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9/11 17:26:40
Name 휘리노이에스
Subject [일반]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4) 한우고기는 과연 가장 맛있는 소고기일까요?

다들 소고기 좋아하시죠? 아마 한우 꽃등심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분이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요런 녀석이죠 :)

글을 쓰면서도 참 침이 고이고 있습니다만, 소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건 알고 계신가요? 요즘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 소비자 분들도 대충 육우와 한우가 다르다는거, 한우가 더 좋은 고기라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으실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오늘은 거기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소를 크게 분류하자면 국내산과 수입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시 나누면 국내산으로 우리가 먹고 있는 소에는 한우, 육우, 그리고 젖소로 나뉘어지고 수입산으로 먹고 있는 소는 크게 미국산과 호주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외에도 조금씩 수입되는 나라들이 있지만 큰 유통경로가 아니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국내산 소에 대해 말하자면, 요즘 고기집에 가보면 한우가 아닐 경우 100배 보상이니 10000배 보상이니 하는 프래카드들을 자주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그런가게에 가보면 놀랍게도 질 좋은 육우를 취급하는 가게보다 더 싼 가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한우일까요? 네. 한우도얼마든지 그렇게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축산물등급판정소의 등급판정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최하급 한우의 평균가격은 8689원입니다. 최상급 육우의 평균가격은 13099원 이네요. 네. 한우임에도 불구하고 질 좋은 최상급 육우의 절반정도밖에 안되는 가격에 팔리는 녀석들이 있다는거죠. 즉, 이러한 한우집에 가서

"아, 역시 한우맛은 육우와는 급이 달라 급이. 이맛에 한우를 먹는다니까?"

이런 드립을 치는 일행이 있거든 속으로 비웃어 주시면 됩니다 :) 사실상 저 최하급 한우의 가격은 최하급 육우와 비슷할 지경이니까요. 즉 평균적인 육우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맛을 보여주는 녀석입니다. 물론 저런 최하급의 한우만을 내놓지야 않겠지만, 어차피 저렴한 가격대의 한우를 이용한다면 왠만한 육우보다 저렴한 가격을 보이므로 충분히 한우를 이용해서 식당을 운영하는것도 가능해 집니다.

 

왠지 비싼 한우를 먹었지만 다른 식당에서 먹었던 육우보다 맛이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주위 일행과의 괴리감을 느끼셨던 분들, 여러분의 혀끝이 훨씬 정확한겁니다 :)

다음으로는 미국산소와 호주산 소에 대해 얘기할텐데, 미국산 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폭풍-_-같은 댓글들을 불러올 것이 예상되므로 넘어가기로 하고 호주산 소의 두가지 종류에 대해 얘기해드리려 합니다. 같은 호주산 소임에도 먹어보신 분들의 평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일이 있습니다.

"호주산 소는 냄새나고 질겨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호주산 소고기 참 맛있다. 마블링이 환상적이었다."

왜 이런 극단적인 두가지 평가가 나오게 되는가 하면 호주의 독특한 소 쿼터제에 맞추기 위한 목장 주인들의 몸부림이랄까요-_- 호주에는 소에 대해 쿼터가 적용됩니다. 즉 일정 숫자 이상의 소를 출하하게 되면 매입해 주지 않는거죠. 근데 소가 무슨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얘 암소야. 너 이번엔 두 마리를 낳고, 담에는 세 마리를 낳아서 쿼터를 맞춰보자꾸나."

"네 주인님. 이번엔 난자를 두 개만 성숙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럴 순 없다보니 일단 최대한 많은 새끼를 낳도록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남는 소들은 어떻게 되느냐? 원래 소들은 철저하게 계획된 방식으로 사료의 성분과 양을 조절해서 단기간에 살이 찌고 마블링이 되도록 키워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키우면 내다 팔 수가 없다보니 이걸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천천히 키워서 쿼터보다 적은 소가 나올때 끼워서 팔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하여 그 소들은 사료가 아닌 대자연의 풀을 뜯어먹으며 천천히 자라게 되죠.

"아. 그렇다면 그렇게 풀을 뜯어먹고 자란 소들이 사료먹은 소들보다 맛있는거구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실은 그 반대입니다. 대부분 호주산 소고기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바로 이 대자연의 품에서 자라난 소들을 먹은 분들이죠. 농후사료를 급이해 키운녀석들보다 냄새나고 맛없는 고기를 가지게 되어서 종종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싼 가격으로 팔리는 호주산 고기들이 바로 이녀석들입니다. 뭐든 양식이나 사료먹여 키운것보다는 자연산이 맛있다!! 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는 좀 충격적인 일이려나요? :)

간단하게 우리가 먹는 소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개강하고나니 확실히 글 쓸 시간이 잘 안나네요. 그래도 시간나는데로 한편씩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다음편은 수의학적 관점에서의 인류멸망 시나리오-_-(제 생각에는 가장 현실성 있습니다. 요즈음 가장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하는 질병의 시발점은 100% 동물입니다.)나 닥터스쿠르의 실제 모델에 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댓글질문은 항상 환영합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여자예비역
09/09/11 17:29
수정 아이콘
헐.. 그렇군요.. 하긴..일열심히하고 자연식 먹은 소가 기름질리는 없겠네요...
09/09/11 17:3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시간되시면 부위별로 설명을 ^^; 부탁드려도 될지~

어제 살치살이란걸 먹었는데 정말 맛나더라구요~
信主SUNNY
09/09/11 17:36
수정 아이콘
어떤 고기여도 상관없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요. ㅠㅠ
09/09/11 17:39
수정 아이콘
초원에서 풀먹고 자란 소가 더 맛이 없다니 충격이군요 -_-);
하긴 소들이 뛰어다니고 그러지는 않으니
후니저그
09/09/11 17:40
수정 아이콘
한우는 아니지만 가끔.. 어느 양계장은 닭을 풀어서 키워 더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그럼 이것도 반대인가요?
휘리노이에스
09/09/11 17:42
수정 아이콘
여자예비역님// 탱구님// 후니저그님// 풀을 주더라도 그냥 주는게 아니라 영양소 등을 잘 고려해서 섞어서 주고 적절한 운동을 시키면 맛있게 될수도 있을겁니다. 다만 여기서는 그런게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풀어놓은데다가 주 목적이 천천히 자라게 하는거기 때문에 영향균형따위는 저멀리로...가서 맛이 엉망이 되는 거죠. :) 그리고 아무리 고려해 풀을 주어도 풀로 농후사료급의 마블링을 만드는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휘리노이에스
09/09/11 17:44
수정 아이콘
후니저그님//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다...라는 것은 아무래도 닭의 경우는 소와 달리 기름진 마블링을 즐기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풀어기르면 더 맛있을수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svc덜덜덜
09/09/11 17:46
수정 아이콘
풀을 먹고 자란 호주산 소들이 국내에서 저평가 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관리한 소들보다 질낮은 소들이 수입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풀먹고 자란 소들에 입맛이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인점도 있는거 같습니다
화학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입에 착착감기는 맛있는 맛을 내주는 마법의 조미료 이지만 그것에 길들여지지 않은 서양인들에게는 맛에 떨어지는것과 같은이유겠죠
언제나
09/09/11 17:49
수정 아이콘
grain-fed와 grass-fed를 설명해주셨군요.

쩝... 저도 자연에서 자란놈이 좋으나...
입맛은 기름기에 쩌들어 있어서 사료먹고 자란놈들이 맛있습니다.
수입육 사실때 꼬리표 잘 보시면 구분 가능합니다.
가끔 와이프는 맛없더라도 grass-fed로 가지고 오더군요.
총알이모자라
09/09/11 17:58
수정 아이콘
소고기 맛의 비결은 지방에 있습니다. 지방이 끼기 위해서는 운동은 적입니다. 소를 사료로 키울때 운동을 안시키는 것은 사료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소를 키울때 소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풀을 먹입니다. 풀은 소화효율이 극악입니다.
정확히 말해 방목해서 크는 식용우는 없습니다.
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사는 소들은 번식용입니다. 비만인 경우 임신이 잘안됩니다.
이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상업적인 축산을 하는 모든 나라는 다 같습니다. 우리가 더 넓은냐 좁으냐의 차이일뿐입니다.
소의 등급은 등심의 마블링으로 평가합니다. 근데 등은 맨 나중에 지방이 낍니다. 고도비만상태가 아니면 1등급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점에서 동물보호주의자들이 현대 축산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고 맛없는 고기에 돈을 쓰지는 않을겁니다.
그래서 채식주의자가 되는 거지요.
09/09/11 18:07
수정 아이콘
후니저그님//
흔히 토종닭이라고 하는게 그렇게 풀어키우는 닭들인데 먹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단히 질깁니다.
일반 식용닭들은 조금만 삶아도 먹을만 하지만 토종닭들은 푸~욱 삶아서 고아내지 않으면 질겨서 못먹습니다.
그래서 토종닭은 요리시간도 엄청 걸립니다.
토종닭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속에서 독특한 맛을 찾아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서너번 먹어본 뒤엔 토종닭 안먹습니다.
생기길바래
09/09/11 18:19
수정 아이콘
직접호주가서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는 1등급 스테이크를 먹어보면 한우따윈 눈에도 안들어온다고..
옆에서 그러네요^^;
09/09/11 18:31
수정 아이콘
전 수입되지 않는 1등급 스테이크보다 아직 먹어보지 못한 1등급 한우가 더 궁금합니다 흑...
Minkypapa
09/09/11 19:09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토종닭이라고 써놓은 집에서 처음부터 길러서 파는곳 10분지 1이나 되려나요.
지리산 뱀사골 산속에 있는 마을에서 숙박하는데, 비포장길을 닭장사 1톤 트럭이 며칠에 한번씩 다녀가더군요. 마당에서 풀어서 하루 키우면 바로 토종닭. 가격은 2배이상! 사람들이 먹어치우는 양이 얼마나 많은데, 토종닭을 찾으시는지... 친척이나 몇년 단골은 되어야 내줄수 있을겁니다.

제가볼땐 스테이크는 굽는 기술이 먼저고 그다음이 육질... 100불정도 되는 스테이크들은 다들 예술입니다.
그런데, 20불짜리 스테이크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한우는 스테이크용으로 보다 구이용으로 먹으면, 아 맛있겠다...

미국에서도 밖에다가 풀어키울때도 있고, 도살하기 몇달전부터만 안에서 키웁니다. 중남부쪽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소들이 풀뜯고 있는걸
심심치 않게 만나볼수 있습니다.
Presa canario
09/09/11 21:08
수정 아이콘
어떤 고기여도 상관없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요.(2)

우둔살도 궈먹으면 맛나요 !!!
Karin2002
09/09/11 21:40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상급 소고기 먹었는데 이건 뭐....너무 맛있더라고요..한우맛 그냥 넘어 버리더라고요..
videodrome
09/09/11 22:20
수정 아이콘
닭도 마찬가지죠. 조그만 닭장에 고개도 못돌리고 갇혀 지내는 닭들 보셨을겁니다. 그 장면 보신 분들은 닭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맛은 그게 더 좋습니다. 육질이 훨씬 부드러워 지죠.
움직이면 근육이 쌓입니다. 근육질은 질기죠.
아우구스투스
09/09/12 01:18
수정 아이콘
제 전공과 아주아주 관련이 있는 분야네요. 으음... 근데 정말 전문가신데... 혹시 저희과랑 관련이??? 있을라나요???
초보저그
09/09/12 04:33
수정 아이콘
마블링에 대한 정신병적인 집착과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일본 와규는 넘사벽이라고 하더라도(질적인 면에서나 가격적인 면에서나), 제가 먹어보기에는 미국 상등급 소고기가 한우보다 더 맛이 좋은 것 같더군요. 미국에서 USDA prime 등급의 소고기나 고급 정육점에 가서 dry-aged된 소고기를 사도 고급 한우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910 [일반] 워크래프트의 짤막한 뒷이야기 - 카아 빈 모크 타자크 차 [19] 유유히5927 09/09/11 5927 1
15909 [일반] [군대 이야기] 이등병의 추억 [36] 부끄러운줄알5044 09/09/11 5044 0
15908 [일반] 한국이 절대 싫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74] Northwind5551 09/09/11 5551 0
15907 [일반]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4) 한우고기는 과연 가장 맛있는 소고기일까요? [19] 휘리노이에스5138 09/09/11 5138 0
15906 [일반] 주말에 있었던 월드컵 예선 사우디-바레인 사우디쪽 중계 영상입니다 [소리주의] [12] 무도사2923 09/09/11 2923 0
15905 [일반] 무형지승(無形之勝)을 통한 무형지형(無形之形) [2] 공유2840 09/09/11 2840 1
15904 [일반] [잡담]군대 이야기 [63] 부끄러운줄알5329 09/09/11 5329 0
15903 [일반] 터키 이야기 2화 - 축구, 그리고 스포츠 [9] NecoAki3339 09/09/11 3339 0
15902 [일반] 기아타이거즈의 역사 - 2. 호랑이는 호랑이다. [11] 유니콘스3253 09/09/11 3253 0
15901 [일반] 2009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예상.. [38] 럼블4060 09/09/11 4060 0
15899 [일반] 전 정말 행복한데요.....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요.... [50] 하쿠5234 09/09/11 5234 0
15898 [일반] "김대중 묘 파내고 우리가 묻히겠다" [38] 부끄러운줄알6014 09/09/11 6014 0
15896 [일반] 노래 한 곡. [20] 리콜한방4589 09/09/11 4589 0
15895 [일반] [인증해피] 신는다고 드리프트 기술은 향상되지 않는 신발입니다. [12] 해피5323 09/09/11 5323 0
15893 [일반] 자전거이야기5-자전거의 종류(로드바이크,리컴번트 등등) [14] 괴수5542 09/09/10 5542 0
15892 [일반]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9/10(목) 리뷰 & 09/11(금) 프리뷰 [47] 돌아와요오스3405 09/09/10 3405 0
15891 [일반] 한번의 실수, 그 경험.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 [19] 아우구스투스4481 09/09/10 4481 0
15890 [일반] [토론]유칼립투스보호와 코알라사냥 [24] 파란토마토3682 09/09/10 3682 0
15889 [일반] [잡담] 과로...? [2] Heaven2744 09/09/10 2744 0
15887 [일반] 가끔, 밤하늘을 바라보세요. [16] Acher3332 09/09/10 3332 0
15885 [일반] 9월 9일자 2010 월드컵 최종예선 결과 [27] zephyrus3079 09/09/10 3079 0
15884 [일반] (이벤트와 함께하는)피지알 역사토론 첫회-고대사편 제1불판 [47] happyend6533 09/09/10 6533 6
15883 [일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지역 예선 정리 1 - 남미 / 북중미 [10] 땅과자유2710 09/09/10 271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