 다소 불만이지만 어찌됐든 4명의 인물은 아주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들이 확실합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한국 정치(토론 속에는 서울시장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p.s.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느낌은 솔직히 말해 ‘기대 반 걱정 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