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굉장히 무료하군요.
아, 사실 요새 일상 자체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연말에 새 직장을 얻다 보니 연초에 새롭게 시작하자~! 하고 미루게 되네요.^^;;
뭐 마침 타이밍이 한 작업 끝나면 올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그냥저냥 적응기라고 생각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시간은 갔는데 오늘은 좀 더디네요.
보통 직장인들은 수요일을 길게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목요일을 길게 느끼는 편이라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어제는 <시크릿>을 보러 갔습니다.
평소 제 취향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영화입니다.
다만 어제가 회사 송년회 겸 제 환영식이었는데 진행이 영화 관람, 저녁밥, 간단한 음주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지요.
회사 사람들끼리 보러 가기에 적당한 영화를 고르다 골라 결국 <시크릿>이 낙찰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런고로 저는 그닥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사실 <세븐데이즈>도 본 적이 없는 터라 더욱 그랬죠.
대충 평가가 갈린다는 느낌은 받았는데, 그닥 흥미가 있던 영화는 아니라서 사람들의 평가는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뭐 어떤 영화든 사전 정보를 많이 얻고 가는 편은 아닙니다.
다만 정말 보고 싶은 영화라면 스포일러를 당해도 보러 가는 편이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괜찮다 싶은 작품이면 그제야 더 많이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습성이라...
그런데 이 아무런 기대가 없었던 작품이 끝끝내 아무런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더란 말이죠.ㅠ_ㅠ
기억에 남는 건 류승룡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말투일 뿐 내가 뭘 보고 왔는지 멍~합니다.
엔딩 크레딧 올라갔을 때 나오는 반전은 좀 놀라긴 했지만, 사실 너무 뜬금없는 반전이라 극장 나오면서 "대체 뭐야?"라는 생각만 점점이...
솔직히 주인공의 동선 보면서 그걸 조정하는 인간이 너무 뻔해 보이고, 그걸 비켜가지 못해서 외려 실망하기도 했네요.ㅠ_ㅠ
'범죄자를 은폐하려는 형사와 범죄자를 찾아내려는 두목'이란 영화 콘셉트 자체는 좋았지만 그걸 그닥 훌륭하게 살려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뭔가 반전을 주려고 노력하기는 했는데, 그 반전에 영화가 묻혀버린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게다가 주연 배우들도 조금 실망인 것이...ㅠ_ㅠ
차승원 씨는 일단 화면에 잡히는 모습이 멋있지 않았습니다.
살을 얼마나 뺀 건지 모르겠지만, 다소 어두운 조명에도 눈에 뜨이는 주름살들을 보면서 카리스마 있다라기보다는 안스럽게 느껴졌네요.
무엇보다 우직하고 강건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범죄를 은폐해야 한다는 사실에 뭔가 심리적으로 흔들려야 하는데 그런 디테일한 모습이 없었다는 것도 아쉽고요.
모델 출신이니 몸매에서야 늘씬 간지 폭발이지만, 연기력은 <혈의 누>에 못 미쳤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어떻게 보면 <혈의 누>와 비슷한 캐릭터거든요. 상황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리고 송윤아 씨는 이제 코믹 발랄한 연기가 아니면 안 되는 건지, 참으로 별로더군요.
일단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색 자체가 여러 개인데 그 어느 것 한 가지도 살려내지 못하더군요.
무엇보다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역할인데,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일단 주조연할 것 없이 남자 캐릭터들이 센 상황에서 묻힐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외려 그렇기 때문에 잘만 하면 더 빛이 날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영화 끝나고 회사 사람들과 나눈 평가도 "역시 송윤아는 <온 에어> 같은 역할을 해야 빛이 난다, 이번 건 영 아니었다"로 모아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시크릿>은 배추 절임과 숙성을 잘못해 '쓴맛이 나는 김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좋은 소재와 매력 있는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지요.
화면이 스타일리시한 건 좋았습니다만 딱 거기까지였죠.
제가 이 영화에서 건진 건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류승룡 씨의 연기 딱 두 개입니다.
(물론 영화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호' 역의 오세정 씨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우리 차장님은 그에게서 과거 아이돌인 '잼'의 리더를 떠올리셨다고 하더군요. 하하.^^;;)
다만 디지털 상영관에서 봤는데, 화면은 작은 데 비해 사운드가 너무 커서 영화에 100퍼센트 몰입하지 못한 탓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자, 그럼 퇴근 시간이 얼추 다가오니 심심해서 쓰는 <시크릿> 감상기는 이만 급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마음에 드는 영화가 아니라 실망한 영화에 대해서 글 쓰는 건 첨이라 정리가 좀 안 되네요.^^;;;
여튼 하루만 지나면 금요일이고, 금세 주말이 옵니다.
목요일 잘 넘기시고, 희망 찬(?) 금요일 잘들 맞이하시기를 빌어요~
-Arte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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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dol 님// 어디서 보니 제목도 시크릿, 배우도 시크릿, 반전도 시크릿, 모든 것이 시크릿이었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하나의 반전은 예상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하나의 반전은 너무 뜬금없었습니다.
그리고 스토리 중간중간마다 다음 행위가 예측 가능한 게 몇 개 있었던 걸로...-_-
뭐 그렇단 이야기입니다.
장황하게 이것저것 연결시켜나가려 했지만 영화 끝까지 속시원히 설명해주는 것이 없어서
시종내내 답답했습니다. 흡사 아이에게 "이거 뭘까? 뭘까? " 계속 이런식으로 유도하다가 그만 애를
울려버린다고 할까요.. 중반 까지는 나름 몰입했으나 중후반에도 계속 명쾌하지가 않아서 슬슬
짜증이 나더군요.. 물로 류승룡 씨는 정말 기억에 남더군요.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