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질게에서만 살다가.. 이러게 이 곳에 글을 남겨봅니다.. 서툰 필력이고, 제 생각이 전해질지 모르지만 최근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번주 월요일 오후 6시30분이 되자마자 칼같이 인사를 하고 퇴근을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역으로 가야했고, 가는길에 어떤 허름한 옷차림에 아저씨 한분이 서 계시더군요.. 느낌을 보아하니 지하철 역 주변에 많이 보이시는 '원만이 아저씨(지하철역 주변에서 차비없다고 천원만 달라는 그런 분들을 저와 제 친구들은 이렇게 부릅니다.)' 같더군요..
역시나 저에게 말을 겁니다...
"저기 학생.. 내가 집이 의정부인데 일 때문에 왔다가 지갑도 잃어버리고 핸드폰도 잃어버려서 돈이 없어서 그런데 의정부까지 갈 차비좀 줄수 있겠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역시!! -_-++ 짜증나' 보통때 같으면 그냥 "저 돈없어요" 이러고 획 지나갔을텐데, 약간 거동이 불편하신분 같더군요.. 예전에 이런분들 데려다 앵벌이 시킨다는 X들 얘기도 갑자기 생각나고, 그래 내가 오늘 하루 목표치 채워드리면 일찍 들어가 쉬시기라도 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냥 만원짜리 하나 휙 던지듯이 가버렸습니다. '제발 역무원들은 저런 사람좀 없게 해라' 라고 퉅덜 되면서 말이죠..
뒤에서 아저씨가 빌린돈 꼭 갚을꺼라고 전화번호좀 적어달라고 불러 댔는데 귀찮기도 하고 이어폰을 꽂고 그냥 후다닥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지하철 타는 내내 만원을 아까워하면서 계속 투덜투덜..
그리고 어제 이야기입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외근 때문에 밖에서 퇴근.. 그리고 목요일은 회사 회식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가지 않았고, 어제 금요일은 평소와 똑같이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날 만원을 드렸던 그 아저씨와 옆에 아주머니 한분이 계시더군요.. '아니 일주일도 안됐는데 또 똑같은 장소에서!! 도대체 얼마나 뜯어가실라구~~' 이러면서 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분께서 절 알아보시고 저에게 오시더군요..
절 찾았다고 좋아하시면서 아주머니께 월요일에 있었던 얘기를 하시더군요.. 네.. 그 분은 원만이아저씨나 앵벌이를 하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정말로 지갑과 핸드폰을 잊어버리셨고, 예전 사고로 인해서인지 숫자를 외우는데 굉장히 어려워 하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집이나 아는 분들에게 전화를 걸수도 없었고, 어쩔수 없이 차비를 사람들에게 빌리려고 했던 거였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월요일날 낮부터 사람들에게 부탁해보았지만 다들 모른체 하고 제가 빌려줬더라는 겁니다. 아주머니는 진작 오셨어야할 아저씨가 안오셔서(전화도 안되고) 경찰서에 신고도 하셨더랍니다. 그런데 저 때문에 무사히 집에 가실수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돈을 반드시 갚아야 하는데 연락처도 받질 못했고,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두분이서 계속 저를 기다리셨답니다.. 그러다 어제 만나게 된거구요..
그 말씀을 드리니 오히려 제가 죄송스럽더군요.. 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드린 돈인데 그걸 꼭 갚아야 생각하시고 매일 나와서 잠깐 본 절 기다리시다니요.. 그 분들께 밥도 얻어먹고 빌려(?) 드렸던 만원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께 제 전화번호를 적어드렸습니다. 핸드폰 사시면 저장해 두시고 서울에서 혹시나 또 차비 없으시면 불러 달라구요 ^ ^;;
어제 받은 만원은 절대 쓰지 못할 것 같네요 ^ ^;;
휴.. 역시나 제 필력은 딸려서 우왕좌왕 두서없고 정리도 없네요.. 그냥 오랫만에 가슴 따뜻해진 일을 겪어서 적어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