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994년입니다.
비록 작년에 3할도 안되는 승률로 인해 또다시 꼴찌로 추락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1989년의 돌풍을 이끌었던 최창호, 정명원, 박정현의 부활과 정민태, 김홍집의 폭발, 안병원과 박은진등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투수등을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었습니다.
이 해에는 최상덕, 이숭용, 전준호 - 투수 - , 하득인등을 영입했고 무엇보다도 국내 최고의 두뇌파 타자였던 고원부를 타격코치로 영입해 형편없는 공격력을 개선하려 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팀 타율은 1989년과 비교했을때 오히려 떨어졌지만 그래도 중요한 순간마다 고원부 타격코치는 상대 투수의 약점을 정확히 지적했고 코치의 지도를 받은 타자는 상대 투수의 약점을 정확히 노려쳐 필요한 점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도 "무실점이면 승, 2실점이면 패" 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태평양은 기어코 투수왕국으로 부활하는데 성공했고 방위병으로 홈경기에만 출장했어도 12승을 올린 김홍집을 주축으로 13승을 올리며 팀내 최다승 투수가 된 최상덕, 12승을 올린 최창호, 11승의 안병원을 비롯해 4명의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투수를 보유했으며 정민태는 8승으로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명원.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정명원은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변경, 50경기에 등판하여 105.2이닝을 던지면서도 평균 자책점은 불과 1.36을 기록했고 무려 40세이브를 기록하며 작년에 해태의 선동렬이 세운 31세이브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고 2000년에 가서야 두산의 진필중이 그 기록을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정명원은 이제 자신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던졌고 어느순간 뚝 떨어지는 그의 포크볼앞에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를 돌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불같은 투지로 위기상황에서나 팀이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자진해서 등판, 맞불을 놓으며 팀의 투지를 당겼습니다.
타선은 위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윤덕규 - 김경기 - 김동기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타 팀에 내놓아도 결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초구의 사나이" 윤덕규는 타율 0.321을 기록하며 정확한 타격솜씨를 자랑했고 "Mr. 인천" 김경기는 홈런 23개를 때려내며 쌍방울의 김기태와 시즌 막판까지 홈런왕 경쟁을 벌입니다. - 김기태가 2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지만 김기태는 3개의 인사이드파크홈런을 기록했기때문에 단순히 펜스를 넘긴 홈런만 따질때는 김경기가 더 많은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
태평양의 간판타자 김동기도 홈런 15개를 때려내며 타선의 중량감을 더했고 이밖에도 김성갑, 김용국등의 노장 이적생과 김인호, 김갑중, 이희성, 염경엽등이 비록 방망이솜씨는 무디더라도 쉽게 포기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김일권이후로 언제나 선두타자의 부재에 시달렸던 태평양은 김인호, 염경엽, 김성갑등 다양한 선수들을 선두타자로 활용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 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해의 태평양은 1989년과 마찬가지로 순전히 투수들의 힘으로 1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투수들의 투혼으로 태평양은 68승을 기록하며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직행합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상대는 한화이글스. 하지만,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김경기의 힘과 1, 3차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정명원, 선발투수 김홍집, 정민태, 최상덕의 역투로 3 : 0으로 낙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합니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팀은 LG트윈스.
신인 3인방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의 대활약과 "해결사" 한대화, 공수겸비의 포수 김동수등이 타선에서 버티고 있었으며 18승 투수 "야생마" 이상훈, 16승 투수 김태원, 15승 투수 정삼흠, 10승 투수 인현배가 선발진을 이끌었고 "노송" 김용수가 뒷문을 단속하고 있어서 도무지 약점이 보이지 않는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태평양도 LG를 상대로는 5승 13패로 열세를 보였고 전문가들도 LG트윈스의 우세를 예상했습니다.
1차전 :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 태평양은 김홍집을 내세웠고 LG는 이상훈을 내세웠습니다. 무시무시한 투수전이 전개되었고 김홍집이 먼저 3회말에 1점을 내주었으나 7회초 "좌투수 킬러" 하득인이 이상훈을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내며 동점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그리고 8회초 이상훈이 흔들리며 1사 만루의 기회를 맞은 태평양. 타석에는 간판타자 김동기가 들어섭니다. LG는 이상훈, 차동철에 이어 믿을 수 있는 마무리 김용수를 올려 위기를 해결하려 합니다.
깊숙한 타구 하나면 결승점을 얻어낼 수 있던 상황. 하지만 김동기는 아쉽게도 병살타를 기록했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LG쪽으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김홍집은 흔들리지않았고 오히려 더 날카롭고 강한공을 던지며 LG타선을 계속해서 삼자범퇴로 돌려세웠습니다.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고 어느새 11회말이 되었습니다. 1아웃 후, LG는 대타로 김선진을 내세웁니다. 아무도 안타를 생각지도 않던 상황이었고 약간 경기장의 분위기가 이완되었던 때였습니다.
그 때,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김홍집이 던진 141번째 공이 김선진의 방망이에 맞고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1 : 2로 태평양은 아쉽게 패배합니다.
2차전 : 태평양은 안병원을 내세웠고 LG는 정삼흠을 내세웁니다. 태평양의 타선은 정삼흠에게 완벽히 봉쇄당하며 0 : 7로 패배합니다.
3차전 : 도원구장에서 열린 3차전. 태평양이 내세운 투수는 정민태. 나중에는 한국시리즈에서만 6승 1패, 포스트시즌에서는 10승 1패 2세이브, 평균 자책점 2.11을 기록하는 대투수로 발자취를 남긴 정민태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에 조금 못미치는 성적을 남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민태는 막강 LG타선을 상대로 단 한명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고 기세가 오른 태평양의 타선은 4회말에 윤덕규 - 김경기 - 김동기 - 염경엽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4점을 선취합니다.
그러나 6회초, LG가 대타로 내세운 선두타자 김영직이 정민태에게 안타를 뽑아냈고 2아웃후 김재현이 때린 타구를 김갑중이 만세자세로 흘리면서 1점을 잃습니다. 정민태를 내리고 정명원을 마운드에 세웠지만 서용빈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4 : 2로 추격을 당했고 이어진 7회초에 또다시 김영직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2사 1, 2루의 상황에서 유지현이 때린 좌전안타를 유격수 염경엽이 중계플레이중 홈으로 쇄도하는 동점주자 김영직을 잡으려 홈으로 송구를 하려다 악송구를 범하며 역전주자까지 허용하며 4 : 5로 역전당합니다.
김홍집이 마운드에 올라와 더이상의 점수를 허용하지 않지만 태평양의 타선은 또다시 무득점으로 침묵하며 4 : 5로 패배합니다.
4차전 : 태평양은 최창호를 내세웠으나 최창호가 1회초에 한대화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3회초에는 서용빈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습니다. 곧바로 3회말에 김성갑이 적시타를 때려냈고 5회말에도 김갑중이 적시타를 때려냈으나 반격은 거기까지였습니다.
2 : 3으로 태평양의 패배. 그리고 최종스코어 0 : 4로 태평양의 준우승.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다시한번 돌풍을 일으킨 태평양돌핀스였습니다.
주요선수들의 성적을 살펴보겠습니다.
타자
김인호 : 105경기 출장, 타율 0.234, 360타석 304타수, 71안타, 6홈런, 40득점, 8도루
김성갑 : 97경기 출장, 타율 0.237, 257타석 219타수, 52안타, 3홈런, 23득점
윤덕규 : 100경기 출장, 타율 0.321, 407타석 368타수, 118안타, 11홈런, 51타점
김경기 : 124경기 출장, 타율 0.277, 498타석 433타수, 120안타, 23홈런, 70타점
김동기 : 119경기 출장, 타율 0.264, 421타석 368타수, 97안타, 15홈런, 50타점
이숭용 : 84경기 출장, 타율 0.229, 249타석 210타수, 48안타, 3홈런, 16타점
김용국 : 121경기 출장, 타율 0.189, 346타석 280타수, 53안타, 4홈런, 34타점
염경엽 : 119경기 출장, 타율 0.212, 409타석 349타수, 74안타, 2홈런, 33득점, 11도루
투수
김홍집 : 20등판, 17선발, 126.2이닝, ERA : 3.20, 12승(11선발승, 1구원승) 3패, 89K
최상덕 : 36등판, 18선발, 158이닝, ERA : 2.51, 13승(6선발승, 7구원승) 9패 1세이브, 90K
최창호 : 27등판, 26선발, 147.1이닝, ERA : 4.09, 12승(12선발승) 11패 1세이브, 84K
안병원 : 25등판, 23선발, 145.2이닝, ERA : 3.40, 11승(11선발승) 10패, 66K
정민태 : 25등판, 25선발, 145.1이닝, ERA : 3.72, 8승(8선발승) 9패, 91K
박은진 : 26등판, 5선발, 76이닝, ERA : 4.14, 5승(5구원승) 5패 5세이브, 46K
정명원 : 50등판, 105.2이닝, ERA : 1.36, 4승(4구원승) 2패 40세이브, 74K
주요부문 순위를 알아보겠습니다.
타자
홈런 : 김경기(2위), 김동기(8위), 윤덕규(17위)
타점 : 김경기(8위), 윤덕규(18위)
타율 : 윤덕규(3위), 김경기(15위)
도루 : X - 염경엽이 25위 -
득점 : 김경기(7위)
투수
다승 : 최상덕(10위), 김홍집(11위), 최창호(11위), 안병원(14위)
탈삼진 : 정민태(17위), 최상덕(18위)
평균 자책점 : 최상덕(6위), 김홍집(11위), 안병원(16위), 정민태(19위)
세이브 : 정명원(1위), 박은진(12위)
각 팀간 상대전적을 알아보겠습니다.
vs LG : 5승 13패, vs 한화 : 9승 9패, vs 해태 : 12승 6패, vs 삼성 : 10승 8패, vs 롯데 : 11승 5패 2무, vs OB : 10승 8패, vs 쌍방울 : 11승 6패 1무
도합 68승 55패 3무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LG에게 열세를 보였습니다.
팀 성적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득점 : 485(6위), 실점 : 471(7위), ERA : 3.50(4위), 타율 : 0.244(8위), 홈런 : 91개(3위), 도루 : 66개(8위)
여담이지만 이 해에 태평양이 기록한 팀 도루의 수보다 이 해에 해태의 이종범이 기록한 도루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태평양 팀 도루 66개, 이종범 개인 도루 84개.
마지막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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