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소고기 좋아하시죠? 아마 한우 꽃등심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분이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요런 녀석이죠 :)
글을 쓰면서도 참 침이 고이고 있습니다만, 소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건 알고 계신가요? 요즘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 소비자 분들도 대충 육우와 한우가 다르다는거, 한우가 더 좋은 고기라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으실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오늘은 거기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소를 크게 분류하자면 국내산과 수입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시 나누면 국내산으로 우리가 먹고 있는 소에는 한우, 육우, 그리고 젖소로 나뉘어지고 수입산으로 먹고 있는 소는 크게 미국산과 호주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외에도 조금씩 수입되는 나라들이 있지만 큰 유통경로가 아니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국내산 소에 대해 말하자면, 요즘 고기집에 가보면 한우가 아닐 경우 100배 보상이니 10000배 보상이니 하는 프래카드들을 자주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그런가게에 가보면 놀랍게도 질 좋은 육우를 취급하는 가게보다
더 싼 가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한우일까요? 네. 한우도얼마든지 그렇게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축산물등급판정소의 등급판정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최하급 한우의 평균가격은 8689원입니다. 최상급 육우의 평균가격은 13099원 이네요. 네. 한우임에도 불구하고 질 좋은 최상급 육우의 절반정도밖에 안되는 가격에 팔리는 녀석들이 있다는거죠. 즉, 이러한 한우집에 가서
"아, 역시 한우맛은 육우와는 급이 달라 급이. 이맛에 한우를 먹는다니까?"
이런 드립을 치는 일행이 있거든 속으로 비웃어 주시면 됩니다 :) 사실상 저 최하급 한우의 가격은 최하급 육우와 비슷할 지경이니까요. 즉 평균적인 육우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맛을 보여주는 녀석입니다. 물론 저런 최하급의 한우만을 내놓지야 않겠지만, 어차피 저렴한 가격대의 한우를 이용한다면 왠만한 육우보다 저렴한 가격을 보이므로 충분히 한우를 이용해서 식당을 운영하는것도 가능해 집니다.
왠지 비싼 한우를 먹었지만 다른 식당에서 먹었던 육우보다 맛이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주위 일행과의 괴리감을 느끼셨던 분들, 여러분의 혀끝이 훨씬 정확한겁니다 :)
다음으로는 미국산소와 호주산 소에 대해 얘기할텐데, 미국산 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폭풍-_-같은 댓글들을 불러올 것이 예상되므로 넘어가기로 하고 호주산 소의 두가지 종류에 대해 얘기해드리려 합니다. 같은 호주산 소임에도 먹어보신 분들의 평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일이 있습니다.
"호주산 소는 냄새나고 질겨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호주산 소고기 참 맛있다. 마블링이 환상적이었다."
왜 이런 극단적인 두가지 평가가 나오게 되는가 하면 호주의 독특한 소 쿼터제에 맞추기 위한 목장 주인들의 몸부림이랄까요-_- 호주에는 소에 대해 쿼터가 적용됩니다. 즉 일정 숫자 이상의 소를 출하하게 되면 매입해 주지 않는거죠. 근데 소가 무슨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얘 암소야. 너 이번엔 두 마리를 낳고, 담에는 세 마리를 낳아서 쿼터를 맞춰보자꾸나."
"네 주인님. 이번엔 난자를 두 개만 성숙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럴 순 없다보니 일단 최대한 많은 새끼를 낳도록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남는 소들은 어떻게 되느냐? 원래 소들은 철저하게 계획된 방식으로 사료의 성분과 양을 조절해서 단기간에 살이 찌고 마블링이 되도록 키워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키우면 내다 팔 수가 없다보니 이걸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천천히 키워서 쿼터보다 적은 소가 나올때 끼워서 팔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하여 그 소들은 사료가 아닌 대자연의 풀을 뜯어먹으며 천천히 자라게 되죠.
"아. 그렇다면 그렇게 풀을 뜯어먹고 자란 소들이 사료먹은 소들보다 맛있는거구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실은 그 반대입니다. 대부분 호주산 소고기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바로 이 대자연의 품에서 자라난 소들을 먹은 분들이죠. 농후사료를 급이해 키운녀석들보다 냄새나고 맛없는 고기를 가지게 되어서 종종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싼 가격으로 팔리는 호주산 고기들이 바로 이녀석들입니다. 뭐든 양식이나 사료먹여 키운것보다는 자연산이 맛있다!! 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는 좀 충격적인 일이려나요? :)
간단하게 우리가 먹는 소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개강하고나니 확실히 글 쓸 시간이 잘 안나네요. 그래도 시간나는데로 한편씩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다음편은 수의학적 관점에서의 인류멸망 시나리오-_-(제 생각에는 가장 현실성 있습니다. 요즈음 가장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하는 질병의 시발점은 100% 동물입니다.)나 닥터스쿠르의 실제 모델에 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댓글질문은 항상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