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은 기회에 발레 공연 티켓을 얻어서, 한 십여년만에 발레를 관람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때에도 무슨 공연을 본 기억이 처음이자 마지막 발레 공연일줄 알았는데 기회는 이렇게 찾아오는가 봅니다.(동생 말이 그것도 '백조의 호수'였다고 하네요. 왜 기억에 없는건지...)
백조의 호수가 어떤 내용이었더라.. 가물가물 거리는 기억을 되새기며 예술의 전당 오페라관을 향해 갔습니다.
이번에 본 공연은 이런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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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3&aid=000299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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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minilbo.co.kr/article.aspx?cat_code=01050000N&article_id=20091209193300253
오호라,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의 정수'이군요.
(3대 발레음악은 전부 차이코프스가 작곡한 곡이네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것도 처음으로 안 사실;;;)
하지만, 발레 하나도 몰라도 '유리그로가로비치'의 볼쇼이 버전 백조의 호수는, 이름 정도는 들어봤습니다.
즉.. 유명한 공연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발레 지식은 여기가 끗이었습니다. -_-
- 백조의 호수 내용
http://blog.naver.com/hineimatovu/70020810657
대충 이런 내용이랍니다.
얼핏 듣기로는 새드엔딩과 해피엔딩 두가지 버전이 있는데,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은 '해피엔딩'인것 같네요.
왕자와 공주(아님 말고..)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왕자 혼자 이쁜 여자보고 사랑에 빠지고, 그 뒷수습하느라 난리치는
'철딱서니 없는 왕자의 결혼이야기' 정도로 정리되겠습니다.
딱 그렇지 않나요..???
돌아 다니다가 어여쁜 아가씨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 결혼을 약속한다 → 그런데 더 이쁜 아가씨가 나타나서 홀라당 넘어간다
→ 결혼을 약속한 처자는 슬픔에 빠진다(여기선 몸을 던질려고 한다.. 정도일까요) → 뒷 수숩을 위해 나선다 → 악마가 방해한다 → 하지만 결국 사랑을 달성하고 영원히 행복해진다.
뒷 수습을 도대체 왕자가 하는건지, 오데뜨가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꽤나 민폐끼치고 결국은 행복해진다.. 는 정도의 결론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삐딱하게 보는 걸 보니, 저 나름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고 있나봐요...T_T
오늘 제가 본 공연은 오데뜨 역에 '김지영'씨, 그리고 왕자역에 '김현웅'씨였는데요, 원래는 ''이동훈'이라는 분이 하기로 했다는데, 얼핏 본 내용으로 플루 증세로 갑자기 교체되었다고 하네요. 흠... 김주원/김지영씨의 이름은 신문에서 본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다들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날마다 다른 캐스팅이 이뤄지는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 좀 궁금했는데, 좋은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역시 인터넷 뒤지면 없는게 없습니다.)
- 캐스팅별 관람 포인트 :
http://hyot.egloos.com/1689205#49262
나이먹고서 처음 보는 발레 공연, 기억도 안나는 스토리, 발레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아무것도 아는 상태에서 보니..
(발레에서 솔로 독무 끝날때 마다 박수친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습니다.)후기라고 쓸 건덕지가 없긴 없네요. 공연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작년에 한 공연이긴 한데, 거의 비슷합니다. 간단히 음악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arencytrans?Redirect=Log&logNo=130032395381
그래도 기억나는 몇 가지. 일단 오데뜨역을 맡은 김지영씨가 정말 잘한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태'가 다른 무용수들과는 달라요. 기술이니 뭐니 그런건 모르겠고.. 독무 추는 순간에 순간적인 '존재감'을 느끼면서 이래서 프린시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2회전이니, 피루에뜨니 뭐니... 이런 기술은 하나도 모르지만 중력을 무시하는 것 같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최근에 흔히 접했던 '춤'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군무같은 경우는 무슨 춤인지는 몰라도, 보면 참 흥겹습니다. 상대적으로 독무가 나오면 무슨 춤을 추는건지 이해하려고 애썼던 반면에 군무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즐겁게 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그 다음은.. 음악이 참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니까 백조의 호수는 유명한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더라구요. 결국 제 입장에서는 '춤'보나는 '음악'이 좀 더 메인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듭니다.
우선 1막 2장에서부터 그 유명한 백조의 호수 중 <정경>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다카하시 다이스케의 07~08시즌 쇼트 프로그램이었던 '힙합백조'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은
'아무리 힙합버전이라고 그래도 왜 남자가 백조의 호수를 하지,,? '
였는데,(이 곡은 '여자'만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있었거든요) 그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습니다.
어두운 숲에 있는 호수가에 간 왕자와 악마의 춤, 그리고 나오는 익순한 선율은 이 음악이 남자한테도 꽤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1막 2장에서 첫 부분에 악마가 왕자의 의식을 조종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춤을 추는데요, 개인적 전체 공연 중에서 이 남자 무용수의 춤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도저히 무슨 뜻을 가지고 저런 안무를 보여주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 사람의 '몸짓'이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그 자체만으로고 감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댄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이렇게 한번만 보면 아쉬우니까,
내년에는 제 돈 주고 2층에서 한번 볼까 생각중입니다. 다만 그 전에 잠을 좀 충분히 자두고 가야겠지요.
결국 2막 2악장에서 졸았거든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