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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11 00:07:06
Name 폭창이
Subject [일반] [총론] 나는 내 변화할 수 있을까? 당신의 삶을 이야기 해 주세요.
1


안녕하세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이따금씩 떠오르며 정리되지 못하고, 실현되지 못한채 다시 귀찮음과 무기력이라는 물질이 점점 달라붙다가, 가라앉고 말지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제 가족들이 그렇고, 후배들도 그런 말을 얘기해 주기도 하죠. 현재에 충실하라, 과거의 나를 벗어나라, 습관에서 벗어나라와 같은 말을 아우성치고 있는 일명 '자기관리류'의 책들이 아예 서점에서 인기코너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다른 것 같지는 않네요.

저에게는 이런 것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게, 저 자신이 무신론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단 한 번 뿐이라면, 죽음 이후의 삶, 육신 이후의 영혼이 없다면, 우리는 마땅히 가능한 한 모든 시간을 행복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살기에는 제 삶이 이미 태어난 배경, 유전자, 주변의 환경등에 너무도 단단히 속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입시 one way로 짜여진 교육, 일방적으로 우리의 일상적 감각을 마비시키는 미디어, 아무리 답답하고 토로하고 분노해도 바뀌지 않는 사회적(정치적) 구조. 다시 말해서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다른 이들을 위해 구조화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환경 속에서 저는 변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고 싶어요. 허나 어떻게 해야 수많은 사회적 구조 속에서 벗어나 오로지 남이 바라는 내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 나로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떠한 무기력, 자기변명, 공허감, 좌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다르게 말해서 어떻게 나의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요?

여기서 그나마 제가 가장 장기분야라고 할 수 있는 '입시공부'에 빗대서 말하겠어요. 물론 대학입시공부에서 벗어나려면 1년이 남았고(...!) 아직은 최고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제가 가장 자신있고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이기도 하니까요.
입시공부에서는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게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대학 학과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지요. 대학 학과에 따라 반영하는 과목이 다르고, 비중도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중요합니다.(이를테면, 서울대같은 경우 국사가 필수과목으로 들어가기에 이걸 모르고 했을 경우 점수가 아무리 높게 나와도 인문계에서는 낭패를 보는 수가 있습니다. 이건 이제 거의 상식이 되어서 이런 경우는 잘 없지만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입시공부, 즉 '내신'과 '수능'을 이해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신'을 위해서, '수능'을 위해서 필요한 공부 양을 뽑아내고, 그것을 매 시즌(방학시즌, 개학해서 중간고사가 끝나는 시즌 등), 매 주, 매 일로 쪼개서 하나하나씩 실천하는 것이지요.(하루 계획을 '시계 시간표'로 하는 방식으로는 안됩니다. 그거 장담하건데 못 지켜요.)  내신에는 어떤 것을 어떤 위주로, 수능에서는 어떤 과목의 어떤 범위를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이를테면 외국어는 절대로! 학교 교과서 수업만으로는 부족해서, 학교 영어는 좔좔 외워서 점수가 잘나온다고 방심하다가는 낭패를 보지요.)
그렇지만 이 모든 걸 이루게 하는 게 '꾸준함'입니다. 어차피 모든 순간을 다 입시공부에 알맞도록 갑자기 자신을 바꿀 수는 없어요. 어떤 날은 놀고 어떤 날은 또 망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을 잡고 흔들리지 않고 흔들린 만큼 만회할 수 있다면 결국에는 바뀌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같은 맥락에서 제 삶을 '꾸준하게'바꾸고 싶어요. 삶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파악해서, 미약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바꾸고 싶어요. 처음에는 부족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많은 날들을 이런 목적과는 관계없이 보낼지도 모르겠지요. 그렇지만 결국에는 바뀌고 싶습니다.

pgr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고 싶어요. 아마 이것과 비슷하거나, 이것만도 못한 수준의 두서없는 글을 쓸 수도 있겠고, 망친 이야기를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결국에는 저를 바꾸고 싶어요.

잘 부탁 드립니다.


2.

저는 제가 얼마나 남들보다 특별할 것이 없는지 하나는 처절하게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개의 경우 저에게 열등감으로 작용해왔죠. 무엇을 해도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어떠한 생각을 해도 저보다 잘 생각한 사람이 수두룩하며, 세상에서 저 하나쯤 없어도 잘 돌아갈 것 같은 생각도 들지요.

그러나 이러한 저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잘난 게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속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 아름다움, 가치 등도 믿고 싶어요. 그걸 이야기 해 주세요. 당신의 삶을 이야기 해 주세요.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믿어주세요. 조금씩, 조금씩 믿어보아요. 당신의 존재를 이야기 해 주세요. 말해 주세요. 제가 저를 믿을 수 있도록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많이 미흡하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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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1 00:12
수정 아이콘
어떻게든 바꾸려는 폭창이님에게 화이팅 하면서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제 존재를 신발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좀 처럼 쉽지 않은게

글쓰기라는 것을 항상 많이 느낍니다.
10/01/11 00:31
수정 아이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시네요.ㅠㅠ
도전이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abrasax_:JW
10/01/11 00:50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2학년인가요? 아니면 말구요.
저도 피지알에 오래 있었는지. 여전히 저에겐 Write버튼은 무거워서, 일주일에 한 번 글 쓰신다는 용기가 가상합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노래가 있는데, Kebee의 '미운 오리의 새끼'라는 곡입니다. 가사가 참 좋지요.

젊은이여 당신의 주위를 돌아보게.
무엇이 당신의 고갤 떨구게 만드는 데,
...
당신의 기대에 비례하는 결과물
그건 자신의 삶을 뒤집어엎는 변화를 겪지 않고서는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
시간이 지남이 결말을 말해주리라
그토록 당신이 갈구해왔던 꿈,희망
준비가 덜 됐다 말 뿐이라면
인생의 값어치를 더욱 빛낼 수 있는 기회는 모두 끝이란 것
...
환경에 결코 지배 당하지 않겠다던 기세를 이어나가 각오뒤에 바로 뛰게
10/01/11 00:55
수정 아이콘
모두 제가 과거에 고민했던, 고민하는 문제들이네요.
세상을 둘러보아도 뛰어난 인재는 많고, 그 인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라는 사람만이 가지는 고유한 존재가치는 뭘까 하는.
어떤 식의 회의이건 간에 그 온전한 무게를 삶 위에 올려놓고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무신론자로서의 신념을 가지고 계신다면, 이런 식의 회의는 필연적입니다.
동시에 이는 무신론자로서의 특권이기도 하지요. (자기 삶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그리고 수험생 시절에는 특히 사회구조에 얽매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마련인데, 일단 그 시절을 통과하면 어느 정도 넓은 감각을 가지게 되실 수 있을 거에요. (저도 아직 주변 환경에 많이 얽매여 있기 때문에, 딱히 조언할 입장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요. -_-; )
10/01/11 01:15
수정 아이콘
지금의 열정 계속 간직하시길!
가을바람
10/01/11 01:25
수정 아이콘
파고 또 파고들어서 가장 근본에 있는 내가 무엇인가 답을 찾으려해보세요.
종교에서 답이 나올수도 있을 것이고 여러 위인들의 삶에 비추어보면서 찾을수 있을 것이죠.
변화의 시작은 자신이 한번에 바뀔수없다는 걸 인정할 때 시작되는거 같더라구요.
한번에 바뀌면 자신도 놀라버려요.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있다가 찬물로 확바뀌면 깜짝 놀라는것처럼 말이죠.
힘내시구, 인생의 남은 시간만큼 폭창이님의 가능성도 열려있는 거에요.
내가 한번에 바뀔수없다고 생각할 때, 변화가 시작되듯이
한번에 바뀌려할때는 그 변화에 대한 열정과 희망들은 내 자신에 대해서 회의로 바뀌어서 사그라들더군요.
힘내세요^^ 새벽이라 정신없이쓰네요..
10/01/11 02:16
수정 아이콘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Valentian
10/01/11 02:41
수정 아이콘
이따금씩 감동적인 영화나 자기성찰을 해줄 수 있게 하는 드라마를 보면 문득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네들의 삶에서 어떤 것을 느끼기에 승리에 기쁘기도 하고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지. 또 도대체 무엇이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감동을 느끼게 하는지를 말입니다. 요즈음 내 능력에 대한 회의를 품으면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감동적인 영화들을 주로 봅니다. 하나가 문득 기억나네요. 수십번이고, 고등학교때부터 좋아해서 본 영화가 포레스트 검프. 다리가 고장난 순수한 바보가 인생이란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뒷통수를 누군가 뚝 강타하며 멋진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을 영화처럼 살자라구요. 낭만주의 기풍의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의 인생을 주울 이야기했을 때, 그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퍼하고, 감동을 받는다.'라면 그 삶이야말로 멋지고 즐거운 삶임을 확신합니다.
10/01/11 09:52
수정 아이콘
같은 고민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아직 고등학생분이신 거 같은데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_+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과 제자신이 원하는 것이 많이 맞지 않아 수많은 갈등과 맞부딪치고 있고,
내가 되고 싶은 진정한 자신과 현실상의 동떨어진 자신을 보며 수없이 좌절하였지만,
그럼에도 한번 태어난 세상 더 멋지고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힘냅시다!
abrasax_:JW님// 가사가 멋지네요 +_+ 좋은 곡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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