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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9/23 22:20:07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이상한 잣대
이상한 잣대 하나.


어떤, 위장전입 문제에 원리원칙을 강조했던 집단이 있었습니다.

"세 번의 위장전입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한 분이 국민들에게 ‘투기하지 마십시오. 위장전입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지 대단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 2000년 7월. 장상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돼 있다. 장 후보자께서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범법자"

- 2000년 8월 장대환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으로 주민등록법·상속세법·증여세법 등 각종 실정법을 위반했다. 위반한 법의 형량을 합치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 2000년 8월 장대환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20여년 전이 ‘과거사’라고 한다면 청렴한 대다수 공무원들을 모독하는 일(위장전입)을 한 이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야 옳다"

- 2005년 3월 이헌재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논평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주미대사가 그런 문제(위장전입) 에 휩쓸린 게 국제적 망신이라 청와대가 궁여지책으로 우물쭈물 넘기려는 것 같으나 원칙적으로 옳지 않은 대응이다"

- 2005년 4월 홍석현 주미대사 임명자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현 대통령 정무특보)



이랬던 그들이 정운찬 총리후보자의 병역, 아들 국적문제, 기업인 1천만원 수수, 탈세의혹, 위장전입 문제가 터지자...


"정 총리 후보자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답변하고 해명한 내용을 보면 국민들이 크게 받아들이지 못할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청와대 관계자.

"도덕성과 청렴하기로 소문났던 여러분 중 하나로 상당히 존경받아왔다고 듣는다" -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

"정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중도실용을 고려해 발탁한 것.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흠집내기 공세를 펴는 것은 옳지 않다"
-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후보자가) 앞으로 그렇게 안 한다고 했으면 되는 것. (그런 기준이라면) 여기서 질문하는 분들(의원)도 다 탈세를 하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 끊임없이 추궁하면 한도 끝도 없게 된다" -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


아마 일년 전부터였죠? 이들의 잣대가 이렇게 늘어난 빤쓰 고무줄처럼 헐렁해진 게.


이상한 잣대 둘.


관련기사 : “민주노총 가입은 안된다”… 정부 ‘이중잣대’ 논란

오늘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하여 정치투쟁에 참여해 실정법을 위반하는 불법활동을 할 경우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라는 취지의 담화문을 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논리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는데, 삼단논법으로 정리해 보면 이쯤 되겠죠.

(대전제) 민주노총은 정치적 행위를 하는 단체이다.
(소전제) 공무원노조는 민주노총의 구성원이(되었)다.
(결론) 공무원노조는 정치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위법처리해야 한다

물론 저도 공무원노조가 실정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위와 같은 식의 논리는 논리 오류에서 주로 말하는 '분해의 오류'입니다. 전체 또는 집합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 또는 원소도 그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추론하는 오류이죠. "미국은 민주적인 국가이므로, 그 미국인은 민주적인 사람임에 틀림없다."와 다를 바 없는 오류입니다.


이런 논리 같지 않은 논리에 숨겨진 또 하나의 고질적 문제는 - 이 정부에서 주로 하는 행동패턴인데 -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 개인 혹은 단체를 마치 '예비범죄자' 취급하는 행동입니다. '실정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추측일 뿐이고, 그런 지적은 노조가 실정법을 위반했을 때에 해도 늦지 않을텐데, 사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자체는 합법행위입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법에 따라 공무원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이 법을 저해하고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행동일까요. 합법적 행동을 마치 범법행위의 예비행위인 양 국가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 법을 저해하고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행동일까요?

무엇보다 언론 및 정부, 한나라당은 마치 공무원노조가 이제 막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시대에 역행(?)이라도 하는 양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무원노조는 이미 지난 2006년부터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엔 문제삼지 않던 자들이 왜 이제 와서 문제삼는지도 모르겠거니와, 또 다른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도 우정사업본부 직원 등 공무원노조협의회 소속 3만5000여명이 가입돼 있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이 문제삼은 일이 없다는 것을 비교해 보면 '정치적 의도'에 따른 행동을 누가 하는지는 자명합니다.

공권력을 '예방의 의미'로 써야 할 필요도 있다고 하는 분들이 간혹 있으십니다만, 예방이라는 것은 병균을 확실하게 가려내 침입을 막을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있을 때나 쓰는 말이지, 범죄자인지 아닌지 법에 의한 유권해석조차 하지 않은 채 어떤 집단의 합법적 행동을 '법조차 모르는 주제에' '단지 코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제삼는 '원칙과 동떨어진 정치적 행동'에 쓰는 말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상한 잣대들을 보니 생각나는 어록

이럴때면 먼저 간 봉하마을 어르신 말씀이 생각납니다그려.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 이런 말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보니까,
"이런 망발이 어디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만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2007년 6월 참평포럼 강연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 -



저는 아무래도 법이 법같이 여겨지지 않는 부패하고 무능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제가 사는 나라에서 빨리 도망가실 것을 추천합니다.


- The xian -


P.S. 지난번 쓴소리 글에 어떤 분께서 '위장전입이 권력형비리냐'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짤막하게 답변해 드립니다.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의 위장전입은 처벌 안 받고 적발되어도 사과만 하면 장땡이고,
권력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위장전입이 적발되면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살든가 천만원 이하 벌금 내야 합니다.


다른 게 권력형 비리입니까? 그런 게 돈과 권력 있다고 비호된다면 그것이 권력형 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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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09/09/23 22:22
수정 아이콘
먼저 가신 어르신은 실로 예언자이셨습니다.
09/09/23 22:31
수정 아이콘
왜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죠. 청문회 보면서 내내 헛웃음과 한숨이 나왔었는데.. 후우.
09/09/23 22:37
수정 아이콘
이젠 굳이 숨기고 할 것도 없다는거죠.. 그래도 국민은 뽑아준다는게 이미 입증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얼른 국외로 뜨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다리다
09/09/23 22:38
수정 아이콘
약간 생각을 달리하면 역시나 민주당도 이중잣대죠...자신들도 들이밀었던 자들도 저랬는데요...
이적집단초전
09/09/23 22:39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에서 제일 깨끗한 집단은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정치인보다 더 청렴한 집단이 있다면 그것은 고위공무원. 인사청문회에서 대개 대박을 치는 것들 대부분이 의외로 교수들입니다. 왜냐구요? 뻔하잖아요. 고위공무원이야 끊임없는 관리와 사찰의 대상이고 정치인들은 반대파의 공세를 막아내야지요. 반면에 기업인이나 교수등은 이러한 감시시스템 밖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감시밖에서 법을 지키기가 힘들어요. 주변에서 놔 두질 않을걸요.

정운찬 정도면 공부만하는 학자 교수들 말고 폴리페서 그룹에서는 청렴한 편에 속할겁니다. 저정도가 말이지요. 제일 더러운건 역시 검찰과 언론출신. 이유야 뻔합니다. 저 두집단을 건드릴 인간이 없으니까. 실재로 스폰서 총장후보로 불리며 낙마했던 천성관 내정자에 대해서 이너 서클에서는 그만하면 청렴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한답니다.

사회적인간, 특히 정치와 같은 공적인 영역의 인간의 행동이란 정말 뻔합니다. 개개인의 도덕성은 이런 사회에서는 정말 하찮은 요소에 불과하지요. 사람이란 그 이익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 부패로 인한 이득이 부패로 인한 손해보다 크면 당연히 부패하지요.

글머리에 정치인이 청렴한 집단이라고 했는데, 그 더럽던 정치인이 왜 깨끗해졌겠어요. 다 조지니까 그렇게 되는 겁니다. 참여정부때 야당에서 그렇게 난리치니까 06년 이후 새로운 인사시스템이 정착되고 정말 청렴해졌지요.

그러데 가카년간 들어와서 못조지잖아? 우린 안될거야 아마...

한가지 노통장 찬양을 해 보자면 저 정운찬 총장을 추대하는 움직임에 제일 강하게 비토를 놨던 분이 바로 그분이셨지요. 아무래도 정보를 쥐고 있는 국가의 대빵이라서 이미 저런걸 다 파악하고 그랬던게 아닌가 하고 뒤늦게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 단순히 추측만은 아닐겁니다. 이미 대선후보로 추대하려 할때 저 정보들이 입수되었겠지요. 그래서 민주당이 빵빵 터뜨린거고.
abrasax_:JW
09/09/23 22:39
수정 아이콘
만약 제가 만화의 캐릭터라면 제 머리 위 말풍선에는 물음표만 있을 것 같네요. "?"

마침 글 제목이 "이상한 잣대"인데, 정말 뭔가 이상합니다.
처음엔 어이없고 화가 나다가, 포기를 하다가, 이젠 그냥 이상합니다. 너무 드러내놓고 하니까, 이상합니다.
09/09/23 22:39
수정 아이콘
쉽게 말해 꼴값이죠
이적집단초전
09/09/23 22:47
수정 아이콘
기다리다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한나라당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민노당보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심지어 저는 민주당은 커녕 민노당이 과연 한나라당의 위치에서 더 청렴할 수 있을까도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 보다 깨끗합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에서 저런 비리를 저지르면 잘리거든요. 왜 참여정부가 역대 최대로 청렴한 정권이었냐 하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민주당이 현재의 공무원들을 잡으려 들고 한나라당이 과거의 공무원을 잡으려 드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원리입니다. 견제와 균형. 문제는요. 견제가 안되고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을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처럼 법을 어기고도 멀쩡한 경우가 생기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본문에서 지적하는 '이중잣대'지요.

그래서 저는 권력의 힘이 비슷해지고 언론의 영향력이 비슷해지고 유권자의 지지도가 비슷해지면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폐급 정당보다는 훨씬 나은 정당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아니, 당장 2003,4년의 한나라당은 뼈를 깎는 내부개혁을 이루어내었지요.
술로예찬
09/09/23 22:49
수정 아이콘
그런 정운찬을 아주 정중히 모셨던 2년 전의 민주당이 생각납니다. 완전 말아먹을 뻔했죠.
수장이 이 모양이니 수하들이 그 모냥이죠. 나라도 그랜드바겐 할 태세...
유리가면
09/09/23 23:10
수정 아이콘
유게로 가야할 글 아닌가요? 보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데요.... 하아
Windymilly
09/09/23 23:16
수정 아이콘
유게로!

나라 꼴이 유게로!

아.....
적울린 네마리
09/09/23 23:58
수정 아이콘
아이돌은 자게로 한나라당은 유게로!
마르키아르
09/09/24 02:53
수정 아이콘
늘 잘보고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만달라
09/09/24 09:58
수정 아이콘
다시한번 한국을 떠나온것이 좋은선택이었음을 확인케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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